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플렉스(1)
그로부터 며칠.
재현은 회견 이후 수많은 기자들의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인터넷 메일 주소, 전화, 문자 등.
갖은 방법을 통해 자신에게 단독 인터뷰 제안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지연의 도움으로 최대한 이들을 막아내긴 했으나, 여전히 이들은 재현을 귀찮게 굴었다.
그로서는 적잖게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괜찮았다.
이것도 나름 자신의 입지가 올라왔기에 있을 수 있는 일.
재현은 이 관심이 고스란히 서클 나인에게도 옮겨갔으면 했다.
“이제 출발해 볼까.”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짐을 싸고 밖으로 나섰다.
간만에 밖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현이 스마트폰에 뜬 화면을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VIP 전용 발신 메일: 주식회사 플렉스의 경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주식회사 플렉스.
과거 갓템샵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불렸던 기업이자, 재현이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감행했던 회사가.
드디어 재현에게 도움을 줄 모양이었다.
* * *
포털 센터를 막 지나 간만에 서울에 도착한 재현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팔자에도 없는 수트를 입은 채, 그는 연화에서 빌린 고급 차량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운전은 박성재가 맡아 주었다.
연화로서는 야외합숙 사건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 터라, 그를 케어하는 데 더 심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길드원인 재현이 매스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직접 만든 서클 전원이 활약하며 인명 피해까지 줄였다니.
연화의 이미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놀랐습니다. 이번 플렉스의 경매에 참여하시다니. VIP가 되려면 한 두주 사서는 소용도 없을 텐데.
대체 그 망해가던 회사에 얼마나 부으신 겁니까?”
“음……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번 돈은 거의 다 쏟아부었죠.”
“……여러모로 개미인 저로서는 하기 힘든 투자 방식이군요.”
박성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느새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가 고급 밴을 세워 두며 말했다.
“저는 여기서 대기하겠습니다. 혹시 다른 곳에서 시비라도 걸면 제 선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연락 주십시오.”
“뭐, 시비를 걸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요.”
“그것도 그렇군요.”
박성재는 껄껄 웃은 뒤, 혹여나를 대비해 재현에게 몇몇 아이템을 건네주었다.
뭐 하나같이 크게 쓸 일이 없는 물건들이었지만, 성의니 일단 받아는 두었다.
“그럼.”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든 뒤, 경매가 진행되는 건물의 상층으로 향했다.
“여기서 꼭 얻어야 하는 아이템이 있지. 《초월의 돌》.”
재현이 웃으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 * *
플렉스의 대표, 이문환.
그는 까진 머리를 닦으며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 그렇다니까. 여보. 나만 믿어. 이번 경매는 잘될 거야. 구멍가게에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잘한 거잖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돼.”
아내와의 통화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나온다.
그는 전형적인 애처가였다.
과거 플렉스가 갓템샵이던 시절,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었던 사람. 그녀가 바로 자신의 아내였다.
“이번만큼은 실수해선 안 돼. 투자자들과 VIP 고객들을 잔뜩 모신 자리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
통화를 마친 그가 중얼거리는데.
별안간 어딘가로부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내가 창문을 열어 뒀던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문환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스스스……!
“무슨…… 누가……!”
푸욱!
자신의 몸을 관통하듯 들어오는 촉수에, 이문환의 두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그 순간, 뒤에서 한 앳된 얼굴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 피부와 붉은 립의 소녀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 이걸로 하나는 해결.”
채지윤. 그녀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이거 대적자의 반응이 기대되는걸?”
* * *
초월의 돌.
전투 중에 단 한 번, 스킬의 위력을 두 배로 상승시켜주는 초월의 반지를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장착형 아이템이었다.
반지에 끼우기만 하면 페널티가 사라지게 되는 아이템.
재현은 이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다.
‘원래 초월의 반지의 스킬인 《오버 드라이브》에는 페널티가 있다. 스킬을 사용하고 한동안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끔찍한 제약이지.’
이 때문에 재현은 헤임달과의 일전에서도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혹여나 그가 숨겨진 패를 드러낸다면, 재현으로서는 꼼짝없이 당해야 했으니까.
허나, 초월의 돌을 장착해 아이템을 완전한 상태로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쿨타임이 있으니 계속 스킬을 사용해 공격의 위력을 두 배로 만들 수는 없으나, 페널티가 사라진다면 효율이 급상승하게 되는 것은 자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호텔 라운지를 지나 복도를 걸어 경매가 진행되는 문 앞에 도착했다.
앞에는 그곳을 지키는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가 재현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이곳은 플렉스가 주최하는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허가받은 귀빈들만 모시고 있는 곳으로…….”
“확인해 보시죠.”
재현은 즉시 자신의 VIP 출입증을 건네며 말했다.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가 내민 출입증을 받았다. 그는 재현의 앳된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내심 이곳에 초대받은 사람일까 생각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확률이 얼마나 있겠…….’
허나, 그때였다.
남자의 동공이 수축하더니, 이윽고 앞의 재현에게로 향한다.
“이, 이건 VIP 출입증……?”
“오래 걸리나요?”
재현이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하자, 이내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수준으로 굽혀진 허리에 재현이 되레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확인되었습니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식은땀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VIP석은 가장 앞쪽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재현은 태도가 달라진 남자를 지나쳐 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이런 사교적인 장소에서 진행되는 경매라.
회귀 전.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일을 실시간으로 경험하자니, 뭔가 즐거운 느낌이었다.
터벅.
곧 그가 사라진 뒤. 텅 빈 입구에 선 남자가 한숨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저렇게 어린 애가 VIP라니…… 역시 부잣집 도련님인가?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 같은데……?”
그때. 그가 생각이 났다는 듯, 휴대폰을 꺼내 한 인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미, 민재현…… 진짜 민재현이다.”
남자는 충격에 빠진 채 재현이 지나친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열일곱의 나이에 무려 A급 레이더의 위치에 도달했으며, 같은 팀원들은 이미 A+등급의 마수인 본 드래곤을 처치했다던.
전 세계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천재.
그가 플렉스의 경매에 등장했다.
* * *
경매장이 있는 작은 홀 내부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꽤 보였다.
한국 주요 길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있다.
“일본이나 미국 쪽도 이번 경매에 참가하는 모양이네. 《큐레이터》는 제휴사와의 문제로 이번에 빠진다고 들었고…….”
그 외에도 수련이나, 각종 유망 길드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 주목을 끌 만한 천재들.
하지만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재현이었다.
“저, 저 애 민재현 아닌가? 그 왜 최근에 활약하던 그 천재!”
“연화의 직제자 말하는 거지? 듣기론 이미 A급을 넘어섰다던데?”
“한데, 어째서 이런 곳에 와 있는 거지?”
“연화 길드는 이번 경매에 참여 안 한다고 들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 하지만 재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VIP를 위해 특별 준비된 앞쪽 좌석.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자리로 향한 재현의 옆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재현은 자신에게 말을 붙이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발락과 카밀라.
유럽 연합의 대표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구면이었던가?”
재현이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들과는 과거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재현은 호텔 복도를 지나가던 중 그와 신경전을 벌인 적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유적 공략 건으로 그들과 맞붙기도 했었고.
‘물론 이 녀석은 내가 대유적을 공략한 검은 로브라는 건 모르겠지만.’
재현이 속으로 웃었다.
당시에 그는 인지 오류의 로브를 이용해 자신의 정체를 감췄었다.
이들에게 자신은 그저 과거 호텔에서 지나친 레이더 A일 뿐일 터.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근래 유명하더군.”
발락이 그렇게 운을 떼며 재현을 슬쩍 바라보았다.
재현이 동공을 가늘게 뜬 채 되물었다.
“……내가 말이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약간 얼빠진 목소리였다.
발락이 호쾌하게 웃으며 이었다.
“그래. 전 세계 유일의 배틀메이지이자,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천재 생도…… 한국 최고의 레이더 양성 학원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녀석.
그게 너 아닌가. 유럽 연합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발락의 말에, 재현은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타인의 입에서 자신에 업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생각 외로 꽤 창피한 일이었다.
“뭐…… 영광이군.”
재현은 적당히 그렇게 얼버무린 뒤 다시 앞을 봤다.
그 순간, 불쑥 손 하나가 재현의 앞에 끼어들었다.
발락이 무언가를 건넨 것이었다.
“언제든 한국이 좁다고 생각하면 연락하지. 대우는 섭섭지 않게 해 주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단 받아두지.”
재현은 발락이 건네는 명함을 받아두었다.
유럽 연합의 수장이 직접 건네는 명함.
물론 연화도 크고 글로벌한 길드지만, 아무래도 이쪽에서까지 이렇게 물밑작업을 해 오다니.
재현은 새삼 자신이 세계적으로 핫한 유망주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한편, 발락 역시 재현이 자신의 명함을 받자 약간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민재현. 잘은 몰라도 저 녀석은 역대로 기준을 넓혀도 뛰어난 천재다.
영입하지 못한다 해도, 지금처럼 안면을 터놓으면 언제든 도움이 될 터.
‘언젠가는 필히 도움이 되겠지.’
그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발락.”
옆에서 카밀라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락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어딘가 긴장돼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애…… 위험해.”
“음? 그게 무슨 소리지?”
무엇이 두려운지 목소리를 죽인 카밀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발락의 표정이 금세 구겨졌다.
곧이어 끊어질 듯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락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카밀라가 전해온 말. 이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저 애…… 그 검은 로브와 마력 구조가 거의 동일해.”
“……뭐?”
그 질문에만큼은 그렇게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발락의 손이 떨렸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재현은 과거 대유적 당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검은 로브의 남자라는 뜻.
쉽게 말해…….
유럽 연합의 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