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01
201
그 빛을 따라가야 했다.
“어두우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다. 걱정 말라.”
-나까지도 안 보여, 테오파노 신.
내 말에 렉스가 대답했다.
-물만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못 봐.
“태양이 빛을 잃으면, 사람의 눈도 빛을 잃는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파비안이 한 말은 태양신의 신도들이 퍼뜨리는 격언이었다. 정작 라프트레이 형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테오파노 님을 볼 수 없습니다. 테오파노 님은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레오파라. 이제 모두 다시 소통으로 말하라.
하지만 솔직히 아팠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형의 공간을 변형시킨 원과 충돌하면서, 내면의 원도 아홉으로 박살났다. 또 하나의 원이 탄생하긴 했다.
그런데 너무 파괴적인 탄생이라 그런지, 당장은 힘을 쓰기 너무 힘들었다. 아홉 개의 원이 갈릴 뿐, 아프기만 하고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여기서 미적거릴 때가 아니었다. 당장 행동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와 내 형이야 신이지만, 내 사도들은 어찌 되는가? 날 믿고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모두 손을 잡아라. 우리는 이제 마법진을 벗어난다.
다들 끌어안고 있어서, 아무것도 안 보여도 서로 손잡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 혼자만 앞이 보이는 상태로 사도들을 이끌어 가자니, 온갖 생각이 다 났다.
-성을 점령해서 다 죽이고 열 명만 남겼다가, 아홉 명은 장님으로 만들고, 한 명만 애꾸눈으로 만들어서, 그 한 명이 다른 아홉을 전부 이끌고 갔던 일이 떠오르네요.
아타울프가 불쑥 말했다. 프라비타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아타울프…….
-그때는 고용주가 가차 없다고만 여겼지, 내가 그 신세가 될 줄은 몰랐어. 테오파노 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도 몰랐겠지.
-그래, 아타울프, 어둠 속에서 옛 과오를 마주한다면, 그 또한 빛을 향하는 길이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사도들 위로 후광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빛의 신이 일으킨 어둠에서 다른 빛을 발하기 걱정스러웠다. 이미 그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 온 끝에.
그렇게 간 공간은 이상했다. 공간이 아니라 물이었다. 물이 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물은 물결처럼 밀려오고 밀려갔다. 그러나 우리 발치로는 밀려오지 않았고 그 전에 사라졌다. 그 물에 감싸인 존재는, 라트프레이 형이었다.
“큰형님!”
나도 모르게 소리 내 부르며 형에게 달려갔다.
형은 잠들어 있었다. 아파 보이지도 않았다. 피 흘리지도 않았다. 악몽을 꾸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일식 동안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하지만 너무나 불안했다. 내가 그 꿈을 꾸었을 때, 나도 겉으로는 멀쩡했을지 모르니까.
만일 깨우는 바람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기면, 내가 머물러서 형이 회복할 때까지 지켜 주면 된다. 제물로 바쳐지는 것보다는 낫지.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형을 흔들어 깨웠다.
-큰형님! 큰형님, 일어나세요!
꿈을 꾸고 있다면 소리 내 부르기보다 이편이 더 나을 터였다.
하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소리 내 부르고, 흔들어 대도.
-테오파노 님, 저희가 어떻게 도울까요?
레오파라가 조심스레 소통으로 전해 왔다.
뒤돌아보니, 형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가면서 그대로 내팽개치다시피 두고 온 사도들이 어둠 속에 서로 붙들고 서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빛을 못 보고, 그리하여 그 자리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물을 움직여 볼까?
-각성 물약을 마시게 하면 어떨까요?
-다 같이 소리 질러 보면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를 돕고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어떤 결과를 무릅쓰고서라도 형을 도우려는 내 마음은, 지금 앞을 못 보면서도 나를 도우려는 사도들의 마음과 같았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야말로 빛이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이었다.
나는 금빛 후광을 펼쳤다. 태양신은 가장 강한 빛의 신이었다. 해가 사라지면 어둠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
지금 그 권능에 정면으로 도전하니,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내 마법은 본래, 자연의 이치에서 자유로웠지!
“테오파노 님!”
“눈이 보입니다!”
“거기 계셨군요!”
사도들이 안심하며 내게 달려왔다.
“테오파노 님, 피가!”
-…역시 피였구나… 테오파노 신…….
다들 놀라서 소리쳤으나, 레오파라가 허둥대는 파비안에게 물약을 받아 내게 내밀었다.
마시니 확실히 아픔이 가셨다. 형의 영역을 벗어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이제 울면서 말리기보다 나를 적극 돕는 레오파라가 기특했다.
-조금 쉬시면 어떨까요, 테오파노 님.
-빨리 끝내는 편이 내게 더 이로우니, 날 도와다오. 고맙다, 레오파라.
-…말씀만 하십시오, 테오파노 님.
나는 사도들로 하여금 라프트레이 형 주위를 에워싸게 했다. 형이 잠겨 있는 물은 면적이 줄어들어서, 형의 몸에게만 닿고 우리에게는 닿지 않았다.
“큰형님이 깨어나시는 순간, 너희는 다시 잠들 수도 있다. 지금은 나를 위해 기도하라.”
미리 말해 주며, 나는 형과 우리를 둘러싼 마법진을 그렸다. 드라콘을 본래 시간대로 데려올 때와 같지는 않았다.
그 꿈을 이미 꾸고 있다면, 그래서 깨어나지 않는 거라면, 정말이지 스스로를 제물로 바쳐야 깨어나는지도 몰랐다.
형의 사도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을까. 그들의 믿음으로 형을 깨우도록?
하지만 사도들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 형의 뜻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밖에.
이 마법진은 이동이 아니라 오로지 보호에만 집중했다. 강력한 보호, 그 어떤 가해의 움직임도 끼치지 못하는.
하지만 보호해야 할 큰형의 정신은 이미 그 꿈의 세계에 가 있는지도 모른다. 보호의 결계를 친들, 그 대상은 그 안에 없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포기할 수 없을 뿐이었다. 내 사도들이 날 돕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듯, 형을 돕는 일을.
-깨어나! 꿈일 뿐이야!
형을 향한 부름이 곧 주문이었다.
-절대로 자결하지 마. 나를 생각해. 내가 기다리고 있어. 절대로 떠나지 않아. 내 목소리를 듣고 따라와. 깨어나. 절대로 죽지 마. 내가 얼마나 슬퍼할지 기억해 줘. 아픔이 아무리 커도 나를 잊지 말아 줘. 내가 여기서 형을 기다리고 있어, 큰형의 막내 동생이.
나를 위해 버텨 줘.
돌아와.
말하고 또 말했다. 집중하고 집중하며.
마침내, 어느 순간, 느껴졌다. 다른 힘이… 물론 여기는 다른 신의 영역이어서, 피를 토할 정도로 계속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이건 그 압박이 아니었다. 내 부름에, 내 힘에 닿는 다른 힘이 느껴졌다. 내가 내민 손을 맞잡아 오는─
“물러가라! 네 얼굴 없는 음모자여! 네 이름 없는 적이여! 물러가라! 나의 보호가 네 공격을 막아 낸다! 빛이 돌아오매, 어둠을 물리치리라!”
나는 미친 듯이 외쳤다. 적을 향한 증오와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는 결심이 뒤섞여 타올랐다. 나를 제물로 바친 것도 모자라, 내 손으로 그렇게 시킨 것도 모자라, 내 형까지!
…세상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테오파노!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뻗어 나갔다. 마침내 맞닿았다!
다음 순간, 나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번에는 너무 많아서, 눈앞이 아찔했다.
사도들이 나를 부축했다. 물약이 입으로 흘러 들어왔다. 부드러운 물이 실바람처럼 내 피를 씻어 주었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 평화로운 고요 속에서 사도들의 믿음이 흘러 들어왔다.
마침내 눈을 뜬 순간, 나는 사방이 왜 그토록 고요했는지를 깨달았다.
사도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져 나올까 두려운 듯, 모두 마음속으로만 기도하며 버티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재워야 하는데, 손끝을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테오파노.”
다음 순간, 태양신이 나를 불렀다.
겨우 고개를 돌리니, 잠에서 깨어난 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나를 지켰다. 나르본의 수호자여, 또한 이 성소의 수호자로다.”
신전의 주인이 그렇게 고하자마자, 신성이 차올랐다. 신전을 찾는 사람들의 믿음이 고이고 고여, 보물처럼 가득 차 있는 곳. 저장고처럼 신이 찾기만 해도 그동안 축적된 믿음을 순식간에 빨아들일 수 있는 곳.
지금 신전의 주인이 나를 그 신전의 수호자로 인정하면서, 성소는 내게 열렸다. 나를 받아들여, 그 안의 보물을 내주면서. 더는 침략자가 아니라 나 또한 임시나마 거주할 수 있는 곳이 되어.
나는 차오른 신성으로 사도들부터 잠재우려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먼저 나부터 치료했다. 피가 울컥거리며 덩어리째 올라오는 건 멎었지만, 치료해 보니, 내상이 심각했다. 신인 나라도 또 기절하며 드러누워 있었을 뻔했다. 조금이라도 치유가 늦었다면, 그 꼴 안 났다고 할 수 없다.
신의 자기 치유력도 너무 많이 계속 쓰다보면, 반응이 느리구나.
이런 점도 나는 이제야 알았지만, 예지의 꿈에서 형제자매 신들은 참 힘들었겠다 싶었다.
그러니 그 꿈의 미래가 절대 도래하지 않도록 해야지.
“자, 보아라. 나는 이제 괜찮다. 모두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구나.”
다시 혈색이 좋아진 낯빛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사도들은 더 눈물 흘렸다. 아, 치유가 좀 오래 걸렸나.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끌어안아 주었고, 우리 모두 함께 끌어안았다.
예전에는 사도들의 걱정이 고맙다가도 솔직히 조금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신이니 어차피 안 죽는데, 사람들이 자꾸 울며불며 붙들고 늘어지니까. 필멸자인 자기들 걱정이나 좀 하지 싶기도 했었고.
진작 그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걱정을 덜 끼쳤어야 했는데.
“나는 괜찮다. 모두 걱정시켜서 미안하구나.”
-테오파노 님은 아무것도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아타울프가 울컥해서 말하는 순간, 나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를, 모두를 잠재웠다.
그들이 잠들자, 라프트레이 형을 감쌌던 물결이 밀려와 그들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들은 곧 부드러운 수면 위에 둥둥 뜬 채로, 고요한 잠에 빠져 들었다. 차디차고 딱딱한 신전 바닥 위에 누워 있기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테오파노.”
“큰형님, 괜찮습니까?”
나는 황급히 라트프레이 형에게 달려갔다.
큰형은 괜찮아 보였다. 확실히 내게 성소를 열어 주며 받아들였을 정도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구나.”
“그래, 그러면 됐어요.”
나는 정말이지 안도했다. 예지의 꿈에서 큰형이 자신을 희생하기 전에 내가 형을 깨웠다면, 당연히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됐다고? 내 동생이 내 성소에 침입해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럼 됐다고? 네가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있느냐?”
아, 안도한 나머지, 너무 쉽게 대답해 버렸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뭘 어떻게 설명해? 그냥 아직 몸이 안 나은 척 도로 쓰러질까? 쓰러졌다 깨어나면 나도 기억 못 하는 거고?
“테오파노,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생각 마라. 설득력이 형편없구나. 내가 깨어나자마자 본 너는 참으로 호소력이 있었는데, 막상 입을 여니 김이 빠진다. 내게서 네가 왜 다쳤는지 이유를 감추려거든, 좀 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했어야지. 내가 그런 어설픈 태도에 넘어갈 것 같니?”
역시 화나니까 무섭다. 내가 다친 것도 화나고, 다른 것도 아니고 그걸로 거짓말하는 것도 화나고, 그래서 일일이 내 태도를 평가하며─
잠깐, 그 평가가 이상한데? 학문의 신답게 내 잘못이나 내 거짓말을 꾸짖을 때, 논리상 어디가 틀렸는지 딱딱 짚어 내던 우리 형이 아닌데? 호소력이니 어설픈 태도니, 논리와는 상관없는 소리만 하다니.
나는 큰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화난 형의 눈이 나와 마주친 순간, 움찔했다.
설마…….
“넌 누구냐!”
나는 스태프를 그의 목에 들이댔다.
그자가 형의 몸을 차지했나?
나를 회귀시키더니, 형에게 빙의했나?
형인 척 연기하다가 결국 내게 들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