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
21
“…그, 그건 서로 욕하는 겁니다. 죽여 버리겠다, 뭐 그런 거죠. 아까 저자가 했던 욕을 저도 똑같이 받아쳐 줘야지, 그럼 가만 앉아서 듣고 있어야 합니까? 싸움은 기선 제압도 중요합니다. 아군의 용병대장은 전데, 적의 대장에게 말빨로라도 밀리면, 우리 편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그건 그렇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킥킥거리던 레오파라가 웃음을 뚝 그쳤다.
“하, 이제 와서 감출 게 뭐가 있나!”
그때 용병대장이 소리쳤다.
“처음에야 사기 북돋으려고 욕한다고 해도, 뭐 하러 전투 내내 말하나? 말 많으면 숨만 차지. 욕할 새에 배때기 찔러 버리는 게 더 후련한데.”
그러더니 이번엔 낄낄거렸다.
“전쟁을 오래 끌어야 그만큼 돈을 벌 텐데, 우리가 서두를 게 뭐 있어? 고용주 눈치 봐서 적당히 싸우다가 양편에 심각한 피해는 없게 정보 좀 주고받고 적당히 끝내면 서로 좋지. 다음에 다른 전장에서 만날 때도 호흡이 잘 맞으니까, 하하하!”
“뭐, 뭐가 어째?”
영주가 뒷목을 잡았다.
“믿지 마십시오, 영주님, 저자는 졌으니까 저를 모함하는 겁니다. 너 이 자식, 헛소리 마라! 패배를 순순히 인정해라!”
황급히 변명한 아타울프가 성벽을 향해 소리 쳤다.
“내가 이제 와서 잃을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졌는데! 공성추와 공성탑 도달할 때까지 최대한 늘이기로 해 놓고, 이제 와서 배신 때리냐? 그것들이 암만 늦게 오면 뭐 해, 저 파이어볼인지 뭔지가 먼저 와 버렸는데!”
턱수염 용병대장이 내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테오파노 님이라고 아까 말했잖아, 이 멍청아! 기억력이 그렇게 딸리다니, 네 대가리도 활활 타올라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레오파라가 고함 질렀다. 용병대장이 움찔했다.
이번엔 영주가 아타울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부디 이자를 처벌해 주십시오. 이자가 저를 속였습니다. 전쟁을 한다면서 적군과 내통했습니다.”
전쟁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괴물은 싸워서 쓰러뜨리면 되는데, 전쟁은 이편의 말도, 저편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하지만 그걸 싫어하면 사람의 신일 수 없겠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어떻게 영주님은 적군의 말만 듣고 제 말은 믿지 않으십니까?”
아타울프가 반박했다.
“저놈이 자신이 성주님을 배신해 놓고 저도 그랬다고 뒤집어씌우는 겁니다!”
성주가 자신의 용병대장을 돌아보더니 물었다.
“너, 후작의 사람이냐?”
“아닙니다! 성주님이 후작님께 쓸 만한 용병을 소개해 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저를 소개받으셨을 뿐이죠! 하지만 저자는 백작은 물론 메데커와도 연이 닿아 있습니다.”
용병대장은 용병대장대로 펄쩍 뛰었다.
아, 지금 이 상황…….
나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다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재판이다.”
그러자 여전히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길이 흔들렸다.
왜들 당황해? 당연한 거 아냐? 나라고 인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테오파노 님! 저는 아까 테오파노님을 믿기로 했습니다. 신도인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아타울프가 애절하게도 말했다.
“하, 저 박쥐 같은 놈이 새로운 뒷배를 물었네! 테오파노 님! 저도 이제부터 테오파노 님의 충실한 신도가 되겠습니다. 믿습니다, 테오파노 님!”
그러자 용병대장도 고래고래 소리쳤다. 순식간에 신도가 셋이 됐다.
“닥쳐! 이 어중이떠중이들아! 테오파노 님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들은 내가 용서치 않는다!”
레오파라가 검을 빼 들었다.
나의 첫 번째 신도는 참 착하지만, 새로운 신도들에게는 참 차가웠다. 유일한 사도로서 신생 교의 질서를 잡느라 고생이 많은 건 알겠는데…….
“그래, 둘 다 내 신도니, 둘 중 누가 잘못했는지, 내가 직접 옳고 그름을 가려내어, 잘못한 자를 처벌하겠다.”
내가 말하자 둘 다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일일이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더 큰 문제가 있어서.
“하지만 나는 법의 신이 아니다. 이 성에 일디케 여신의 신전이 있는가?”
“그, 그건…….”
성주가 대답하지 못했다.
“치유의 신전도 없는 곳에 법의 신전이 있겠습니까?”
레오파라가 비웃듯 말했다.
성주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대답하려 했지만, 레오파라가 그런 성주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일디케 여신의 신전에 신관을 파견하도록 요청하자.”
법의 여신 일디케의 신전에서 내리는 판결은 왕이나 귀족도 함부로 개입하지 못했다.
왕족이나 영주들 간 분쟁도 종종 그곳에 심판을 맡기기도 하니까. 그러니 이 두 부자와 두 용병대장의 분쟁도 문제없이 해결할 터였다.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이 두 귀족 나리들도 진작 그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영지전을 해 버리기 전에 말이죠.”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놀랍네? 부자끼리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건 이해하는데, 전쟁보다 재판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어?”
내가 묻자 성주와 영주는 당장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사실 그러는 영주들이 한둘도 아니죠. 가족끼리도 이웃끼리도 싸우고. 그렇게 법의 재판보다 자기들끼리 전쟁으로 해결하는 자들은 일디케 여신의 정의를 본래 원치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시건방진 놈이!”
레오파라가 그들 대신 대답해 주었지만, 혈기 왕성한 성주는 고마워하긴커녕 화를 냈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같이 화내긴커녕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말고요.”
반박당해도 웃어 주다니, 내 사도는 진짜 착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와 견주어 보면.
두 부자가 지금의 착해진 그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아야 할 텐데. 그 또한 내 덕이니까.
“저는 다만, 모처럼 테오파노 님이 제의하셔도, 이 두 귀족 나리들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정말 그래?”
레오파라가 이어 말하자 나는 두 부자를 향해 물었다.
“그, 그건…….”
성주가 우물쭈물할 때, 영주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점이 없다고도 할 수 없지요. 저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일디케 여신의 재판이 아니라 테오파노 님의 재판을 받고 싶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째서?”
“대체 이유가 뭡니까?”
레오파라도 물었다.
“이유야 명백하지 않나?”
어쩐지 레오파라에게 먼저 대답한 영주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일디케 여신보다, 테오파노 신께서 저희 사정을 잘 아십니다. 심지어 저희 자신조차 저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도 알아차리실 정도로 말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성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저희는 이 전쟁의 마무리와 저 용병들과의 분쟁 모두 테오파노 님께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성주가 용병대장들을 노려보았다.
“너희도 물론 이의 없겠지? 테오파노 님의 신도니까? 설령 방금 막 신도가 됐다고 해도?”
“그, 그런…….”
성주의 용병대장은 입만 뻐끔거렸지만 아타울프는 잠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씩 웃었다.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테오파노 님의 재판은 테오파노 님의 전투만큼이나 흥미진진할 테니까요.”
재판은 처음인데? 전투처럼 해 본 경험이 있거나,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금 신도가 된 놈이 나에 대한 믿음이 너무 맹목적인 거 아니야?
그렇다고 신이 되어서 날 너무 믿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
“나도 물러설 수 없지, 받아들이겠습니다!”
턱수염 용병대장도 얼른 말했다.
“쉽게 정할 일이 아니다.”
내가 말했다. 본질상 다른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니까.
“재판은 본디 일디케 여신의 소관이다. 여신의 신관을 이리로 부르거나 여신의 신전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저희도 공식 절차는 압니다. 하지만 저희는 테오파노 님의 재판을 바랍니다.”
영주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거절하실 겁니까?”
젊은 성주는 실망한 얼굴이었다.
“일디케 여신의 신관이 당도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그동안 전선이 대치 상태를 끌다가 후작이나 백작이 개입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영주가 열심히 말하자, 레오파라도 거들었다.
“확실히 부자간에 일이 잘 풀렸다고 해도 한번 시작한 전쟁은 쉽게 끝나기 어렵습니다. 용병들과의 계약 문제도 있으니까요.”
모두 일리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신들에겐 신들만의 규범이 있다.
그중 하나는 신들 사이의 금기나 영역 다툼 같은 민감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이 금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신들 간 암묵의 동의였다.
즉, 여기서 내가 나를 믿고 재판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것이 힘든지,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레오파라에게는 그만 형제자매들에 대해 이 말 저 말 해 버렸지만, 앞으로 진짜 주의해야 한다.
“나는 재판에 대한 대가를 바란다.”
그래도 방법은 있지.
“네? 어, 어떤 대가 말씀이십니까?”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전쟁으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성주와 영주가 번갈아 가며 다급하게 말했다.
“돈으로 지불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재판을 하는 기간 동안 나를 이 성의 수호신으로 삼아라.”
두 부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다른 이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재판을 할 동안만 테오파노 님을 믿으면 되고, 재판이 끝나면 더는 수호신으로 믿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아타울프가 물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나를 수호신으로 삼은 영지에서라면 나는 그 어떤 신의 영역도 침범하지 않고 뜻대로 할 수 있으니까.
“테오파노 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테오파노 님은 이들에게 무엇이건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어째서 재판을 하는 동안만 이 성의 수호신이 되어야 합니까? 한번 수호신이 됐으면 영원히 되어야죠. 설마 필요할 때만 매달리다가 일 끝나면 등 돌리는, 그런 족속들은 아닐 테니까요.”
그때 레오파라가 분개한 눈초리로 말하더니 사람들을 흉흉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들 흠칫하고 분위기가 나빠졌다.
“레오파라, 그게 내 뜻이다.”
“하지만 테오파노 님!”
억울한 얼굴의 레오파라가 느닷없이 물었다.
“혹시 그 재판을 길게 끌 생각이십니까?”
그러더니 대답도 하기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영주의 손자까지 대를 이어 삼대 재판을 하면 되겠군요.”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소리야? 성주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손자?”
무엇보다 여기서 재판을 그렇게 길게 할 수도 없었다. 아타울프를 포섭한 후에는 다른 곳으로 가야 했다.
또한 수호신은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일이 아니었다. 신도 성지에 무언가 해 주어야 했다. 출생지처럼 연고가 있는 성지가 아니라면 더욱 신경 써서.
발트라하 누나를 비롯해 여러 신들은 저마다 성지에 산업을 하나 육성시킨다든가, 항구를 계발한다든가, 큰일을 해 주었다.
지금의 나로선 그럴 힘도, 시간도 없었다.
영주와 성주도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파라, 네 마음은 잘 알겠다.”
레오파라야 우리 교가 흥하길 바라서 하는 소리였다. 언젠가 다가올 전쟁을 모르니까.
계속 그대로, 여기 있는 모두가 영원히 몰랐으면.
내가 온 힘을 다해, 전쟁을 끝내 막아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