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트릭스터(2)
처음 재현이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했던 때는 그가 신격을 각성했던 당시였다.
헤임달과 대치하던, 헬라가 죽어가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재현은 자신의 고유 스킬인 신성 찬탈을 각성했다.
위기의 순간. 그의 귓가에는 동료들과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누군가 파악할 수 없는 한 존재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 뒤, 자신은 격을 얻고 힘을 각성했다.
잘은 모르지만, 재현은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그때 들려왔던 의문의 목소리. 그것이 자신의 각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재현은 사건이 해결된 이후, 한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당시 들려왔던.
마나의 거해와 마주했던 때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하지만 당시에는 답을 낼 수 없었다. 아무런 단서조차 없었으니까.’
허나 다음은 순간에는 조금 달랐다.
첫 번째로 붉은 달의 고원 필드를 열었을 때 들려온 목소리. 그것은 조금 더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왔다.
‘모두를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한가?’
당시, 목소리는 그렇게 물어왔다.
재현이 그렇다 답하자 그는 힘을 주었다.
그것은 물론 재현을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한 힘이었지만, 그는 결국 이를 견뎌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랬다.
자신의 심상 속 세계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결국, 재현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키워드는 세 개였다.
거해, 그리고 의문의 목소리. 각성.
자신이 한계에 부닥쳤을 때마다 재현에게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지없이. 그리고 그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수 있었다.
목소리의 정체.
재현은 그 목소리의 목적이 자신의 성장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찾아왔다. 로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로키. 네가 내 자아에 분신을 심어 둔 건가? 그래서 내가 넘어질 때마다 힘을 준 거…….”
“잠깐잠깐! 질문은 내가 먼저 했다고! 음… 뭐, 그래도 먼저 답을 못 해줄 것도 없으니 이야기해 주자면… 거해 속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내가 아니야. 그것의 주인은 너를 다룰 수 있는 마땅한 주인이지.”
“주인?”
“그래. 하지만 여기서 더 대답할 수는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어차피 가까운 미래에 알게 될 거야. 그것도 너 스스로 말이지.”
“…하는 수 없지.”
재현은 생각을 정리한 뒤, 이번에는 로키의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자신의 의문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아마 로키가 이처럼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보를 발설할 수 없는 제약이 걸려 있다거나. 틀림없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거겠지.
물론 그 로키의 입을 막아버린 제약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으나… 이를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재현은 답을 고민하는 것으로 상황을 넘겼다.
우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번에 두 번째 필드 마법을 열면서 떠올린 몇 개의 편린들. 그것은 자신의 것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먼 예전의 것이었다.
허나, 조금 전 로키는 말했다. 너는 어디까지 기억을 되찾았느냐고.
‘그렇다는 건, 이 기억들이… 모두 내 것이라는 걸까?’
대체 이 기억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답을 알려줄 존재가 앞에 있지 않은가. 적어도 로키라면 그 실마리 정도는 자신에게 알려줄 것이었다.
자신이 먼저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으니 아마 틀림없겠지.
조금 전의 물음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것은 아쉽긴 하지만….
재현은 사고를 끊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몇 개의 기억을 봤다.”
재현은 순순히 입을 뗐다. 그런 뒤부터는 아주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떠올린 기억은 모두 세 개였다. 첫 번째는 과거 미미르의 샘에서 보았던 프레이야와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었지.
두 번째는 과거… 그러니까 1만 년 전의 전쟁의 선두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었고, 마지막은…….”
거기서만큼은 재현도 잠시 멈추며 로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로키는 어서 말하라는 듯 재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재현이 그와 두 눈을 마주치며 이었다.
“내가 너와 이상한 의복을 입고 한 허름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기억이었다.”
로키의 동공이 가늘어진다. 재현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로키. 너는 내게 대체 뭐지?”
“……나는.”
로키의 두 눈이 어느 때보다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어 곧 그의 입술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되어 티르 님까지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째 아득한 심연의 별 역시 그들에게 빼앗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군.”
오딘은 후긴의 보고에 덤덤히 답하며 옥좌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아홉 세계 그 모든 것을 관조한다 칭해지는 흘리드스캴프조차, 대적자와 그와 연관된 이들의 행보를 알 수 없다.
또한 그들이 무슨 목표를 가지고 전쟁에 임하기 시작했으며, 먼저 티르를 죽이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신력의 과도한 개입에 관한 걱정이 사라졌으며. 그들 역시 자신들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어째서 전쟁에 소극적이었던 그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물러설 때가 아니었다.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에게도 이미 말해두지 않았나.
이번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이며, 드디어 숙원인 아홉 세계를 모두 발아래 두겠다는 계획을 성공시킬 거라고.
이 시점에서 더는 고민할 것이 없다.
그저 오딘은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완벽히 이뤄낼 뿐이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그 과정에서 티르와 헤임달의 죽음은 그저 해프닝이었다.
오딘에게 두 신의 존재는 써먹을 수 있는 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과거 자신의 명령에 불구덩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든 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신이 세계수의 꼭대기에 오르고, 높디높은 명성을 손에 쥘수록. 자신의 수하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많아질 것이다.
그들은 광기에 젖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될 것이며, 또다시 오딘의 이름은 신화가 되어 아홉 세계 곳곳에 퍼지겠지.
권력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자신이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것은.
또 강해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득한 심연의 별과 그에 상응하는 힘을 가진 무언가를 소멸시켜서라도 점지된 운명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이미 대적자에게 빼앗긴 아득한 심연의 별 조각은 모두 두 개나 된다. 자신의 계획대로 쉽게 예언을 무력화하는 것은 이제 어려웠다.
‘운명의 힘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옭아매고 있어. 대적자로 하여금 나를 계속해 부정하고 있다. 죽이라고, 나를 여기서 끌어내리라고.’
오딘은 인정할 수 없었다. 대적자의 존재와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던가?
그저 평범한 한 신에서, 아스가르드의 가장 높은 곳까지.
미미르에게 눈을 바치고, 이그드라실의 꼭대기에서 9일간 거꾸로 매달리며 지금의 자신은 만들어졌다. 각지를 여행했고. 높디높은 곳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달했다. 그러니 이 자리는.
“나의 것이다.”
자신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언을 지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
당초 예상했던 대로는 일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다른 무언가를 희생하면 된다.
등가교환(等價交換)이라 했던가.
동일한 가치를 지닌 다른 무언가를 제물로 바친다면, 또 그럴 수 있는 마법의 정형화된 식을 구축한다면?
술자인 오딘으로서는 시간을 역행한다거나, 예언을 무력화하는 등의 초월적인 마법을 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족한 아득한 심연의 별 조각은 그런 식으로 대체하면 되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예언의 대적자는 더 이상 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운명이라는 이름의 힘 그 자체일 뿐이니.’
“예언의 대적자.”
오딘은 그를 떠올리며 작게 미소지었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에, 너는 작은 물줄기에 불과하니…….”
* * *
“나는 반 에시르 연합의 수장이자, 트릭스터로 불리는 존재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잘난 놈이라는 거지.”
로키가 가슴께를 내밀며 당당히 말했다. 재현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딴 걸 물은 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그의 살벌한 말에 로키가 흠칫 놀랐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며 말을 받았다. 하지만 재현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네게 전해줄 게 있다. 대적자.”
문득 그렇게 말하며 웃음 짓는 로키의 태도에 재현이 미간을 구겼다. 그러니까. 지금 질문에 답하지 않고 쏙 빠지겠다는 것인가?
이번에는 답을 듣고 말겠다. 그렇게 생각한 재현이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어느새 로키가 자신의 눈앞에 다가와 머리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다.
지지직….
마치 마이크 노이즈가 낀 것처럼 괴기한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재현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로키는 어느새 다시 멀어져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충분한 답이 돼 줄 거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나를 믿어라.”
“차라리 지나가던 개를 믿겠다.”
재현이 빈정거렸으나, 로키는 깔끔하게 무시하며 답했다.
“일단은 에시르 신들을 상대하는 것부터 생각하자. 너는 더 강해질 수 있어. 그건 당연히 알고 있겠지?”
“물론이지.”
“오늘부터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너를 나보다 강하게 만들 거다. 내가 미끼가 되어도 네가 오딘을 죽일 수 있도록.”
“……뭐?”
재현은 어이가 없어 그렇게 반문했다.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로키의 말은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오딘을 처치할 때 당연히 그의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
자신이 미끼가 될 테니 자신보고 오딘을 처치하라고?
자신이 멋있는 건 다 하고 쏙 빠지겠다는 것 아닌가.
“띠껍네.”
“어허! 반 에시르 연합 수장인데 그래도 말버릇이…!”
퍼억!
그 순간, 로키의 턱이 홱 돌아갔다. 재현의 주먹이 직격한 탓이었다.
재현이 마력을 철철 흘리며 로키의 돌아가 버린 얼굴을 보았다.
그가 자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날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것부터 설명해야 할 거다.”
“…이거 한 방 먹었는걸?”
트릭스터는 곧바로 몸을 곧추세운 뒤, 이어지는 재현의 후속타를 바라보았다. 공격은 정석적이지만 변칙적인 패턴이 섞여 있다.
과연 대적자의 성장은 스스로 쌓아 올린 것이라 이건가?
재현의 공격을 바라보는 로키의 눈이 투명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재현의 그것과 완벽히 같은 색. 두 쌍의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 본다.
그것은 실로 기이함을 자아내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