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프레이야(2)
프레이야는 재현과 자신의 오빠 프레이. 그리고 인간 여자애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면서도, 끊임없이 그들이 이곳에 방문한 의중을 파악해내려 노력 중이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대적자가 강해졌다는 것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스가르드에 침입할 정도냐 묻는다면, 아직 그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아마 다른 신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대적자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앞의 문지기 역시 쉽게 뚫어냈고, 신들의 보물창고에 숨겨져 있는 프레이의 마법검 역시 되찾아왔다.
적어도 재현이 지금 이뤄낸 경지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재현은 그리 마음에 드는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을 믿고 따르던 발키리들의 대장 중 하나인 시그룬. 그녀를 죽였던 게 대적자였다.
제 가족을 끔찍이 챙기는 그녀에게, 재현은 어찌 보면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물론 자신이 먼저 대적자의 공격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정(情)이라는 것은, 쉽게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반추하기 어렵게 했다.
지금의 프레이야 역시 그럴 뿐이었다.
“너는 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설명해라.”
재현은 새크리파이스를 사용해 자신의 목젖을 찔러온 검으로부터 생긴 자상을 깔끔하게 치료해낸 뒤, 대접받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녀의 두 눈과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프레이야의 표정에는 티 나지 않는 동요가 묻어 있었다.
아무리 전장에서 오래 활동한 그녀라고 해도, 자신의 아이 일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재현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프레이야. 나는 오딘이 당신의 아이를 이용해 당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말해주기 위해 당신을 찾아 왔지.”
“나를 포섭하러 왔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겠군.”
프레이야는 즉시 재현의 의도를 파악했다. 지금 자신에게 정보를 준다고 선뜻 제안하는 것에는 당연히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아마 자신을 반 에시르 세력에 포섭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허나, 프레이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쓸모없는 이야기라면, 나는 여기서 너희 모두를 죽일 것이다. 프레이… 오라버니라 해도 그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프레이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자신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인 이상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뒤, 그에 관한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재현이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운을 뗐다.
“프레이야. 당신의 아이는 이미 죽었다.”
“…뭐?”
프레이야의 고운 미간이 단번에 굳어진다. 얼굴 근육이 움찔하며 짧게 경련했고, 이어 막대한 격이 순간적으로 방출되었다.
그것은 명백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재현은 헛숨을 들이킬 정도의 격에 잠시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지만, 금세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리며 이었다.
“당신의 아이는 이미 오딘과 후긴에 의해 죽었다는 뜻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
채앵.
찰나의 순간, 검 끝이 이번에도 재현의 목젖을 정확히 노려왔다. 허나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른 양상을 띠었다.
재현은 제작한 신화의 장검으로 프레이야의 공격을 정확히 쳐냈다.
이제 해방 4단계에 도달한 재현이었다. 이 정도 공격에 당할 정도로 무르지는 않았다.
조금 전에 당해준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무고함을 인정받기 위해서였을 뿐.
프레이야의 공격을 막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여기서 소란을 떨고 싶진 않은데.”
“그건 네 사정이다. 여기서 나는 너희들을 전부 죽일 수도 있어.”
프레이야가 이를 갈며 말해왔지만, 재현이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그렇게 했다간 당신은 평생 진실을 알지 못하겠지.”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의 검을 밀어냈다.
“1만 년이나 아이를 되찾지 못한 주제에 오딘이란 작자를 신뢰하나?
그는 당신에게 비극만 주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의 패권을 손에 쥐었다고 당신의 아이가 다시 돌아올 거라 확신하지?”
“증거를 가져와라. 그렇지 않는다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이야는 조금 전보다는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목에 힘을 꽉 준 채 말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치워달라는 제스처를 간단히 취한 뒤,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한 물건을 꺼냈다.
미미르의 샘물을 떠 온 성배를 닮은 잔.
그것을 프레이야에게 건넨 것이다.
“이것은…!”
“미미르의 샘물이다.”
프레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척 보기에도 이를 알아본 그였고, 이미 사정은 대충 설명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김유정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이었다.
“죄송해요… 저희는 당신의 기억을 봤어요. 아이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그 모습과… 오딘이 당신을 속이는 모습까지 모두. 안타깝게도 민재현의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
프레이야는 잔을 받아들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이것이 정말 자신과 오딘의 기억을 담은 것일까?
혹여나 자신을 독살하기 위한 물건은 아닌가?
혹여나 싶어 마력을 흘려 넣어 보았으나, 다른 독극물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이것은 정말 미미르의 샘물이 맞다.
아마 특정 기억의 편린을 담아 둔 샘물이겠지.
혹은 어떤 지식이거나.
프레이야는 이를 깨달았음에도 망설이고 있었다.
아무리 오빠가 함께 있다 해도, 앞의 대적자의 말을 믿는 것은 어려웠다.
아니, 그것만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어차피 그녀는 생애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기도 했으니까.
그저….
‘……내 아이가 정말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그게 가장 두려웠다.
사실 처음 오딘이 자신에게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전쟁에 가담하라 했을 때. 이미 그녀는 오딘이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이….
늘 자신이 검지를 내밀면 손을 꽉 잡아주며 웃어두던 아이.
세간에서는 그 아이의 영혼이 담긴 목걸이를 ‘브리싱가멘’이라 부르며, 자신을 고작 목걸이에 오딘의 편에 붙어먹은 희대의 악녀라 부른다.
더러운 드워프들에게 몸을 팔아버린 탐욕의 상징이라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아무 신들과 정을 나누는 어리석은 여자라고도 한다.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지만, 프레이야는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비난하든,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기에.
결코 없었던 일이 기정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더구나, 설령 그런 욕을 먹는다고 해도 자신은 아이를 되찾고 싶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이 홀로 지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만이 돌아온다면, 미소를 짓는다면 희생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그 아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그러면 자신의 삶의 목적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아이를 잃은 뒤.
프레이야는 집시처럼 방황하고, 거친 풍랑에 휩쓸리며, 지옥 같은 전장에서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삶의 가장 거대한 축복이, 어느 순간 그림자가 되어 자신을 짓누르고. 망가뜨린 것이라면.
자신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았다. 샘물을 마셔 보겠다. 허나, 이 모든 게 장난이라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나의 아이를 갖고 노는 것은 오딘으로 족하니까.”
“마음대로 해.”
재현의 말에, 프레이야는 눈을 감았다. 이어 그가 건넨 잔을 들어 올린다. 두렵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프레이야는 자신의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다. 또한, 이 더러운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 번에 재현이 내민 샘물을 쭉 들이켰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지는 것과 동시에 시야가 점멸한다.
이어 한 기억의 편린 속으로, 그녀의 의식이 차분히 멀어진다.
* * *
프레이야가 잠시 의식의 세계로 멀어진 뒤, 다시 돌아온 것은 고작해야 몇 분의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저장된 기억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탓이다. 애초에 미미르의 마법적 성취가 뛰어난 것도 한몫했고.
잠시 후.
돌아온 프레이야는 양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쥔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프레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본 것이 실제로 벌어진 상황인지 파악하는 중이었다.
제 아이의 영혼이 조각났고, 그 일부만이 이 목걸이에 담겨 있다고?
모든 것을 바쳐가며. 다른 종족의 피를 계속 묻혀가며 전장에 나선 결과가 살릴 수조차 없는 아들을 되살리기 위한 여정이었을 뿐이었단 말인가.
그것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가.
“모두 나가라.”
“프레이야. 우리는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 오딘의 세력은 더 강대해지고 있어. 이렇게 고통받는 이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키리 군대의 힘이….”
“너는 내 부하인 시그룬을 죽인 자다. 아직 나는 너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그러니 당장 여기서 꺼져라.”
“프레이야….”
김유정과 프레이가 동시에 중얼거렸다. 프레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 여자, 그리고 오라버니도 자리를 좀 비켜주십시오. 당분간은 몸을 피해 두십시오. 저는 좀 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해야겠습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고민은 오래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재현의 말에 프레이야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내게 재촉하지 마라. 죽여버리겠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재현은 이번에는 그대로 맞받아쳤다.
당연했다. 그로서도 지켜야 할 게 있었다.
그녀의 사정은 안타깝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란 도대체 얼마나 고통에 차 있을까. 그것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젠가와 같을 것이다.
하나씩 그 블록을 뺄 때마다 계속해 흔들린다. 풍랑 위의 배처럼, 매 순간을 파도 위에서 그 생애를 저울질해야 한다.
하지만 재현으로서도 더 오래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는 말을 남긴 뒤, 다시 은신 마법을 사용해 프레이야의 방을 벗어났다.
“그럼 다시 보자. 프레이야. 나의 동생아.”
프레이의 인사. 프레이야는 텅 빈 방에 혼자 앉은 채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비극의 시작은 1만 년 전이었고, 자신의 아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다니.
그녀는 도저히 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대적자가 거짓말을 한 거다.
오딘이 아무리 쓰레기라 해도… 이 목걸이 안에는 아이의 숨소리가, 태동하는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게 모두 거짓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손에 쥔다면, 그는 나를 그만 놓아줄 것이다.
프레이야는 그렇게 생각한 뒤, 결심을 마쳤는지.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발키리에게 말했다.
“대적자가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 흉흉한 빛이 머물렀다.
“추격해서 그와 그의 동료를… 모두 말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