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61
제162화
“기시감…?”
태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새싹이가 이무기와 아는 사이란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처음 봤대.”
“그, 위그드라실이란 곳에서 만난 사이인 건 아니고?”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그것도 아니래. 만난 적 없다네.”
“그럼 왜 기시감을 느끼는 건데?”
“그걸 모르겠다는데….”
[세계수 어린나무는 기시감의 정체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합니다.]“자기도 왜 그러는지 몰라서 답답하대.”
“저런. 아이를 답답하게 하면 안 되지. 생각 그만하라고 해.”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갸웃합니다.]“새싹이가 왜 그만하라고 하는 건지 묻는데?”
“떠오르지 않는 건 생각해봐야 시간 낭비야. 뭣보다 그런 건 나중에 팟! 떠오르는 거기도 하고.”
[어린나무는 황당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관리인 친구의 말도 일리는 있다고 전합니다.] [어린나무는 생각을 그만두기로 합니다.]“하하…. 그렇게 하겠대.”
“좋아, 좋아.”
태천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도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엄지로 아랫입술을 세게 문지르며 골똘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눈알 빠지도록 놀란 사람치곤 조용한걸….
“…도희야?”
“…….”
“백도희.”
“…네? 아, 저 불렀어요?”
“뭘 그렇게 생각해?”
“아… 그게….”
도희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1초도 안 됐다.
두 눈이 금세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대체 뭘까 싶어서요.”
“응?”
“실드 마법이요.”
어라, 얘 봐라.
거짓말을 하네?
“공격이란 공격은 다 막아내잖아요. 러시아 자식과 리롄제의 공격을 막아내고도 멀쩡하고.”
“…그랬지.”
“그런데 왜 한진환의 공격은 막지 않았던 걸까요?”
“어, 같은 속성이라 막아낼 필요가 없었나?”
“그럴 지도요….”
도희가 엄지와 검지로 턱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생각에 빠진 듯 가만히 있었다.
연기를 하는 거다.
방금까지 도희가 고민하고 있었던 건 분명 실드에 관한 것이 아니다.
“…분석해보지그래?”
뭐, 넘어가 주자.
도희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거다.
고민하다 그만뒀으니 생각의 정리가 다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분석이요?”
“어차피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 안 두고 있잖아. 몰래 해버리자.”
“아….”
“나는 찬성. 구경만 하는 것도 지루하고. 마음 같아선 오히려 나서고 싶어.”
“흐으음….”
태천이 찬성하자 도희는 고개를 돌렸다.
리롄제 근처에서 마법을 쓰는 밀러를 향해서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페이지가 팔랑거리며 넘어가는 커다란 마법서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 저 마법은 이무기의 실드 마법을 분석하고 있을 터였다.
씨익.
이내 도희가 웃었다.
“좋아요. 해볼까요?”
“오.”
“그래. 그렇게 나와야 우리 동생이지…!”
태천이 멘테를 살짝 들어 올렸다.
사람들에게서 그녀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 순간,
[팟!]“팟…?”
“팥?”
태천이 날 쳐다봤다.
멘테로 도희를 가린 채로.
도희도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물끄러미 날 쳐다봤다.
“뭐야, 너. 팥 먹고 싶어?”
“…….”
“겁나 뜬금없네.”
“팥이 아니라 팟.”
두 팔로 ㅅ자를 그리며 말했다.
태천이가 두 손을 사선으로 붙잡았다.
나처럼 ㅅ자를 그린 거다.
“팟…?”
“그래, 팟.”
“……?”
태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팥이 아니라 팟이라고 하자, 더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로 날 바라봤다.
“아니, 방금 새싹이가 ‘팟!’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와서….”
“……??”
“그런 얼굴로 보지 말아줄래. 나도 새싹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거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안 꺼내려고 했는데….
새싹이의 ‘팟’이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궁금해 안 꺼낼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새싹이는 나뭇가지를 높이 쳐들고 있었다.
원래 나뭇가지들이 하늘 쪽으로 향하긴 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있는 듯 보였다.
왜 태양을 향해 만세가 하고 싶지…?
태천이 말?
[생각하지 않으니…] [팟!] [떠올랐다고 전합니다.]아….
혹시, 기시감?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이무기에게서 느껴지는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생각을 그만뒀더니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를 알아냈다는데.”
“오…? 뭐래? 왜 느낀 거래?”
[어린나무는 기시감을 느낀 이유는.] [익숙한 마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익숙한 마나…?
[전대 세계수의 마나라고 밝힙니다.] [현재 이무기는 전대 세계수의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전합니다.]……뭐?
전대 세계수 씨?
***
“분석… 끝났어요.”
“오. 수고했네.”
밀러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리롄제는 바로 수고를 치하하며 그녀를 돌아봤다.
하지만 밀러는 리롄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은 마치 이해가 가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다.
“밀러…?”
“네? 아…. 미안해요.”
“아니, 괜찮네. 분석한 걸 설명해주겠나?”
“이무기의 실드 마법은… 문장으로 이뤄져 있었어요.”
“문장…?”
“네. 해석할 수 없는 문장이 마나 대신 빼곡하게 차 있었죠.”
“그게 무슨 소린가?”
“처음 보는 마법…이란 거죠.”
“즉. 분석했으나 알아낸 게 없다는 소리 아닌가?”
“…….”
리롄제가 나무라듯 말했다.
밀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 있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한 것치곤 알아낸 정보가 적다는 사실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파앙….
그 순간, 그위친이 밀러의 등을 한 번 두드렸다.
“그, 그위친…?”
밀러가 이름을 부르며 바라보자 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봄볕에 선 듯 따스함이 느껴지는 미소다.
그녀는 힘을 얻은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없지는 않아요.”
“상관없을 것 같더라도 가르쳐주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
“정보를 별로 알아내지 못한 건, 실드 마법을 이루는 문장이 처음 보는 언어였기 때문이었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몬스터 언어’하고도 같지 않았죠.”
“처음 보는 언어…. 그렇군.”
리롄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무기는 지구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게이트에서 사는 존재였다.
즉.
그의 친구인 레드 드래곤처럼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뜻이었다.
다른 차원의 마법이니, 그걸 이루는 문장도 처음 보는 문자로 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그 문장들 가운데 익숙한 언어도 있었어요.”
“익숙한 언어…?”
“네.”
“뭐였나, 그게.”
“영어요.”
“영어…? 영어가 거기에 쓰여 있었단 말인가?”
“네.”
“그게 왜 거기에….”
“이유는 모르겠어요.”
밀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실드 마법의 근간을 이루는 문장들은 처음 보는 문자로 이뤄져 있었다.
현재 그녀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문자였다.
다만, 그 문장 중에 영어로 쓰인 부분이 있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밀러는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저 느낌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마치 누군가가 그녀에게 그 문장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의도대로 이용당하는 기분도 들었다.
마리오네트처럼 실로 매달려 움직임을 강요당하는 것만 같은 기분.
몹시 불쾌했지만, 그녀는 영어로 쓰였던 부분을 읊기로 했다.
리롄제의 말대로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따스한 손길.』
『그것이 약속의 증표이니.』
『증표를 지닌 자여.』
『선택하라.』
『이 아이는 무엇인가?』
밀러가 분석해 알아낸 것을 읊었다.
그것을 듣고,
“……?”
리롄제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뜻인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통역이 되어 귓속으로 들어왔으나 머릿속에는 박히지 못했다.
오른쪽 귀로 들어와서는 그대로 왼쪽 귀로 빠져나가는 느낌.
그런 느낌을 받으며 리롄제는 밀러를 쳐다봤다.
“대체 무슨 소린가?”
“하하….”
밀러는 허탈하게 웃었다.
리롄제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힘이 없다.
그녀 또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본인이 직접 입으로 읊었지만, 그뿐이었다.
머리로 완전히 이해하고 외운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입으로 말을 한 것에 불과했다.
“따스한 손길…. 그게 대체 뭐란 말인가?”
“전혀 모르겠어요. 무엇이기에 증표가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허어….”
밀러는 리롄제의 질문에 모른다고 바로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리롄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은 복잡한 미로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또 현재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손쉬울 줄 알았던 이무기 사냥이 이리도 복잡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럼 어찌해야 할꼬….”
리롄제는 현재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이무기는 A+등급 몬스터답지 않은 실드 마법으로 S급 헌터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냈다.
그렇다고 실드 마법을 무효로 하는 등 우회할 수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인 밀러조차 분석하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녀라면 얼마간 시간을 준다면 분석해낼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얼마간이라는 시간이 몇 분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 될 거라는 점이었다.
이무기 사냥은 오래 걸려도 몇십 분 이내에 끝나야 했다.
지금 이 순간을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그때, 노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아이디어와 함께 떠올랐다.
옳지. 사냥하기 어렵다면, 사냥하지 않으면 될 일 아닌가.
리롄제는 그위친을 바라봤다.
세계 최고의 드루이드를.
“그위친.”
“듣고 있소.”
“그대는 A+등급 몬스터를 길들인 적이 있었지….”
“길들인다, 라….”
그위친이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밀러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리롄제는 두 미국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이상한 질문이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반응들이었다.
그위친이 대답했다.
“비슷하오.”
“…….”
리롄제는 그위친을 빤히 바라봤다.
비슷하다.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위친이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다는 사실은 오지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했다.
앞서 말한 대로 스미르노프와 사납게 싸우고 있는 이무기와 같은 A+등급으로 책정된 몬스터를 길들인 적도 있었다.
세계 최초로 이뤄낸 그 업적은 에디탓 그위친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로 퍼지도록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난 그 친구를 길들인 게 아니오.”
“음?”
“그저 친구가 됐을 뿐.”
“…….”
아, 그런 얘기였나.
리롄제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위친을 바라봤다.
길들인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된 것이다.
그것은 드루이드나 테이머들이 흔히 하는 발언이었다.
그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란 건 자신과 레드 드래곤 같은 사이를 일컫는 거였다.
리롄제가 보기에 그위친과 그의 마나에 묶여 있는 몬스터들은 그저 주인과 조련된 짐승들일 뿐이었다.
마나에 얽매여 있는 관계가 어떻게 친구 사이일 수 있겠는가?
“…….”
“…….”
“…뭐, 좋소.”
리롄제는 그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 이무기를 바라봤다.
마냥 바라보고 서 있기만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스미르노프와 이무기의 싸움은 맹렬했다.
그런 만큼 시청하는 이들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있을 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올 것이 분명했다.
또, 리롄제로서는 그위친의 생각 따위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그위친이 A+등급 몬스터를 통제할 수 있기만 하다면.
“마침 저 아이도 A+등급 몬스터로군.”
“음? 혹시 당신은….”
“그대 생각이 맞소. 저 아이를 길들일 수 있겠소?”
“저 친구를….”
그위친도 이무기를 바라봤다.
이무기는 몸을 빠르게 돌리더니 꼬리로 스미르노프를 가격했다.
콰앙!
폭탄이 폭발한 듯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소리와는 다르게 스미르노프는 다친 데 없이 멀쩡했다.
이무기가 휘두른 꼬리를 완벽하게 막아낸 스미르노프의 팔뚝엔 긁힌 상처조차 없었다.
이무기의 공격이 스미르노프의 피부조차 뚫지 못하는 것이다.
스미르노프의 공격이 이무기의 실드 마법을 뚫지 못한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는 싸움이잖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며 리롄제는 다시 그위친을 바라봤다.
사냥하기 어렵다면, 사냥하지 않으면 그만.
굳이 어려운 길을 걸어갈 필요는 없었다.
“흐음….”
그위친은 천천히 콧숨을 내쉬었다.
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