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적당한 가공이 된 미국 여행기를 들려준 수겸은 커피를 홀짝였다.
“진짜 재밌었겠다!”
“부럽습니다. 전 아직 해외여행은 한 번도 안 가 봤지 말입니다.”
최영지와 이은호의 눈이 반짝였다.
“일하러 간 건데? 정말로 어디 유명한 곳은 한 번도 못 갔어. 일하고 호텔에서 자고, 일하고 호텔에서 자기만 했어.”
정말 죽을 뻔했던 수겸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 건 둘에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근데 사장님 오늘은 왜 오셨어요? 그냥?”
최영지의 질문에 수겸은 어이가 없었다.
“야! 무슨 동네 백수 보듯이 보는 것 같은데? 아니거든.”
“헤헤. 그러면요?”
“오랜만에 방송이나 한번 켤까 해서 왔지. 집에는 방송 장비가 없거든.”
“오! 방송!”
이은호가 외쳤다.
지난번 방송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것이 재밌었는지 무척 반기는 것 같았다.
“사장님. 근데 그 전에 어웨이큰 제작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지금 저희가 왜 여기서 놀고 있었겠어요?”
“너 무슨 빨리 납품하라고 구박하는 것 같은데? 네가 말 안 해도 오늘 만들려고 했거든?!”
“모르셨어요? 저랑 은호 오빠가 어웨이큰 판매 총책이잖아요.”
“그래?”
“네! 둘이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요. 히히.”
“근데 말 나온 김에 물어보는데 힘들거나 하진 않니?”
수겸은 아주 오랜만에 직원 상담을 하는 기분을 느꼈다.
‘편의점 할 때 영지가 혹시라도 그만둘까 봐 그렇게 마음 졸였는데 말이지.’
“전혀요. 재밌어요. 처음엔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잘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괜찮습니다. 친구들도 사러 오는데 이것도 전국에 하나뿐이라 은근히 자부심도 느끼고 그렇습니다.”
“뭘 또 자부심까지야. 난 너희가 힘들면 이제 고집 그만 부리고, 판매 창구를 늘릴까 했는데. 그건 괜찮은 거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최영지가 잠깐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왜?”
“저도 이 기분 나쁘지 않거든요. 약간 독점하는 기분? 그리고 사장님 어차피 창구 늘려도 그만큼 생산하지도 못하시잖아요. 거기 직원들도 하는 것 없이 놀기만 할걸요?”
“그것도 맞긴 하네.”
최영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도 맞는 것 같았다.
‘전부 다 내가 만들어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되긴 해. 대한제약에서 만드는 건 가공을 해서 양을 엄청 늘렸으니까 가능하지만 어웨이큰은 그런 과정이 없이 전부 나 혼자 만드는 것이니까.’
한마디로 감당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계속해서 늘리다가는 진짜 바깥 공기 한 번 쐬지 못하고 공장에 처박혀서 기계처럼 생산만 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그건 수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면 일단 다시 보류. 너희 둘이 맡아서 잘 팔아 봐. 난 둘을 믿으니까.”
“충성! 맡겨만 주십시오!”
“헤헤. 감사해요. 근데 사장님 오늘은 어웨이큰 때문에 오신 거예요? 아까 눈치 보니까 그건 생각도 못 하신 것 같던데.”
“크흠. 방송 한 번 해볼까 하고 왔어. 집에서 하려다가 장비가 하나도 없더라고. 마이크라도 있어야 말을 하는데 그것도 없어서 말이지.”
“오!”
이은호는 방송을 무척 반기는 눈치였다.
“너희 놀고 있지 말고 이왕 만난 김에 나 방송 켜는 것 좀 도와줘라. 많이 안 해봐서 그런가 아직도 낯서네.”
“네! 좋아요. 맡겨만 주세요!”
최영지와 이은호가 그 말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에 넣어뒀던 장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 * *
둘 덕분에 빠르게 방송 준비가 끝이 나고 수겸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수겸은 사람들이 접속하기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시작할게요.”
아무런 내용도 없는 수겸의 멘트였지만, 채팅창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 연금술사님! 이게 얼마 만에 방송인가요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 세계 유일의 연금술사가 라이브 방송을 한다? 크으. 이건 못 참지!
– 오늘은 뭘 하실 건가요!
우르르 올라오는 채팅창을 전부 읽지 못했지만, 수겸은 몇 가지 질문을 캐치했다.
“오늘은 지난번처럼 연금술을 할 계획은 없고, 뭘 좀 물어보고 싶어서요.”
– 안돼! 연금술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 2222222222
– 33333333
– 내용 궁금하다. 어서 시작해주세요! 벌써 접속자 4만 명이에요!
“아 이제 시작해볼까요?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벌써 4만 명이 됐네요.”
수겸은 자세를 고쳐 잡은 후 카메라를 응시했다.
“생각보다 연금술 하는 것도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네요. 그러면 그것도 하죠, 뭐. 일단 오늘은 왜 방송을 켰냐고 하면 한 번 질문해보려고 켰어요.”
수겸은 잠시 뜸을 들였다.
“지금까지 힐링 포션, 어웨이큰을 비롯해서 여러 약물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혹시 여러분은 이런 약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있나요?”
– 대박. 이제 주문도 받으시나요?
– 말하면 진짜로 만들어주시나요?! 헐헐.
– 탈모! 탈모! 탈모!
– 무조건 탈모약 각이다, 이건. 다른 거 말도 하지 마셈.
채팅창에서 머리를 잃고 있는 슬픈 사람들이 대동단결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채팅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자자, 탈모인들은 모두 진정해주세요. 알겠어요. 탈모약 접수.”
– 이게 된다고요?
– 수겸. 그는 역시 신인가.
– 설레발 노노. 님들 신도 탈모만은 못 막을 거임.
– 탈모인들은 운명을 받아들여라!
“된다고 약속은 못 드리지만, 노력은 해볼게요. 자, 그러면 탈모약 말고 다른 건요?”
그사이에 방송을 보는 사람은 5만 명을 넘어서고, 채팅창은 그야말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후원 기능은 꺼둬서 소통하는 방법은 채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채팅창을 열심히 보고 있던 최영지가 종이에 글씨를 써서 수겸에게 보였다.
“좀 귀여운 이야기도 있네요. 달리기를 못해서 체육 대회에서 항상 꼴찌만 해서 너무 속이 상합니다. 혹시 달리기가 빨라지는 약도 있을까요, 라고 말씀해주셨네요.”
수겸은 글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에 미소를 지었다.
“체육 대회라… 재밌네요. 작성자분이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순수해서 눈길이 갑니다.”
수겸은 본인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지.’
당연했다.
지금과는 다르게 다리를 절고 다닐 때니, 운동회가 웬 말인가.
게다가 할머니 혼자 돈을 벌었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았다.
‘친구들은 치킨이며 피자며 먹을 때 난 그냥 김밥 한 줄만 샀었는데.’
그럴 때마다 챙겨준 것이 민환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지낼 줄은 몰랐지만.’
수겸은 잠시 옛날 일을 회상하다가 말했다.
“달리기가 빨라지는 약. 이것도 후보로 채택할게요. 왠지 재밌을 것 같아요.”
– 근데 이건 반칙 아닌가요?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지. 빼박 도핑인데?
– 너 T냐?
– 그냥 한 번 이겨보고 싶다잖냐. 애가. 나도 저 마음 이해 감. 맨날 꼴찌하다가 4등 하면 우리 집 파티했었음.
“친구. 혹시나 부탁한 약을 받게 되면 딱 한 번만 재미로 하기, 약속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도핑은 맞지. 근데 애들 체육 대회에 한 번쯤은.’
– 근데 이거 생각해보면 개꿀임. 만약에 판매가 된다고 하면 생각해 보셈. 달리기 빨라지면 아침에 5분 더 잘 수 있음.
– 오오오. 저도 찬성입니다요.
– 찬성합니다.
– 저도 찬성!
그리고 왜 제일 먼저 나오지 않았는지 의문인 아이디어가 채팅창에 올라왔다.
– 살 빠지는 약이요.
– 다이어트 약. 제발요. 제발!!
귀여운 체육 대회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이제는 다이어트 약으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약도 접수할게요. 근데 여러분 이걸 다 제가 만들어 드린다는 게 아니에요. 아시죠? 저도 만능이 아니라서 못할 가능성이 커요.”
수겸은 메모장을 켜서 아이디어를 적어서 보여주었다.
“이렇게만 접수할게요. 다음에도 또 방송에서 접수할 테니까 말씀하신 게 채택이 안 되신 분들은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구요. 그러면 이번엔 연금술을 한 번 보여드릴까요? 안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또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수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은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웨이큰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건 아니고. 아니, 새롭나? 지난번이랑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만드는 시약은 어웨이큰입니다.”
수겸이 이번엔 카메라를 들어 이은호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제삼자가 들고 찍어야 훨씬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수겸은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책상 위를 가리켰다.
“여기에서 한 번 해볼게요.”
그리고 시작된 수겸의 연금술.
이번에 깨달은 걸 보여줄 속셈이었다.
수겸의 손끝에서부터 시작한 마법진은 금세 완성되고,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냈다.
– 님들. 제가 처음 봐서 그런데 원래 아무것도 없이 손으로 하셨었나요?
– 예전 영상도 보고 라이브 방송도 봐서 아는데 오늘 같은 장면은 처음 봄.
– 아니. 연금술사가 아니고 마법사였음?
“하하. 어때요? 조금 놀라셨나요. 이번에 좀 깨달은 게 있어서 기술이 좀 발전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습니다.”
– 근데 이런 걸 계속 보여줘도 되나요?
수겸을 걱정하는 채팅이었다.
“이게 요리처럼 보고 따라 하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서 괜찮아요. 그리고 혹시나 저와 비슷하게라도 뭔가 되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은 말씀해주세요. 진짜 제자로 받습니다.”
수겸은 진심이었다.
‘혹시나 내 영상을 보고 따라 하다가 자기 재능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 미친. 제자 받으신단다. 얘들아 훈련 시작하자.
– 오늘부터 마법진 그리기 훈련 들어갑니다. 같이 훈련하실 분 모집.
– 저 되는 것 같은데요?
– 와, 윗분 진짜 덤덤하게 구라 잘 친다. 정색하고 채팅 치는 꼴 보소.
“자, 내가 좀 되는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은 영상 찍어서 제보해주시면 제가 보고 연락드릴게요. 농담 아니고 여러분들 놀리는 것 아닙니다. 저 진지해요.”
수겸은 99.9 퍼센트 농담이었지만 정말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이 있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오늘 방송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이만.”
방송이 종료되고 수겸은 지친 듯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아오, 진 빠지네.”
“고생하셨어요. 사장님 근데 진짜예요? 제자로 받는다는 거요.”
최영지가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당연하지. 방송에다 대고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 근데 아마 없을 거야.”
수겸은 고개를 저었다.
“진짜로 누구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어쩌죠?”
이은호는 걱정이 되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타나면 좋지 뭐. 오늘도 어웨이큰 부족해서 못 팔잖니. 일도 시키고 얼마나 좋겠어?”
“그래도 사장님이 유일해서 더 특별한데 전 그런 점이 걱정됩니다.”
“괜찮아. 들리기에 좀 재수 없을 지 모르겠는데, 난 좀 특별하거든.”
누군가 나타난다 한들 수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연금술이 총망라된 지식 사전을 이길 순 없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