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95
제396화
“세계수의 나무껍질.”
바닥에 검지를 갖다 댄 채 스킬을 썼다.
그러자 바닥에 푸른 나무껍질이 새겨졌다.
내 몸이 공격당했을 때처럼.
“그건…!”
그것을 알아본 도희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이 스킬이 원래 마나 실드란 걸 알기에 건물에 실드를 씌운 게 놀라운 거다.
[세계수의 나무껍질(S등급) – 세계수의 마나로 인해 신체가 현재 세계수(나무 상태)의 나무껍질처럼 변한다.] [UP! 접촉을 통해 보호할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나 소모량은 1초당 1000이며, 모든 피해를 막아낸다.] [※주의! 세계수 나무껍질의 방어력보다 위력이 강한 공격을 받으면 깨집니다!] [※주의! 지정한 대상에게 씌운 실드를 구성하는 마나가 모두 소모되면 깨집니다!] [자기 의지로 ON/OFF 할 수 있다.]씩 웃으며 도희를 바라봤다.
가뜩이나 눈이 큰 애가 더 커져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놀랐어?”
“놀랐죠! 그거, 마나 실드잖아요?”
“이번에 새싹이가 성장하면서 스킬들도 진화했거든. 이게 그 진화 효과. 나 말고 다른 대상도 보호할 수 있게 됐어.”
“……!”
보시다시피, 그 다른 대상은 살아 있는 존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생물이 아닌 건물에도 씌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런 만큼 초당 마나 소모량이 늘어나게 됐다.
효과만큼이나 마나 소모량도 가히 S등급이라고 할 만했다.
“오…?”
스킬을 사용하니 도희가 전력을 다해 실드에 마나를 채워 넣었던 게 이해가 갔다.
한진환은 세계수의 나무껍질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실드를 깨뜨릴 만큼 공격력이 웃돌지는 않았지만, 구성하는 마나는 계속 소모되고 있어 내가 마나를 불어넣지 않는다면 얼마 되지 않아 깨질 것 같았다.
한진환에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나는 세계수 관리인으로서 마나가 무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 사실을 깨달은 걸까?
공격을 가하던 것을 멈췄다.
“멈췄다….”
“사, 살았다…!”
“미친, 건물 무너지는 줄 알았네!”
백운천 녀석들이 중얼거렸다.
대부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건물이 무너질까 봐 걱정됐던 듯하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려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세계수가 한진환이 축 늘어져 있다고 전합니다.] [꼴이 별로 좋지 않다고 설명합니다.]축 늘어져 있다고?
새싹이의 설명에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드를 뚫지 못해 바깥에 있을 거라는 건 상상이 됐다.
그런데 늘어져 있다니….
뚫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해서 그런 건가?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한진환에게서는 실망보다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합니다.]더 이해가 안 가네.
못 뚫어놓고선 왜 즐거움을 느껴?
“…아무래도 직접 보러 가야겠네.”
자고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나은 법.
불청객도 객이니 맞이할 겸 나가봐야겠다.
***
“오. 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한진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는 지금 세계수의 나무껍질에 끼인 채였다.
상체는 나무껍질 안에, 하체는 나무껍질 밖에….
아무래도 도희의 결계를 뚫고 들어오다가 세계수의 나무껍질이 생성되면서 끼어버린 것 같다.
우스운 꼴이었는데도 한진환은 싱글벙글했다.
“뭐야?”
“뭐?”
“백도운 너… 베르동 협곡 게이트에 진입한다기에 드디어 미쳤나 싶었는데, 자신 넘칠만하네. 며칠 사이 엄청 강해졌다?”
“헤에….”
과연 한진환.
내가 강해졌음을 한눈에 알아보는군.
“그보다, 왜 공격한 겁니까? 순간 크라우드가 쳐들어온 줄 알았잖아요.”
“오해야. 결계가 펼쳐져 있는지 모르고 날아오다가 부딪쳤어.”
“뭐요?”
“그럼 계속 주먹으로 내리친 건요?”
“어쩌다 보니…?”
그가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도희가 눈을 부릅뜨고 한진환을 째려봤다.
그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덧붙였다.
“몇 번 두드리면 깨질 것 같더라고.”
“그래서 두드려 댔다는 겁니까?”
“바로 그거야.”
“이 양반이? 지금 장난해?”
“그렇게 두드리는데 갑자기 이게 생겨서….”
툭, 툭.
그가 나무껍질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나를 쳐다봤는데, 그 스킬을 발동한 사람이 나라는 걸 알아차린 것 같다.
실드 표면이 나무껍질이니 나 말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는 하지.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봤는데 재수도 없게 허리가 제대로 껴버렸지 뭐냐.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이 꼴을 즐기기로 했어.”
“얼씨구….”
「미친 인간이로군….」
옆에 서 있던 임페일이 자기가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그 감상에 동의했다.
그러니까, 방금 그게 제대로 된 공격이 아니라 ‘몸부림’이었다는 거지?
잠꼬대로 건물 무너뜨릴 인간일세….
“초면에 실례네. 그쪽은, 뱀파이어 로드지? 백도운한테 납치당해서 삽질하고 있다던.”
「그렇…다.」
임페일이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아마도 “그렇다”와 “그렇소” 중 뭐로 대답할지 고민한 듯하다.
뱀파이어 로드라는 자존심과 상대방이 반말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전자를 선택한 거겠지.
휙.
한진환이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 나는 한진환.”
「짐은 크루오르 임페일이라고 한다.」
“이무기에 이어 뱀파이어 로드를 친구로 만들다니. 넌 제2의 그위친이 되는 게 목표냐?”
“그딴 거 돼서 뭐하게요?”
“흐흐,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백도운.”
날 부르는 목소리도 진중했다.
이곳까지 온 용건을 말하려는 게 분명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날아온 걸까….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냐? 나 슬슬 허리가 아픈데. 요즘 나이가 들어 그런가? 자세가 조금만 안 좋으면 허리가 아프더라고.”
“…….”
“…….”
「…….」
실수다.
한진환 이 양반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도희야. 어쩌는 게 좋을 것 같니.”
“마음 같아선 내일 아침까지 이렇게 내버려 두고 싶은데요.”
「과연 관리인 동생. 적절한 판결이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자. 그렇게 됐으니 내일 아침에 봅시다, 한 선배.”
“뭐? 날 이렇게 두고 가겠다고?”
“건물 무너뜨리려고 한 죗값은 받아야죠.”
“오해라니까. 무너뜨리려고 한 적 없어!”
그럴 생각이 있었든 없었든.
건물이 흔들렸고.
사람들은 놀랐다.
그 대가는 치러야 했으므로, 우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다려 봐! 야, 백도운! 나 너한테 검기 가르쳐주러 온 거라고!”
“……!”
검기.
그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한진환 이 양반이랑 그런 거래를 했었다.
검기, 그리고 검강이란 것을 내게 가르쳐주겠다는 거래를.
“그러게 용건부터 말하지 그랬어요.”
한진환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나무껍질 구멍을 살짝 넓혔다.
해제하지는 않았다.
실드를 씌운 게 아까웠던 탓이다.
***
우리는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훈련실로 가려고 했지만, 한진환이 파티장으로 가자고 했다.
내게 검기를 가르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면서 훈련실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후우…. 하아….”
한진환은 파티장으로 오자마자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그 탓에 우리 녀석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그를 지켜봤다.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란 A+급 헌터가 눈앞에 있어서 그런 걸까.
녀석들은 답지 않게 돌처럼 굳어 있었다.
제멋대로 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희주조차 입을 꾹 다물고는 묵묵히 그를 응시했다.
팬…은 아니고, 그냥 TV에서 보던 사람이 눈앞에 있어서 놀라고 당황한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양반이 저렇게 실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파티장으로 이끈 다른 목적이 있었나 보다.
파티장에 있는 맛있는 음식들과 술들이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오늘 테이블엔 배달 음식들만이 가득했다.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리라.
“…원래는 네가 날 찾아올 줄 알았는데.”
“내가요?”
“베르동 협곡 게이트에 들어갈 거라며. 그래서 S급 헌터 테스트를 치르게 됐고.”
“그렇죠. 근데 그거랑 선배 찾아가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줄 알았지.”
한진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내가 뭘 모르고 있었다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옆에 앉은 도희가 알아차린 듯 말했다.
“S급 헌터 테스트에서 검기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건가요?”
“정답.”
“얼씨구….”
“어때? 이제 후배 생각하는 선배의 마음이 이해가 가?”
그 말대로, 한진환이 와주지 않았더라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만만하게 S급 헌터 테스트를 치렀다가 떨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창피를 겪게 됐으리라.
먼저 찾아와 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 것도 같았다.
고마우면 고마운 거지 왜 ‘들 것 같았다’로 끝났느냐면….
“예전에 가르쳐줬으면 이럴 일 없었잖아요?”
가르쳐준다고 해 놓고서 지금까지 안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이번에 테스트 치른다니까 기억이 났던 거겠지.
그래서 부랴부랴 급하게 날아왔던 거고.
“…흠, 흠!”
핵심을 찔린 듯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해댄다.
하여간….
“아무튼! 일어나서 내 앞으로 와. 검기 가르쳐줄게.”
“알겠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한진환 앞에 섰다.
가르쳐준다니까 일어났는데….
대체 뭘 하려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검기란 게 가르쳐준다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 일이 됐다면 벌써 도희나 태천이게 배웠을 거다.
한진환이 손을 내밀고 흔들어 댔다.
“손.”
“……?”
맞잡으란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맞잡는다.
그러자마자 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세계수가 순수한 번개의 마나를 느꼈습니다.] [번개의 마나가 대량으로 관리인에게 전달됩니다.]빠직, 빠직!
맞잡은 손에서 번개가 튀어댔다.
점점 퍼져 나가 나와 한진환의 온몸을 덮었다.
“오, 오라버니!”
“도운아!”
도희와 태천이 내 이름을 불렀다.
번개가 온몸을 덮었으니 걱정스러울 만도 했다.
하지만 한진환의 번개는 내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아니, 끼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옳겠다.
나무껍질이 발동되지 않았으니까.
어째서지?
분명 맞닿아 있는데….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응. 아무렇지도 않아.”
“참나. 별걱정을 다 하네. 설마 내가 이런 데서 백도운을 위험에 빠뜨릴까.”
한진환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도희와 태천이를 비롯한 백운천 간부들이 모인 곳에서.
심지어 무기와 임페일도 있는 이곳에서, 날 위험에 빠뜨린다?
크라우드의 리더인 해골도 감히 그런 짓은 하지 못하리라.
“갑자기 번개로 덮어 버리는데 어떻게 당황을 안 하겠습니까?”
“하기야. 조심해서 나쁠 거 없긴 하지. 이거 조금만 튀어도 사이클롭스는 숯이 될 테니까.”
“뭐요?”
“지금 그런 엄청난 거로 오라버니 몸을 덮었다고요? 미친 거예요?”
도희가 사납게 질문했다.
하지만 나와 한진환의 시선은 도희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벌떡 일어나 멀찍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태천이와 유재이까지.
원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건 도희와 무기뿐이었다.
그마저도 무기는 번개가 튀어도 아무 피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심드렁한 거였다.
“…….”
머릿속이 차가워진다.
마치 한재임이 얼음 마법으로 내 머리를 후려친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천이 엄지를 치켜뜨며 씩 웃었다.
웃어?
태천이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뭐하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뭐, 아무튼 다 됐다.”
그러면서 한진환은 몸을 덮었던 번개를 없앴다.
다 됐다고?
“검기 한 번 써봐.”
“…뭘 써보라고요?”
“검기.”
“……?”
“써보라니깐?”
“지금 한 게 뭐 있다고요?”
그리 묻자 한진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더 할 말 없다는 듯 테이블 위의 맥주를 마신다.
이해가 안 되네….
번개로 몸을 덮었다고 검기가 써질 리가 없건만.
“…아르카.”
그래도 써보라니 써봐야겠다.
저 양반이 저렇게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는 건 그럴 이유가 있는 걸 테니까.
아르카에 마나를 불어넣어 목검 형태로 바꿨다.
그러고는 검기를 써봤는데,
우웅…!
진짜로 써졌다.
“……?”
이게 왜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