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83
◈ 083. [STAGE 4] 작전 지시
그동안 만약을 대비해 에이더가 아이기스 특무대원 5인을 감시해 왔다.
릴리의 일도 있고, 나도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시시덕대기만 할 뿐.
“이들이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든, 이들의 전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방어전에는 투입하시지요.”
루카스도 동의해 주었고, 릴리도 어쨌든 이번 방어전은 납득해 주었고.
이제 서브 파티로서 이번 방어전에 투입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그리하여, 방어전까지 3일이 남은 날 오후.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이 머무르는 방.
“들고 들어와, 루카스.”
“예. 주군.”
내 명령대로 루카스는 새 옷 다섯 벌을 들고 와서 방 안에 내려놓았다.
“전하, 이것은……?”
의아해하는 특무대원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다섯은 앞으로 이 옷을 입어라.”
갓핸드가 조심스럽게 그 옷을 집어들었다.
코트와 재킷, 셔츠와 바지, 넥타이와 가죽 부츠.
전형적인 제국 군복의 구성이었지만, 디자인이 달랐다.
제국 군복은 오로지 흑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이 옷은 붉은색이 곳곳에 화려하게 들어가 있었다.
“옷이다!”
“진짜 의식주 다 챙겨주시네?!”
갓핸드를 제외한 나머지 요원들은 눈을 반짝이며 바로 코트부터 몸에 걸쳤다.
갓핸드는 그런 부하들을 말려야 할지, 아니면 자신도 바로 걸쳐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이곳 괴수전선의 병사들에게 지급할 군복의 시제품이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쉬운 것은 같은 옷을 입는 것이다.
‘여러 용병들을 고용했을 때, 이 친구들이 쉽게 하나의 조직이 되지 못하는 건…… 하나 된 소속감이 부족해서다.’
이곳 괴수전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모이는 용병들을 모두 쓰다 보니, 다들 제멋대로라 하나의 조직으로 쉽게 융합되지 못한다.
그래서 게임에서도 이 소속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군복 제작’이 있었다.
전군에게 지급해야 하기에 비용은 좀 들지만, 효과는 꽤 괜찮은 편.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곳, 괴수전선에 소속될 병사들에게 입힐 군복을 따로 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내 지론인데.
‘군복은 멋있어야 한다.’
아주 끝내주는 패션 잇템이어야 한다. 어느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입을 만큼 멋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다들 입으면서도 자랑스러워하고, 입고 싶어서라도 군에 들어오거든.
제국 군복은 원래 디자인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좀 낡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이 괴수전선의 군복은 꽤나 세련되고 멋지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에이더도 인정했고, 수도 물 좀 잡수신 에반젤린도 예쁘다고 호평했으니.
여기 기준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시제품으로 만들었는데, 사이즈가 좀 작게 나와서. 너희가 입기에 적당할 것 같아서 가져왔다.”
나는 코트에 부착된 천을 가리켰다.
“그리고 너희는 아무래도 정체를 더 감춰야 할 것 같아서…… 후드와 두건을 부착해 두었다.”
요원들이 일제히 후드를 쓰고 두건으로 눈 아래를 가렸다.
펄럭-
갓핸드도 코트를 걸치고, 후드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금부터 너희는 아이기스 특무대 제8팀이 아니다. 그 팀인 너희는 모두 죽었다.”
내 앞에 선 다섯 요원들을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오늘 이 시간부터, 3황자 애쉬 ‘본헤이터’ 에버블랙의 직속 특수부대. ‘그림자 부대’다.”
이들은 사형수.
공식적으로는 이곳 괴수전선에서 처형이 집행될 이들이다.
어차피 신분세탁에 들어갈 텐데, 계속해서 아이기스 특무대 취급을 해도 곤란하겠지.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일단 이름부터 바꿔 두기로 했다.
“자, 그림자 부대 여러분.”
새 이름을 받은 다섯 요원들이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나는 그들에게 씩 웃어 주었다.
“괴물을 사냥하러 가자.”
***
“이번 방어전의 기본 전략을 설명하겠다.”
저택의 응접실.
루카스, 에반젤린, 데미안, 릴리. 이렇게 메인 파티원들이 모인 자리.
“……그 전략 소개에 앞서, 먼저.”
나는 문 밖을 향해 손짓했다.
“새로 편성된 서브 파티를 소개하마.”
대기하던 서브 파티 5인이 응접실 안으로 질서정연하게 들어왔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이미 알고 있어서 태연했고, 릴리는 복잡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데미안만 영문을 모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친구들은 이번에 내 산하로 편입되었다. 사정이 있어서 얼굴은 가리게 됐고. 이름은 ‘그림자 부대’라고 부른다.”
척!
그림자 부대 5인이 일제히 각 잡힌 동작으로 허리를 숙였다.
“오옷.”
아무래도 설렁설렁 친구 같은 분위기인 메인 파티에 비해 훨씬 규율이 있는 모습이라, 데미안은 작게 감탄했다.
“메인 파티와 서브 파티는 서로 협력은 하겠지만, 당장 방어전이 사흘 남은 지금 시점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추는 건 무리다. 각자 할 일을 지정해서 따로 움직일 것이다.”
모두 자리에 착석시킨 뒤, 나는 목청을 돋웠다.
“우선 이번 방어전의 큰 전술을 설명하마.”
에이더가 미리 준비해 둔 브리핑 자료를 가져왔다. 칠판에 분필로 적은 방어전 개요다.
칠판 앞에 선 나는 분필로 ‘킬존’이라고 적었다.
“우리가 할 일은 항상 하던 것과 같다. 킬존을 세운다.”
루카스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군. 이번의 적들은 가고일 군단 아닙니까? 그러면 하늘을 날아서 올 텐데요.”
“그렇지.”
“그렇다면 킬존…… 요컨대 방벽과 바리케이드로 놈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전술은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의 말이 맞다. 방벽이나 바리케이드 따위는 놈들에게 닿을 수조차 없지. 지상에는 킬존을 형성할 수 없다.”
직후 나는 씩 웃으며 칠판을 두들겼다.
“그러니까, 우리는 킬존을…… 하늘에 형성하는 거다.”
칠판에는 크로스로드가 보유한 대포와 발리스타의 숫자, 그리고 그것들이 방어전 동안 계속해서 쏘아 낼 경우 소모될 탄환의 숫자가 계산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포와 발리스타를 끊임없이 쏘아 내서 화망을 형성, 포탄과 화살의 ‘벽’을 친다.”
“……?!”
기겁하는 파티원들에게 나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물론 가고일 놈들은 바위나 강철 따위로 몸이 만들어진 마법생물이다. 당연히 무식한 물리 방어력을 자랑한다.”
물리 방어력이 높고 마법 방어력이 낮다.
이런 점은 스테이지1의 리빙아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
“아무리 화망을 전개해도, 이것으로 놈들을 죽이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경로를 강제할 수는 있겠지.”
나는 칠판에 그려진 방어선 지도의 가운데 부분을 짚었다.
“방어선의 가운데. 이곳은 ‘일부러’ 화망을 얕게 펼친다.”
“일부러요?”
“그래. 가고일 놈들은 높은 방어력을 이용해 근접 백병전을 걸어오는 괴수다. 길을 터 주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나는 칠판에 그려진 성벽의 위를 분필로 쭉 그었다.
“그리고 이곳을 놈들의 시체밭으로…… 킬존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장애물로 경로를 강제하고, 좁은 곳에 몰려든 놈들에게 십자포화를 먹이는 것이 기본 킬존 전략이라면.
가고일 군단에게는 반대로.
포화를 퍼부어 경로를 강제하고, 좁은 곳에 몰려든 놈들을 다른 수단으로 해치우는 것이다.
“놈들을 일부러 이곳으로 끌어들이신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끌어들인 뒤에는 어떻게 해치우실 겁니까? 쥬피터 경은 이번에 참전하지 못할 테고……. 모아 둔 놈들을 해치울 방법이 있습니까, 주군?”
그렇다.
이 전술의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모은 놈들을 해치울 방법의 부재(不在)다.
전격술사 쥬피터가 부상으로 스테이지 아웃한 지금, 놈들을 한 번에 죽일 방법이 있는가?
“방법은 있다.”
그야 있으니까 이 전술을 강행하는 거지!
“다만, 불완전하다.”
하지만 쥬피터만큼 쉽고 편리하진 못하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가고일 놈들이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아나?”
내가 갑작스레 화제를 돌리자 다들 당황했다. 그중 데미안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날개를 이용해 나는 것 아닌가요?”
“그 무거운 몸이 단순히 날개의 힘으로 뜰 리가 없잖아.”
“그럼…… 마법인가요?”
“정답이다, 데미안. 자.”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데미안에게 던져 줬다.
엉거주춤 받은 데미안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사탕의 포장을 뜯고 입에 물었다. 옳지.
“그렇다. 놈들의 날개에는 바람 마법이 걸려 있어. 자, 그럼 여기서 다음 질문이다.”
질문을 맞추면 사탕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림자 부대원들의 눈이 무섭게 빛났다. 얘네 식탐은 좀 무섭군.
“같은 속성의 두 마법이 충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릴리와 갓핸드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둘은 잠시 눈싸움을 했다. 나는 릴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선임마법사. 말해 봐.”
“더 레벨이 높은 쪽이 더 낮은 쪽을 삼킵니다.”
“바로 그거다. 자, 사탕 받아.”
나는 주머니에서 새 사탕을 꺼내서 릴리에게 던져 주었다.
받은 릴리는 머쓱해하며 주머니에 사탕을 넣었다.
나는 그림자 부대원들을 보며 씩 웃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럼, 가고일 놈들에게 더 높은 레벨의 바람 마법을 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림자 부대원들이 일제히 손을 들더니 외쳤다.
“추락해요!”
“바로 그거다. 자, 다 받아라.”
나는 그림자 부대원들에게 하나씩 사탕을 던져 주었고, 루카스와 에반젤린에게도 하나씩 던져 줬다.
다들 사탕을 물고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의 경로를 강제해서 한 곳에 모은 다음, 그곳에 더 강한 레벨의 바람 마법을 사용하면.”
성벽의 중앙으로 놈들을 모은 다음, 그곳에 바람 마법을 쏘아 내면.
“놈들의 날개에 부여된 바람 마법은 집어삼켜지고, 놈들의 날개는 양력(揚力)을 잃는다.”
다시 말해- 추락한다.
“상공을 날아온 놈들이 성벽 위에 발을 딛기 전에, 그 전에 추락시키는 거다.”
그제야 내 생각을 이해한 파티원들이 작게 아- 소리를 냈다.
“바위나 강철 따위로 이뤄진, 아주 무거운 친구들이지. 상공에서 지상까지 추락하면 무사할 수 없을 거다.”
이것이 가고일과 리빙아머의 차이다.
리빙아머는 갑옷에 깃든 망령. 갑옷이 어느 정도 파손되어도 망령은 무사하므로 계속 움직인다.
실제로 성벽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하게 다시 기어 올라왔다.
반면 가고일은 몸의 내구도는 더 높지만, 몸이 부서지면 죽는다.
‘언제나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머리 위에 적이 있다면 내 눈높이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 공략의 첫 단추.
날개를 빼앗는 방법부터 궁리하는 것이 나라는 플레이어의 사고였다.
“하지만 저희 중에는 바람 마법 사용자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리 수리를 지시해 뒀지. 바람 마법 아티팩트가 있다.”
내가 릴리를 보자, 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수리를 지시하신 아티팩트는 모두 수리가 끝났습니다.”
“좋아. 이번에 성벽에 배치될 돌풍 방사 아티팩트는 총 세 개다. 다만 문제가 있다. 릴리, 아티팩트의 작동 시간과 충전 시간이 어떻게 되지?”
“각 아티팩트당 작동 시간은 5분. 그리고 충전 시간은 15분입니다.”
이것이 문제.
그리고 이번 작전의 불완전한 부분이었다.
“그래. 사이에 시간이 빈다.”
아티팩트는 사용이 끝나고 충전이 시작된다.
첫 아티팩트가 5분간 대공을 틀어막고 충전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시간이 15분.
뒤이어 다른 두 아티팩트가 차례로 대공을 틀어막고, 세 번째 아티팩트까지 작동이 멈췄을 때.
첫 아티팩트의 충전까지는 5분이 남는다.
5분.
5분간, 하늘이 빈다.
“이 빈틈에 놈들은 몰려올 것이다.”
결국 이 5분간 바람의 킬존을 통과한 놈들은…… 우리가 몸으로 부딪혀 제거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정직하게 붙을 수밖에.”
현재 크로스로드에 소속된 모든 병사들은 화망 생성에 동원된다.
성벽 위에 상륙하는 놈들을 백병전으로 밀어내는 것은 이곳에 모인 영웅 캐릭터 파티가 해내야 한다.
“루카스. 에반젤린. 데미안. 릴리. 그리고 나. 메인파티인 우리가 성벽 위, 1선을 맡는다.”
나는 익숙한 메인 파티원들을 훑어보았다.
나와 함께 사선을 넘나든 믿음직한 멤버들은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귀여운 것들.
다음으로 나는 그림자 부대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를 돌파하는 놈들은 서브 파티, 그림자 부대가 맡는다. 너희는 여차할 경우 우리와 교대하면서 싸울 것이다.”
다섯 엘프들은 진중한 얼굴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앞으로 너희들이 받을 대우가 이번 전투로 정해질 거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겠지.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 줘야 할 타이밍이다. 그림자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자 부대까지 돌파해서 성벽 안쪽으로 들어선 가고일 놈들은, 세 번째 서브 파티가 맡을 것이다.”
그동안 수급한 N등급 영웅들로 서브 파티 하나를 짜두었다.
이들은 미리 소집해서 먼저 작전을 설명해 두었다.
이들은 성벽 안쪽에서 마지막 방어선을 맡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시민들을 대피시키면서 괴물들을 막아 낼 최후의 예비대다. 얘네한테 사탕도 먼저 줘 뒀어.
“격렬한 난전이 될 것이다. 상정 외 상황도 계속해서 일어날 테고.”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다음 말도 덧붙였다.
“이전 스테이지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생길 거다.”
많이 다칠 것이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고.
이곳의 영웅들 중에서도,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
스테이지2는 변경백의 희생이 있었기에 파티원을 잃지 않았고, 스테이지3은 기적과 요행이 겹쳐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누구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잃을 각오도 해야 한다.
그것이 괴수전선이고. 나는 그 전선의 사령관이니까.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 파티의 멤버들이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구차한 걸 알면서도, 나는 굳이 다음 말을 내뱉었다.
“살아남아라. 모두.”
***
사흘 뒤.
방어전 당일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하늘을 새카맣게 물들이며-
괴물들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