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79
제380화
워프 게이트를 타고 안마도로 오자 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희석은 그렇다 치고 파티원들까지 왔다면….
예상컨대 그들도 오늘 게이트 안으로 진입할 셈인 듯했다.
아마 나와 김서준이 인면오공을 사냥하다가 맞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배수현 그 여자가 부탁한 거겠지.
하여간 걱정도 팔자라니까.
나나 김서준이 애도 아닌데 설마 그러려고.
[어린나무는 놀랍니다.] [지금까지 관리인이 애인 줄 알았다고 전합니다.]어허!
팩트 폭행 멈춰!
“그보다, 김서준 일행의 마나는 안 느껴져?”
[어린나무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합니다.]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안 왔을 리는 없고, 이미 들어갔다고 보는 게 옳겠다.
워프 게이트를 타는 동안 마주치지 못한 걸 보면, 아무래도 그들은 나와 달리 어제 이곳으로 내려왔었던 모양이다.
먼저 들어가서 나와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벌려두려는 목적이었겠지.
그래 봐야 금세 따라잡힐 테지만.
짧으면 몇 분, 길어봐야 30분이 채 되지 않으리라.
물론, 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두 사람은 모를까.
김서준은 강했다.
그 염제의 전 제자인 데다가 한국 랭킹 81위까지 오른 실력자.
변태화까지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 지금은 한 자릿수 안에 들 정도로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 가정했을 경우….
인면오공들로는 그의 방해가 되지 못하리라.
“바로 진입하는 게 좋겠는걸….”
그리 중얼거린 후, 곧장 게이트로 향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내가 얻을 수 있는 인면오공의 독샘이 줄어들 터였다.
관리소에 도착하니 10분 전쯤 위버멘쉬 길드가 먼저 진입했다고 말해주었다.
10분이면 그리 차이가 난 상태는 아니네.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게이트에 진입했다.
진입하자마자 길이가 2m는 족히 넘는 인면오공들이 날 반겨주었다.
가늘고 긴 다리를 움직여 내게로 돌진해오다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 같이 멈췄다.
“……?”
누가 보면 내가 결계라도 친 줄 알겠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왜 멈추는 걸까.
대응하려던 자세 그 상태로 정지한 채 놈들을 바라봤다.
내가 훨씬 강한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고 긴장한 건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놈들은 두려움에 떨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을 테니까.
또 인면(人面)인 놈들의 얼굴에서 읽히는 감정도 공포가 아니었다.
꺼림칙함….
그래.
마치 징그러운 것을 보고 손도 데기 싫은 듯한 느낌이다.
응? 징그러운 거?
“설마…. 내가 세계수 관리인이라서 다가오기도 싫은 거냐, 너희들?”
질문하지만, 인면오공들에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인간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으나 몬스터다.
보스 몬스터인 인면오공주라면 또 몰라도 놈들은 인간의 말을 할 줄 모를 거다.
아.
돌아온 게 있기는 했다.
놈들의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의 독.
그것들이 날 향해 마구마구 쇄도해왔다.
세계수의 나무껍질을 발동시킨 상태라 아주 조금의 데미지도 주지 못했지만….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꼭 침을 뱉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단칼에 베어 죽여줘야 이 기분을 씻어낼 수 있을 듯하다.
“아르카.”
아르카를 꺼내자 인면오공들이 재빠르게 다리를 놀려 뒤로 물러났다.
마찬가지로 공포를 느낀 것은 아니었다.
놈들의 행동은 벌레를 싫어하는 이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크기의 바 선생과 조우하고 우뚝 멈춰 서고 만 것과 다름없었다.
마나 칼날을 뽑아내면서 인면오공들을 바라봤다.
놈들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앞줄에 있던 놈들은 날 공격하고자 달려들었고, 뒷줄에 있던 놈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공격. 도망.
이제 와서 뭘 선택하든 아르카의 마나 칼날 범위를 생각하면 다 쓸모없는 짓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뭔가 하려는 마음가짐 자체는 훌륭하네.
“훌륭하다고 살려주진 않을 거지만.”
그리 중얼거리며 최대치로 솟아난 마나 칼날을 휘둘렀다.
부웅…!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나 칼날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휘둘러졌다.
몸이 두 동강 난 인면오공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는데, 칼날을 구성한 세계수의 마나가 놈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했다.
교황청의 신성한 에너지가 무기에게 악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인면오공들 수가 생각보다 많은데…?”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중얼거렸다.
김서준 일행이 먼저 들어갔으니 초입엔 인면오공이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었다.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방금 아르카를 휘둘러 죽인 놈들은 폭발하기 직전의 게이트에서나 볼 법한 수였다.
별다른 전투 흔적도 딱히 보이지 않은 걸 보면, 그들은 이놈들을 그냥 지나쳐간 게 분명하다.
입구에서부터 발목을 붙잡히고 싶지 않았던 거려나.
[어린나무가 관리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현재 김서준 일행은 하늘을 날아 인면오공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고 전합니다.]위버멘쉬의 목표는 인면오공주구나.
나랑은 좀 다르네.
내 목적은 인면오공주 자체가 아니라 인면오공의 몸에 있는 독샘이었으니까….
여기까지 왔으니 인면오공주의 독샘도 당연히 노릴 생각이지만.
물론,
“그전에 이 녀석들부터 챙겨야겠지.”
세계수의 뿌리를 써서 인면오공의 사체를 한데 모았다.
인수봉 게이트에서 왓쳐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것들을 묶은 뒤 인벤토리에 넣었다.
수가 상당한 데도 둥글게 말린 그것들의 부피는 그리 크지 않아 왓쳐 때보다 작았다.
몇 마리쯤 되려나?
[어린나무는 총 411마리라고 전합니다.]빠르기도 해라.
게이트 초입인데 411마리?
2주일만 더 늦게 왔어도 게이트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네.
“411마리라….”
많긴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유재이는 독샘을 구해와달라고 할 때 실험을 할 거라고 했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었고.
얼마큼의 시행착오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더 사냥해서 가는 게 좋으리라.
몇 번만 더 휘두르면 되는 간단한 일이기도 하고.
[어린나무는 인면오공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할지 관리인에게 질문합니다.]좋지.
[경로 안내를 시작-]하기 전에.
위버멘쉬가 인면오공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면서.
얼마쯤 도착할 것 같아?
나도 인면오공주를 잡고 싶어서 말이야.
인면오공들 붙잡고 가도 충분할까 궁금하네?
안 그럼 그냥 인면오공주한테 직행하려고.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현재 인면오공주의 위치.] [김서준 일행의 이동 속도.] [관리인의 이동 속도 및 전투 소요 시간.] [그 요소들을 전부 계산합니다.] [계산이 끝났습니다.]오.
계산 결과는 어때?
[계산 결과는….]***
김서준 일행은 하늘에서 빠르게 나아갔다.
발밑에 득시글거리는 인면오공은 한 마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그들의 목표는 오직 인면오공주였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을 건드리는 건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시간을 헛되게 쓸수록 그들이 인면오공주를 사냥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
“서준 씨?”
앞장서서 날아가던 김서준이 뒤를 돌아봤다.
황시열을 짐덩이처럼 거칠게 짊어진 채로 날던 채정연이 그를 따라 뒤를 돌아봤다.
그녀에게 거꾸로 붙들린 황시열도 미간을 찌푸린 채였다.
두 사람은 그러나 김서준이 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들어왔네요. 도운 씨.”
“켁. 늦게 들어올 거면 시원하게 완전히 늦게 들어올 것이지…!”
“그래도 백 형은 하늘을 날지 못하니까 발목을 붙잡히지 않을까?”
“그러진 않을 거야. 인면오공의 수가 얼만 많든지 간에 도운 씨에겐 별문제가… 오.”
김서준은 말을 하다 말고 감탄을 흘렸다.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오르면서 어두운 게이트 안을 밝게 비춘 푸른 빛기둥 때문이었다.
그들은 저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얼마 전, 제주도 상공에서 저것이 가로로 휘둘러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봤던 적이 있었다.
저 빛의 기둥은 백도운이 애용하는 목검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 칼날이었다.
“아르카….”
꿀꺽….
채정연이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그 목검은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등 어떠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진 것이라고는 유재이라는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는 것과 그 재료를 백도운이 구해왔다는 것 정도였다.
또 김서준 일행도 그것에 대해 파악한 정보는 저 마나 칼날을 뿜어내는데 2000만에 달하는 마나가 소요된다는 것뿐이었다.
“……!”
멀리 떨어진 마나 칼날이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직으로 서 있던 그것이 수평으로 눕혀져서는 땅을 빠르게 훑었기 때문이다.
김서준 일행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깨달았다.
아르카의 마나 칼날이 빗자루처럼 땅에 득실거리던 인면오공을 쓸어버렸으리라.
“역시… 놀라운 사람입니다.”
“네?”
“도운 씨요. 더 성장했네요.”
“성장…이요?”
“예전에 도운 씨가 아르카로 폭식의 결계를 베어냈을 땐 모든 마나를 쏟아부었었어요.”
“네. 그때 서준 씨가 저걸 뽑아내는데 2000만이 들었을 거라고 했죠.”
“즉. 그 당시 도운 씨의 최대 마나는 2000만 정도였단 뜻이에요.”
“당시? 지금은 아니라는 거예요?”
“네. 3분지 1가량 남아…있었어요.”
“켁…!”
채정연은 목이 막힌 소릴 냈다.
방금 김서준은 백도운의 최대 마나가 3000만에 달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 짧은 기간에 마나를 1000만이나 증가시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대체 어떤 훈련을 하기에 그런 짓이 가능한 건지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에도 바빠 보이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경악하던 그녀는 김서준이 방금 어미를 흐려서 말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남아…있었어요.”
김서준의 말은 과거형이었다.
그렇다.
현재 그가 느끼기로 백도운의 마나는 조금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가득 차 있었다.
저 무지막지한 마나 칼날을 뿜어내는데 2000만이라는 마나를 사용했는데도.
또 유지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쏟아붓고 있는데도.
“무한(無限), 인가….”
“네? 무한이요?”
“…아뇨. 그나마 도운 씨의 목적이 인면오공주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
채정연과 황시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어떻게 백도운의 목적을 아는 건지 궁금한 눈치였다.
김서준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도운 씨는 굳이 인면오공을 상대할 필요가 없어요. 정연 씨도 뚫지 못한 마나 실드를 사용하니까.”
“아!”
“그로서는 그냥 무시하고 달리면 그만인데, 굳이 아르카를 꺼내 사냥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게 있지 않고서는 취하지 않을 행동이죠.”
“하지만… 인면오공은 독을 쓰는 몬스터들이 흔히 그렇듯 오염이 너무 심해서 얻을 게 없잖아요? 그나마 이곳 게이트에서 쓸만하단 소리를 듣는 게 인면오공주의 심장인데….”
“그것도 등급이 깡패인 점이 컸지만 말이야.”
황시열이 툭 던지듯 말했다.
인면오공주의 심장은 사실 다른 게이트에서 출현하는 A+등급 몬스터의 심장보다는 질이 떨어졌다.
안마도 게이트가 인기가 없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
사냥하긴 힘든 데 없을 게 없으니까.
그래도 A+등급은 A+등급.
A등급보다는 좋았다.
“흠…?”
“왜 그래요?”
“도운 씨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네요.”
김서준은 엄지로 턱 끝을 문지르며 대꾸했다.
채정연은 그들이 나아가던 방향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인면오공주가 있는 저쪽이 아니라요?”
“네. 다른 곳에 모여 있는 인면오공들을 사냥하러 가는 것 같네요.”
“진짜 서준 씨 말대로 다른 원하는 게 있는 걸까요?”
“그런 듯하네요.”
김서준의 대답에 그녀는 땅을 내려다보았다.
자기들끼리 얽히고설킨 인면오공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저놈들의 무엇이 백도운의 관심을 끌어당긴 걸까.
짧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뭐! 알게 뭐야!”
“응?”
“백 형 일은 백 형 일이 알아서 하겠지! 우린 우리 할 일이나 제대로 하자.”
“야. 그 할 일을 위해서 백도운이 어떻게 나올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그래?”
“그래.”
“그럼 누님은 백 형이 바로 인면오공주한테 달려가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야?”
그게 현명한 판단이지.
채정연은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했으나 그만뒀다.
김서준이 하하 웃어댔기 때문이다.
“시열이 네 말이 맞네.”
“그치?”
“응. 그럼, 서두를까? 우리 할 일이나 제대로 하게.”
“좋지!”
김서준은 나아가는 속도를 올렸다.
황시열을 짊어진 채정연도 더 빠르게 날갯짓을 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두 사람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는 듯했으나 속으로는 주문 같은 기도를 읊고 있었다.
인면오공만 잡고 돌아가라, 백도운.
인면오공만 잡고 돌아가라, 백도운.
인명오공만 잡고 돌아가라, 백도운….
그녀는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8분 후 인면오공주 앞에서 도운을 향해 아주 친숙한 욕을 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