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타락한 정령의 주인(4)
―던전의 보스 몬스터 《타락한 정령의 주인》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파티원 5인의 레벨이 각각 1씩 상승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이둔의 온정》의 효과로 사용자의 자유 분배 스탯이 5 상승합니다!
들려오는 시스템 음.
그와 함께, 재현은 동료들의 레벨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유 분배 스탯 5. 이는 재현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보상이었다.
“어떻게든 보스는 처치했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재현은 스탯 획득의 기쁨을 애써 감추며 그렇게 말했다.
김유정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리가 너 없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줄 알아?”
“뭐 유정이 말대로 나름 노력하긴 했지.”
안호연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재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쉽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저 정도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 짧은 새에 이정도 성장이라니. 대단한데.’
약간 감동할 정도였다.
물론 그 감동은 자신의 스탯 상승이 주된 이유였지만.
‘근래는 레벨업이 어려워서 스탯 상승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었으니까.’
재현의 현 레벨은 이미 인간계 최상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레벨이 오르며 빠르게 강해진 만큼, 다음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었다.
레이더의 레벨링은 기본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당연하게도 높은 레벨일수록 그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스탯을 많이 올려주는 아티팩트가 고가에 거래되는 거지.’
아티팩트는 레이더가 스팩을 올리기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물론 돈이 많이 든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20살 이후에는 레이더의 레벨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렵게 레벨을 올리지 않더라도 쉽게 경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점만 따져도, 아티팩트는 레이더들에게 어마어마한 효율의 증대를 가져왔다.
그런 아티팩트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다른 이들은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을 몇 개나 가진 이가 바로 재현이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에시르 시스템이 에인헤랴르를 양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면…… 어째서 그들은 각성자들이 만 20세가 되면 더는 성장할 수 없도록 제약을 걸어둔 걸까.’
재현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좋은 이유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를 밝힐 날도 오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미 고민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 이 문제는 일단 덮어두고 이후에 생각하는 게 나았다.
“어쨌든 채광도 끝났고. 조금 뒤에는 던전도 닫힐 테니 슬슬 나갈 준비 하자.”
재현이 말하며 앞장섰다.
한 것도 없는데 스탯 포인트 다섯 개와 아크 메탈을 얻은. 아주 알찬 던전 공략이 드디어 끝을 맺었다.
서클 나인의 첫 번째 자율 임무.
적색 임무의 종료였다.
* * *
던전에서 빠져나와, 다시 시장의 사무실을 방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서클 나인의 멤버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고필성과, 손이 묶인 채 눈치를 살피는 정찬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소파에 앉은 채였다.
고필성은 정찬과 재현의 안색을 살피며 지금 벌어진 상황을 짐작하려 안간힘 쓰는 중이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재현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시장님과 여기 있는 정찬이라는 분이 저희를 이용할 생각이었다는 걸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고필성은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잽싸게 파악하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신은 들었다.
눈앞에 있는 재현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금은 최대한 발뺌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를 모를 재현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고필성의 속내를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재현이 무릎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저는 거짓말 하는 사람을 이해할 정도로 마음이 넓지 않습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건 아무래도 흘려듣기 어려운 말입니다만.”
고필성은 드물게 표정을 구기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정치인 다운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던가.
고필성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반추하며 재현을 바라보았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찬은 A급 레이더다. 아무리 생도들의 수가 많았다고 해도, 이렇게 손발이 묶여 끌려올 정도는 결코 아니야.
그렇다는 것은…… 저들이 뭔가 다른 수를 썼다는 소리. 거기다 이미 나를 압박할만한 패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기서 가볍게 보일 수는 없어.’
눈치가 빠른 고필성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재현과 그 동료들이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지금과 같은 타이밍에서는 적당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여 줄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서로 오해는 풀고 좋게 임무는 끝낸 거로 하시지요.
의뢰를 훌륭히 수행해 주셨으니 포인트는 처음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아쉽지만 타임오버입니다.”
그때, 급작스레 떨어진 재현의 말. 이는 고필성을 당황하게 만들고도 남는 것이었다.
“……예?”
“저흴 물로 보시는 것 같은데…… 임무 실패를 유도하고 단물만 빨아먹으려고 했던 주제에 협상하려 듭니까?”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궁금하시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어떻게 A급 레이더인 정찬을 잡아 왔는지.”
그 말에 고필성의 몸이 흠칫 떨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왔다.
동시에.
츠츠츠츠츠!
갑작스레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건물 전체가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재현이 고개를 들며 마력을 개방했다. 정찬의 경지인 A급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압도적인 마력.
이는 정찬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재현이 웃으며 이었다.
“제가 요행으로 그를 제압했다고 보시는 겁니까?”
* * *
“이야…… 인당 포인트를 400만까지 뜯어내다니! 역시 재현이 네 협박은 최고야.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니까!”
권소율이 학원 전자 은행에 입금된 포인트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 재현의 활약으로, 고필성에게 무려 인당 400만에 다다르는 포인트를 뜯어낼 수 있었다.
협상 자체는 쉽게 흘러갔다. 이미 정찬이 고필성의 계획을 재현에게 모두 말했고, 이를 재현이 사전에 녹음까지 모두 마쳐둔 덕분이었다.
고필성으로서는 빠져나갈 틈이 없는 셈.
애초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해도, 재현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그에게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
정찬과 고필성은 레이더 관리본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데, 재현이 밝힌 바 그 소속 레이더 중 하나가 그였다. 그것도 상부와 깊은 연관이 있는 특수 요원의 자리에 있는 것이 재현.
그런 와중에 시장이라고는 해도 고필성이 재현의 심기를 거스른다?
혹여나 그런 일이 벌어졌다가는 뒤에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합의를 보는 게 맞았다.
‘이 정도면 드디어 아카데미에서 그걸 살 수 있겠는데.’
재현은 자신의 은행 앱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회귀 전에는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액수가 찍혀 있었다.
잔액: 12,150,000(포인트)
무려 1,250만 포인트.
일개 신입생이 모은 액수치고는 지나치게 큰 금액이었다.
재현은 회귀 전, 3년간 학원에 다니면서도 이정도 금액을 만져본 적은 없었다. 과거의 기록을 부과 회귀 몇 개월 만에 깨버린 것이다.
‘진짜 많이 모았네. 하긴 처음 신입생 사냥 때부터 포인트를 쓸어 담긴 했으니까.’
처음 입학 당시에도, 재현은 신입생 사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우며 막대한 포인트를 얻어갔었다.
뿐만 아니라, 기타 갖은 이벤트에서 자잘하게 모은 것도 수백만에 다다르는 수준이었다.
참고로, 재현은 이미 이 포인트의 사용처까지 모두 결정해 둔 뒤였다.
‘아직 약간 모자라긴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씩 웃었다.
재현이 잠시 걸음을 멈추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이번에 너희 포인트 꽤 짭짤하게 벌었지? 서클을 위해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투자 좀 해 줄래?”
그것은 반강제적인 협박이었다.
* * *
첫 번째 의뢰를 마친 나인이 돌아와 임무 수행 보고를 위해, 이사장실을 방문했다.
본래라면 다른 교관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겠지만.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었기에 재현은 김지연에게 따로 연락했다.
물론 인맥을 이용한 덕분에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임무 수행 보상이 150만에서 400만으로 뛸 수 있는지 놀랍긴 하지만…… 분명 뭔가 일이 있었겠죠.
이 건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겠습니다. 그편이 여러분께도 더 좋겠죠?”
김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물어왔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역시 눈치가 빨랐고, 귀찮게 이것저것 따져오지 않았다.
‘이래서 인맥이 편하다니까.’
재현은 인맥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러 번거로운 일에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해도 그랬다.
어쨌든 첫 번째 임무는 무사히 수행했다. 재현으로서는 순조로운 상황.
하지만 모든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음 임무는 어느 길드와 함께하실 겁니까? 역시 연화인가요?”
김지연은 재현을 보며 그렇게 물어왔다.
다음 임무는 길드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메인.
재현은 당연히 연화와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
“네. 저희 모두 연화와 함께 다음 임무를 치를 생각입니다. 이미 유성은 길드 마스터님과도 이야기가 대충 끝났고요.”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재현의 이야기에 김지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아무래도 임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뭘 부탁하려는 거지?’
잠자코 기다리자, 재현에게서 다시 말이 돌아왔다.
“서클 부실을 임대하고 싶습니다.”
“네?”
시종일관 침착한 김지연이었으나, 거기서만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서클 부실을 임대하고 싶다고?
“……아시겠지만 서클 부실의 임대는 막대한 포인트를 요구합니다. 적어도 2,000만 정도는 있어야 가능해요.”
“걱정 마세요.”
“……네?”
김지연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자, 재현이 피식 웃었다.
“이미 다 모았거든요. 2천만 포인트.”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랬다. 그가 지금까지 포인트를 거의 쓰지 않고 악착같이 모은 이유.
이는 서클 부실을 얻기 위해서였다.
‘밀레스의 서클 부실은 개중에서도 선택받은 이들만이 임대할 수 있다.’
이미 서클 나인에게는 공방 엘릭시르라는 거처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너무 멀고 사업에 치중된 곳이었다.
학원 내에서 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은 명확했다.
재현 역시 이를 위해 포인트를 모아왔던 것이었고.
한편, 그의 설득(?)으로 강제로 포인트를 뜯긴 동료들의 표정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금 전, 재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입을 뗀 것은 김유정이었다.
[그래서, 지금 부실을 임대하겠다고? 하지만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닐 텐데?] [그러니까 너희한테 돈을 빌리지.] [나는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어.] [나나나나, 나도 마, 마찬가지야!]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응. 믿을게. 나도 돕고 싶어.]안호연과 이재상, 서이나는 금세 납득하고 선뜻 투자를 해 주겠다 말해주었다.
재현이 예상하던 대로였다.
가장 심란한 표정을 지은 것은 역시 권소율이었다.
허나, 재현은 알았다.
이번 부실의 임대가 동료들의 더욱 빠른 성장에 도움을 줄 거라는 것을.
재현의 목표는 명확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애들을 A급, 나아가 S급의 경지까지 성장시킨다.’
또한, 그 목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약간의 기연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