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75
제376화
지상욱과 김재식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작은 주먹만 한 크기로 변했을 때쯤,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말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예?”
“-가, 된 기분인데.”
“아….”
카메라를 든 이재욱이 목을 긁적인다.
특별 게스트가 어쩌고 해놓고선 자기들끼리 불이 붙어 내기하는 꼴이라니….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다.
할 수 없지.
일단 나라도 어른스럽게 방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세계수 어린나무가 당황합니다.] [관리인이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데 경악합니다.]“…다시 한번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백도운입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이재욱이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를 뒤로 돌렸다.
내가 어떻게 촬영되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니터엔 현재 방송되고 있는 화면과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화면 하단엔 시청자의 수도 떠올라 있었는데, 이재욱이 호들갑을 떨었던 대로 10만 명을 넘은 상태였다.
게이트에 진입하고 인사한 게 다인데 말이다.
– 와, 백도운!
– 백하!
– 안녕하세요!
– ㅂㅎㅂㅎ!
– 혼자 왔어요?
채팅은 엄청나게 빠르게 올라갔다.
화답하는 걸 보니, 방송 송출뿐만 아니라 채팅도 실시간 전달이 되는 모양이다.
신기하네.
“헤에, 게이트 안에서도 이렇게 소통을 할 수가 있군요?”
“어? 형도 경험한 적 있으시잖아요?”
“응?”
“울릉도에서요! 그때도 실시간 방송했는데…?”
“아, 그거야 당연히 기억하지.”
모를 수가 없었다.
세계수의 뿌리를 써서 무기를 붙잡고 친구가 되는 모습이 세계적으로 생중계됐으니까.
그 영상이 왓쳐 캐스트를 통해 돌아다닌 덕분에 해외에선 나를 드래곤의 친구라고 부르고 있었고.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와 협회가 현대 과학을 집중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놀란 건, 이렇게 일개 길드가 방송할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된 줄 몰랐기 때문이야.”
“일개 길드라뇨…. 우린 백운천인걸요!”
“…….”
이재욱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백운천이라는 길드를 향한 소속감이 뚝뚝 묻어났다.
그 길드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일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오, 재욱이….
– 생각보다 사회생활 잘 하는데 ㅋㅋ
– 아까워…! 저 말 하면서 뿌듯해했을 얼굴을 못 보다니!
재욱이 성격상 사회생활일 리는 없겠지만….
저 말을 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기는 했다.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두드려주고 싶을 만큼.
그래서 그렇게 했다.
툭, 툭….
흐뭇해하던 표정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무, 물론!”
민망한 걸까?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모든 게이트에서 이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
“인기가 좋아서 헌터들이 많이 찾는 곳, 혹은 위험한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는 안전한 게이트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아아, 그렇군….”
수긍이 가는 운영 방식이었다.
헌터들이 적게 찾는 곳이나, 위험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곳에서 방송을 송출했다간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으니까.
또 헌터들이 많은 곳은 사고도 자주 터지기 마련.
그런 곳을 촬영할 수 있으면 감시자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 오늘 왜 혼자 왔어요? 이무기는요?
– 백도운은 무기를 대령해라!
– 대령해라, 대령해라!
– 혹시 겨울잠 자고 있나요?
– 이무기가 뱀이냐고 ㅋㅋㅋ
오….
생각보다 무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네?
설마 목도리와 바디필로우 효과인가?
“무기는 지금 집에 있어요.”
정확히는 내 침대 위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물론,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었다.
– 집이요?
– 뭐지. 진짜 동면인가.
– 뱀 취급 멈춰!
– 동면이겠냐고 ㅋㅋ
그 말대로 동면일 리가 없었다.
작게 변한 상태에선 뱀처럼 보이긴 하지만, 무기는 엄연히 A+등급 몬스터.
겨울이라고 잠을 자거나 먹이를 비축해야 하지는 않는다.
“무기는 지금 수행 중이에요.”
– 수행이요?
– 무슨 수행이요?
– 뭘 물어. 당연히 겨울잠 자지 않기 위한 수행이지.
– 암, 암! 중요한 문제지!
– 계속 이무기 뱀 취급하다 큰일 난다, 너희 ㅋㅋ
“용이 되기 위한 수행이요.”
– ?
– ???
채팅창엔 물음표만 올라왔다.
카메라를 든 재욱이도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이다.
왜들 이래?
원래 이무기란 게 천 년 동안 수행해 여의주를 획득하면 용이 되는 존재인데.
뭐….
그 여의주에 순수하고 완전한 마나를 수백 년 동안 채워 넣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볼 순 없겠지….
짝!
손뼉을 마주치며 화제를 전환했다.
“…자! 그만 떠들고. 우리도 이만 왓쳐를 사냥해볼까요?”
– 뭐요?
– 폭탄을 터뜨려 놓고 사냥하러 가겠다고?
– 지금 그 용을 말한 거 맞아요?
– 용이라니, 그게 가능한 건가?
빠르게 올라오는 질문들을 무시하고 고민했다.
왓쳐를 어떤 방식으로 사냥해야 좋을까.
예전엔 왓쳐를 추적할 수 없어서 죽은 척을 해서 사냥했었다.
하지만 A+급 헌터의 신체를 갖게 된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달려가서 따스한 손길로 후려치면 그만이다.
그랬을 경우의 문제는 카메라로 촬영할 수 없다는 것.
방송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보는 재미는 줘야 했다.
그것이 방송하는 사람의 책임이고 어른스러움이리라.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게슴츠레 바라봅니다.] [언제부터 관리인에게 책임이 있었고 어른스러움이 있었느냐고 투덜거립니다.] [관리인답지 않은 모습에 불쾌함을 느낍니다.] [혹시 다른 의중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합니다.]다른 의중이 있을 게 뭐 있어?
그리고 불쾌함이라니.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도 상처란 걸 받아, 새싹아.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으쓱입니다.]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합니다.]일단 저 산으로 올라가려고.
[산?] [어린나무는 가장 높은 산을 바라봅니다.] [혹시 멀리서 공격할 생각이냐고 질문합니다.]맞았어.
역동적이거나 박진감이 넘치지는 않겠지만, 보는 즐거움은 있을 것 같거든.
그래서 고민하는 게 두 가지야.
세계수의 뿌리로 사냥할까.
아르카의 마나 칼날로 뽑아낼까.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솔라빔은 왜 제외했냐고 질문합니다.] [멀리서 사냥할 거라면 솔라빔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고 전합니다.]네 말이 맞기는 해.
단순히 사냥만 하러 온 거라면.
근데 우린 지금 눈알을 얻으러 왔잖아.
솔라빔을 쏘면, 유리 대포인 왓쳐의 형체가 남아날 리 없고.
화력이 좀 세야지.
[어린나무는 크기를 조절하면 되지 않냐고 전합니다.]크기?
그걸 조절할 수가 있어?
[…….]어라.
정말 되나 보네.
그럼 혹시 주먹만 한 크기도 되나?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꽃의 크기를 그만큼 응축(凝縮)하면 된다고 전합니다.]…오, 좋네.
그럼 솔라빔 쏘면 되겠다.
사냥 방식을 결정하고,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재욱의 허리를 감싸 들어 올리자 녀석은 당황했다.
카메라맨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인지 몸을 뒤척이지는 않았다.
재욱과 카메라 렌즈를 보며 말했다.
“여러분. 눈 좀 감아보실래요?”
– 눈이요?
– 갑자기요?
“눈 뜨라고 할 때까지 감아주시고요.”
– ??
– 일단 난 감음.
– 웃기네! 그럼 채팅 어떻게 침?
– 아, 이걸 들키네.
– ㅋㅋㅋ
역시 안 감나.
뭐, 할 수 없지.
분명 감으라고 경고했으니까.
감지 않아서 생긴 일에 대한 책임은 각자 져야 하는 거다.
그럼….
“갑니다.”
그리 말한 후, 산을 향해 달렸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
“우….”
산 정상에 오르자 이재욱이 치밀어오르는 헛구역질을 참아내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통해 전달될까 꾹 참아내는 모습이 참 용하다.
그 프로페셔널한 태도는 그야말로 카메라맨의 본보기가 될 듯하다.
아마 참지 못했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그러려니 했을 거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반응을 보면 다들 해롱해롱하고 있었으니까.
– 미친….
– 어우 어지러워
– 토할 거 같다….
– 설마, 산 정상임?
– 대체 얼마나 빠른 거?
그러게 눈 감으라니까.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고 그러지.
[어린나무는 게슴츠레 관리인을 바라봅니다.] [관리인도 도희가 말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하는 게 어떠냐고 지적합니다.]어라.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정말이야.
말을 듣는 거랑 듣는 척하는 건 다르니까.
듣는 척만 하는 거라면 평생이고 해줄 수 있어.
[…….] [어린나무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습니다.] [도희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나뭇가지를 휘젓습니다.]자, 그만 안타까워하고.
이제 우리 할 일이나 하자구.
[세계수 관리인이 스킬 솔라빔을 발동합니다.] [세계수가 솔라빔 발동에 탐탁지 않게 동의합니다.]탐탁지 않다고 해도 동의는 동의.
내 검지 끝에 푸른 구체가 떠올랐다.
농구공만 한 그것은 마나를 집어삼키면서 빠르게 커졌다.
꽃봉오리 모양이 되고 꽃잎이 펼쳐지는 동안 그것은 푸른빛을 강렬하게 발산했다.
어찌나 강렬했는지 꼭 어둠을 비추는 발광 마법을 쓰는 기분이 들었다.
산 아래에서 보면 새로운 태양이라도 떠오른 거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솔라빔 발사에 필요한 마나가 100% 모였습니다.] [발사하시겠습니까?]활짝 만개한 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평소라면 이대로 발사했겠지만, 그랬다간 왓쳐의 형체가 남아나질 않을 거다.
눈알을 구하기 위해서 왔는데 그럴 순 없지.
새싹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작은 꽃을 상상하라고 전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꽃을 구성하는 마나가 응축되면서 크기가 작아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간단하네?
그리 물으면서 머릿속에 작은 꽃을 상상했다.
현재 허공에 떠오른 꽃의 크기가 줄어들어 내 손바닥만 해지는 상상이다.
“우와…?”
재욱이 감탄을 흘렸다.
양팔을 활짝 펼친 것보다도 컸던 꽃송이가 작아졌으니 놀랄 만도 하다.
채팅창의 반응도 재욱의 반응과 비슷했다.
– 뭐야, 작아졌네?
– 귀여운데?
– 귀엽다고?
– 그럼 넌 저게 안 귀여워?
– 저걸로 백도운이 할 일을 생각하니 귀엽게 보이지 않는데….
– 응?
– 아, 맞다. 저거 공격 스킬이지….
– 그런데 크기 왜 줄인 거임? 저러면 맞추기 더 어렵지 않나?
– 몰루?
채팅창의 반응을 읽고 재욱이 질문했다.
“형. 그런데 크기를 줄이면 맞추기 어렵지 않아요? 보이지도 않는데.”
“별로?”
어깨를 으쓱이며 검지를 내밀었다.
초록의 숲이 우거진 탓에 왓쳐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새싹이라면 능히 찾아낼 수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맞추는 것도 쉬이 가능했다.
[어린나무가 왓쳐들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왓쳐의 좌표를 지정합니다.]좌표를 지정했다는 말 때문일까?
어쩐지 어떤 곳들을 향해 검지를 내밀고 싶어졌다.
그곳들이 새싹이가 찾은 왓쳐들이 있는 곳이겠지.
좋아.
잴 것 없이 바로 해볼까.
[관리인과 세계수의 의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솔라빔을 발사합니다.]메시지와 함께 꽃잎에서 솔라빔이 발사됐다.
꽃 모양의 빔이 발사되자마자 검지를 위로 쳐든다.
길게 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리 대포인 왓쳐는 저 정도만으로도 죽을 거다.
내 팔 길이만 한 솔라빔은 고요하게 날아가 숲으로 떨어졌다.
[어린나무는 적중했으며 왓쳐는 즉사했다고 전합니다.]“됐다.”
“…설마, 맞추신 거예요?”
“응.”
“말도 안 돼….”
재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저러는 걸 보면 시청자들 반응도 비슷하겠는걸.
그렇다면 증거를 보여주는 수밖에.
솔라빔을 쏘아대는 동시에 죽인 왓쳐를 가지고 오기 위해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일일이 주워 오는 것보다 시간 단축도 될 테지.
“자.”
금방 죽은 왓쳐의 사체를 가져와 재욱 앞에 내려놓았다.
녀석은 황당한 얼굴로 카메라로 그걸 찍었다.
카메라를 통해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표정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사냥 속도가… 이게 맞나?”
재욱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입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후후후….
내기에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갑자기 웬 내기냐고 질문합니다.]웬 내기냐니.
기억 안 나?
재식이랑 지상욱이 왓쳐 사냥하는 거로 내기했잖아.
[어린나무는 기억한다고 전합니다.] [관리인은 그 내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어림없는 소리.
초대해놓고서 지들끼리만 내기하는 게 무슨 경우야?
그런 거 따라줄 마음 없어.
이 내기의 승자는 내가 차지해!
[어린나무는 어른스러움은 어디에다 팔아먹었냐고 투덜거립니다.]하하!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