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9
제9화
“어떻게, 어떻게 한 건가?”
우 회장은 당황한 상태에서도 점잖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질문하고 싶은 걸 참는 듯 보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손가락을 갖다 댔을 뿐인데 설지초가 떨어져 나왔으니까.
손 위에서 설지초를 놀리며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 대리와 헤어질 때였다.
“갑자기 어디 가시는데요?”
“네가 알아서 뭐 하게.”
“어, 감시?”
“태천이한테 내 얘기 하면 진짜 죽여 버린다.”
“그럼 부길마님한테 말하죠, 뭐.”
“개소리 그만하고 돌아가. 나중에 연락할 테니까.”
“쩝, 알겠어요. 사고 치지 마시고요. 바로 일러 버릴 거예요!”
“안 쳐, 인마!”
누가 보면 허구한 날 사고만 치는 줄 알겠네.
아무튼, 나와 이 대리는 사이좋게 헤어졌다.
나는 곧바로 옆의 남산을 길이 없는 곳을 통해 올랐다.
자연물 채집 확률 보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서다.
또 확률 보정이 정확히 얼마만큼 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이쯤이면 되려나?”
남산 깊숙이 들어간 후 주변을 돌아봤다.
사람은 없었고, 작은 산짐승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타이틀 – 세계수의 동반자]그러면서 타이틀을 장착한다.
장착 효과는 조건이 부족해서 받을 수 없었지만, 착용 자체는 되었다.
바로 앞에 자라 있는 작은 풀로 손을 뻗는다.
풀을 붙잡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풀은 쑥 뽑혔다.
시원함을 느낄 정도로 힘없이 뽑혔다.
“……?”
얇은 뿌리에서 흙이 후두두 떨어지는 걸 보며 생각했다.
이게 제대로 보정이 된 거야, 안 된 거야?
잡초였기 때문에 보정할 가치도 없었던 걸까?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줄기가 내 허리만 한 소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소나무도 자연물이니 채집하려면 보정 효과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생각난 김에 바로 실행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나무줄기를 붙잡아 위로 밀어 올렸다.
소나무 줄기를 붙든 두 손이 미끄러져 위로 쑥 올라갔다.
“으, 따가!”
두 손이 위로 올라가긴 했다.
소나무도 함께 올라간 건 아니었지만.
소나무는 그대로 서 있었다.
내 손만 미끄러져 올라갔고, 그 탓에 손은 나무껍질에 긁힌 잔상처로 엉망이 됐다.
물론 손은 1초도 안 돼서 새살이 돋아 언제 다쳤냐는 듯 말끔해졌다.
고통도 금세 사라졌는데 왠지 욱신욱신한 느낌은 남았다.
내려놓았던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 들고 탭을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뭔가 채집할 때 취해야 하는 행동이 있는 것 같은데….”
무턱대고 뽑는 건 방법이 아닌 듯하다.
확률 보정을 받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 같다.
타이틀 창엔 그런 설명 같은 게 쓰여 있지 않았었다.
혹시 뭘 놓친 게 있나 싶어 캐릭터 창을 열고 타이틀 창을 열어 다시 확인했다.
[세계수의 동반자 – 인류 최초로 세계수를 자라나게 한 업적을 인정받아 획득했다.] [보유 효과 – 대지 위에 있는 한 지치지 않는다. 자연물 채집 확률 보정을 받는다.]설명 같은 건 쓰여 있지 않다.
손을 들어 문구를 클릭해 보았는데도 새 창은 뜨지 않았다.
아무 변화도 없는 타이틀 창을 빤히 바라봤다.
귓가에 스마트폰 화면을 탭 하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톡, 톡, 톡, 톡, 톡… 톡?
“이, 이거?”
의문과 깨달음을 동시에 느끼면서 검지를 내려다봤다.
오른손 검지는 화면을 두드린 채로 멈춘 상태다.
세계수에게 마나를 건네줄 때 하는 행동.
이젠 몬스터까지 사냥하는 행동이다.
따스한 손길….
천천히 스마트폰을 쥔 오른손을 뻗었다.
곧 꼿꼿하게 펼쳐진 검지 끝이 나무줄기에 톡 닿았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따스한 손길이 소나무에 닿았습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E등급 소나무’의 채집을 시작합니다.]“……!”
역시!
자연물 채집은 따스한 손길로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잠자코 채집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현 상태를 유지해 E등급 소나무의 채집을 시작합니다.] [타이틀 세계수의 동반자 보유 효과로 채집 확률을 보정합니다.] [E등급 소나무는 세계수의 하위 생물에 속합니다.] [확률 보정, 확률 보정. 확률 보정이 완료되었습니다.] [E등급 소나무 채집 확률 100%.] [따스한 손길을 3초 동안 유지하면 채집을 진행합니다.] [3, 2, 1.]보정이 끝나고 푸르스름한 창이 사라졌다.
동시에 검지를 갖다 댔던 소나무가 뿅! 튀어나왔다.
개구리가 점프하듯 뿌리를 튕겨 빠져나온 거다.
흙에서 튀어나온 소나무는 그대로 떨어져 숲 바닥에 쓰러졌다.
“하, 하하하….”
바닥에 쓰러진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한 기분이 흘러나온 거다.
멀거니 바라보다가 이후 닥치는 대로 채집을 시도해 보았다.
‘E등급 참나리’.
‘E등급 칡’.
‘D등급 남산제비꽃’.
‘C등급 노란망태버섯’.
그것들은 [세계수의 하위 생물에 속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00% 확률로 뿅뿅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나는 어떤 자연물도 채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령 그것이 홍유릉 게이트의 우담화라고 할지라도.
왜?
S등급 영약이라고 해도 결국 자연물에 불과했으니까.
그렇다면 충분히 채집할 수 있었다.
그걸 확신한 나는 이 대리에게 연락해 일대 그룹과 다리를 놔 달라고 했다.
“어떻게 했는지라….”
어제 있었던 일들을 다시 기억 속으로 가라앉혔다.
회장실에 있는 모든 이들은 내가 말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을 정직하게 말해 줄 수는 없어서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난 어깨를 으쓱이며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합니까?”
“음?”
“내가 설지초를 채집했고, 우담화도 채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걸 텐데요.”
“…그렇지. 자네 말이 맞아.”
우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더 말할 생각이 없는 듯한 얼굴이었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것을 보니 기업 회장답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들은 궁금한 마음이 컸는지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A등급 영약을 채집해 냈으니 시험은 통과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대리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우 회장이 씩 웃었다.
미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마치 장난꾸러기 같았다.
“자넨 민주랑 나가야지.”
“네?”
“네?”
당황한 이 대리와 김민주가 동시에 대답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우 씨 부자와 비서 엄주아는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라, 주변에선 다 알고 있었나 본데?
“뭘 그리 놀라나. 소개비 받으러 가야지?”
“아! 네, 네. 받아야죠.”
“자, 어서 나가게. 우린 우리끼리 할 말이 있으니.”
우 회장이 웃으며 손을 휘젓는다.
두 남녀는 우물쭈물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히죽 웃었다.
저놈을 어떻게 놀려야 잘 놀렸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까.
두 남녀가 문은 닫고 나가자 우연후가 진지하게 물었다.
“따듯한 손가락 씨. 얼마를 원합니까?”
“…10억. 돈은 그 정도면 됐습니다.”
따듯한 손가락.
착실한 얼굴과 진지한 목소리로 그리 말한 탓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꾹 참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대답했다.
그런 이름을 말한 건 나다.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
내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그는 인상을 구겼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10억이면 된다고요?”
“그 말대로입니다만.”
“이성훈 씨에게 얘기를 듣지 못한 겁니까? 우린 우담화를 채집하러 홍유릉 게이트에 들어갈 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겨우 10억을… 아버지?”
우연후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우 회장을 바라봤다.
우 회장이 손을 들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입을 다물고 등을 소파에 붙였다.
발언권을 자기 아버지에게 넘긴 거다.
나도 시선을 그에게서 우 회장으로 옮겼다.
우 회장은 흰 턱수염을 슬슬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돈은 그 정도면 됐다. 돈은, 됐다.”
“…….”
“그럼 바라는 게 뭔가?”
과연.
우 회장 쪽이 헌터인 아들보다 대화가 잘 통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 나는 돈보다 더 바라는 게 있었다.
“내가 헌터가 아니거든요.”
“…음, 그런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거짓부렁을.
세 사람은 그리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을 했다.
하긴, A등급 영약을 손쉽게 캐내는 사람이 헌터가 아닐 수 있을까.
A급 헌터가 귀찮아지기 싫어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가면과 가명은 그 생각을 확신으로 바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입니다.”
“그래, 알겠네.”
우 회장은 지그시 눈을 감곤 고개를 앞뒤로 천천히 끄덕였다.
마치 ‘알아들었으니 그만해도 되네’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이해한다는 듯 쿨하게 오해하지 말라고….
나는 믿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난 ‘헌터 자격증’을 원합니다.”
“그걸 왜 여기서 찾나? 헌터 협회나 구청을 가야지.”
“…….”
무슨 말 하는지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는.
누가 기업 회장 아니랄까 봐 능구렁이 같은 점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우 회장을 바라봤다.
그는 흰 턱수염을 슬슬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허, 원하는 게 위조 자격증이라….”
“어감이 좀 별로네요. 두 번째 자격증이라고 하죠.”
“그래, 그래. 위조 자격증.”
“…….”
쩝. 사람 할 말 없게 하는 양반일세.
나는 잠자코 우 회장이 결정하길 기다렸다.
원하는 걸 말했으니 어떡할지 결정하는 건 그였다.
그가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좋네. 해 주도록 하지.”
우연후와 엄주아가 놀란 얼굴로 우 회장을 바라봤다.
아마 그는 이런 걸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으리라.
딸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일이니 할 수 없이 받아들인 거겠지.
이 대리와 나누어 가질 10억과 위조 자격증.
“그 정도면 됐습니다.”
“아니, 내가 되지 않았네.”
“네?”
“돈 말이야. 더 받도록 하게. 50억이 적당하겠군.”
50억이 무슨 동네 개 이름이야?
들어가서 우담화를 톡 건드리면 끝날 일이다.
그런 거금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
“시끄럽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걸맞은 값을 받아야 하는 법이야. 자네한테 쉬운 일이라고 값싼 일이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네.”
“그 말엔 동의합니다만….”
“정 필요 없어도 일단 받게. 그 후 쓰레기통에 버리든 기부를 하든 자네 마음대로 하고.”
“…….”
고개를 돌려 우연후와 엄주아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본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꼭 ‘그냥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하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긴, 무슨 말을 한들 우 회장이 말을 바꿀 것 같지 않았다.
“보수 얘긴 이걸로 됐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까?”
“…그러시죠.”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아니.
가면 윗부분을 짚으며 손을 휘저었다.
“큰 틀은 알고 계신 것 같으니, 제가 작은 틀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엄주아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큰 틀은 홍유릉 게이트의 우담화를 채집하러 간다는 거였다.
아마 작은 틀은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인원으로 들어갈지 등등을 설명하는 것이리라.
그때,
“아!”
우 회장이 탄성을 지르고는 끼어들었다.
“잠깐, 미안하네. 한 가지 질문이 있어서 말이야. 그것만 마저 하고 얘기를 들어도 되겠나?”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엄주아는 곧바로 그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우 회장은 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오늘 만날 이후 가장 진지한 얼굴이어서 심각함마저 느껴졌다.
나뿐만 아니라 우연후와 엄주아도 심각함을 느낀 듯했다.
대체 뭔 말을 하려고?
“따듯한 손가락.”
“뭡니까?”
“위조 자격증에도 그 이름을 쓸 건가?”
……아뿔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