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오행의 기운이 담겨있는 오행주는 특별한 구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희귀한 건 아니야. 중국만 가도 여러 개의 오행주를 찾을 수 있지.”
출항 대기를 하고 있는 여객선 주위를 돌고 있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지훈이 설명했다.
완도 화흥 포항에서 출발하는 이 배는 10분 후인 12시 50분에 출항하여 35분 후 보길도에 도착하는 정기 여객선이다.
지난 토요일 신 대표의 전화를 받은 지훈은 바로 월요일 배를 예약했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행주라는 것이 결국 오행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구슬이잖아? 그래서 보통 오행주는 각 오행의 기운이 풍부한 장소에서 생기기 마련이지. 예를 들면 화행주는 화산 주변에서 많이 만들어지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행주도 예전에 백두산 주변에서 생겨났다고 알고 있어.”
“지금 저희가 갖고 있는게 화행주, 목행주, 금행주인가요?”
“맞아. 토행주는 지금 개마고원에 있는 토룡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서 지금 협상 중이야. 조만간 완료될 것이라고 상이 이야기했었어. 유일하게 그 행방이 묘연하던게 바로 수행주였는데 이번에 탄주어가 나타나면서 찾게 된 거지.”
바닷속은 현재 회사로서도 미지의 영역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바닷속의 생태계까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스탠스다.
바닷속으로 튕겨오는 요괴들이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어쨌든 그런 까닭에 수행주는 꽤 오랫동안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거대 탄주어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얻은 회사에서 조금 더 조사를 해보던 중 녀석이 수행주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탄주어는 공격성을 띄지 않아. 그래서 굳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그런데 이렇게 탄주어가 불쑥 나타났다는 건 바닷속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는 소리기도 하지. 그래서 그것도 알아볼 겸 해서 겸사겸사 오게 된 거야.”
“그래서… 추가 일행이 있는 건가요?”
시영이 그렇게 말하며 떨어진 곳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 은정과 수로 그리고 승주를 바라보았다.
월요일에 일하는 곳에 같이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승주는 흔쾌히 승낙했고, 오늘 아침 지훈 일행과 함께 완도까지 동행했다.
“근데 수로 씨는 왜?”
“내가 같이 오자고 했어. 앞으로 회사에서 정보를 다룰 친구니까.”
수로는 현재 뱀파이어 협회에서 조금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협회 내에서 부회장과 정보국장을 겸하고 있는 승민의 눈에 들기도 했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수로는 같은 정보국 내의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견제를 받는 위치가 되었다.
그래서 지훈이 그런 수로를 픽했다.
도깨비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추합하는 상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수로의 주된 역할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현장에 나와서 직접 생생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 승주도 수로도 서로를 알고 있으니까 마침 잘 되었다 싶기도 했고.”
대전에서의 일에 관해 지훈이 물었을 때 승주는 굳이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그 당시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그래서 지훈이 평범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수로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했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도 왜 가만히 있었냐는 지훈의 질문에 승주는 ‘그냥’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뭐하러 자기가 그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냐고, 어차피 말해봤자 자신의 말에는 귀 기울여주지 않을 텐데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 승주의 대답이었다.
“그래도 은정이가 승주를 잘 케어하는 것 같아요.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처 입은 친구들끼리 무언가 통하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원래 상처 입은 동물들끼리는 서로를 그루밍해준다고 하잖아. 아마 본능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리고 은정이도 승주도 서로의 사연에 대해 제대로는 모를 텐데 말이야.”
시영은 그것이 신기했다.
굳이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니 서로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은정과 승주는 꽤나 잘 지냈다.
그래봤자 은정이가 승주에게 장난을 치고 승주가 당황해하며 반응하는 것이 주된 모습이었지만.
“뭐 몇 달 있으면 승주도 이제 만 16세가 될 테니 법적으로 문제도 없잖아? 저러다 잘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러기를 바라시는 건 아니고요? 둘을 억지로 붙여놓은 건 지부장님이시잖아요.”
“억지로 붙여놓은 건 아니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이유도 있었잖아. 아, 출발한다.”
배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승선장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배를 처음 타보는 것인지 승주와 은정이 조금 들뜬 상태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보였다.
혹시 몰라 승주에게는 멀미약을 먹이긴 했는데 저렇게 걸어 다니다 보면 약이 소용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보길도에 간 이후에도 좀 더 이동해야 돼. 거기에 가서는 강지훈 너의 능력이 필요해.”
수로가 지훈의 옆쪽으로 오더니 그렇게 말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기감으로 녀석을 찾아달라는 의미인가?”
“그런 것도 있고 예상외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예상외의 사태라…….”
“수행주를 품은 탄주어라면 웬만한 놈이 아니면 그 적수가 없을 거야.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녀석이 갑자기 폭주해서 날뛴다면 녀석을 제압할 만한 인물은… 강지훈 너밖에 없어.”
일반적인 탄주어들도 그 덩치가 지금 타고 있는 배 만하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났다는 탄주어는 그것보다도 더 크다고 하니 웬만해선 상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만약 탄주어가 날뛰게 된다면 힘들 거라는 수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지훈이 수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해 용왕이 공석인 것이 아무래도 영향이 큰가?”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있던 메탈레스 차원에서도 바다의 지배자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컸어. 생태계나 해류의 움직임 모두 지배자의 유무에 영향을 받으니까. 어떻게 보면 지배자가 공석인 채로 백 년 넘게 유지되었던 게 더 신기한 거라고 할 수도 있지.”
청해진이 세워진 이후로 남해는 쭈욱 한반도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하지만 조선이 쇠퇴하면서 점차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것은 해양 요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런 탓인지 조선이 멸망하면서 당시 남해 용왕이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남해 용왕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고려가 멸망하면서 서해 용왕이 물러나고, 조선이 멸망하면서 남해 용왕이 물러남에 따라 이제 한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바다는 동해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천오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해 용왕으로서 자리하는 문무대왕이 아니라면 아마 그마저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탄주어 나타났을 때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수행주를 품고 있는 저 탄주어가 그동안 남해의 지배자 역할을 했던 게 아니었냐는 거였지.”
“탄주어가? 그러기에는 탄주어의 습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습성이 왜요?”
“아까도 말했지만 탄주어는 공격성이 적습니다. 뭘 하려고 하는 의지도 크지 않고요. 굳이 말하자면 그저 이리저리 다니면서 살아지는 대로 사는 녀석이 탄주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긴 했는데 굳이 지배자라고 해서 뭘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존재함으로써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잖아.”
수로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지배자라고 해서 꼭 열정적이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특이한 상황이 없다면 굳이 무엇을 하지 않고 관망 혹은 방조하는 타입의 지배자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렇다면 더 문제 아닌가? 왜 그런 녀석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지? 그럴 가능성은 오직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지금까지 가만히 관망하던 탄주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는 건 본인이 나서야 할 만큼 남해의 해양생태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바다속의 일까지 신경 쓰기에는 힘든 지훈에게 있어 그것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니까 신 대표가 급하게 연락한 거겠지? 수행주를 찾는 것도 찾는 거지만 사실 나는 이쪽을 알아보러 이곳에 왔다는 게 더 맞을 거야.”
“그럼 저희랑 따로 행동할 건가요?”
“네. 저 꼬마들이랑 여기 두 사람은 원래 하려던 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저는 따로 정보를 찾으러 돌아다닐 겁니다.”
다른 뱀파이어들은 현재 치안 활동을 하느라 바쁘고, 사념체는 주로 육지에 집중되어 있다.
도깨비들도 남해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직접 누군가가 움직여야 한다.
아마 보길도가 아닌 다른 곳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할 수도 있다.
“뭐 어차피 최종 목적지는 같을 것 같기는 한데?”
지훈의 지적에 수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에는 수로도 탄주어를 찾아서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로가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는 사이 지훈이 탄주어를 찾아야 한다.
신 대표가 지훈에게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가달라고 한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뭐 어차피 수행주도 찾긴 해야 하니까. 최악의 경우 그 탄주어를 죽여야 하려나.”
“그러질 않길 바래야겠지.”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배는 어느새 보길도에 도착해 있었다.
은정과 승주는 보길도로 향하는 내내 바다를 구경하더니 눈에 보길도가 보일 때쯤에야 지훈과 시영의 옆으로 돌아왔다.
“구경은 잘했어? 둘 다 배 타는 건 처음이라고 했었지?”
“네. 이렇게 멀리 온 것도 처음이죠.”
“하하. 자, 그럼 내릴 준비하자.”
잠시 후 배가 보길도에 도착했고, 지훈 일행은 짐을 챙겨 하선했다.
“그럼 난 가볼게. 찾으면 연락해.”
하선하자마자 수로는 그렇게 말하며 사라졌고, 지훈 일행은 본인들을 마중 나온 펜션주인의 차를 타고 펜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후 그곳에 짐을 푼 다음 펜션을 나와 바닷가를 걸었다.
“좀 막막하긴 하네요.”
“기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은 많은데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고. 흠… 어쩐다?”
시영과 지훈이 조금 앞서서 걷고 있고 뒤쪽에서는 은정과 승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주된 대화의 소재는 요괴와 관련된 각종 이야기들.
은정이 시영이나 지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승주에게 설명해주는 패턴이었는데 간혹 은정이 모르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지훈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승주는 좀 빨리 받아들이는 것 같네요.”
“어려서 그런게 아닐까? 원래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반응이 커지잖아. 이미 닳고 닳은 우리 또래야 미지의 존재들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저 나이대는 다를 수도 있지.”
“닳고 닳았다뇨. 저는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이인데요?”
“…말 놓기로 한 이후부터 왠지 더 심해진 건 내 착각인가? 정작 말은 안 놓으면서 말이야.”
지훈의 지적에도 시영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그런 시영이 어이가 없어 지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때 기감을 최대한으로 뻗어놓고 있던 지훈의 기감에 무언가가 걸렸다.
“응?”
“뭐 걸리는 게 있습니까?”
지훈이 움찔하자 어느새 시영도 표정을 싹 바꾸고는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은 왠지 시영이 점점 자신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느껴지는 기감에 집중했다.
“탄주어… 라고 하기에는 기운의 양이 적은데…? 뭐지, 이건?”
해양요괴는 지훈에게도 조금 낯선 존재이기에 지훈은 기운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때 뒤쪽에서 승주가 다가왔다.
“혹시…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