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57)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57화
15. 무태식이 돌아왔구나! (2)
이경훈이 거칠게 혀를 찼다.
‘슬슬 이렇게 나오기 시작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지금까지 이경훈은 적지 않은 고의 사구를 받아냈다.
1루 베이스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는 물론, 비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의사구는 처음이다.’
1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이다.
고의사구가 나올 이유가 전혀 없 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이경훈에게 나타난 초록창 스포츠 문자 중계는 이경훈의 고의 사구를 나타내고 있다.
티라노스가 이경훈을 고의사구로 거른다는 거다.
‘이런 상황인데도 승부하느니 걸러 내는 게 낫다는 건가……
이경훈과의 승부를 포기한다는 티 라노스의 항복 선언이나 마찬가지 다.
다르게 말하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를 상 대하느니 2사 1루 상황에서 무어를 상대하겠다는 거다.’
이경훈이 미간을 구기며 생각했다.
‘혹시, 전 타석 거르려는 건 아니 겠지?’
이런 상황에서 걸러내는 걸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예전 같았으면 고의사구 투구에 스윙해서 스트라이크를 먹고 불리한 볼 카운트를 감수해서라도 타격할 수 있었겠지만……
자동 고의사구 규정이 신설되어 그 럴 수도 없게 되었다.
티라노스가 이경훈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려고 한다면, 이경훈으로서는 내보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국, 티라노스의 감독이 티라노스 의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그리고 주심에게 손가락 네 개를 들어 보였다.
자동 고의사구 요청 사인이다.
“뭐, 뭐냐……?”
“지금, 경훈이 형을 거른 거냐? 아 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이없어하는 버펄로스의 선수들과 는 대조적으로, 티라노스의 선수들 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했다.
마치, 이경훈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분위기 였다.
그리고, 그 당사자인 이경훈은…….
‘공짜 출루는 고맙긴 한데, 대놓고
저래도 되는 건가……?’
오히려 티라노스를 걱정하고 있었 다.
고의사구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티라노스는 상당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터다.
이경훈이 타격 장비를 벗어, 볼 보 이에게 건네준 뒤, 1루 베이스로 향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어도 걱정이다. 내색은 안 하겠 지만, 열 좀 받을 텐데……
지난 시즌에는 리그 정상급의 장타 자였으며.
이번 시즌에는 1군에 복귀한 이후 로 다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 브래드 무어의 타석 앞에 이 유 없는 고의사구를 내보낸 거다.
브래드 무어로서는 자존심이 적잖 이 상할 상황이다.
‘자극을 받아서 잘하면 다행이겠지 만…… 평정심을 잃고 실수를 할 수 도 있다.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는 수밖에……
1루 베이스를 밟고 1루 주자가 된 이경훈이, 이제 막 타석에 들어서려 는 브래드 무어의 기색을 살폈다.
다행히, 평정심을 잃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이경훈이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결국에는 무어가 해줘야 한다. 그리고, 나는 주자로서 무어를 도와줄 수 있지.’
5초 후의 게시판 덕분에, 이번 시 즌 도루 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는 이경훈이다.
위협적인 주자는 아닐지라도, 티라 노스의 배터리를 귀찮게 하기에는 충분한 주자가 될 거다.
넉넉히 리드를 잡으며 도루를 시도 하려는 이경훈에게 초록창 스포츠 문자 중계가 나타났다.
[1 루 주자 이경훈 : 도루 실패 아웃(포수一유격수 태그 아웃)] [1 회 말 버펄로스 공격 종료]
‘……깝치지 말자.’
다시 리드를 좁힌 이경훈에게 티라 노스의 선발 투수가 견제구를 던졌 다.
이경훈이 즉시 귀루했다.
타다다닥!
팡!
“세이프!”
티라노스의 1루수가 티라노스의 선 발 투수에게 볼을 넘기는 걸 확인하 고서야 이경훈이 1루 베이스에서 발 을 떼었다.
‘고의사구로 내보내 놓고 견제구는 던진다 이거지?’
하지만, 티라노스의 배터리를 귀찮 게 하려던 이경훈의 목적은 달성됐 다.
그 증거로, 이런 문자 중계가 나타
났다.
[4번 타자 브래드 무에
[1 구 타격]
[브래드 무어 : 좌익수 오른쪽 2루 타]
[1 루 주자 이경훈 : 3루까지 진루]
3루까지 진루.
몰랐다면 말이다.
‘투수가 투구 동작을 취하자마자 뛸 거다. 무어의 2루타에 홈 플레이
트를 밟는 거다.’
이경훈의 딜레이드 스틸이 브래드 무어의 타격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터다.
티라노스의 선발 투수가 투구 동작 에 들어갔고.
타다다닥!
이경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
브래드 무어의 타구가 좌익수와 중 견수의 사이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 한 뒤, 이경훈이 거침없이 질주했다.
결국.
탁!
“세, 세이프-—!”
볼이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기 전에 득점을 올렸다.
1 대 0.
이경훈이 긍정적인 결과를 더욱 긍 정적인 결과로 바꿔냈다.
슬라이딩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이경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2루 베이스에 안착한 브래 드 무어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브래드 무어도 같은 동작을 취해 보이며, 이경훈의 허슬 플레이에 화 답했다.
이경훈을 고의사구로 내보낸 티라 노스에게 이경훈, 그리고 브래드 무 어가 제대로 된 엿을 먹였다.
이경훈이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문자 중계만 나오니까 반응이 없 어서 심심하네……
하지만, 괜찮았다.
더욱 생생한 반응이, 열렬한 환호 가 이경훈에게 쏟아졌다.
“이경훈! 이경훈! 이경훈!”
“브래! 드! 무! 어!”
버펄로스 필드의 버펄로스 팬들이 함성을 터뜨렸고.
“와! 저걸 들어오시네!”
“나이스 런!”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에서 버펄로스 의 선수들이 이경훈을 환영으로 맞 이했다.
후반기의 첫 경기, 그 초반부터 분 위기를 가져오는 버펄로스였다.
티라노스의 유민우 감독이 그 광경 을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대실패군.’
전력분석팀의 남궁영근 팀장에게서 이경훈을 전 타석 걸러내는 건 어떻 겠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유민우 감독은 내심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럴 생각은 있었지만…… 실전에 서 실행에 옮기기에는 부담이 있었
다.’
그 부담을, 전력분석팀의 남궁영근 팀장이 전력분석팀에서의 제안이라 는 방식으로 덜어준 거다.
‘그 결과, 이렇게 됐지. 선배님을 뵐 낯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민우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경훈을 전 타석 걸러내는 건 합 리적인 선택이다. 지금처럼 이경훈 의 다음 타자들이 활약하지만 않는 다면, 버펄로스의 득점 루트는 차단 된다.’
실점을 기록하게 된 티라노스의 선 발 투수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유민우 감독의 의중은 변함이 없었 다.
유민우 감독이 티라노스의 투수 코 치에게 귀띔했다.
“다음 타석, 아니. 전 타석 걸러 보낼 거다.”
경질되는 건 유민우 감독이지 자신 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티라노스 의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3회 초.
딱!
티라노스의 7번 타자의 스윙에, 타 구음이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텅
버펄로스 필드의 좌측 담장을 넘겨
버리는 홈런이 되었다.
1 대 1.
이경훈과 제이콥 다니엘이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경훈이 자책했다.
‘2루타를 친다는 문자 중계를 보고 구종을 바꿨다. 문제는 구종이 아니 라 코스였고. 내 실수다.’
절치부심한 이경훈이 이어진 타자 들에게는 신중하게 승부를 걸었고.
쐐애애액
팡!
“스윙! 아웃!”
더 이상의 실점도, 출루도 허용하 지 않고 이닝을 마쳤다.
이경훈이 마운드에서 내려온 제이 콥 다니엘에게 다가가 미안함을 표 했다.
“쏘리, 다니엘. 내가 안일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는지, 제이콥 다니엘이 이경훈에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통역을 거쳐 말하길.
“이경훈 선수가 지금까지 해주셨던 리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랍니 다. 자기가 더 잘 던졌으면 홈런도 안 맞았을 거라고 하네요. 이경훈 선수는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합니 다.”
“다니엘..
이경훈이 내심 감동하며 생각했다.
‘화는 안 내더라도 불만 정도는 내 비칠 법도 한데…… 다 자기 탓으로 돌리면서 나를 위로하는 거다.’
지금까지 제이콥 다니엘을 도와준 보답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경훈이 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이경훈이 제이콥 다니엘에게 말했다.
“그래. 겨우 한 점 내준 거니까 다 시 벌어오면 그만이지. 점수는 내가 벌어올 테니까, 다니엘 너는 계속 그렇게만 던져라.”
“땡큐.”
제이콥 다니엘과 주먹을 부딪친 이 경훈이 타격 장비를 챙겼다.
이어지는 3회 말 공격에서, 제이콥 다니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 다.
그런데.
[3번 타자 이경훈]
[이경훈 : 자동 고의사구]
[4번 타자 브래드 무에
1회 말과 정확히 일치하는 2사 주 자 없는 상황에서, 티라노스는 한 번 더 고의사구를 선택했다.
티라노스의 유민우 감독이 자동 고 의사구 요청을 했고.
“젠장……I”
이경훈이 신경질적으로 타격 장비 를 벗어 던졌다.
버펄로스 필드의 버펄로스 팬들도 이경훈 못지않은 격한 반응을 보였 다.
“우우우우……! 쫄았냐! 유민우!”
“그러고도 프로냐? 치졸하다, 진 짜!”
“개쪽팔려!”
“이딴 식으로 하니 9등따리나 하고 있지! 한심한 새끼들!”
‘9등따리’라는 말에, 티라노스의 일 부 선수들이 울컥하는 반응을 보이 기는 했지만, 더 격한 상황으로 치 닫지는 않았다.
이경훈은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다.
타격 장비를 벗어던진 행위에 대한 가벼운 경고였다.
“이해는 하지만……. 알지?”
“……예, 알겠습니다.”
평정심을 찾은 이경훈이 느릿느릿 걸어가,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경훈이 티라노스의 1루수를 노골 적으로 노려본 뒤, 자신의 오른쪽 허리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리드 미스로 실점을 내주고도 타격을 못 한다는 게 답답해서 그랬
다. 짜증이 나긴 하지만, 내가 화를 낼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화를 낸 다면……
두 번 연속으로 자신의 앞에서 고 의사구가 나온 브래드 무어가 내야 할 거다.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지만…… 어쩔 수 없다. 1회 말 때처럼, 주자 로서 무어를 도와주는 수밖…… 어?’
조금 이른 타이밍에 나타난 문자 중계에, 이경훈이 의미심장한 미소 를 지었다.
그리고 이경훈은 브래드 무어를 도
와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4번 타자 브래드 무에
[1 구 타격]
[브래드 무어 : 좌익수 뒤 홈런 (비 거리 : 145M)]
[1 루 주자 이경훈 : 홈 인]
브래드 무어가 타석에 들어섰다.
쉬이이익…….
딱!
맞는 순간, 티라노스의 수비수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들이 막아낼 수가 없는 타구라 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텅!
장외 홈런이 될 뻔한, 브래드 무어 의 투런 홈런이었다.
한국 프로 야구 리그의 팬들 사이 에 길이 회자될, 이경훈 거르고 브 래드 무어, ‘이거무’ 전설의 시작이 었다.
이경훈이 외쳤다.
“무태식이 돌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