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92
제 192화
제2편 대학 생활의 시작
한성은 히죽 웃었다.
좋다.
방송으로 받는 관심보다는 역시 이렇게 직접 관심을 받는 것이 더 좋다. 게다가 이제는 초월종이나 신을 죽이지 않으면 관심받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블랙 키리윰 하나 찢었다고 이런 관심을 준다.
역시 학생이 좋긴 좋다.
그러다 문득 손을 내렸다.
너무 나댔다.
그래도 이 시험에선 1등이다. 마력이 거의 꼴찌였으니까. 몬스터 잡는 게 중간만 가면 합격은 할 것 같다.
“오! 아저씨! 역시 마력은 없어도 잘할 것 같았어요!”
“근데 나 아저씨 아닌데요.”
“몇 살인데요?”
“……시험 잘 본 거 축하해요.”
“아저씨 맞네. 대학 들어가는 것에 나이 제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들어 보이나?”
“네.”
그녀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얼굴을 조금 젊게 바꾼 것도 있는데 말이다.
“어서 시험이나 보러 가.”
“나 다 했어요! 저거!”
소녀가 가리킨 곳엔 전광판이 있었다. 여기도 모든 성적을 공개하는구나. 1위엔 이한성이 자리에 있었는데, 그 옆에 마력 성적 F가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민망했다.
그래도 [마력 지배]로 아카데미를 휘저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뭐, 상관없다.
그리고 2위에 안진희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몰랐다.
“진희?”
“네!”
“잘하네.”
그녀의 이름 옆에는 마력 성적 A라는 것까지 적혀 있다. 그 정도면 나쁜 게 아니다.
“근데 자연스럽게 반말하시네요.”
“아저씨 맞으니까.”
“할아버지세요?”
“…….”
한성은 말을 섞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아마 진희라는 저 소녀도 [세상의 끝]이라는 게임. 그러니까 지금의 판도라에서 게임으로 수십 년은 보냈을 거다. 요즘은 그런 것까지 나이로 치지는 않지만, 한성은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긴 하다.
“다음 시험이나 보러 가자.”
시선이 이쪽으로 모여있다.
블랙 키리윰 시험에서 1위와 2위가 나란히 얘기하고 있으니 관심이 가겠지.
그때, 한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콰자자작!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
한성과 진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추정하기 힘든 무형의 힘으로 블랙 키리윰 한쪽을 날려버린 상태였다. 마력을 이용한 이능이긴 한데, 저런 형태는 처음 본다.
마치 약력이나 강력과 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꽤 잠재력이 있는 이능이다.
그런데…….
“……저거 왜 날 째려보지.”
“쟤 삼송의 삼남이자 비천한 신격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이민성이라고 해요. 성격이 꽤 더럽죠. 뭐, 그래 봤자 스무 살 꼬마이긴 하지만요.”
“너도 스무 살?”
“네, 아저씨는?”
“나도 스무 살.”
한성은 장난이었지만, 진희는 이미 한성을 벌레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서른다섯.”
대략이지만, 그 정도가 맞긴 하다.
이쪽저쪽 세상을 오가다 보니, 나이 개념이 천천히 사라진다. 게다가 이제 제대로 된 신격을 갖추고 있어서 수명에 대한 제한이 사라졌기에 더욱 나이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어리네요.”
“뭐!?”
“흥, 다음 시험이나 보러 가시죠.”
진희는 한성의 손목을 끌고 갔고, 한성은 이쪽을 째려보는 남자를 슬쩍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진희를 따라갔다.
뒤로도 몇의 수험생들이 블랙 키리윰 한쪽을 날리거나 부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한성의 1위 성적은 움직이지 않았다.
진희의 성적만 한 단계 내려갔을 뿐.
* * *
한성은 가상현실 캡슐을 바라봤다.
여기도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 균열이 생기고 6개월. 그리고 판도라가 생긴 지 1년 정도가 지났으니 그럴만했다.
특히, 판도라 안쪽의 대한민국과 이쪽의 대한민국이 서로 교류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판도라 쪽의 대한민국은 단연 세계 최강국.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멸망한 나라도 있고, 사라지기 직전의 나라도 있다. 몇몇은 절반 이상이 무너진 곳도 있었고 말이다.
멀쩡한 나라는 단연 대한민국이 독보적이다.
그나마 괜찮은 곳은 미국.
하지만 그것도 대한민국에 미치지 못한다.
솔직히 판도라에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몇 개 나라를 없애는 것도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실에서도 [판도라의 계단]이 서울에 있으니, 최근 대한민국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했다. 전 세계의 ‘부’가 한국을 향했으며, 어떻게든 판도라를 통해 교류를 시작하고자 하는 외교적 작업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이래 저래해서.
복잡한 상황을 생략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큰소리 좀 친다.
복지는 훨씬 좋아졌고 우리나라 주식은 손만 대도 대박 치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런 첨단 마도 공학도 꽤 많은 발전이 있었고 말이다.
“아저씨.”
“아, 자꾸 아저씨라고 할래?”
“결혼은 했어요? 아, 애가 있나?”
“없거든! 여자친구는 있다.”
“오! 대박.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얼굴에 없겠냐.”
한성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진희가 수긍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있어요?”
“있지……가 아니라 없지.”
같이 찍은 사진은 있지만, 원래 한성의 얼굴이었고 성시연만 따로 찍은 게 있지만, 거의 마왕의 모습이다. 그런 걸 보여줄 수는 없다.
“당장 사진은 없고, 한번 놀러 올 거야. 같이 한번 보자.”
성시연 정도면 충분히 자랑할 정도의 여자친구 아닌가.
그녀도 매력 능력치가 90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올랐으니까. 아무래도 몽마인 릴리스의 신격을 이어받았고 원래도 매력 능력치 잠재력이 크기도 했다.
요즘은 거의 후광이 비친다.
미(美)의 여신처럼.
“에이, 없네.”
“있거든!”
“얼마나 만났는데요?”
“한 6개월? 알고 지낸 지는 좀 됐지만.”
아, 생각해보니 누군지 알면 기겁을 할 것 같다. 아직 지구의 사람들은 판도라 사람들을 보면 게임 캐릭터라는 관념이 박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게다가 메인 캐릭터 중에 하나다.
수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모두의 그녀이지 않은가.
“거짓말 같은데? 6개월이나 됐는데 사진이 없다고요?”
“없을 수도 있지.”
“이해해요. 외모가 다가 아니죠.”
“이쁘거든!”
“에이, 누가 안 예쁘다고 했나요. 성격이 중요하단 거죠.”
조리돌림 수준이 장난 아니다.
한성은 웃으며 받아쳤다.
“그럼 너는 없지?”
“네, 없는대요?”
너무나 당당했다.
그러니 한성이 할 말이 있을 리가.
“……그럴 수 있지.”
아직 스무 살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열다섯 살이나 차이 나는 꼬마다.
조카 같은 아이랑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성은 고개를 털고 시험 순서를 바라봤다.
“네 차례다.”
“어? 저 다녀올게요!”
한성은 진희를 보면서 웃었다.
마치 이하얀을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 버릇없는 것 같아도 귀엽다.
곧 한성의 차례가 왔다.
* * *
이민성은 기분이 더러웠다.
감히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안진희와 함께 있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아마 LGI 회장의 손녀라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겠지.
“흥, 더럽군.”
이민성은 자신의 시험 순서를 봤다.
이제 곧이다.
안진희가 먼저 들어갔고 뒤로 이한성이라는 놈이 들어갔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블랙 키리윰을 이상한 방법으로 찢어 놓기는 했다. 조금 놀랐다. 하지만 실력이라는 것을 단지 파괴력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민성은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D등급 몬스터인 오크 전사가 나왔다. 이민성은 이미 비천한 신격에 도달했었고, 지금은 지구이기에 ‘신격’도 아니다.
하지만 신격에 도달했던 경험과 실력은 그대로였다.
이민성의 메인 이능은 [마력 폭발]이라는 것이다. 이민성의 지배하에 있는 마력을 폭발시키는데 그 파괴력은 웬만한 미사일 못지않다.
그 파괴력은 마력 조정 능력에 비례하는데, 이민성은 자신 있었다.
키잉.
작은 빛의 무리가 오크 주변에 모였다.
끙?
오크가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팟!
오크의 머리가 있던 곳에 파란빛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오크의 상체 절반과 함께 사라진 상태였다.
– 축하드립니다.
– 다음 단계를 시작합니다.
아카데미에서와 비슷한 방법으로 시험이 진행된다.
이민성은 자신의 점수표를 봤다.
빠르고 간결하게 해치웠다.
오늘 한 번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한 번, 두 번.
오크 다섯, 트롤 둘.
오우거 셋.
트윈 헤드 오우거.
차례로 강한 몬스터가 나왔다.
슬슬 마력이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하다. 마력을 최소한으로 절제했기 때문이다.
“여기 까진가.”
이번엔 은색 비늘을 지니 비룡. 와이번이었다. 신격이 있다면 어려울 거 하나 없는 몬스터였지만, 지금 상태론 한계였다.
“충분하겠지.”
다른 이들은 상상도 못 할 엄청난 점수.
8,500점이다.
이민성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밖으로 나왔다.
와아아아아!
환호성이 들렸다.
그래, 이래야지.
모든 관심은 이곳으로 모여야 한다……?
뭔가 묘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뒤에 있는 것 같지?
이민성은 슬쩍 올리려 했던 손을 내리고 뒤를 바라봤다.
“하하하, 별거 아닙니다. 그저 검에 재능이 조금 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곳엔 재수 없게 생긴 이한성이 뻔뻔하게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여성이 있었고 그중에는 안진희도 보였다.
“오빠, 멋져요!”
“잘 생겼는데, 능력까지! 나랑 결혼해줘요!”
“와, 대박 잘 생겼어.”
“어떻게 2만 점을 달성한 거지?”
“마력이 F인데? 이능 특화인가 봐. 아무리 그래도 2만 점이 가능해? 2등이 1만2천 점인데!”
“검을 어떻게 저렇게 쓰는 거지? 미쳤다.”
“아저씨! 조금 멋있네!?”
이민성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이 정도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점수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그것도 저렇게 잘 생긴 놈한테? 말도 안 된다. 저런 관종에게 누가 저런 힘을 줬단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평소에도 화가 많은 편이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고 얼굴이 벌게졌다.
그때, 안진희가 이한성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툭.
깊은 곳 어딘가, 이성을 붙잡는 끈이 떨어졌다.
[힘을 원하느냐?]소리가 들린 것인가? 이민성은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었다는 것. 이민성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줘.”
[네 육신에 힘이 깃들지어다.]그저 말 한마디였다.
그런데 이민성의 몸에 말도 안 되는 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투둑.
이민성 이마에 있는 굵은 혈관이 툭 튀어나왔고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손끝에 얇은 보랏빛 촉수가 잠시 보였다가 사라졌다.
팟.
“어? 무슨 일이지?”
순간 기억을 잃은 것 같은데……, 아닌가? 갑자기 화가 급격히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심장은 쿵쿵 뛰었다.
“몸이 안 좋은가.”
신격에 도달했을 땐 잔병치레 같은 건 없었다. 이곳에선 신격이 없는 수준이라 무슨 병이라도 난 것일까?
이민성은 심장을 어루만지다 문득 안진희와 이한성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흥, 언젠간 나한테 넘어오게 해 주지.”
천천히 하면 된다.
이한성, 생각보다 대단하다. 외모는 물론이고 능력까지. 2만 점이라는 것은 못 해도 비천한 신격에 도달했었다는 것이니까. 이능의 특성이나 업적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민성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맞다.
“우리 삼송으로 스카웃 해봐야겠군.”
조금 기분 나쁘긴 하지만, 능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대우를 해 줄 수 있다. 오히려 그게 안진희와 떨어뜨려 놓는 방법일 수도 있고.
이민성은 고개를 비틀어 목을 풀곤 시선을 돌렸다.
그래, 천천히 한다.
화를 낼 필요까진 없는 일이다.
요즘. 아니, 오늘 뭔가 조금 이상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