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워다나즈
“어찌하여 그대가 나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함부로 입에 담아 내 심기를 거스른 것은 후회하게 될 것이네.”
거세게 불어닥친 돌풍이 모두 걷히며,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워다나즈. 오딘의 목소리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조금 전, 인자해 보이던 노인의 목소리와 사뭇 달라진 모습.
재현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오딘의 본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스가르드의 통치자이자, 가장 드높은 곳에 있는 존재.
‘하지만 눈앞의 오딘은 결국, 진짜가 아니다. 그 파편. 정확히는 세계수가 구현해 둔 존재일 뿐이야.’
과거의 존재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구현된 자.
워다나즈.
지금은 그게 그의 이름이었다.
“아까도 말했을 텐데. 나는 당신에게 아주 볼 일이 많다고.”
재현은 자신의 앞에 거대한 적을 두고도 그를 도발하며 말했다.
지금 그가 노리는 것은 명확했다.
오딘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직접 막아내는 것.
그것을 해낼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그에게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애꾸눈을 한 오딘이 재현을 죽 훑었다.
이윽고 놀란 눈으로 재현의 왼편의 금빛으로 물든 눈을 보았다.
“미미르… 그에게 나의 눈을 받았군.”
“그렇다면?”
“마침 잘되었지. 내 눈을 돌려받을 기회가 아닌가.”
재현은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뒤편에서 달려오던 서이나와 라타토스크.
재현은 크게 소리쳤다.
“멈춰! 다가오지 마. 이쪽으로.”
그 말에 서이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저 앞에 있는 존재.
그 박력이 척 느끼기에도 한 차원 궤를 달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지?
저 앞의 노인은?
서이나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녀의 옆에 있던 라타토스크가 벌벌 떨며 말했다.
“그는 오오오오오―오딘입니다요! 추레한 노노노―노인의 모습으로 자신의 진짜 이름을 감추고 있지만― 그―그는 틀림없는 오딘이에요!”
“…오딘이 어떻게 이곳에?”
“아마 그의 파편일 겁니다요. 세―세계수가 그의 기억을 읽고 그의 과거를 재현해 두었던 것이죠. 이―이번 3계층의 비극의 시작 역시 오딘이었으니까요!”
비극의 시작.
라타토스크의 말대로였다.
오딘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브륀힐트를 잠들게 했고, 지나가던 시구르드가 우연히 그녀의 잠을 깨어나게 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되니까.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
그것은 오딘이었고, 파멸 역시 그 때문이었다.
라타토스크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결국 죽고 나서야 겨우 함께할 수 있게 되었고, 망각의 술을 주조하는 방법을 그림힐드에게 알려준 것도 오딘이라고 했으니까.
다시 말해, 모든 것은 오딘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났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셈이었다.
재현은 앞의 오딘을 노려보며 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네 도구처럼 삼고도 네가 가장 드높은 존재인가?”
“불쾌하군. 이미 아홉 세계 간의 전쟁에서 나는 승리했다. 패자의 이야기는 결국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쓰레기가 돼 버리지. 그것이 바로 삶이다.”
노인의 말투를 하고 있던 오딘의 말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위화감과 함께 느껴지는 충격적일 정도의 마력과 신격. 그것은 재현조차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드높은 경지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꼭 해줄 말이 있었다.
비록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소용은 없을 것이다.
지금쯤 이 비극을 조성한 진짜 오딘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테니까.
현재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오딘의 파편에 지나지 않으니까.
허나, 그래도 재현은 짓씹듯 뱉어냈다.
“너는 어떻게든 내 손으로 죽이겠다. 아스가르드를… 모두 부숴주마.”
“네까짓 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오딘은 조소했으나 재현은 자신의 한계까지 끌어올린 신격을 그를 향해 쏘아냈다.
―신격을 개방합니다.
―액티브 스킬 《뇌신의 사슬》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재빠르게 제작한 검을 쥐었고, 마법을 발동한 동시에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오딘은 비릿한 표정으로 한 차례 자신의 손을 흩었다.
까악!
그 순간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려오며, 그의 어깨에 앉아 있던 녀석이 습하고 어두운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후우우웅!
그림자가 치솟는 것과 함께, 오딘은 거친 폭풍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짓이길 정도로 거센 바람이었다.
재현은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문 채, 자신의 전력을 다해 스킬을 발동했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광란의 폭풍》을 파괴합니다!
“내 마법의 사용법도 제대로 알고 있고… 이상하군.”
오딘이 중얼거렸다.
그때 라타토스크가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재현을 향해 달려오며 소리쳤다.
“지지지―지금의 그는 아직 모든 힘을 손에 넣기 전이지만, 이―이미 충분히 당신을 짓이길 수 있을 저저저―정도입니다요. 어서 도망쳐야―!”
“도망? 그래 쳐야지. 하지만 그 전에.”
재현이 인벤토리에서 한 장의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가져갈 건 가져가야지.”
그가 손에 쥔 카드가 검게 물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파괴된 오딘의 마법.
그 잔재와 연산식이 서서히 재현의 카드에 쓰이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딘의 스킬의 복잡한 연산식이 카드를 통해, 재현의 머릿속에 서서히 옮겨왔다.
그리고 때마침.
―에필로그의 재생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5초 후, 등반자를 4층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광란의 폭풍》을 베끼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소켓 하나를 소모하셨습니다.
재현은 스킬을 모두 베낀 카드를 한 차례 빙글 돌린 뒤 말했다.
“노른 세 자매의 예언을 알고 있겠지?”
재현의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오딘의 표정이 사납게 구겨졌다.
그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재현을 노려보았다. 이제는 제대로 하겠다는 방증이겠지.
하지만 이미 의미는 없다.
시나리오의 종료. 그것으로 인해 재현과 서이나는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현은 분노한 그를 보며 계속해 이었다.
“1만년 후, 대적자가 너를 죽일 거다. 반드시.”
재현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동물이. 대기실로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재현의 파트너. 파피가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릉!
파피가 재현을 향해 날아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재현이 피식 웃었다.
“그래. 퀘스트 치르는 동안 너는 혼자 여기 있었던 거구나. 많이 외로웠지?”
그릉…!
재현은 그의 배를 살살 긁어주며 말했다.
서이나가 재현을 보며 잠시 멈칫하다 물어왔다.
“…재현아, 시나리오의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
“시나리오의 마지막? 오딘과 조우한 거 이야기하는 거야?”
재현은 능청스럽게 그렇게 대꾸했다. 서이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진짜 오딘은 역시 그것보다 강하겠지?”
“그래. 지금의 나 따윈 감히 닿지도 못할 만큼.”
재현은 답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강해져야 해.”
* * *
흘리드스캴프에 앉아 있던 오딘이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오딘의 금안이 타오르듯 빛나며 그의 노기를 선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후긴을 보며 말했다.
“진정 대적자가 3계층까지 정복했단 말인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후긴이 그를 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습니다. 조금 전, 신호가 왔습니다.”
“…내가 얼마 남지도 않은 신력을 소모했거늘… 고작 이런 결과가 나오게 할 줄이야. 실망스러운 일이군. 후긴.”
“면목이 없습니다.”
후긴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3계층의 퀘스트 내용을 수정한 게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4계층부터는 아무리 오딘이라고 해도 남은 신력으로 층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3계층에서 정리했어야 했는데, 이것이 모두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오딘으로서는 분노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어.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적어도 이그드라실을 나오기까지는 그에게 더 손을 댈 방법이 없습니다.”
후긴의 말에 오딘은 주먹을 꽉 쥐며 이었다.
“어쩔 수 없다. 계획을 수정하겠다. 세 개의 ‘아득한 심연의 별’을 모으는 데 주력해라. 그것들을 모두 모아 하루빨리 예언을 뒤집는 거다.
할 수 있겠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딘의 지시에 후긴은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했다.
그는 이내 그림자가 되어 바닥으로 사라졌다.
이어 오딘은 창문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대적자… 과연 노른 세 자매의 말대로 운명이라는 것은,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군. 하지만… 나는 오딘이다.
아스가르드의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별이자, 세계의 모든 진리를 깨우친 자. 그게 나다.”
결코 나는 점지되어 있는 운명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
오딘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옥좌에 앉으려던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야다. 들어가겠다.”
“들어오거라.”
대답과 함께, 프레이야. 그녀가 오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그룬을 잃은 그녀의 표정은 전에 없이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오딘의 앞에 선 뒤 말했다.
“총애하는 기사를 잃었다. 오딘…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
“황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
“고작 그런 것을 바라고 내가 너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직접 헬헤임으로 가서 시그룬을 데리고 올 테냐? 네가 무슨 수로?”
“너는 쓰레기다. 오딘. 도대체 몇 번이나 이 더러운 전쟁을 이어갈 생각인 거냐!”
프레이야가 경멸에 찬 표정으로 오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허나 오딘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지엄한 그대로였다.
“좋은 지도자는 선량하고 아무에게나 베푸는 자가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의 것을 지키는 자이지.”
“대적자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라.”
“그는 현재 이그드라실에 있다. 허나, 토르가 먼저 처치하기로 했기에 네 순서는 그다음이 될 것이다. 거기다… 아직 신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너도 그를 죽이고 싶다면 신력의 회복을 도와라.”
“…감히 내게 명령을…!”
“명심해라. 프레이야. 너는 볼모로서 아스가르드에 온 이방인이다. 지금 너는 내가 거두어들인 입장이지.”
“그딴 궤변을! 바나헤임을 급습해서 세계를 멸망시킨 건 너다! 내게 너에게 충성해야 할 이유 따윈 없어.”
오딘이 비웃었다.
“그래서 이유를 만들지 않았더냐.”
프레이야의 동공이 흔들렸다.
발키리의 수장답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처사였다.
그녀가 입술을 물었다.
오딘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고 싶지 않다면 나의 말을 들어라. 프레이야. 나의 개가 되어 아홉 세계를 모두 손에 넣어라. 그게 네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 말에 어째서인지.
프레이야는 한 마디도 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