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스마트폰에서부터 내뿜어진 하얀빛은 금방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고 눈에 들어온 새싹의 상태는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새싹 줄기가 2배 정도 길어졌고, 두 개였던 이파리는 하나가 늘어 세 개가 되었다.
그렇다. 새싹이는,
[세계수 새싹이 A+등급 비료를 얻어 성장했습니다!] [‘새싹’ 상태에서 ‘조금 더 자란 새싹’ 상태가 됩니다!]조금 더 자란 새싹이가 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춤을 추고 있던 새싹이는 줄기를 꼿꼿하게 펴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른인 척하려고 애쓰는 어린아이 같아 귀여웠다.
그게 사랑스러워 톡톡 두드려 주었더니, 평소처럼 마나를 받아들이며 가늘게 떨었다.
이 맛에 세계수 키우지, 암!
“……헐.”
A+등급의 비료의 효과는 엄청났다.
비료 한 번 주었다고 바로 성장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물론, 그동안 꾸준하게 화면을 두드린 것도 빛을 발했겠지만.
그래도 이런 효과를 보고 나니 앞으로도 비료를 열심히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이가 흙을 보내올 때마다 무주 개미굴을 들러 비료를 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워프 게이트가 있으니 금방 다녀올 수도 있었고.
그나저나 이 관리인 교본 제1권 스킬은 뭘까?
관리인 교본이라는 이름답게 세계수를 가꾸는 방법이 쓰여 있으려나?
비료를 뿌리는 방법이라던가, 가지치기하는 방법이라던가.
단순히 그런 것뿐이라면 S등급 스킬일 리 없긴 하지만.
제1권이라고 하는 걸 보니 제2권도 있을지도 모르겠-
“흐응.”
“……아.”
바로 옆에 유재이가 있다는 걸 완전히 깜빡 잊고 있었다.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턱을 괸 채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미소는 기분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했다.
이런, 어떻게 속여 넘기지?
“아, 그게 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됐어.”
“응?”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
“정말?”
“어차피 사실대로 말해 줄 생각도 없잖아, 당신.”
“…….”
정곡을 찔렸다.
그 말대로 방금까지 어떻게 속여 넘기지?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알겠으니까, 그만 가 봐.”
“어?”
“응?”
“가라고?”
“그럼 안 가?”
유재이가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아니, 네가 그렇게 황당한 얼굴로 날 보면 어떡해?
지금 황당해야 할 건 네가 아니라 나인데.
“여자 혼자 있-”
“당신 2시간 전만 해도 크라우드 놈들한테 갇혀 있었다는 거 몰라?”
“어? 아….”
“어어? 아아?”
뭐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는 이 얼굴은?
크라우드 놈들이 너무 저자세로 나가서 자기가 정말 위험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A등급로 책정된 테러 조직인 데다가 마족이란 존재에게 영혼까지 팔아먹은 놈들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녀를 폭행하거나 고문하는 것도 서슴없이 저질렀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늦게 찾아갔더라면 분명 그랬을 테지.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내게 찾아 달라는 의뢰를 남긴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건가.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것도 몰랐을 줄이야.”
“아냐, 알고 있었어.”
“알고 있기는. 알고 있다는 사람이 이 야밤에 혼자 있겠다고 해?”
“그, 그건, 그게 아니라….”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못 하는 유재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기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부끄러워진 모양이다.
깨달았으면 됐다.
여기까지만 뭐라고 해야지.
“아침에 나랑 같이 백운천에 가자.”
“백운천에…?”
“어. 상황 설명하면 너 보호해 줄 거야. 고용비는 내야겠지만, 내가 같이 가면 저렴하게 의뢰할 수 있을 거야.”
“음, 알았어. 그렇게-”
할게, 라고 그녀가 말하려던 찰나 문이 드르륵 열렸다.
곧바로 따스한 손길을 쓰며 유재이 앞에 섰다.
크라우드라면 문을 열고 들어올 리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유재이도 세계수 나뭇잎을 집어 들고는 방망이처럼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설마 그걸로 공격하려던 건 아니죠?”
일대 그룹의 김지연이었다.
홍유릉 게이트에서 함께 싸웠던 마법사도 함께 있었다.
그녀들은 어처구니없는 얼굴을 하고는 내 오른 손가락과 유재이의 양손에 들린 나뭇잎을 바라봤다.
“아, 미안합니다.”
“적인 줄 알았어요.”
마나를 거두면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유재이도 나뭇잎을 계산대에 도로 올려놓았다.
김지연과 마법사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그녀들이 재이네 대장간으로 온 이유를 말했다.
“채연이가 부탁해서 왔어요. 크라우드라는 테러 조직이 유재이 씨를 노리고 있다던데, 맞나요?”
우연후가 아니라 우채연이 부탁했다고?
설마 우연후가 동생에게 정보를 얘기해 줬다는 건가?
아무리 친한 동생이라지만, 테러 조직에 관한 얘기를 함부로 해 주나?
“네, 맞아요.”
그런 의문을 느끼는 사이 유재이가 질문에 긍정했다.
그녀들은 나를 지나쳐 그녀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는 일대 길드의 김지연.”
“같은 길드의 ‘심윤진’이에요.”
“유재이 씨를 경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희의 경호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김지연과 심윤진이 진지한 목소리로 유재이에게 물었다.
유재이는 살짝 당황한 듯 둘을 쳐다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경호요? 그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방금 백운천에 가겠다고 했던 말 때문인 모양이다.
나로서는 그녀가 백운천의 보호를 받는 게 편했지만, 이곳까지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성의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네. 받아들일게요”
유재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김지연과 심윤진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재이네 대장간의 유재이예요….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해요!”
흐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둘에게 맡기고 그만 가 봐도 될 듯하다.
“아, 그런 거군요?”
그때, 날 보던 김지연이 뭔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탁 쳤다.
“……?”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김지연을 쳐다봤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입꼬리만 살짝 올려 보일 뿐이었다.
나와 유재이를 번갈아 보는 시선과 함께.
…우연후의 동료 아니랄까 봐, 김지연은 분명 이상한 오해를 한 게 분명하다.
***
집에 가기 전에 차 안에서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을 발동하자 푸르스름한 책 한 권이 허공에 떠올랐다.
[관리인 교본 제1권]제목을 향해 왼손을 뻗자 책의 질감이 만져진다.
아무래도 펼쳐서 직접 넘기며 읽어야 하는 모양이다.
학생 때도 안 읽었던 책을 스킬 때문에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면서 책의 첫 장을 펼쳤다.
[반갑다. 세계수의 새 관리인이여.] [나는 세계수의 전대 관리인 ‘디싱 나 토르’, 그대의 선배라고 할 수 있겠다.] [심정 같아선 직접 마주하고 그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사정상 그럴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전대 관리인?
이 교본을 쓴 사람인가?
[우선, 전대 관리인으로서 그대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얼굴도 모르면서 충고를 하겠다고 하니 반발심이 들 수 있겠으나 세계수 관리인이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니 꼭 읽어 주었으면 한다.] [그 마음가짐이란, 바로 세계수를 ‘도구’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세계수는 감정이 있는 존재로서…….]대충 읽으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읽지 않고 넘겨 버릴까도 했지만, 꼭 읽어 달라는 신신당부에 다 읽어 주기는 했다.
요약하자면, 세계수를 도구로 여길 때 세계수 또한 나를 도구로 여기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화면 속에 줄기가 늠름하게 자란 새싹이를 내려다봤다.
도구라니, 이렇게 귀여운 애를 어떻게 도구로 볼 수가 있지?
병신인가.
[짧은 충고를 굳이 다 읽어 주어 고맙다.] [앞으로는 세계수 관리인으로서 제 몸을 지키는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세계수 관리인으로서, 자기 몸을 지키는?
그 문구가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해질 방법을 소개하겠다고 했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거다.
그런데 전대 관리인은 강해질 방법이 아니라 지키는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수 관리인은 위험하니 몸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듯이.
마치 세계수 관리인을 노리는 적이라도 있다는 듯이.
“…감이 영 좋지 않은데?”
그러나 내 좋지 않은 직감을 해결해 줄 설명은 없었다.
다음 내용부터는 디싱이라는 양반이 말한 것처럼 제 몸을 지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대는 세계수 관리인이 되어 마나가 많이 늘어났음을 느꼈을 것이다.] [회복력까지 뛰어나니 마나가 다 떨어지는 경험은 해 보지 못했으리라.] [이렇게 무한에 가까운 마나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터, 앞으로 그 방법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오, 같은 관리인이라 그런가 생각하는 게 비슷한데?
나도 마나를 얻게 되자마자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생각했었다.
[세계수의 마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바로 그것을 신체에 직접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나를 신체에 직접 받아들인다!
“…가, 뭔 소리래?”
[현재 그대는 세계수의 마나를 소유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원소를 다룰 수 있는 순수한 마나를 소유하고만 있는 것이다.] [마나를 낭비하고 있는 것과 같으니, 이 얼마나 아까운 일이란 말인가?] [그러니 이 방법을 통해 신체를 강화하기 바란다.] [성공적으로 받아들였을 경우 그대의 신체 능력은 그전과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흠, 혹시 그거랑 비슷한 거려나?”
몸을 다친 후 하게 된 재활 훈련 중에 마나로 근육을 자극하는 훈련이 있었다.
극소량의 마나를 신체에 흘려서 다친 근육을 다시 활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마나를 접목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전기로 자극을 줬다고 한다.
미세전류 치료였던가?
[동시에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텐데, 혹시 그대가 여성이라면, 진심으로 축하한다.] [부수적인 효과 중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꿀피부를 얻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그래, 그대가 눈치 빠른 편이라면 세계수 마나를 받아들이니 피부가 좋아진다는 사실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아차렸겠지.] [그 생각이 옳다.] [세계수의 에너지가 담긴 수액이나 나뭇잎은 피부 미용에 아주 좋은 재료다.] [그러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재료들로 미용품을 만들어 팔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바이다.] [손쉽게 떼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각설하고, 다음 장에서 세계수 마나를 신체에 녹아내는 방법을 후술하도록 하겠다.]“……미용품? 떼돈?”
이 양반, 세계수 도구로 여기지 말라는 거 순전히 자기 얘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