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프레이야(1)
재현은 과거 파피의 부화 당시를 잠시 회상해 보았다.
당시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때 분명 시스템에는 작게 이렇게 쓰여 있었다.
[특정 환경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합니다.]아무래도 짚이는 것은 그쪽이었다.
파피 역시 최근 등급 업을 통해 꽤 가파르게 성장했고, 이제 곧 신화 등급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신화 등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다른 요소가 필히 작용했을 터.
재현은 그게 이곳 아스가르드 특유의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타 아홉 세계에 비해 방대한 마력 양과 수많은 마수들이 떠도는 장소. 이곳은 파피의 성장에 최적의 필드였을 가능성이 컸다.
조금 전에 길을 뚫는 과정에서도 파피의 도움을 꽤 받았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녀석의 경험치가 계속 축적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파피는 내가 없는 사이에 아스텔이 깨어날 줄 알고 녀석을 죽인 것 같네. 파피가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어.’
재현은 그렇게 끄덕이며 다시 은신 마법을 사용해 몸을 숨긴 채, 새롭게 얻은 파피의 스킬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위급 상황이라도 미리 사용 가능한 스킬을 확인해 두지 않으면 되레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에, 어서 확인해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액티브 스킬]이름: 되살아난 기억
등급: 신화
단 1회 아주 먼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냅니다.
*사용 후 두 번 다시 발동할 수 없는 스킬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마법이 발동된 뒤, 드래곤의 과거는 완벽히 소거됩니다.
재현은 새롭게 얻은 파피의 스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만, 직감적으로 이 스킬이 이후 마지막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만큼은 알았다.
파피의 기억을 매개로 하는 스킬.
드래곤의 기억이라는 것의 가치는 무릇 매길 수 없다고 헬라가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이것저것 신들에 관해서, 또 다른 아홉 세계에 사는 종족과 그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틈만 나면 떠들어 댔었으니까.
재현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었다.
[잘했어. 파피.] [그릉!]파피는 김유정의 품에 안긴 주제에 살갑게 재현에게 코를 비벼왔다. 그러면서도 결코 재현의 품에 오는 일은 없었다.
‘자식새끼 키워봐야 소용없…지는 않은데 조금 서운하긴 하네. 나중에 간식은 없다. 파피…!’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파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다시 지하 감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이 검을 프레이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다.
* * *
투명한 달빛이 내리쬐는 어느 감옥 안. 쇠창살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던 프레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아무리 대적자라고 해도 인간이다. 한데 그가 과연 신들의 보물창고를 털어(?) 올 수 있을까? 개망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인데…….”
프레이의 말투는 재현을 대할 때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랬다. 그는 잘 생겼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신이지만… 입이 조금 험하고 대화를 할 때마다 깨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1만 년 동안 계속 이 감옥에 수감돼 있었으니, 그 정도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는 타고나길 입이 가볍고 말이 많았으니까.
“아무래도 대적자한테 지도를 좀 더 제대로 설명해주는 편이 좋았겠어. 로키가 인정했고 여기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인간이고… 거기다 아직 그 드래곤도 다 성장하지 않았잖아? 아마 아직도 거기서 헤매고 있을 가능성이…… 아, 어떡해야 하지…?”
“안 헤맸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가 생각하며 중얼거리던 때, 갑작스레 재현이 불쑥 나타나며 말했다.
프레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사고의 세계에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재현이 말을 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자신의 치부를 막 들킨 참이다.
재현은 정작 별문제 삼지 않는 듯했지만… 김유정 쪽은 아니었다.
‘……우와 진짜 깬다.’
말이 많은 것도 많은 건데, 그의 말에는 기본적으로 경박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재현은 능글맞은 타입이라면… 그는 양아치 같달까?
“말투가 양아치 같네. 뭔가.”
“야.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어.”
“아.”
“아는 무슨.”
재현이 말하자 김유정이 급히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프레이가 붉어진 얼굴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너… 내 말투 보고 경박하다고 생각한 거지?!”
“아닌데요.”
다행히 김유정은 연기 천재였다. 재현은 새삼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프레이의 압박 수사는 계속해 이어지고 있었다.
“거짓말 마! 신을 우롱하는 건 중죄라고. 당장…!”
“그쯤하고 검이나 받으시죠.”
재현은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끊은 뒤, 프레이에게 검을 넘겨주었다. 그의 무구인 마법검. 프레이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고, 고맙다… 정말…!”
“말실수 한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근데 저도 신격이 있으니 말조심하세요. 저 꽤 셉니다. 그래서 님 티어가?”
프레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역시 세계 최고의 신이라 해도 ‘그님티’는 이겨낼 수 없는 모양이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처음 들어올 때 빼앗았던 열쇠를 사용해 프레이를 풀어주었다.
프레이를 결박하던 수족의 사슬이 모두 풀리며,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후, 짧은 숨을 내쉰 그. 재현이 프레이를 향해 말했다.
“프레이야를 구해야 합니다. 프레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 *
처음 재현이 프레이를 구하려 했던 이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바로, 프레이야의 설득이었다.
재현은 사실 설득에 큰 자신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설득이라고는 힘을 사용해 적을 깔아 뭉개놓고, 그 뒤에 속성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때려 박는 게 전부였다.
드워프들의 왕국. 니다벨리르때는 그저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운이 계속 이어질 리 없으니, 재현은 프레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평소 남매의 우애가 깊었다고 하니, 프레이야를 설득하는 데 좋은 패가 돼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재현의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프레이야를 설득하는 것을 최대한 도와주도록 하지. 아니 오히려 꼭 돕고 싶다. 그 아이도 이제 지옥 같은 악몽에서 그만 깨어나야 하니까.”
재현과 김유정은 아스가르드를 돌아다니며, 프레이가 감옥에 수감된 일과 갖은 사건의 개요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전쟁 도중에 붙잡혀 자세한 사실을 전해줄 수 없었다고 했다.
재현은 남매의 팔자가 모두 기구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조금 전 지나쳐왔던 정원 부근으로 향했다.
프레이야가 머무는 거처. 이는 조금 전 피해 지나쳤던 발할라였다.
[이 근처에 내 동생이 있을 것이다.]여기서만큼은 프레이도 대역죄인이었기에 말을 아껴야 했다.
아무리 동생을 만나러 왔다고 해도, 그쪽에서 그를 아군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 되레 독이 될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쪽으로.]프레이는 다행히 지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재현과 김유정. 두 사람이 왔다면 헤맸을 길을 척척 찾아내는 것이었다.
재현은 나름 길잡이로서 그가 훌륭하다 느꼈다.
‘무력은 그 정도까지 뛰어난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그로부터 느껴지는 마력은 신격 해방 3단계 상위 정도였기에, 순수 무력 자체는 자신이 위였다.
하지만 마법검을 쥔 그와 싸우게 된다면 그 결과는 알 수 없겠지.
재현은 그의 실력을 조만간 눈에 담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반 에시르 연합에 그가 합류한다면 어렵지 않게 그와 겨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좀 더 빠르게 오딘과 토르, 로키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되겠지.
재현은 어쨌든 자신이 오딘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경지에 올라야 한다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떼다 보니, 오래 지나지 않아 기다란 복도가 나왔다.
붉은 카펫이 곳곳에 깔린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복도는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듯 보였다.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은 서랍이나 꽃병 등이 죽 나열돼 있었다. 재현은 이를 보며 스미르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발할라는 에인헤랴르와 그들을 지도하는 발키리들이 머무는 곳이다.]스미르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에인헤랴르가 본래 머물던 곳.
하지만 최근 오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과거 첫 번째 전쟁으로 에인헤랴르의 수는 급감했다.
최근에 새로운 수급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줄어들기만 했으니 손때가 묻지 않은 물건이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 이곳이다. 이 앞이 내 동생이 사용하는 방이다.]프레이는 복도 끝의 한 방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김유정, 준비됐지?] [당연하지.]재현은 김유정에게 잠시 의사를 물은 뒤,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가슴께가 부풀었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심호흡하며 전신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손에 힘을 준다. 이윽고.
끼익!
녹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그곳으로부터 새하얀 장검이 재현의 목덜미에 닿았다. 서늘한 음성이 그의 귓가에 내려앉는다.
“너는 누구냐.”
허나 재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대응을 해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맞받아치지 않았다.
일부로 존대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프레이야에게 겁을 집어먹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재현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프레이야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의 생기가 사라진 두 눈에는 뜨거운 적대감이 가득했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눈이 많아지는 건 원하지 않거든.”
“다시 묻겠다.”
프레이야가 쥔 검이 투명하고 흰빛을 뿜어낸다. 그것은 명백한 신성 속성의 마력과 신격의 조화. 척 보기에도 위험한 수준이었다.
“‘너희’는 누구지?”
“나는 대적자다.”
그렇게 재현이 답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검에 힘이 들어간다.
이어 검이 재현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내기 직전. 프레이가 끼어들며 그녀의 검을 허공에 뜬 마법검으로 밀어냈다.
“프레이야. 프레이다. 오빠가 왔다. 그러니 그 검을 거두거라.”
“프레이…?”
“그래. 나다.”
프레이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오빠를 보았다.
모습을 드러낸 오빠의 모습은 틀림없는 자신이 아는 자의 것이었다. 또한, 공중에 떠 있는 검. 그것 또한 오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지금은 신들의 보물창고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다시 말하겠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 타이밍에 재현이 끼어들었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었다.
“당신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프레이야의 충격에 빠진 몰골이 두 눈에 아주 선명히 도드라졌다.
재현의 목으로부터 피가 한 방울 타고 흘러내려 왔다. 그는 프레이야의 이어질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들어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