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6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63화
창왕 진자의 (4)
“교수님! 선천진기예요!”
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불과 며칠 전 저걸 다 태워 먹었다가 황천길 건널 뻔했는데.
마치, 과거의 엘로이즈 아린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금지된 마법을 사용했던 것처럼.
기운을 쓰는 자는 자신의 근원을 태우며 싸울 수 있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
죽을 생각으로 덤비는 것이기에, 그 파괴력 또한 엄청나다.
‘저 노인네는.’
내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창왕을 바라봤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왜 저렇게까지 해서 나를 상대하려는 걸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정말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려 하는 걸까?
그렇다면.
진짜 머저리 중 상머저리가 따로 없다.
왜냐.
나는 어차피 랭킹 1위까지 올라갈 거거든.
그게 아니꼬운 거면 뭐, 어쩔 수 없지.
죽일 수밖에.
후우웅!
내가 창을 휘둘러 자세를 잡았다.
친우, 심판창의 스승이니 뭐니.
그런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신경이 조금 쓰일 뿐이지, 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창왕은 분명 나를 죽이려 했고, 그것만으로도 내가 죽여야 할 명분은 차고 넘친다.
내가 힘이 없었으면 상황은 그 반대가 되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다.
“흐아압!”
정비를 마친 창왕이 기합과 함께 질주한 것은 그때였다.
선천진기를 통해 한껏 발전한 창왕의 창격은 벼락과 같이 빨랐다.
피하기도 쳐내기도 애매한 속도.
‘제대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는데?’
다나의 힐링이 있지만, 그건 ‘죽지 않았을 때’에 효과가 있는 거다.
만약, 창날이 순식간에 내 목젖을 통해 뇌를 박살 낸다면?
힐링도 의미가 없어지는 거다.
‘그렇기에.’
기운을 끌어올리며 집중한 내가 그의 창을 쳐냈다.
‘방심하지 않고, 집중한다.’
콰가가가!
다시 한번, 내 몸에 가두고 있는 기력과 독무를 한 방에 터뜨렸다.
만술(萬術).
비기(祕技).
독섬(毒閃).
녹색섬광이 창왕의 전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성한 창왕은 더 이상 세계 랭킹 11위의 수준이 아니니까.
화르륵!
창을 없애고, 건틀릿으로 바꾼 내가 달려들었다.
독섬과 연계하는 또 하나의 비기.
만술(萬術).
비기(祕技).
무진(武進).
주먹과 발이 조화를 이루었다.
순식간에 뻗어 나간 주먹과 발이 창왕을 연달아 타격했다.
까가가가강!
습관적으로 펼쳐지는 연격이었지만, 몸을 때리는 감각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딱딱한 것을 때리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 말은.
‘하나하나 다 막고 있어?’
나의 속도를 창왕이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는 말!
쐐애액!
내가 올려 차는 발을.
“하압!”
창왕이 기합과 함께 창대를 내밀어 막았고.
콰가가가가가!
융단 폭격처럼 무수히 뻗어 나가는 내 주먹세례를.
까가가가강!
집중하여 하나하나 쳐냈다.
끊임없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나의 맹공을 창왕이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었다.
‘이거.’
그냥 공격이 아니다.
하나하나 내가 설정한 비기(祕技)였다.
그것도 기력을 소모해 가며, 사용하는 비장의 기술.
‘근데.’
묘한 감정이 일었다.
보통 같았으면 공격이 통하지 않음에 답답하고 짜증이 나야 정상일 텐데.
‘재밌어.’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았다.
그래.
역시 싸움이 쉬우면 재미가 없다.
무언가 비슷하거나 강한 상대랑 싸워야, 나도 배우는 게 있고 성장하는 맛이 있다.
콰르르르릉!
나는 창왕을 향해 무아지경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드미르와 함께 망치를 휘두르는 것처럼.
창, 칼, 주먹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으며.
슝! 슈슝!
거리가 벌어졌을 땐 활까지 꺼내 들어 쏘았다.
‘이제.’
남은 기력이 없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100/4,220]지금도 계속 회복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저건 최후의 기력이었다.
수하들이 죽었을 때 몇 번 부를 수 있는 보험 용도.
즉, 이젠 진짜 비기 없이 본 실력으로 붙어야 한다는 뜻.
“애들아.”
내가 주먹을 휘두르며 읊조렸다.
그러자 잠깐 빠져 있던 무각과 태양이가 달려들었다.
아린이가 버프 마법과 공격 마법을 쏘아댔으며, 나는 거기에 더해 엘드린까지 소환했다.
“원거리 지원 좀 부탁해.”
“예, 주인님.”
이미 저 멀리서도 내 마음을 느끼고 있었는지.
끼이익! 쐐애애액!
갑작스레 소환된 엘드린이 곧바로 활질을 했다.
「방심하지 마라!」
「전력을 다해 합공해라!」
내 의지에 녀석들은 마음을 다해 싸웠다.
절대자 시절 능력들을 십분 발휘하였으며, 혼자 싸우지 않고 수하들까지 늘렸다.
‘그래, 창왕.’
나는 스켈레톤 엠페러.
나 역시 당신을 무시하지 않고,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죽여줄게.
어느덧 수백으로 늘어나 있는 스켈레톤 군단의 앞으로.
“흐아아압!”
내가 질주했다.
* * *
그 시각.
“…….”
중계하던 한 기자는 목이 막히는지 말을 잘 잇지 못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전투인가요!?”
서로 한 방씩의 교환이 끝난 후, 갑자기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창왕과.
그에 밀리지 않는 주동훈의 폭주.
콰가가가가!
둘의 엄청난 공방에 한 기자는 시야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리 최상위권 랭커라지만 이 정도라니요! 이거, 볼 수가 없으니 중계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단언컨대.
그의 기자 인생에 이 이상 가는 전투는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본다’라는 말이 어색했다.
실상은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 뭐야 저게.
└ 엄마, 나 무서워…….
└ 그냥 번쩍번쩍거리는데?
└ 하세라는 언제 도착하는 겨;;
└ 하세라 폐관 수련 중이라는 썰도 있던데. 원체 매스컴에 안 나오는 랭커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류의 전투가 아니었다.
둘이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정말 삼성동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는 일.
사람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 전투에만 집중하는 헌터들도 있었지만.
└ 예, 방금 주동훈이 창을 꺼냈습니다. 어? 이번엔 건틀릿인데요?
└ ㄴㄴ, 검임. 내가 방금 검 쓰는 거 똑똑히 봄.
└ 예? 지금 저기 날아가는 거 화살 아닌가요? 활 쏜 거 같은데???
└ ?????
└ ㅋㅋㅋ 다들 뭐라는 겨.
└ 누가 보면, 주동훈 고유 능력 수십 갠 줄?
언뜻 주동훈을 포착한 몇몇 헌터들이 그의 무기를 말했고.
대다수 시청자가 믿지 못했다.
말이 안 되니까.
하나만 파도 대성하기가 어려운 게 직업이고.
또 그것마저도 ‘고유 능력’의 선택을 받아야 키울 수 있는 능력인데.
그걸 다 사용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 주동훈은 네크로맨서입니다. 뭐, 소문대로 창이나 주먹은 좀 쓸 수 있겠지만 무슨 칼입니까? 그리고 뭐요? 활? ㅋㅋ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 야, ㅅㅂ 내가 봤다니까?
└ 보긴 뭘 봅니까?
└ ㅋㅋ 저기서 봤다는 게 더 웃김. 번쩍거리기만 하는구먼. 환각을 본 건 아니고?
당연히 전투를 볼 수 있는 사람보다 못 보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다.
그렇기에, 주동훈이 여러 무기를 사용한다는 의견은 점점 묻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 형이 설명한다. 일단 나 황금색 명패 가지고 있고, 주동훈 칼, 활 다 사용하는 거 맞음. 심지어 가끔은 방패도 듦. ㅇㅇ
└ 현직 S급 헌터입니다. 윗분 말이 맞습니다. 이것도 관전 포인트네요. 네크로맨서 + 몇몇 전투직업인 줄 알았는데, 그냥 만능캐인데요? 이쯤 되면 저도 부럽습니다;;
등급이 인증된 몇몇 네임드 헌터들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 뭐야.
└ ㄹㅇ이었어?
└ 근데 그게 말이 되나?
└ 주동훈 20대 아니야? 난 6년을 공부해도 서울대를 못 가는데, 쟤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저 기술들을 다 배워?
└ 게다가 생긴 것도 잘생김 ㅋㅋㅋㅋ + 옆에 기소율, 김진아 등등 초미녀들도 따라다님.
└ ㅅㅂ 세상 불공평하네.
└ 원래 세상은 불공평함. 매번 말하지만, “쉿 이터”를 생각해.
└ ㅋㅋㅋ 잊을 만하면 등판하는 쉿 이터론.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주동훈을 부러워하는 반응.
등등.
하지만 곧 주류는 주동훈을 응원하는 반응으로 바뀌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가 창왕을 이기는 거니까.
“자자, 다시 볼까요?”
한 기자가 기세를 몰아 외쳤다.
그리고 그때.
주동훈과 창왕의 속도가 동시에 느려지기 시작했다.
아니, 느려졌다기보다는 한 기자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 물러나 있던 스켈레톤이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합공! 합공하려는 걸까요?”
콰가가가가!
대치 중인 둘 옆으로 스켈레톤들이 재참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 * *
“하아, 훅!”
창왕이 호흡을 거칠게 내뱉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너.”
스켈레톤 엠페러라고?
창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는 태양창인가 뭔가를 다룬다길래 혼내주려 했던 건데.
무슨 주먹을 사용하더니, 검, 단검, 활, 방패, 마법까지 쓴다.
‘심지어.’
무슨, 독까지 쓰는 것 같다.
창왕은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덤벼드는 스켈레톤들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지.
하나면 말을 안 해.
무슨 좀비 떼처럼 늘어나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의 혼자서 군대를 상대하는 기분이랄까?
“쿨럭!”
그가 기침했다.
상처 속으로 들어간 독이 내부 장기를 엉키게 하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식도가 아프고 사레가 들었다.
“크흐, 말도 안 돼.”
본인의 절기.
선천진기까지 태워 가며 사용했던 이화창이 완전히 무력화됐다.
창왕은 느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맞부딪히지 못했을 거라고.
그냥 압도적으로 패배했을 거라고.
우웅, 우우웅!
계속해서 타는 선천진기에 머리가 핑글 돌았다.
생기는 점점 사라지고, 근육이 녹기 시작했다.
우수수수…….
머리카락도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이미 멈추기엔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다.
게다가 주동훈의 힘도 많이 떨어진 게 느껴졌다.
텅 빈 그릇에 있는 진기를 억지로 퍼내다 쓰는 느낌?
하지만.
“찬다.”
퍼어어억!
창왕의 뺨에 무각의 발등이 꽂혔다.
“끄윽!”
비명을 지른 그가 본능적으로 창을 휘둘러 카운터를 노렸지만.
까앙!
어느덧 다가온 산(山)만 한 방패가 그의 일격을 튕겨냈다.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원래 같았으면 그냥 부숴버렸을 것을, 이제는 힘이 없다.
기력이 부족했으며, 기운이 흐르는 것을 독이 방해한다.
“이 야비한 놈들이…….”
화르르륵!
사방에서 불꽃이 덮쳐왔다.
하나하나가 살이 녹을 만큼 뜨겁고 강력한 것이었다.
그뿐이랴?
쐐애애액!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은 끔찍이도 자신의 급소만 노린다.
신경을 아예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야 앞, 스켈레톤 엠페러는 그 상황을 즐기듯 미소만 짓고 있다.
‘빌어먹을.’
창왕은 가슴이 답답했다.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무기력한 상황.
“꺼져라! 꺼지란 말이다!”
창을 강하게 휘둘러 봐도.
깡! 까앙! 깡!
다 막힐 뿐이다.
그에 비해.
화륵! 콰가가가가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들은 하나같이 위협적이다.
“훅, 후욱! 컥!”
숨이 찼다.
독 때문에 고통스러운 호흡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푸욱!
심장에 서늘한 날붙이의 감각이 느껴졌다.
‘뭐지?’
온몸에 전류가 찌릿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아.
결국 그렇게 된 건가?
창왕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의 심장을 뚫은 날붙이가 주동훈의 창이라는 것을.
“끄, 끄흑!”
덜크렁!
창왕이 자신의 창을 놓쳤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창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고 싶은 마음에 힘주어 잡았다.
“커헉!”
이윽고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망가진 장기로 인한 죽어버린 피.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이제 기운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아.’
죽을 때가 되었나.
혹자는 말하지.
죽을 때가 되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그 시각.
부들부들 떠는 창왕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스쳤다.
‘장 웨이.’
이명 심판창(審判槍).
자신의 애제자이자, 이화창의 전인.
그 순간, 모든 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욕심과 탐욕에 물들어 한 치 앞을 못 보던 그의 시야가 개어버렸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생각해 보니, 그랬다.
자신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주동훈을 공격한 것이며.
왜, 주동훈을 죽이려 했을까?
질투? 경쟁자 제거?
뭐든 웃기는 일이다.
자신이 배웠던 이화창의 정신과는 한참이나 어긋나는 짓.
그 사실을 지금.
생기를 잃어가기 직전에 깨달은 것이다.
“크, 크흐흐……. 크크큭.”
웃음이 나왔다.
왜 이제 알았을까.
그 선(善)한 녀석이 인정한 사람이었는데.
친우라고 부르짖었는데.
“그래도…… 속은 시원하군.”
창왕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가슴에 창을 꽂아 넣은 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주동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다행이야……. 크흐윽, 이런 나를 멈추어줘서…….”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할 수가 없다.
목에서 쉭쉭! 공기 새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선천진기의 소멸.
“…….”
이는 힐링으로도 살릴 수 없으며.
혹여 고대 마법이 오더라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늦어버린 상태였다.
창왕이 고개를 떨궜다.
투욱!
손도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
‘잘 부탁한다, 우리…… 장웨이를.’
아쉽게도 그 말은 주동훈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세계 랭킹 11위.
한때, 하이퍼 랭커에 발을 담갔던 노인.
창왕(槍王) 진자의(陈子毅)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