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01
100화 다크 엘프들의 왕(3)
“여기인가? 애들과 성재 오빠가 사라진 장소가.”
조금 전, 유성은은 《케인》 길드 입구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허름한 외관과 내부.
벌써부터 느껴지는 음침한 마력이 파랑을 만들며 고압적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유성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곳은 명백히 이상한 장소다.
기름을 먹여 놓지 않아 끼익대는 문과 안이 보이지 않는 창. 그뿐 아니라, 내부에서 퍼져나오는 짙은 혈향까지.
“어떻게 생각해도 일반적인 길드 건물은 아닌 것 같네.”
고개를 끄덕인 유성은이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길드 안으로 향했다.
이미 재현 일행이 다녀갔기 때문인지 문은 열려 있었다.
끼이이익…….
문이 움직이며 낡은 쇳소리를 냈다.
안으로 들어서자 불안감은 점점 더 증폭되었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위험하다.
마치 폐건물을 연상케 하는 건물. 긴 복도에 버려진 하얀 분필로 쓴 연산식.
식에 휩쓸린 여파인지 주변에 흘러내리는 검붉은 피 웅덩이까지.
이미 유성은은 그것만 보고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 지 단번에 깨달았다.
“전송 마법이 발동된 흔적이 남아 있어. 그것도 아주 강력한.”
식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건 고차원의 ‘이계 전송식’이었다.
미드가르드를 제외한 아홉 세계의 던전으로 직접 사용자를 전송하는 마법.
아직 세간에 밝혀진 바 없지만, 이는 현재 암암리에 연구 중인 전송 마법의 일종이었다.
‘이제야 알겠어.’
머릿속에 선명하게 몇 가지 확고부동한 사실이 떠올랐다.
하나. 구자인의 세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곳에 이계 전송 마법을 설치했다.
둘. 생도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재현 일행은 강제로 어딘가로 이송되었다.
셋. 박성재와 재현의 실력만으로 쉽게 클리어할 수 없는 수준의 던전이다.
유성은은 생각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아직 《이발디의 귀걸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오래 시간을 끌수록 애들이 위험해 지는 건 사실이야.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유성은은 곧바로 복도 중앙에 적힌 식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고차원적인 연산식. 구자인…… 생각하는 것보다 일을 훨씬 크게 벌였어.”
저도 모르게 아랫 입술을 짓씹었다.
유성은은 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이건……!”
잠시 후.
연산식이 빛을 발하며 어두컴컴한 건물 내부를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유성은은 떨리는 손으로 식에 마력을 가볍게 불어넣었다.
우우웅…….
복도를 감싸고 있던 투명한 마법진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빛은 글자의 형태를 띠며 빠르게 뜻을 토해냈다.
유성은은 그곳에 적힌 마법의 언어를 더듬더듬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자여. 다크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탈페임으로. 너를. 전송한다.”
말이 끊어짐과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성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만약 지금 자신이 읽은 내용이 맞다면, 이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사안이다.
스바르탈페임.
그곳은 다크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탈페임에서 살아나온 레이더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아직 공략법이 다 갖추어지지 않은, 레이더계의 불모지.
그곳이 스바르탈페임이었다.
갖은 감정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애들이랑 성재 오빠가 위험해.”
박성재는 다크 엘프들과 상성이 좋지 않고, 다른 이들은 고작해야 생도다.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은 재현 하나 뿐.
“어떻게든 빨리 재현이와 합류해야 해.”
유성은은 심호흡을 한 뒤, 둥글게 펼쳐진 마법진 위에 가볍게 올라섰다.
함정이라는 것 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그들과 빨리 합류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지이이이…….
마법진이 효력을 발하며 찬란하고도 어두운. 끈적한 마력을 뿜어낸다.
금방이라도 유성은을 집어 삼킬 듯한 농도짙은 어둠.
다시 한 번 익숙한 문구가 울려 퍼진다.
[어리석은 자여. 다크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탈페임으로. 너를. 전송한다.]* * *
다크 엘프들의 초소를 정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상성의 차이가 워낙 압도적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초소를 벗어나 되돌아가고 있는 재현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역시 다른 세력이 더 남아 있었어. 심지어 내가 죽인 녀석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 거의 S급에 육박하는 마수……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심장을 두방망이질 치는 불안감.
재현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으려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 전.
재현은 초소의 다크 엘프를 모두 처치한 뒤 마력 감지를 사용했다. 일행의 동태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거의 왕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녀석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크 엘프들은 하나의 왕만을 섬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보스룸에서 느껴지는 마력과 맞먹는 힘이 느껴지는 거지?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부 죽는다.”
재현은 귓불을 한차례 쓸어낸 뒤 마력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처음 던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행과 모였을 때 유성은에게 받은 물건이었다.
《이발디의 귀걸이》.
장착한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자동으로 짝에게 신호를 주는 아이템.
문제는 이 귀걸이의 발동 조건이 바로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위급한 상황’의 조건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아이템이 멋대로 결정한다.
덕분에 처음 스바르탈페임에 도착한 직후 귀걸이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 정확한 조건을 알 수 없기에 재현 역시 유성은에게 연락 할 수 없었고.
“젠장…… 역시 안 되나. 일단은 애들과 합류하는 게 먼저야.”
재현은 이를 악물고 모든 가속 마법을 모두 사용해 달렸다.
허나, 도착하기 직전.
재현의 얼굴은 다시 한 번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박성재.
그의 기감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 * *
“젠장! 얘들아 괜찮아!?”
김유정의 다급한 목소리.
일행은 대답조차 어려운 듯 고개만을 겨우 주억거렸다.
김유정, 서이나, 안호연과 조금 전 겨우 다시 몸을 일으킨 주성찬과 하연주까지. 일행 전원은 팔을 잃고 쓰러진 박성재를 대신해 적과 싸우는 중이었다.
박성재는 겨우 호흡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다크 엘프들의 주력기 중 하나인 CC기에 당한 듯 했다.
암살계 레이더의 한계 중 하나. 이는 상태이상에 비루할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호오. 아직 어린 녀석인 것 같은데 꽤나 쓸 만한 움직임이구나.”
어둠 속에서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그림자가 마력을 흘리며 말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
일행은 식은땀을 흘리며 불분명한 어둠이 깔린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안에 정체를 구분할 수 없는 거악(巨惡)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 상대한 이들에 비해 적어도 몇 배의 마력을 운용하는 마수.
“대체 넌 뭐지?”
안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
어둠 속 그림자가 일그러지며 내부로부터 섬짓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귀한 다크엘프의 왕족이자, 왕을 호위하는 친위 대장. 켈이다.”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켈은 어둠 속으로부터 창을 쏘아냈다.
역시 마법으로 만들어진, 송곳처럼 날카로운 창이었다.
하지만 창은 일행을 향해 쏘아진 것이 아니었다.
창날의 끝은 더 깊은 곳을 향해 있었다.
조금 전.
재현이 다크 엘프의 초소를 부수러 가기 위해 향했던 오른편 길.
허나, 날아든 창은 맥없이 붙들려 박살날 뿐이었다.
그로부터 감지되는 숨 막히는 마력.
일행 모두가 그곳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짙은 마력의 와류. 밀어닥치는 강대한 힘에 정신이 날아가는 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력을 흩뿌리는 대상이 그들의 적이 아니라는 것 뿐.
“고귀한 것 치곤 그림자에 숨어서 치졸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일행의 곁으로 다가온 재현이 전위에 서며 말했다.
곧이어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던전 내부를 울리더니, 이내 그림자가 걷혔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명예가 있단 말인가? 인간은 멍청하군.”
칠흑 속에서 걸어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거구의 다크 엘프였다.
은색 갑옷을 입은 채 어깨 언저리까지 머리를 기른 마수.
마수의 타오르는 눈동자가 재현의 전신을 훑어 내렸다.
“종족 감정 부추기지 마. 그거 되게 나쁜 버릇이야.”
재현은 마력을 개방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켈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왕과 호각의 마력.’
재현은 입술을 짓씹었다.
일행을 지키며 저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심지어 보스룸에 붙잡힌 생도들의 생명의 불씨는 지금도 계속 꺼져 가고 있다.
“후…….”
재현은 침착하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했다.
적과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재현은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고 적과의 상성 역시 매우 좋았으니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간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재현이 냉정히 머리를 식힌 뒤 켈을 봤다.
그가 물었다.
“너희가 데리고 간 다른 인간들. 어디 있는 지 말해.”
“흥, 감히 왕께서 취하신 제물을 되찾으려 하는가? 어리석은 것.”
재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의 시선이 팔을 잃고 쓰러진 박성재에게로 향한다.
동시에 재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츠츠츠츠츠……!!
재현의 격이 다른 마력이 개방되었다.
선명하게 떠오른 표정과 분노.
처음으로 켈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인간이 이런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켈은 충격에 빠진 몰골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과연 이게 먹잇감으로만 여겨지던 인간이 가진 힘이 맞단 말인가?
켈은 재현의 몸에서 고압적으로 흘러내리는 마력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래…… 이제야 알겠군. 네가 아까 우리 동족을 쓸어버렸던 그 인간인가?”
“맞는 것 같습니다. 뭐, 그래 봐야 한낱 인간일 뿐이지요.”
“암 그렇고말고! 발악해 봤자 먹이 아니겠어?”
어느새 켈의 양 옆에 도열한 두 마리의 정예 다크 엘프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그들에게 재현은 마력을 잔뜩 머금은 싱싱한 먹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편,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번 재현은 적과 아군을 동시에 살폈다.
아군은 어느새 꺼낸 포션으로 마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 했다. 다크 엘프들은 재현을 신경 쓰느라 뒤에 서 있는 일행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A급 중에서도 특출 나게 강하다. 아마 S급에 육박하는 몬스터. 하지만.’
재현은 마력을 끌어올려 바닥과 천장으로부터 사슬을 사출했다.
아무 속성도 띠지 않은 낮은 등급의 사슬 마법. 《마나 체인》.
하지만 증폭의 개념을 이해한 재현에게 마법의 등급은 무의미했다.
“너희들이 뭘 그렇게 잔뜩 쳐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오 해.”
―액티브 스킬 《마나 체인 Lv5》를 발동합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MAX입니다.
―사슬이 하나의 의지가 되어 당신의 움직임을 보조합니다.
―상위 스킬이 파생됩니다.
―액티브 스킬 《체인 레인 Lv1》을 발동합니다.
“무, 무슨……!”
시스템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켈은 경악성을 터뜨리며 뒤로 물러섰다.
재현으로부터 발현된 수십 개의 사슬비가 옆에 서 있던 정예 기사를 관통했다.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을 정도의 속도로 쏘아진 사슬. 채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하고 정예 기사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정예 다크 엘프 기사를 처치했습니다.
재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켈을 보았다.
“먹은 거 싹 다 토해내야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