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89
◈ 389. [Side Story] 고전덕후 (2)
이후로 나는 인터넷 방송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방송을 보고, 이 판의 문화와 공식을 배웠다. 이 바닥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외웠다.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제야 좀 알 수 있었다.
배운 만큼 방송을 바꿔가니, 시청자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방송에 캠 화면을 추가했다. 조명을 샀다. 게임용 PC외에 방송 송출용 PC를 구입했다.
영상 클립이 저장되는 채널을 개설하고 시청자 커뮤니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시청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 일에든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말주변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쇼맨십도 어설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근성과 끈기는 가지고 있었다. 나는 기왕 시작한 이 일을 더 오래 하고 싶었다.
발성 연습을 하고, 최신 인터넷 문화를 익히려 노력하고, 방송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고…….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영상 클립 하나가 우연찮게 대박을 쳤다.
한 달 정도 막혀 있던 게임을 클리어하고 내가 기쁨에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게임 엔딩에 주인공 캐릭터가 추는 춤을 따라서 덩실덩실 뛰었다. 그런데 그 춤이 좀 웃겼나보다.
– 근데 저 사람 왜 춤춤?
– XXX라는 게임 끝판 깼다나봄. 화면에 저거
– 헐 저 겜 ㄹㅇ 추억인데. 나도 어릴 때 하다가 때려쳤던 건데
– 저 아죠씨 어려운 고전겜만 하는 사람임 ㅇㅇ
– 그럼 게임 요청도 받아주냐?
여기저기서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커뮤니티에 나에 대한 입소문이 조금씩 돌고…….
또 운 좋게 그 다음에 플레이한 게임이 고전이지만 당시에 꽤 유명했던 게임이라, 추억을 회상하는 시청자들이 잔뜩 들어왔다.
이후로도 내가 하는 게임에 따라 시청자 숫자가 요동을 쳤지만, 나는 꾸준히 방송했고 방송은 전체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성장했다.
나는 논란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을 지향하며, 꾸준히 고정 시청자를 늘려갔다.
그리고 방송 3년차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중견을 넘어, 해당 방송 플랫폼의 대표……까지는 아니고.
아슬아슬하게 상위권에 드는 정도의 방송인이 될 수 있었다.
***
맨 처음 내 방송을 봐주었던 그 시청자는 이후로도 꾸준히 내 방송에 놀러왔다.
녀석은 나를 형이라고 불렀다. 나는 녀석을 잼민이라고 불렀다.
이름도 나이도 무엇도 몰랐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가장 오랜 시청자였고, 가장 충실한 시청자였다.
특히 갈피를 못 잡던 방송 초창기, 녀석은 내 방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고, 때로는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나를 도왔다.
나는 진심으로 녀석에 대해 감사했다. 따로 만나서 밥이라도 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녀석은 좀처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인적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렸다. 그렇기에 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에 시청자와 방송인이 과도하게 친목질하는 것도 지양해야 했으니.
…….
방송이 커지고, 이제 내가 이 바닥에 완전히 자리 잡았을 무렵.
어느 순간부터 녀석은 방송에 찾아오는 것이 뜸해졌다.
나는 섭섭했지만, 그런 섭섭함을 느끼기도 힘들 만큼 바빴다. 녀석도 바쁜 현실을 살고 있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문득 녀석에 대한 생각이 나서. 나는 녀석의 채팅 로그를 검색했다. 혹시 내가 신경 쓰지 못한 새에 말을 남겼을까 싶어서.
그러자,
– 오랜만이야, 형!
남아 있었다.
몇 주 전에 녀석이 남긴,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채팅 로그가.
– 나 안 온 사이에 방송 엄청 커졌네?
– 이제 도네이션 안 넣으면 채팅 안 보는 거야? ㅋㅋ 뭐야
시청자가 너무 늘어서, 어느 순간부터 일반 채팅은 모두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와 시청자들은 유료 후원 때 출력되는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게 된 지 오래였다.
– 음…… 도네할 돈은 없는데…….
– …….
– 있잖아, 형.
– 나 곧 수술하는데…….
– 힘내라고 한 마디만 해 줄 수 있어?
메시지는 그곳에서 끊겨 있었다.
멍하니 그 로그를 보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채팅을 녀석이 남긴 것은 몇 주 전.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뭔가, 해야 했다.
***
녀석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거의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리 인터넷 방송 속의 채팅이라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정보가 있는 법이다.
서울의 한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고, 나이는 어린 편. 남자. 가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숨 쉬기 힘들다며 방송을 끄던 녀석.
그 병원을 수소문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장기입원자 중에서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코마(Coma) 상태에 빠진 채,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서, 기계장치에 연결되어 숨만 내쉬는 모습이었지만.
“…….”
어린아이였다.
몇 년 씩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붙어 지낸 녀석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바짝 깎은 머리에는 환자용 비니를 덮어 쓰고, 산소마스크를 차고, 두 눈을 감고 잠든 채.
삑- 삑-
규칙적인 기계음이 귓가를 울린다.
나는 침대 옆에 서서, 그런 어린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삑- 삑-
삑- 삑-…….
기계음 사이로 녀석의 숨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미약했다.
나는 더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 애가 고덕님 방송을 참 좋아했어요.”
녀석의 어머니는 찾아와준 내게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보였다.
“방송하시는 시간만 애가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니까요. 방송이 없을 때는 녹화 영상을 또 보고…….”
“…….”
“병원 생활이 얼마나 무료해요. 게다가 항암 치료가 어찌나 아플지…… 저 작은 몸으로 버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덕님 방송 덕에 애가 자주 웃었어요.”
초췌한 그녀의 미소를 마주보다가, 나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왜 저였을까요?”
“네?”
“저보다 훨씬 재밌는 다른 사람이 하는 방송도 많았을 텐데…… 왜 하필 저였을까요.”
어쩌다가 우연히.
아무도 봐주지 않는 방송에 들어와서, 내게 인사를 건네고.
그리고 그 모질이 방송이 커가도록 도움을 주고.
왜 그랬던 걸까. 이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던 그녀는 이내 흐릿하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왜 저였을까요?”
“예?”
“저보다 훨씬 착하고 인내심 많은 엄마도 있었을 텐데, 이 아이는 왜 제게 태어나준 걸까요?”
그녀의 손이 아이의 마른 뺨을 쓸었다.
“이 아이가 일어나면, 그때 함께 물어보기로 해요.”
“…….”
“오늘 찾아와 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 애도, 고덕님이 오신 걸 알면 기뻐할 거예요.”
나는 그녀의 깍듯한 인사를 뒤로하고 병원을 나섰다.
“…….”
녀석은 태어났을 때부터 아팠다. 소아암의 일종이라고 한다.
평생 병원에서 살았다고 한다. 녀석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은 그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이었다고.
특히, 나의 방송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이런 재미없는 아저씨의 골방 따위를 구경하는 게,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
최근 몇 년, 녀석의 병세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마지막으로 도박 삼아 수술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수술의 경과는 좋았다.
하지만 수술 후 혼수상태에 빠져, 사실상 식물인간이 되어, 그 뒤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너는 알 속에 갇힌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는데.
나는 어느새 돈만 쫓다가,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무시해 버렸구나.
– 힘내라고 한 마디만 해 줄 수 있어?
그깟 힘내라는 말 한 마디가 뭐가 어렵다고.
그 요청을 읽지 못하고, 네가 세상에서 홀로 고립될 때까지…… 버려 두었구나.
‘나도 알 속에 갇힌 너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네가 나에게 그래 주었듯이.
나 또한 너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날 밤.
늦게 방송을 켠 나는 시청자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 옛날 게임 중에 제일 어려운 게 뭐 있죠?”
나는 한 가지 결의를 되새기며, 거듭 물었다.
“누가 봐도 이겨 내기 쉽지 않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그런 게임.”
여러 사람이 채팅을 쳤지만, 그중 하나의 메시지가 눈에 꽂혔다.
– 지옥철인 챌린지 어때요?
.
출시 후 10년이 지났고, 나름의 인기도 있었지만,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한 최고난이도- ‘지옥 철인’ 모드.
나는 이것에 도전하기로 정했다.
시청자들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클리어 때까지 받는 모든 후원 수익은 소아암 지원 재단에 기부하기로 서약해 둔 상태로.
나는 게임을 시작했다.
는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옥 철인 모드는 진짜 토 나오게 어려웠다.
나는 게임 오버 당했다.
제국은 멸망하고, 멸망하고, 멸망하고, 멸망하고, 또 멸망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새빨간 GAME OVER 화면이 떠올라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치우고 다음 회차를 시작했다.
– PRESS START
다시.
수십 시간 공들인 회차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터져도.
– PRESS START
다시.
수백 시간 버텨 낸 회차가 끝내 적의 공세 앞에 무너져도.
– PRESS START
다시.
엔딩 코앞까지 도달한 회차가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실패해도.
– PRESS START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한 번-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겠다. 이 난관을 극복해 보겠다.
너를 응원하겠다.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말아줘.
너의 싸움을, 이어 나가 줘…….
…….
반년이 지난 뒤.
나는 742회차 만에 챌린지에 성공.
최종보스를 물리치고, 라스트 스테이지를 클리어.
마침내 게임의 엔딩에 도달했다.
그리고-
***
…….
침잠하던 의식이, 점차 또렷해진다.
지독한 숙취에서 깨어나는 듯한 감각이었다. 나는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육체 말단에 감각이 돌아온다. 손끝과 발끝을 자각한다. 아주 오래 쓰지 않은 듯 쑤시는 뼈마디를 뒤틀며, 나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하다.
‘여기는, 어디야…….’
나는 분명히, 술을 잔뜩 마시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었다가, 그 안에 떨어져서, 그리고…….
새카만 어둠 속으로 떨어졌는데.
그런데 여기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심지어 좋은 향기까지 난다.
‘뭐야?’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세상이 또렷해졌다. 나는 그제야 주위를 똑바로 살필 수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궁전……이었다. 온통 핑크빛으로 치장된 괴랄한 센스라는 점만 제외하면, 꽤 비싸 보이는 곳이다.
나는 이 궁전의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다.
예?
무릎베개요?
내가 베고 있는 것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허벅지였다. 아니,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고마운…… 아니, 당혹스러운 일을…….
천천히 눈을 위로 들어 살피자,
《앗. 일어났다.》
나를 향해 살포시 웃어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눈동자. 윤기 나는 핑크빛 머리카락에, 머리 양쪽으로 돋아난 뿔. 그리고 특유의 수도사 복장.
……그러니까, 서열 7위의 괴수 군단장.
살로메였다.
서큐버스 퀸이 살포시 웃으며, 내게 쑥스럽게 물었다.
《잘 잤어, 자기?》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악마종 특유의 꼬리까지 좌우로 살랑거리며 흔든다.
“…….”
멍하니 그런 살로메를 올려다보던 나는,
“우와아아악 깜짝이야아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뻗어 그런 살로메의 턱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