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21
120화 회귀자의 던전 공략법(8)
“이제 보물을 회수하겠습니다.”
재현의 말에 여운에 젖어 있던 시청자들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익명1: 아 맞다. 여기 보물 회수하는 게 메인 퀘스트였지;; 엘리트 몹에 시선을 다 뺏겨 버림;;] [익명5: ㄴ엘리트 몹 처치 후 보물 회수니까 뭐 그것도 퀘스트긴 하지.] [익명22: 근데 진짜 저런 식으로 전투하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 나는 지금까지 도시 전설인 줄.] [익명41: ㄴ아니ㅋㅋ 전 세계로 가도 이렇게 싸우는 레이더 없음. 걍 쟤가 존나 이상한거임.] [익명62: ㄴ어허! 이상하다니! 특출나다고 표현해라!] [익명97: ㄴㄹㅇ;; 어디 갓-재현에게 그런 망발을!]채팅창의 반응은 역시 좋았다.
재현은 이들을 뒤로한 채 김진아와 박성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좋은 타이밍이었어.”
“고마워.”
“응!”
두 사람은 재현의 칭찬에 감동한 얼굴이었다.
김유정은 팔짱을 낀 채 재현을 흘겨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다 좋은데. 왜 나는 냄새나는 역할 하고 네가 좋은 건 다 가져가냐?”
“꼬우면 네가 죽이지 그랬어. 뭐 검을 들 힘이 있다면 말이지만.”
“이게!”
김유정이 재현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힘을 가득 실은 발길질이었다.
“악!”
재현의 상반신이 반사적으로 아래로 굽혀지며 짧은 신음이 토해졌다.
“비겁하게 마력까지 실어서 정강이를 까냐.”
“네가 맞을 짓을 했다고는 생각 안 하지?”
“음…….”
“설마 해서 묻는 건데… 너 지금 고민하고 있냐?”
김유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익명3: ㄹㅇㅋㅋ] [익명9: ㄹㅇㅋㅋ] [익명13: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ㅋㅋㅋㅋ]재현은 금세 회복한 뒤 본격적으로 엘리트 몬스터의 잔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갈무리를 위한 마나 블레이드를 꺼내고 사체의 몸을 뒤집는다. 마수의 거체가 잠시 움찔거렸다. 사후 경직 반응이었다.
“자 그럼 해체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재현은 칼을 역수로 쥐고 두꺼운 가죽부터 천천히 베어냈다.
외피가 벗겨지며, 내부의 불그스름한 살점과 핵을 감싸고 있는 얇은 근막이 보인다. 재현은 계속해 칼질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알림창과 함께 원하던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비 아이템]이름: 초월의 반지(미완)
등급: B(S)
마력을 순간적으로 증폭시켜 마법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반지.
1. 액티브 스킬 《오버 드라이브》를 습득한다.
*현재 《초월의 돌》의 부재로 등급이 격하되었음.
*불완전한 상태로 《오버 드라이브》의 상태가 불안정함.
[액티브 스킬]이름: 오버 드라이브
등급: A
마력을 증폭시켜 5분간 스킬의 위력을 1.5배 상승시킨다.
*《초월의 돌》의 부재로 스킬 사용 시 5분간 마력 금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음… 그런데 아이템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거 어떡하지?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하나.”
재현이 뒤를 돌아 일행을 쳐다보며 능청을 떨었다.
김진아와 박성우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게 무슨! 당연히 재현이 네가 가져야지!”
“맞아 맞아. 우리가 그걸 가질 순 없어.”
김유정 역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전투는 네가 다 했으니까. 나중에 밖에 나가면 맛있는 거나 사라.”
“…너희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재현은 거절하지 않고 반지를 장착했다.
아직 보석이 박혀 있지 않아 페널티가 있으나, 이 아이템은 무려 외부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물건이다.
히든 피스가 아닌, 밀레스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중간고사 보상으로 제공되는 아티팩트 중 하나.
쉽게 말하자면, 정당한 보상이었다.
―보상을 획득하셨습니다.
―3계층으로 파티원들을 전송합니다.
시스템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1계층에서 2계층으로 내려올 때와 달리, 이번에는 빛무리가 내리쬐어 네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다. 전송 마법. 밀레스의 자랑 중 하나였다.
지이잉…….
곧 빛무리에 먹힌 네 사람이 사라지며, 둥지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 * *
와그작. 와그작.
“역시 내 글빨은 알아준다니까.”
서아현은 감자 칩을 먹으며, 조금 전 레이더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있었다.
[★여러분 필독!★ 루키 민재현의 실체!!!]글쓴이- S
조회수- 144,706
조금 전부터 레이더 갤러리를 불태우는 이 글을 쓴 사람은 다름 아닌 서아현이었다.
처음 2차 실기를 치르기 전, 재현이 자신에게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오빠도 진짜 이상한 걸 시킨다니까. 뭐, 덕분에 나도 유명해지고 좋지만.”
아직 관종병이 남아 있는 서아현으로서는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재현이 언급되면 언급될수록, 자신이 해낸 업적도 함께…….
“근데 내가 테마 던전에서 뭘 했더라?”
아무래도 재현과 비교하면 지분이 압도적으로 적었다.
마지막에 수르트의 티끌과 싸울 때는 그래도 도움이 됐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그야말로 암울했다.
“티알피 때는 잡혀 있었고, 플랜디어의 저택 때는 개가 돼 있었지.”
되새기니 비참한 과거였다.
심지어 거기서 그녀는 재현에게 《종속》에 걸려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덕분에 연화 길드에도 가보고. 잘 나가는 연금술 공방의 개업 현장에도 함께 할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재현 오빠가 마지막에 했던 말. 의미를 모르겠단 말이야. 구자인을 어떻게 끌어내린다는 말이지?”
재현이 부탁…이 아닌 명령을 해 왔을 때 서아현은 물었다.
그때 재현은 답했다.
[구자인을 시궁창에 처박아 버릴 생각이거든.]하지만 끝끝내 방법은 설명해 주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나 뭐라나.
덕분에 지금 궁금증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서아현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을 시킬 거면 설명은 똑바로 해 줘야 할 거 아냐. 짜증 나…….”
중얼거리며 한탄하던 그때.
돌연 말이 끊기며 서아현의 손이 마우스로 향했다.
[익명31: 서아현인가? 걔도 인터뷰하는 거 보고 왔는데 애가 확실히 똑똑하긴 하더라. 이쁜 건 잘 모르겠음.] [작성자: ㄴ자세히 보면 이쁨, 오래 보면 사랑스러움. 아마 서아현도 그럴걸요?]“후. 됐다.”
서아현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채 컴퓨터 앞에서 자리를 떴다.
* * *
“후. 여긴 어떻게든 끝난 것 같네.”
“…응.”
안호연의 말에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안호연과 서이나를 비롯한 파티는 2층에 막 올라와 샐러맨더 무리와 조우한 참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지만, 두 사람이 금세 자리를 잡으며 전투를 속행한 탓에 나머지 둘을 지킬 수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안호연과 서이나에게 도움을 받은 두 사람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밀레스 아카데미의 중간고사.
여기서 나쁜 성적을 얻었다가는 이후 학원 생활이 지옥으로 점철될 것이다.
어떻게든 중간 이상은 해야 한다.
그게 두 사람의 생각이었고, 모든 밀레스 재학생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2층 퀘스트는 좀 난이도가 있네. 엘리트 몬스터 사냥에, 보물 회수까지. …하. 마수 갈무리는 해야 하는 거겠지?”
“…응. 아마도.”
안호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의외로 잔인한 것에 취약한 새가슴이었다.
멘탈 유지를 위해 평소 슬픈 영화도 보지 않는 편이니 말 다 했을 정도.
그런 그가, 피가 철철 흐르는 마수의 사체를 갈무리한다?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저… 얘들아 혹시 마수 사체 갈무리하는 거 말인데…….”
안호연은 스스로도 모양이 빠지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은가!
움찔거리는 몬스터의 외피에 칼을 밀어 넣고 근육을 베어내며, 힘줄을 끊어내야 한다니…….
그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었다.
별안간 안호연이 도리질하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의외의 곳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갈무리라면 내가 할게.”
서이나였다.
안호연은 평소 조용한 성정의 그녀가 사체의 갈무리를 한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으나,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피해갔다. 이나야 고마워…….’
“앗, 찾았어!”
열심히 길을 찾으러 움직이던 나머지 두 사람이 킹 샐러맨더가 있는 둥지로 향하는 샛길을 발견했다.
처음 안호연과 서이나가 둘을 데리고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저 두 사람… 성적은 나쁘지만 마력에 민감한 체질이랬지.’
안호연이 새삼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직후인지라, 잠시 숨을 돌리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익명2: 여기도 잘생긴 놈 있네. 세상 시발] [익명11: 근데 확실히 전투가 좀 덜 다이나믹하긴 하네.] [익명27: ᄂ 옆 동네 ㄹㅇ미치긴 했음. 정원 가득 차서 못 들어가는 게 천추의 한;;] [익명98: ㄴㄹㅇ누가 방 인원 제한을 100명으로 지정했냐. 자수해라. 도륙을 내버리기 전에.]‘옆방에 잘생긴 싸움 잘하는 녀석이라면…….’
어쩐지 익숙한 키워드였다.
안호연은 금세 시청자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깨달았다.
‘재현이. 잘 하고 있는 모양이네.’
서이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사람… 아무래도 재현이겠지?”
“응. 그런 거 같아.”
“…역시 대단하구나. 재현이는.”
안호연과 서이나는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채팅창을 껐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호연이 앞서있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자!”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네 사람이 샛길을 향해 걸음을 뗐다.
‘우리도 분발해야겠어.’
고된 와중에도, 안호연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호승심 어린 두 눈동자에 청화(靑火)가 잠시 머물렀다가 흩어졌다.
* * *
―제3계층에 도착했습니다.
―1분 뒤 보호막이 사라지며 보스전이 시작됩니다.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하세요.
재현 일행이 눈을 뜨자 그들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반원 형태의 투명한 막이었다.
김유정이 막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뭔가 유리 같은 느낌이네.”
김진아 역시 막을 건드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쉽게 깨질 것 같은…….”
콰아앙!
그때. 갑작스레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마수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재현을 제외한 일행 전원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보호막으로 인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터라, 뒤로 두세 걸음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김유정은 발이 엇갈려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참이었다.
재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하냐.”
그의 말에 김유정이 헛기침을 하며 일어나 보호막을 흘겨보았다.
“큼큼. 트, 튼튼하긴 하네.”
“그러게…….”
박성우 역시 동조했다.
“재현아. 작전은?”
김진아가 물어왔다.
재현이 호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없어.”
“…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김유정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고, 박성우는 설명을 부탁했다.
재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혼자 잡을 거니까.”
그 말에 반문할 시간도 없이 보호막에 실금이 생기더니, 이내 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 라바 골렘이 등장합니다.
―라바 골렘을 쓰러뜨리고 골렘의 핵을 가지고 귀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