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52
51화 모의 던전 실습 (1)
체력 테스트를 마친 직후.
재현은 곧장 김석기 교관에게 AR 전투 시스템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현재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확인해 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금 전까지 그는 AR 전투 시스템 룸 안에서 홀로 몇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대략적인 테스트를 모두 마쳤다.
현재 그가 한계를 느낀 구간은 27단계.
일반적인 C급 레이더 6인 파티가 힘겹게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였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 재현 하나의 실력이 C급 레이더 여섯과 거의 맞먹는 정도라는 뜻.
적어도 아카데미의 신입생 내에서는 그의 경쟁자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첫 시작은 이 정도면 괜찮아. 신입생 사냥 1위, 체력 테스트 1위라니.”
날고 긴다는 밀레스 아카데미의 신입 생도 중에서도 단연 1위.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재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돌리며 근육을 이완시켰다. 전투 직후엔 이렇게 몸을 풀어두지 않으면 다음 날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기 때문이다.
B급 이상의 상급 레이더는 길드에서 따로 주치의를 배정해 주기 때문에 번거롭게 혼자 마사지할 필요가 없지만, 과거 재현은 D급 무투계 레이더였다.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는 일 따윈 꿈도 못 꿀 일.
덕분에 재현은 자연스럽게 홀로 근육을 푸는 방법을 익혔었다.
그렇게 약 30분.
근육 마사지가 모두 끝난 후.
재현은 옷을 갈아입은 뒤 AR 전투 시스템 룸을 빠져나왔다. 이곳의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호텔의 욕실이 좀 더 좋으므로 그곳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지잉.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품 안을 파고들었다.
재현은 잠시 몸을 움츠리며 떨었다.
“빨리 가야겠다. 잘못하면 감기 걸리겠는데.”
재현은 걸음을 재촉해 거리로 나와 자신이 묵는 호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잘 닦아진 길 양옆으로 상록수가 자라 있는 공원을 지나, 잠시 장비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렀다.
김석기 교관에게 받은 포인트를 사용해 앞으로 필요할 몇 가지 아이템을 구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이벤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 둬야 해.’
재현은 가게 안으로 발을 내디디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있으면 다른 생도들은 꿈에도 모를, 아주 비극적인 이벤트가 시작된다.
재현은 던전에서 사용할 간단한 도구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있을 변수를 대비한 마나 실드와 몬스터의 사체를 갈무리할 마나 블레이드. 그리고 마력을 강화할 만한 아이템들 몇 개.
포션은 이재상에게 미리 주문해 뒀기에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재현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가게 안을 둘러보다 계산대로 향했다.
구매를 마친 그는 상점 밖으로 나오며 이번 사건의 원흉에 대해 생각했다.
‘구자인…… 역겨운 놈. 언젠간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 해.’
생각해보면 구자인과 밀레스 아카데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안전을 담보하는 것처럼 요람을 깔아 주고 그 안에 함정을 숨겨 둔다.
그러면 그 안에서 임기응변이 뛰어난 진짜 재능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런 방식은 잘못됐다.
회귀 전, 이 이벤트에서 몇 명의 무고한 생도들이 죽어 나갔다.
단지 재능을 지닌 옥석을 걸러내겠다는 이유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재현은 다짐을 굳건히 했다.
밀레스 학원에는 앞으로 목숨을 위협할 무수히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3일 뒤.
회귀한 재현이 이곳에서 마주할, 사선을 넘나드는 첫 번째 사건.
바로 ‘모의 던전 사건’이 일어난다.
* * *
모의 던전 사건.
밀레스 학원의 수치 중 하나이자 비극으로 남은 사건.
몇 명의 무고한 생도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끔찍한 이벤트다.
과거 재현은 이 이벤트에서 세 명의 동료를 버렸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죽어가는 이들의 손짓을 무시하고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결국, 팀원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는 재현 하나뿐.
사건 이후. 모든 생도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했다.
차라리 너는 거기서 죽었어야 했다고.
동료를 버리고 나온 주제에 멀쩡히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게 가증스럽다고.
하지만 재현은 그런 욕설을 들으면서도 밀레스 아카데미를 그만둘 수 없었다.
자신을 믿어 주던 어머니 이선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 싫었다.
그래서 꿋꿋이 버텼다.
물론 결과는 D급 레이더의 밑바닥 인생이 되는 데 그쳤지만.
당시의 비극을 떠올리던 재현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렸다.
이번 생은 과연 전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도망치는 데 더 익숙한 레이더였고, 한심하다 손가락질을 받던 재현이었다.
회귀 직전엔 고기 방패로 던전에 들어가 방패나 들고 있던 쓸모없던 존재.
일회용 소모품처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건전지 같은 삶을 살던 그였다.
‘똑같은 삶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부여잡으며 재현은 다시금 다짐했다.
이번 생에는 결코 전과 같이 살지는 않겠다고.
두 번이나 도망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 * *
잠시 장비 상점에 다녀온 재현이 어느새 호텔 로비 앞에 섰다.
“야! 민재현! 왜 이렇게 늦게 와!”
로비엔 집 계약을 모두 마쳤는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유정과 조금 시니컬한 얼굴의 서이나도 함께 있었다.
“왜. 갑자기 뭔 일이야?”
“뭔 일이긴. 대비해야 할 거 아니야.”
재현이 무슨 이야기인지 되물으려 했으나, 서이나가 먼저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모의 던전 실습을 어떻게 할지 같이 이야기하려고 모였어.”
“야! 아까 문자도 보냈잖아! 정신 안 차릴래?!”
“근데 왜 나한텐 의사도 안 물어보고 너희끼리 이렇게 모여 있는 건데? 납치라도 해 가게?”
“내가 언제 네 의사 물어보고 뭐 하자고 결정한 적 있어?”
“……없긴 하지. 근데 그거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
김유정은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었다.
재현은 한숨을 내쉬며 둘과 적당히 어울려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기분도 꽤 좋았고, 체력 테스트도 훌륭히 마쳤으니까.
“잘됐네. 어차피 너희한테 줄 것도 있었거든.”
“엉? 먹는 거? 하켄다즈 사 왔냐?”
“아니, 미친. 네 머릿속에는 먹는 거밖에 없냐?”
어이가 없었다.
3일 뒤엔 둘 역시 사선을 넘어야 하는 중대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태평하게 아이스크림을 찾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그럼 내 방으로 가자! 오늘 계약했는데 뷰 죽임.”
“……난 좋아.”
셋은 사이좋게 김유정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미리 사 둔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과 갖은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역시 먹는 걸 좋아하는 김유정답게 냉장고를 먼저 채워 둔 모양이었다.
이후 모의 던전 실습에 관한 이야기보다 쓸데없는 잡담을 더 오래 나눈 뒤, 셋은 저녁 열 시 경에 헤어졌다.
* * *
“……하여. 몬스터에게는 저마다 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들을 사냥할 때는 속성의 우위에 있는 마법이나 무기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따라서 파티를 맺을 때는 다양한 속성을 지닌 이들과 함께 파티를 구성하는 게 안전하다는 뜻이죠.”
이틀간의 수업 대부분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들의 나열이었다.
중학교 시절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 배우기도 하고, 또 무투계와 마법계 공통 과정을 공부하기도 했다.
덕분에 재현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도 대충 내용을 다 파악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 미리 공부해 두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몸이 안 되니까 머리라도 열심히 썼었지…… 지금 생각하면 되게 처절했네.’
과거 재현의 신체로는 A급이나 S급. 하물며 C급에도 범접할 수 없었다.
그런 재현이 살아남으려면 몬스터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격 타이밍을 읽는 것뿐.
남들보다 신체 능력이 뒤지는 만큼 한 발자국 먼저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덕분에 재현의 이론적 지식은 거의 모든 분야에 빠삭한 수준이었다.
유일한 문제가 마법계 관련 지식이었는데, 그마저도 얼마 전 김유정에게 1대1 특별 과외를 받은 터라 1학년 정도는 문제없이 지나갈 정도가 되었다.
재현은 펜을 돌리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겠어.’
재현의 첫 번째 목표는 자신의 아버지 민성오.
즉 A급 레이더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자신과 어머니를 지키고, 더 나아가 비루했던 과거를 청산해 보다 높은 곳으로 가는 게 두 번째.
마지막은 자신의 회귀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아마 S급 레이더 이상의 힘이 필요할 터.
재현은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분주히 나아가야 했다.
레이더는 스무 살이 되면 성장을 멈추게 된다.
지금 포텐을 터뜨려 최대한 성장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차례대로 하자.’
재현은 돌리던 펜을 멈춘 뒤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보다는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씩 이뤄 갈 생각이었다.
잠시 후.
딩동~
수업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생도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재현은 잠시 기다렸다가, 인파가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뗐다.
김유정과 서이나가 곧바로 그의 옆에 따라붙었다. 서이나뿐만 아니라 김유정 역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적지 않게 낯을 가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야! 같이 가!”
재현은 김유정이 옆에 달라붙자 익숙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김유정은 평소에도 길치인 데다 낯을 가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 타입이다. 덕분에 재현은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꽤 익숙한 편이었다.
“야. 근데 내일 진짜 어떡하지? 던전 실습은 첨인데. 설마 다치지는 않겠지?”
김유정의 걱정스러운 말에 서이나도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어제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오늘도 푹 못 자면 내일 지장 생길 텐데…….”
“처음 던전 들어갈 땐 원래 다 그래.”
재현이 무심히 입을 열었다.
“뭐래. 넌 그럼 처음 아니야? 왜. 산책 삼아 몇 번 갔다 오기라도 했나 보지?”
김유정이 쿡쿡 웃으며 면박을 주자 재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던전은 모르겠고 몬스터는 몇 번 만나봐서 알아. 지금도 내 앞에 있네.”
“……그거 나 말하는 거지?”
“눈치 하나는 빠르네. 던전에서 몬스터한테 죽진 않겠다야.”
“이게 진짜!”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서이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째서인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가슴을 쿡쿡 찔러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내일 예정된 모의 던전 실습 때문일까?
서이나는 재현과 김유정을 번갈아 보았다.
둘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한편 재현은 두 사람과 적당히 대화하면서도 내일 있을 일에 대해 생각했다.
모의 던전 실습.
그곳에서 그는 반드시 살아남아 더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이전에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면 이번에는 실력으로 살아남는다.’
재현은 목표를 상기시키며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내일, 첫 번째 밀레스의 비극이 시작된다.
* * *
[인물 정보]이름: 민재현
나이: 17세
레벨: 29
패시브: ‘신들의 주목을 받는 자’ Max, ‘절대신의 눈’ Max, ‘숙련된 검술’ Max, ‘민첩한 발걸음’ Max, ‘유연한 몸놀림’ Max, ‘응급 처치술’ Max
액티브: ‘절대 연산(絕對 演算)’, ‘전격의 사슬’, ‘새크리파이스(빛의 심판)’, ‘플래시 봄’, ‘매직 애로우’, ‘블래스터’, ‘플래시’, ‘매직 가드’, ‘마나 웨폰’, ‘세뇌’…….
[스탯]HP: 1450/1450
MP: 3300/3300
근력: 32
민첩: 42(+5)
마력: 114(+35)
지구력: 64
분배 가능 포인트: 0
*사용자는 반(反) 에시르 신좌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