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871)
871화. 1차 충돌
김준태의 역할은 MC였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뒤에서 가만히 있던 게 아니었다.
노래자랑 MC를 시작으로 준태는 아랑으로부터 MC 역할을 부여받았다.
‘내가? 자신 없는데……’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라면 해.
아랑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았으니까.
부산에서 진행할 콘텐츠와 일정표를 전달받았고 수차례의 이미지트레이닝을 거쳤다.
그리고 지금이 정식으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방 정하기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원도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방 정하기 미션.
확실히 계획표에 적혀있긴 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방을 정한다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앞에 별장이 보이죠?”
준태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미 준태는 속성으로 콘텐츠를 숙지한 상태였으니까.
“보다시피 두 개의 건물이 보일 겁니다.”
그렇다.
별장은 규모가 큰 것도 있지만 두 개의 건물이 조금의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하나만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규모면 건물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제부터 한 명씩 이동하겠습니다. 방을 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두 건물 중 한 곳을 선택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같은 건물을 선택한 사람끼리 룸메이트가 될 겁니다.”
규칙은 서로 상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꽤나 재미있었다.
같은 건물을 선택하면 룸메이트가 된다라.
“자, 먼저 갈 사람 있나요?”
“저요!”
번쩍 손을 든 건 레나였다.
바로 지원한 걸 보면 마음에 쏙 든 숙소가 있는 모양이다.
레나가 출발했다.
문을 향해 걸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어디로 들어가려나.’
왼쪽과 오른쪽.
아이들도 설레는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정했어.”
“지, 진짜?”
“응.”
상의는 불가능하지만 이 정도의 대화는 용인됐다.
지우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 그런데.. 혼자만 다른 곳 선택하면 어떡해?”
“혼자 자야 하는 거겠지.”
역시 ‘T’ 성향인 시은이.
이미 팀 정하기 룰에 대해 완전히 파악한 상태였다.
그렇다.
이 룰에 따르면 혼자 다른 방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허나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반대일 수도 있어.”
불안해하던 지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 응?”
“우리 다 똑같은 방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까.”
“.. 아!”
확실히 그랬다.
여섯 명 다 똑같은 방을 선택하는 경우의 수도 존재했다.
가능성이 낮을 뿐.
“그리고 혼자가 될 확률은 낮을 거야. 적어도 두 명은 같은 곳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 그렇겠지?”
연두와 월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와중에도 룰은 절대 어기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
한편 레나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흐응……”
왼쪽과 오른쪽.
고민이 될 법도 하지만 이미 레나는 정해둔 답이 있었다.
관건은 바로 외벽이었다.
숙소를 보는 순간 갈색 외벽이 레나를 끌어당겼으니까.
“여기!”
고민 없이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문을 여는 동작은 다소 조심스럽긴 했지만.
“안녕하세요.. 들어갈게요……”
혹여나 누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인기척은 없었다.
신이 난 레나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문이 닫혔다.
역시 숙소 내부 이곳저곳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있었다.
파앗-
입장과 동시에 켜지는 조명.
레나의 입이 벌어졌다.
“와아……”
외관은 한옥이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한 현대식이었다.
알록달록한 내부.
색감을 잘 써서 꾸민 게 느껴지는 인테리어였다.
거실에 있는 디귿 자 소파와 커다란 주방, 그리고 그 옆에 우뚝 선 커다란 민트색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예쁘다……”
멍하니 구경하던 레나의 얼굴에 순간 장난기가 번졌다.
한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 앵글 속에서 레나가 감촉같이 사라진 건.
레나가 숨은 곳은 화장실이었다.
“히히. 깜짝 놀라겠지?”
레나가 숨은 곳은 바로 화장실이었다.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누가 올까?’
레나는 친구들이 올 거라 굳게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처음으로 나선 레나는 가능성을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말이다.
그저 해맑을 뿐이었다.
“……”
그러나 길어지는 정적.
레나의 마음속에도 혹시 친구들이 안 오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면 현관문이 잠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못 들어오고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에 화장실을 나가려는 찰나였다.
똑. 똑.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란 레나가 뻗은 손을 회수했다.
검지는 입술에 가져다 댔다.
“.. 쉿.”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대체 누굴까.
그 의문을 해소해 준 건 다음에 들려온 혼잣말이었다.
속상함이 가득 담긴 혼잣말.
“레나 없다……”
그렇다.
두 번째로 나선 건 연두였다.
문을 열자마자 레나가 없어서 깊은 실의에 빠진 연두였다.
***
“네, 레나양이 선택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누가 가 볼까요?”
“저여!”
번쩍 손을 든 건 연두였다.
목표는 분명했다.
레나가 선택한 곳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 같이 쓰고 싶어!’
그게 연두의 최종목표였다.
모두 같은 방을 선택해서 다 함께 룸메이트가 되는 것.
그러려면 레나가 있는 방에 들어가야 했다.
툭.
갈림길에 선 연두.
막상 서고 나니 더 어려웠다.
더듬이처럼 양손의 검지를 머리에 대고서 빙글빙글 돌며 고민할 정도였다.
레나는 어디로 들어갔을까.
“……!”
그때 연두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레나가 좋아하는 색.
‘나는 갈색이 좋아!’
‘왜?’
‘갈색은 예쁘니까! 그리고.. 내 리베도 갈색이고……’
리베.
그건 레나가 지어준 바이올린 이름이었다.
꽤 지난 일이지만 연두는 그때 레나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명백한 단서였다.
“레나는 여기 갔을 거야!”
거의 확신이었다.
우정에서 비롯한 정보에 근간해서 연두는 숙소를 선택했다.
왼쪽의 숙소였다.
두어 번 노크하고서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끼익.
켜지는 조명.
발을 들인 연두는 집 안 이곳저곳을 살폈다.
어디에도 레나가 보이지 않았다.
“레나 없다……”
속상할 만도 했다.
모두 한 방을 쓰겠다는 부푼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으니까.
연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였다.
옆에 있는 문틈으로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건.
“.. 힛. 히힛.”
“……!”
연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귀신이다.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활짝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꺄악!”
기겁한 연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에 비치는 건 다름 아닌 레나였으니까.
“연두야!”
레나가 안겨들었다.
비록 웃음은 못 참았지만 놀래키기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레나다.. 레나야……”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 선택했어, 레나야?”
“응!”
“와아!”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두 아이.
그러다 레나는 다시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고 연두 손을 잡아끌었다.
화장실 안으로.
“쉬이.. 또 놀래자, 연두야.”
놀래자.
미숙한 한국어긴 했지만 연두는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생긋 웃으며 레나를 따라 들어간다.
“응!”
그렇게 또 작전이 시작됐다.
***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모두 첫 번째 숙소를 선택했다.
“어흥!”
“우아악!”
우선 월이를 보기 좋게 놀라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뭐, 뭐고!”
“헤헤.. 놀랐지.”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월이가 합류했다.
월이의 합류 이후에도 작전은 중지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호랑이굴에 발을 들인 다음 타자는 유리였다.
“뭐, 뭐야..”
아무도 없는 거야?
그 말을 입 밖에 뱉으려던 참이었다.
덜컥-
닭살이 돋았다.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소리가 들렸으니까.
알다시피 유리는 겁쟁이였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건 유리 본인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흥!”
“꺅! 꺄아악! 꺄아아아악! 뭐야! 뭐야뭐야, 뭐냐구!”
까마귀도 없는데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비백산이 된 유리.
살짝 고개를 들어 친구들 얼굴을 보고 난 뒤에야 유리는 상황을 파악했다.
“괘, 괜찮아, 유리야..?”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연두가 말을 건넸다.
“개, 개안나.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다.”
“프흣! 겁쟁이 미뉴리..”
월이도 사과의 말을 건넸다.
유리의 찰진 리액션에 레나는 배꼽을 잡고 웃긴 했지만.
분한 표정의 유리.
“너도 똑같거든! 처음이라 다행인 줄 알아!”
“메롱.”
옆에서 연두가 얘기했다.
“이, 이제 그만할까? 놀래키기..”
“아니.”
대답한 건 유리였다.
당한 건 분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멈출 수는 없었다.
왜냐고?
이제 남은 건 연시은과 윤지우 둘뿐이니까.
그중에서도 유리가 노리는 표적은 다름 아닌 시은이였다.
‘연시은……’
연시은이 겁을 먹거나 놀란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이번이 기회였다.
경험해 봤으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연시은이라도 이건 놀랄 수밖에 없다고.
“흐흐.”
이번 장난은 유리가 리드했다.
“다 들어와. 빨리!”
“응.”
협조하는 아이들. 운명의 장난일까.
유리의 계획대로 다음으로 발을 들인 건 시은이였다.
다섯 명이 하나의 숙소를 선택한 거다.
끼익.
문이 열렸다.
숨죽인 채로 화장실 안에 있던 유리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신호였다.
셋, 둘, 하나가 되면 나갈 거라는 신호.
이윽고 손가락이 모두 접히고 유리를 선두로 아이들이 튀어 나갔다.
“와악!”
유리가 낸 소리였다.
그리고 잠깐 일시정지라도 해 놓은 듯이 장면이 멈췄다.
정면으로 마주친 시선.
시은이는 한 번 눈을 깜빡이고서 입을 뗐다.
“안녕, 민유리.”
“……”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이보다 뻘쭘한 상황이 또 있을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가장자리로 걸어가는 유리.
그래도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다섯 명이야!
“이제 지우만 오면 돼! 그럼 다 룸메이트야!”
“히히.”
그렇다.
이제 남은 건 지우뿐이었다.
지우만 온다면 모두가 바라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 지우는?”
시은이의 한 마디가 아이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
시은이는 마지막이 아니었다.
다섯 번째로 나선 지우가 선택한 건 오른쪽 숙소였다.
‘.. 아무도 없어.’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혹시 몰라 화장실 문도 열어봤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지우를 제외하면 아무도 이 숙소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털썩.
지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울고 싶었다.
극적으로 합류한 여행인데 친구들 없이 혼자 방을 써야 한다니.
아무리 넓어도 공허할 뿐이었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은 시은이도 반대쪽 숙소를 선택했다는 걸 알게 해 줬다.
왜일까.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건.
‘결국 인생은 혼자란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허나 그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왜냐고?
굳게 닫혀있던 현관문이 활짝 열렸으니까.
놀란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에 들어온 건 지우를 찾아온 다섯 명의 아이들이었다.
“가자, 지우야!”
아이들이 지우를 일으켜 세웠다.
“으, 응?”
영문도 모르고 일어서는 지우.
그런 지우를 데리고 아이들이 향한 곳은 여전히 마당에 폼을 잡고 앉아있는 김준태 앞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물었다.
“숙소는 정해졌나요?”
예능을 보면 자주 발생하곤 한다.
PD와 출연자 사이에 예능의 일환으로서 충돌이 발생하는 건.
아이들은 입을 모아 소리쳤다.
“인정할 수 업서요!”
“예, 예?”
“다 같이 있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아이들과 김준태 PD의 1차 충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