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왜 이러는 거지?”
안에 있는 점괘를 다 확인해 볼 수도 없고.
아까 모여 있던 소녀들이 떠나길 기다리며 지켜봤을 때는 분명 제대로 뽑혔다.
아무리 별생각이 없었다 한들, 연달이 이런 일을 겪자 기분이 매우 찝찝해졌다.
점괘를 내려다보고 있자, 남궁류청이 내 손에서 죽통을 뺏어다가 내려놓고 나를 일으켰다.
나도 남궁류청의 점을 본다는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고 이끄는 손길을 따라 대전을 나왔다.
나는 나보다 더 굳은 표정의 남궁류청을 달랬다.
“괜찮아. 그냥 점괘일 뿐이잖아.”
그리곤 의문을 가졌다.
아니, 그런데 내 점괘 아냐?
왜······ 내가 남궁류청을 달래고 있는거지?
대전을 나오고, 지나가는 승려한 분과 마주친 남궁류청이 비어있는 점괘 막대에 날카롭게 항의했다.
스님은 그럴 리가 없다고 난색을 보이다 남궁류청이 내민 점괘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나는 남궁류청을 잡아당겼다.
“괜찮아. 그냥 가자.”
“무슨 일인고?”
한 노승이 소란에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검버섯이 핀 주름진 얼굴에 깡마른 몸의 노승은 내가 지금껏 본 승려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남궁류청의 항의를 듣던 승려가 무슨 일인지 공손하게 설명했다.
“호오. 그런 일이 있었다고.”
노승은 흥미로운 낯으로 점괘를 받더니 돌연 미간을 찡그렸다.
나와 점괘를 번갈아 본 노승이 마치 부정한 것을 만졌다는 듯 점괘를 버렸다.
방금까지 흐르던 인자한 분위기는 단번에 사라졌다.
“쓸데없는 짓이로다.”
“예?”
“너는 점괘를 받을 수 없는 삶이다.
썩 물러가라.”
대체 무슨 소리야? 라고 생각하며, 나는 남궁류청의 입을 틀어막았다.
남궁류청이 뭐하냐는 듯 나를 보았다.
내 손을 치우려는 남궁류청과 씨름하며
인사했다.
“예. 그럼 가볼게요.”
우리가 있던 곳은 대전 출입구 근방이었다. 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란 뜻이었다.
참배를 올리려던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조용한 절간에서 더는 아이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가자, 가자. 류청, 이만 가자.”
나는 그대로 남궁류청을 끌고 갔다.
내가 끌고 가는 걸 참고, 참고, 참던 남궁류청이 이내 내 손을 뿌리쳤다.
“놔! 언제까지 막고 있을 거야!”
“하하, 미안, 미안.”
하지만 거기서 입을 안 막으면 네가 또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웠는걸.
씨근덕거리며 노승이 있던 곳을 노려보는 남궁류청을 향해 말했다.
“류청, 너 점괘를 믿어?”
“뭐?”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남궁류청의 눈빛에서 불신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치. 별거 아니야. 화내지 말자. 점괘가 뭐라 말하든, 삶은 내가 걸어가는 거니까. 안 그래?”
“너는 참 속도 좋아!”
“그야, 네가 나 대신 화내줬으니까.
나는 화낼 필요도 없는걸.”
남궁류청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남궁류청의 팔짱을 끼고 잡아당겼다.
“됐어, 됐어. 점괘 얘기는 그만하고, 나 이제 천암사 둘러보고 싶어. 언제 안내해 줄 거야?”
입술을 깨문 남궁류청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노승있는 방향을 노려보고 몸을 돌렸다.
* * *
그래도 일 년에 두어 번은 어머니께 끌려왔다고 남궁류청은 천암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복숭아 숲이 나와.”
몇 개의 전각과 석탑과 종, 작은 연못을 지나치자 오솔길이 이어진 완만한 언덕이 한눈에 보였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다 복숭아나무야.”
아직 바람이 차가운 지금 시기엔 바짝 마른 가지만 가득했다.
그 사이를 향불을 올리러 오며 부모가 데려온 듯한 아이들만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마음이 절로 편해지는 풍경이었다
“복숭아꽃이 피면 예쁘겠다. 못 봐서 아쉽네.”
“그때 어머님께 오자고 해. 어머님은 좋아하실걸.”
“음, 그건 안 될 것 같아.”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남궁류청과 눈을 마주쳤다.
“나 이제 돌아가.”
“뭐?”
“백리 세가로 돌아가기로 했어.”
나는 놀란 듯 굳은 표정의 남궁류청을 향해 천천히 설명했다.
“오늘 아버지랑 얘기 나눴거든. 구체적인 날은 안 정했지만, 그래도 복숭아꽃 피는 건 못 보고 떠나지 않을까?”
“아······.”
남궁류청은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남궁류청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구나. 알겠어.
살짝 놀랐던 것을 빼면 남궁류청은 아주 빠르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쉬워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그 태연한 모습에오히려 내가 서운할 정도였다.
그래도 꽤 친해졌다고 여겼는데, 친구라더니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거지?
왜 나만 아쉬워하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살짝 서운한 어조가 튀어나왔다.
“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럼?”
“······.”
남궁류청이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는 듯 타박했다.
“또 볼 수 있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보고 싶으면 보러 오면 되잖아.”
“백리 세가랑 남궁 세가 간의 거리가 얼만데 쉽지 않지.”
“어려울 것도 없지.”
남궁류청이 뭔가 말하려 입을 열 때였다.
바스락.
마른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기가 작은 생명이었다.
‘······강아지? 아니면, 고양이인가?’
내가 모르는 동물일지도, 하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고양이가 수풀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금색 눈에 귀부터 꼬리까지 모두 눈처럼 하얀 코트를 입은 고양이였다.
나를 향해 직선으로 다가온 고양이가 내 발치를 맴돌았다. 옷자락에 살짝살짝 꼬리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사찰에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사람에게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숙이자, 고양이가 발라당 드러누웠다.
“아, 귀여워!”
만져도 되려나?
나는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매끄러운 털이 엉켜들었다.
내가 몇 번 쓰다듬자 갑자기 일어난 고양이가 내 무릎에 기어오르려 했다.
“뭐야? 안아 줘? 추워서 그런가?”
이렇게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라니.
이게 바로 개냥이인가?
파고드는 고양이를 안아 들자 팔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안는 거 맞나? 뭔가 불편해 보이는데.
불편해 보이는 자세에도 고양이는 매우 얌전했다.
“너 발톱 세우면 안 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들어 남궁류청을 바라봤다.
“류청, 너도 만져 봐. 엄청 순해.”
그때 남궁류청이 주춤 물러났다.
응?
“오지 마.”
“왜 그래?”
“오지 말라고!”
······설마?
“류청, 너 고양이 무서워해?”
“아니야.”
“그럼 왜······?”
내가 한 발 다가가자 남궁류청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오지 말라고 했어!”
정말 화난 듯 버럭 소리치는 말에 당황할 때였다.
“에취.”
“엥?”
“에취! 에취!”
“에엥?”
남궁류청이 갑자기 연달아 재채기했다. 그리고 붉어진 눈가로말했다.
“나, 나 몸이 이상해서. 그럼 이만.”
남궁류청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런 남궁류청의 모습을 황망히 바라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류청!”
저거······ 저반응 아무래도······.
조용히 있던 시비가 나서서 설명했다.
“도련님은 원래 고양이 가까이 가면 기침에 발진이 일어납니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웃음을 참았다.
‘류청이······ 류청이 고양이 알레르기라니!’
웃으면 안 되는 일인데.
하지만······ 하지만······.
결국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안 어울린다고!’
* * *
콰아아아!
폭포 소리가 마치 우레와 같았다.
그 아래 그나마 물살이 거세지 않은 곳에서 한 소년이 튀어나왔다.
야율이었다.
깊은 산속의 계곡물은 얼음장과 다를 것 없었다.
야율은 그 속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 남달리 붉은 입술이 색을 잃다 못해 파리하게 변해 있었다.
‘더워.’
그런데도 몸속의 열기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단전에서부터 심장으로 그리고 혈관을 타고 손과 발끝까지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맴돌았다.
원래도 가끔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열기가 오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천산염제의 심법을 배우며 더 심해진 것이다.
그 열기에 대해 천산염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심법이 깊어지고 내공이 중후해질수록 열기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 고통을 이겨내면 사는 거고 아니면 죽는 거지.”
극양지체의 열기로 고통에 정신을 놓기 전이나 제어할 줄 알게 된다면 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만약 그 말을 할 때 백리연이 있었다면 사기꾼으로 여겼을 것이다.
야율은 천산염제에게 제자가 되겠다는 뜻을 말하자마자 알 수 없는 심산유곡에 납치당하다시피 끌려왔다.
그리고 천산염제에게 제자로서 배례를 올린 후 가장 먼저 심법을 전수받았다.
보통 심법은 하루 이틀 만에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극양지체, 수명과 고통을 대가로 바친 천재적인 재능, 착 달라붙는다고 느낄 정도로 몸에 딱 맞는 심법이 만나 고작 며칠 만에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다.
흡성마공으로 익힌 것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그보다 더한질 높은 내공이 마공의 겉을 감싸듯 억누르는 형식이었다.
‘연이는 이것도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