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탈환전(3)
“이놈이… 다크 엘프들의 제8왕이라고…… 미친놈아.”
“…….”
“그… 저, 생각보다 많이 약하네. 순위가 낮아서 그런가 봐.”
재현은 말하면서도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8왕이 이렇게 한 방에 죽는 게 말이 되는 건가?
그것도 주먹 한 대에?
‘물론 9왕은 해봐야 S급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거나 좀 더 센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김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왕이라는 족속들이 이렇게 약해 빠져서야, 뭘 하겠다는 건가?
무엇보다 이런 놈들에게 드워프들이 지고 있었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흑발바닥이 들고 있던 장비에 최소한의 무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아… 최소한의 무력.’
애석하게도 드워프들에게는 그게 없었던 것이다!
재현은 애써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는 죽어버린 다크 엘프의 시신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지도에 표시된 8왕의 거처를 죽죽 펜으로 그어 지워버렸다.
어찌 됐든 일거리 하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럼 남은 건 1에서 7왕까지구만.”
재현은 태연히 말했다. 하나 태연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저… 강한 줄은 알았지만, 상상 이상으로 괴물이잖아…!!’
흑발바닥이 덜덜 떨면서 재현의 무력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실로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중이었다.
나름 그는 드워프들 중에서 최고의 전사였다. 그러니 수문장 역을 맡고, 명검까지 쥐고 있었던 거 아니겠나.
하지만 재현의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는 그 역시 하룻강아지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 그를 더욱 충격에 빠지게 했던 대화가 있었으니.
“확실히. 예전에 봤던 왕에 비해서는 그리 강한 것 같지 않네.”
“…응.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이 정도면, 우리끼리도 금방 처리하고 합류할 수 있겠어.”
“포션을 크게 쓸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재현의 다른 동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드워프들에게는 공포의 산물과 같은 다크 엘프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대적자가 9왕을 죽였다는 소식도 거짓으로 치부했던 흑발바닥으로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재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마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다크 엘프들이 눈치챈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놈들이 먼저 움직였을 리 없으니까.”
“내 생각도 그래.”
안호연이 동조했다.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지금까지 들어본바.
기본적으로 다크 엘프들은 이미 드워프들을 무시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미 스바르탈페임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모두 말살하기에는 오딘이 언제든 그들이 필요할 수 있으니 목숨은 붙여두라 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구석진 곳에 틀어박히게 한 다음 자신들은 마음껏 자유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적자인 재현이 끼어들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렇게 판단한 1왕은 하위 계급 왕을 이용해 재현의 격을 가늠해 보려 했거나, 아예 기회가 온다면 죽여버릴 생각을 했을 것이다.
뭐 이제는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지들이 알아서 죽으러 와 줘서 개꿀이었네.”
김유정이 말하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자신의 일거리가 하나 줄어든 참이다. 역시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어붙은 흑발바닥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야. 흑발바닥.”
“흐, 흐읍! 뭐지?!”
“그래도 갈 거냐? 이거 보고도?”
“무, 물론…이다.”
마지막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던 것 같지만, 굳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말려도 듣지 않을 테니까.
지금은 경각심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재현은 다시 작전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럼, 각자 모두 처치한 뒤에는 수신 마법을 통해 연락하는 거로 하자. 나도 어떻게든 금방 처리하고 연락할 테니까.”
“알았어. 우리는 먼저 끝나면 연락하고 합류할게.”
안호연은 시원하게 답했다.
당연했다. 과거 그는 다크 엘프들과 꽤 좋지 않은 추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를 앙갚음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간다.”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김유정과 울상을 지은 권소율.
그리고 흑발바닥을 데리고 먼저 사라졌다.
그들이 가장 먼저 처치할 것은 3왕.
처음부터 강하다 생각하겠지만, 사실 해방단계는 2단계 초입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오딘의 힘이 작용해 도달한 경지일 테지.
그렇다면 재현이 전혀 겁먹을 이유는 없다.
혹여나 싶어 김유정도 데리고 왔다. 그녀의 버프도 있으니 아마 금방 정리될 것이다.
* * *
다크 엘프들의 왕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자.
제1왕 루는 과거 빛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성왕(聖王)이라 불렸던 엘프들의 7대 왕을 모셨고, 그 과정에서 큰 신임과 재력을 얻었으나 끝에 몰락한 자.
오딘의 달콤한 제안과 강한 힘에 대한 열망에 넘어간 그는, 이제 다크 엘프의 수장이 되어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옥좌(玉座).
임금이 앉는 자리.
그곳에 앉기까지 자신은 무수히 많은 고생을 해왔다.
오딘을 따라 수많은 제 동족을 학살하고, 자신을 뒤따르는 이들을 다크 엘프들로 세뇌해 그들로 하여금 권력을 탄탄히 했다.
그런 과정을 거듭한 끝에, 그는 지금의 자리. 즉, 왕좌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데, 이러한 그의 노력을 부정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은 약 1년 전이었다.
카이난.
약해빠진 아들이었으나, 자신의 혈육이자 제9왕이 사망한 것이다.
그것도 고작해야 인간에게 패배해서.
실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후 그가 대적자라는 인물이며, 오딘을 죽일 예언 속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조금은 납득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태초부터 타고나는 힘이 약한 인간이 어찌 자신의 혈육을 베었다는 것인가.
루는 동시에 생각했다.
죽어버린 아들에 대한 감정은 딱히 없다. 약자가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그것은 제 아들이라 해도 다를 게 없었다.
지금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복수가 아닌, 더 큰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오딘은 대적자로 인해 꽤 고생 중이다.
그런 지금, 만약 자신이 대적자를 죽인다면?
필히 오딘은 더욱 큰 힘을 하사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강한 힘!
그보다 좋은 울림을 주는 단어가 몇이나 있다는 말인가.
루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조금 전, 8왕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적자의 실력을 가늠해 보라고.
8왕은 답했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아버지, 저는 카이난처럼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금방 그놈의 목을 앞에 가져다드리겠습니다!]8왕 정도라면 꽤 믿을 만했기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단순하고, 무식하다는 것이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실력은 확실했다. 그가 가진 마력과 포텐셜은 다크 엘프 중에서도 꽤 수위급이니까.
고작해야 인간이 당해내긴 어려울 것이다.
아마 놈이 죽더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면 남은 하위 왕들이 그를 처치하면 된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다.”
그렇게 생각한 루에게 한 가지 충격적인 소식이 막 날아들었다.
“저, 전하….”
“무슨 일이지?”
왕좌에 앉아 오딘의 총애를 받는 모습을 떠올리던 그에게, 한 신하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왕성의 경비 대장이었다.
“……제8왕께서 전사했다 하십니다….”
“…….”
애써 루는 진정했다.
어차피 그는 소모되는 말에 지나지 않지 않았나.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의를 위해서는 작은 희생도 필요한 법이니. 그의 죽음으로 대적자가 큰 피해를 보았다면, 남은 것은 상처 입은 새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이 간단할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서. 8왕은 어느 정도 상처를 입혔나? 대적자는 물론 너덜너덜한 상태겠지?”
“그게….”
흠칫.
어째서인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가.
이를 스스로 밝혀내기도 전에 대장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몸을 벌벌 떨었다.
“단 일격에… 그것도 주먹에 맞고 사망하셨다 합니다.”
“…….”
뭐?
그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는 것을.
그는 결코 알지 못했다.
* * *
“전에도 느낀 거지만 다크 엘프들은 왜 그렇게 나빠졌는지 모르겠다니까. 처음에는 착한 녀석들이었다면서. 안 그래?”
김유정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재현은 흑발바닥의 안내를 받아 어두운 숲 내부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이 안에 제3왕의 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재현은 조금 설렌 얼굴이었다.
‘각인의 힘을 드디어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겠어. 이후 이 힘이 언제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걸 생각하면 미리 시험해 둬야….’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김유정과 재현은 앞을 가로막는 다크 엘프 병사들을 모조리 터뜨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흐억!”
흑발바닥의 얼굴에 다크 엘프의 검은 피가 튀었다.
그는 품속에서 핑크색 손수건을 꺼내 손을 벌벌 떨며 피를 닦아냈다.
대체 누가 선역이고, 누가 악역인지 이제는 구분하는 것을 포기한 참이다.
재현은 어째서인지 주먹으로 적을 터뜨리며 신난 얼굴이고, 김유정도 예쁘장하게 생겨놓고는 인근을 마법으로 초토화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가 3왕이 있는 성인가.”
어느새 성의 앞에 도착한 재현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무려 파괴의 각인이 새겨진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티르빙의 사용자 정신 장악 정도야 뭐, 냉혈한을 사용해서 적당히 흘려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스킬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정리하면 그만이 아닌가.
“그나저나… 이 성을 싹 다 뒤지는 건 귀찮은데….”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장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굳이 성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잖아?’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저쪽에서 먼저 오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마력을 끌어올린 채 싱긋 웃었다.
“얘들아 알아서 조심해라.”
―액티스 스킬 《메테오 Lv 5》를 발동합니다.
거대한 화염을 머금은 돌덩이가 보라색 하늘 위에 떠오르더니, 이내 성을 향해 콰과과 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꽂혔다.
그와 함께, 재현의 귓가에 어이없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필드 보스 몬스터 《다크 엘프들의 제3왕: 지스》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신성 찬탈이 지정대상의 격을 찬탈합니다.
―미미한 격을 획득하셨습니다.
“…….”
“…….”
“…….”
재현은 다시 한번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이번에도 한방일 줄은…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