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28
127화 스포트라이트(3)
“민재현 군이 연화 길드의 길드 마스터. 유성은 대표의 직제자라는 게 사실입니까?”
“모두 사실입니다.”
재현의 선언에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금세 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S급 레이더인 유성은의 제자가 공개되었다.
이는 구자인 전 이사장의 비리만큼이나 큰 특종이었다.
재현은 2차 실기뿐만 아니라, 신입생 사냥과 테마 던전 등에서도 꾸준히 활약해 왔다.
조회수로 먹고 사는 기자들에게 이러한 루키의 등장은 퍽 달가운 일이었다.
‘민재현에 대한 단독 기사를 쓸 수만 있다면 승진도 머지않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현은 침착하게 이었다.
“유성은 대표님 덕분에 부족했던 실력을 가꿀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겸손한 재현의 말에 기자들 역시 감동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들이 본 재현은 실력과 겸양을 모두 갖춘 현 최고의 루키였다.
이제 기자들은 어서 재현의 기사를 쓰고 싶어 안달 난 눈치였다.
그때. 처음 질문을 해 온 기자가 다시 물어왔다.
“민재현 군. 지금껏 각 신문사들은 각성자 루키와 관련한 수많은 기사를 살펴보았음에도, 민재현 군에 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본 실력을 숨기신 겁니까?”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재현은 짧게 답했다.
이후 질문은 계속 쏟아졌다.
이번엔 다른 기자들도 가세했다.
“연화 길드와 계약을 맺은 것은 구체적으로 언제입니까?!”
“아직 몇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네버랜드 테마 던전 사건 당시, 던전을 공략한 것이 재현 군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맞습니다. 우연히 근처에 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구자인의 악행은 언제부터 알게 된 겁니까? 2차 실기 당시, 생방송에서 말씀하셨던 것들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습니까?”
“네. 구자인 전 이사장의 악행은 처음 입학할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신입생 사냥 당시, 저는 구자인의 함정에 빠져 한 차례 죽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고와 관련한 단 한 줄의 기사도 나지 않았죠.”
재현은 쏟아지는 침착하게 답하며 앞을 주시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이내 사소한 것까지 이어졌다.
가족 관계나 여자친구의 유무까지.
하지만 재현은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고 무던함을 유지했다.
‘여기서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곤란해.’
직업 특성 상. 재현은 앞으로 기자를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여기서 한 번 휘둘리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이후 적잖게 고생하게 될 터.
지금은 차분히 응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한참이나 질문을 받고 난 이후.
유성은이 기자들의 공세를 멈추어 주었다.
“아직 큰일을 겪고 충격이 클 재현 군에게 지나친 질문은 삼가주세요.”
그 말과 함께 질문 공세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박성재를 제외한 세 사람은 몇 가지 질문을 더 받아주었다.
약 한 시간 뒤.
그렇게 기자회견은 모두 종료되었다.
* * *
“젠장! 그 새끼들이 날 이렇게 물 먹여?! 내가 여기서 끝날 것 같아!”
두 손이 결박 된 구자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는 생각했다.
대체 일이 어쩌다 이렇게 꼬이게 된 거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이런 꼴이 되리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구자인.
대한민국 최대 권력자 중 하나였던 그의 몰락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단 몇 달이었다.
민재현. 그 놈이 밀레스에 입학하고 단 몇 달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
곁을 지키던 박하준 역시 자신에 대한 신뢰를 거의 잃은 듯 보였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아직 희망이 있다며 자신을 설득하려 했지만……
이틀째부터는 거의 포기했다.
구자인은 속에서 위산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TV에서는 연일 자신을 악인으로 묘사했으며, 반대로 유성은과 민재현은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해 준 게 얼만데……!”
구자인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기자들 앞에 나서며 했던, 자신은 죄가 없다던 말.
그건 진심이었다.
구자인은 지금껏 이사장직을 맡으며 수많은 A, S급 레이더를 양성해 왔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했던가?
만약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었더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저들은 거짓된 위선에 흔들리고 있다.
만약 자신이 밀레스의 이사장직에 앉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자신이 희생 시킨 사람들 역시 물론 존재하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소수. 대를 위한 희생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살 수는 없다.
내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마수의 습격 아래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구자인은 생각했다.
어차피 모두가 살 수 없고,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면.
죽을 사람을 우리가 직접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사회를 위해서라면,
쓸모없는 약자들이 죽는 게 백번 이득이 아닌가?
구자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들은 위선자일 뿐이다.
‘역겨운 새끼들.’
구자인은 결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몇 달 간은, ‘그들’과 연락이 닿을 때까지는.
그는 이곳에 계속 갇혀 있어야 할 터였다.
* * *
다시 그로부터 며칠 후.
밀레스 아카데미의 중앙 강당.
새롭게 취임한 임시 이사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일행이 모두 모였다.
강당은 대체로 조용했지만, 유독 한 곳만 시끄러웠다.
역시 김유정이 있는 곳이었다.
“야! 어떻게 그런 중요한 사실을 숨길 수 있어?! 유성은 언니의 제자라고? 네가?”
김유정이 목소리를 높이며 재현의 멱살을 붙잡았다.
재현이 다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야,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놓고 이야기 하라고! 이나야, 호연아, 얘 좀 말려 봐!”
“……이번 일은 재현이 네가 나빴다고 생각해.”
“나는 중립.”
서이나와 안호연 역시 등을 돌렸다.
하긴, 이들 입장에서는 재현이 이번 일을 숨겼다는 게 서운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라, 그 연화의 대표 유성은의 직제자라니…….
뭐 김유정이야, 그저 재현이 부러워서 괜히 시비를 거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한참이나 김유정과 실랑이 한 뒤.
재현은 겨우 숨을 돌리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다 끝난 건 아니야. 알지?”
“……응. 구자인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 없으니까.”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최대한 빨리 강해지면 되잖아. 연화 길드랑 레이더 관리 본부도 너 도와주기로 했다며.”
“웬만하면 우리가 직접 끼어드는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긴 하지.”
김유정의 말에 재현이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호연 역시 열의를 불태웠다.
“나도 더 강해질 거야. 길드 체험에서 확실히 알았어. 내가 약하다는 걸.”
“……나도 마찬가지야.”
재현은 세 사람의 대화에 괜스레 뿌듯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향상심. 이것은 앞으로 동료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이다.
‘물론 앞으로 애들을 사건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어.’
그와 별개로, 재현은 확실히 깨달았다.
이들이 얼마나 강하든, 그런 것 따윈 전혀 상관없다.
일행을 자신의 일에는 엮이지 않게 해야 한다.
에시르 신과의 결전을 위해서는 더욱 강한 힘이 필요하다.
저들과는 무관한 일인데다, 등을 맡기기에도 한참 이른 실력들이었다.
‘애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에시르 신과 대적해야 하는 일이다. 절대 끌어들일 순 없어.’
재현이 생각하는데 별안간 강당의 불이 켜지며 한 사람이 등장했다.
재현에게는, 아니 이곳에 있는 마법계 생도 모두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뭐야? 왜 교관님이 저기 있어?”
김유정의 얼빠진 목소리에 재현이 옅게 웃었다.
“저 사람이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서이나 역시 되묻자, 재현이 다시 답했다.
“김지연 교관. 저 사람이 새로운 이사장이라고.”
그 말에 일행 전원이 경악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고작해야 20대 후반에 불과한 신입 교관이 새로운 이사장이라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오직 안호연만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저 교관님이 대체 누군데?”
* * *
대구의 폐건물이 버려진 상공.
이곳은 마수가 창궐한 이후 버려진 미수복 지역이다.
사람 하나 없는. 평소라면 그래야 했을 장소다.
하나, 지금 이곳엔 인간의 형태를 한 존재가 우두커니 서 있다.
초월적인 격의 마력을 지닌, 거대한 뿔피리를 등에 맨 존재.
헤임달(Heimdall).
하얀 신이라고도 불리는, 현명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신.
“숨어 있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헤임달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며 텅빈 공터를 향해 말했다.
“감히, 나 헤임달을 미행하는 것이냐.”
“미행이라뇨. 무슨 그런 실례되는 말씀을. 저는 어디까지나 반가운 마음에 인사라도 하려고 온 것뿐인걸요.”
그때. 목소리가 들려오며, 엄폐물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임달이 코웃음 쳤다.
“너희 반 에시르 신들이 이번에 아주 재미있는 일을 벌였더군.”
“오딘과 에시르 신들만 하겠습니까.”
“흥, 물에 넣으면 입만 동동 뜰 녀석이군. 헬. 그녀는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거냐? 예언의 대적자가 나타나, 영웅처럼 너희를 해방할 거라고?”
“그건 모를 일이죠.”
헬라의 말에 헤임달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정녕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한낱 인간이, 에시르 신좌 전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고? 웃겨서 말도 안 나오는 군.”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헤임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헬라를 지나쳐 앞으로 걸으려 했다.
허나, 헬라는 그를 지나쳐 앞을 가로막았다.
헤임달의 검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곧 검이 헬라의 목을 정확히 겨누고 있는 모양세가 되었다.
헤임달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비켜라. 나는 예언의 대적자를 만나러 갈 것이다.”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헬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허나, 헤임달은 물러서지 않았다.
“내 손에 죽고 싶은 것이냐?”
“어차피 미드가르드에서는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실 텐데요. 이쪽에서는 제가 더 유리합니다. 괜한 허세로 목숨을 낭비하고 싶으신가요?”
“흥, 날 죽이기 위해서는 너 역시 소멸을 각오해야 할 텐데?”
“저 하나의 목숨으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니겠습니까.”
헤임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곧 그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좋다. 날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어디 해 보거라.”
츠츠츠츳……!
헤임달이 자신의 마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격을 해방했다.
후긴과 맞서 싸울 때 자신이 꺼냈던 격보다도 훨씬 더 큰 마력.
허나, 헬라는 지금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헤임달이 마력을 사용한 직후. 갑작스레 허공에 떠오른 포승줄이 헤임달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헬라의 계획대로였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건 글레이프니르에 사용했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세 개를 엮어 만든 사슬. 아무리 당신이라도 쉽게 끊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시답잖은 장난이군. 헬라.”
헤임달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그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이었다.
“이 정도로는 날 오래 붙잡을 수 없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헬라가 싱긋 웃었다.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을 테죠.”
헤임달은 자신을 묶고 있는 포승줄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글레이프니르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속박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이군. 헬라…… 역시 그랬던 거다. 녀석은 내가 미드가르드로 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
헤임달이 입꼬리를 올렸다.
“미미르의 힘. 예언…… 그걸로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오히려 제가 되묻고 싶군요. 오딘의 죽음은 이미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스가르드야말로, 운명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재미있군. 그래 좋다. 마음대로 해 봐라. 허나, 이 사슬이 풀리고 나면.”
헤임달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살기 어린 눈을 한 채 이었다.
“너를 가장 먼저 죽일 것이다.”
헤임달의 섬뜩한 말. 숨이 턱 막혀오는 것 같았다.
아무리 헬라가 격을 지닌 존재라 해도, 어디까지나 분신.
헬이 직접 미드가르드에 현현하지 않는 한 헤임달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헬라는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공중을 날아 빠르게 어디론가 향하는 헬라.
그녀의 목적지는 재현이 있는 밀레스 아카데미의 기숙사였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신이라 해도, 자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다만, 그 힘을 전수받은 인간의 경우는 다르지.’
본래 각 세계의 존재들은 세계수를 통해 차원을 이동할 때, 힘의 제약이 걸린다.
이곳에서 낼 수 있는 힘은 원래 세계에 있을 때의 약 3할 수준.
허나, 문제는 헤임달의 3할을 막아낼 수 있는 존재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헤임달을 막기 위해서는 민재현을 성장시키는 것뿐이야.’
다른 반 에시르 세력은 과거 맺었던 조약으로 인해, 이곳에 발을 들일 수조차 없다.
지금 헤임달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재현뿐이다.
재현은 미드가드르의 주민. 인간이다.
신의 힘을 전수받는다고 해도, 그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무리해서라도 두 번째 시련을 치르게 해야 해.’
희망은, 단 하나뿐이었다.
예언의 대적자.
민재현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헤임달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