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1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17화
나도 참전할게
스스슷! 스스스슷!
바람과 바람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실프들이 전달하는 목소리가 어느덧 이곳까지 날아왔다.
“꺄르르.”
“어? 쟤다, 쟤!”
“쟤?”
“바람 구역에서 겁도 없이 ‘유이사’를 입에 담는 애. 실레스틴 님들이랑 같이 있네?”
“꺄르르르.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뭐?’
언니, 제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동생, 수아 역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유이사를 입에 담았다고?’
‘바람 구역에서……? 어쩌려고……?’
[정령계 – 바람 구역]은 모두 정령왕 실피드의 관할이다.그리고 그 정령왕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 정령이 아닌 외부인이 ‘유이사 스톰트리’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쿠구구구……!
자매의 수련을 지켜보던 최상급 정령 둘이 흥분하는 게 느껴졌다.
왕을 불편하게 하는 자는 그 즉시 척결해야 한다는 듯이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제아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실레스틴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저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무지(無知)가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 않던가.
“진정해요, 실레스틴.”
제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해결할게요.”
– 계약자여!
– 저자는 ‘유이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 정령왕께서 안정을 찾으신 지 얼마 되지 않았거늘!
– 저자의 말로 인해 다시 발작이라도 일으킨다면 우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 당장 저 발칙한 입을 찢어버려야 한다!
“이해해요.”
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미 늦었잖아요. 수다스러운 실프들이 이 사건을 전달하지 않을 리 없으니, 정령왕의 귀에 닿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이제 와 죽여서 뭐해요.”
눈앞의 남자는 엄밀히 말하면 정령계에 피해를 준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본인이 직접 손을 쓰기는 싫었다.
‘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정령왕이 알아서 하겠지.
제아가 나서서 막자, 동생 수아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언니, 그래도 되는 걸까?”
“……생명은 소중해.”
“그러다 정령왕이 언니한테까지 화낼 수도 있어.”
“말 한마디로 생명을 거둬야 하는 게 정령왕이라면…… 우리가 계약한 건 정령이 아니라 악마 아닐까?”
“언니!”
수아가 경악했다.
이곳은 정령계.
정령계에서 정령왕을 모욕한다고?
그것도 정령사가?
언니, 제아가 저런 부분에서 꼴통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처음 보는 사람한테까지 저럴 줄은 몰랐다.
수아의 외침을 무시한 제아가 주동훈을 바라봤다.
“들었으니 상황은 파악하셨겠지만…… 대충 이러한 상황이랍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떠나시는 게 그 쪽한테도 좋을 것 같네요. 가능한 한 빨리요.”
빨리 떠날 것을 권유하는 것.
그것이 제아가 저 생명체에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배려였다.
* * *
상황을 듣던 나는 의외의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제아라…….’
착한 영혼이네.
이런 험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를 정도로.
고마웠다.
은혜는 두 배 이상으로 갚는 내 성격상, 고마움을 표하고 싶긴 한데.
“…….”
흐음.
상황이 좀 많이 심각했다.
저 자매 뒤에 떠 있는 두 마리의 실레스틴(SSS급).
일단, 절대 내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
몸을 망쳐가며 정수의 힘을 빌리지 않는 이상 그냥 찢겨 나갈 거다.
거의 웬만한 용족 두 마리가 날 노려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존재들의 시선을 한 몸으로 받아내다 보니, 심장뿐만 아니라 온몸이 옥죄여 오는 느낌이 들었다.
‘끔찍하네, 정말.’
아무리 SS급 매개체 던전이라지만.
이게 무슨 헬 난이도냐?
어쨌든.
그냥 보내준다니, 일단 가던 길이나 가볼까나……?
“언니는 떠나보내라 했지만, 난 그렇게 못 해!”
제아의 옆으로 수아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수아야!”
“조용히 해! 저 사람이 누구일지 어떻게 알고. 막말로 땅의 구역에서 보내온 첩자일 수도 있는 거잖아?”
수아가 날 빤히 응시했다.
“우선, 다시 물을게요. 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계약도 없이 정령계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거죠?”
“……으음.”
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뭐라 대답해야 하지?
그냥 매개체 던전 열었더니, 여기에 떨구던데요?
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이사’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분위기상, 한 번 더 그 이야기를 꺼냈다간 저 뒤의 실레스틴들이 날 걸레짝으로 만들 것 같았으니까.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제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봐야 의심만 받을 것 같아서.”
게다가.
임무를 깨려면 어떻게든 ‘유이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녀의 ‘한’을 알고, 풀어줘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면 난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어쩔 수 없지요.”
후우.
결국 부딪쳐야 하나?
에잇, 그래.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 즐겨보자.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에요. 당신, 그러다 죽어요!”
“죽이는 건 좀 무서운데.”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수아가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차라리 죽이는 거 말고, 그 정령왕인가 뭔가한테 날 데리고 가는 건 어때요?”
이왕 물어볼 거.
시원하게 끝판왕 만나고 물어보는 거야.
생각해 보니까, 원래 내 던전 스타일이 이랬잖아?
계속 사리고 있어봐야 마땅한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가슴이 시킨다.
– 이런 미친놈이! 또 뒤 없이 움직이려는 게냐? 무모하다! 무모해!
환청처럼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알잖아요, 원래 나 이런 거.
“이런 상황에 정령왕을 만나겠다니……. 똑같이 죽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하하, 말이 그렇게 되나요?”
“미안하지만, 지금 농을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게다가 정령왕이 무슨 만나고 싶다고 만나지는 존재인 줄 알아요?”
“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이사, 유이사, 유이사, 유이사……. 이러면 될 것 같은데.”
그쪽 정령왕.
이 이름에 환장한다며?
왜 그런지 만나서 이유나 들어보자.
느낌이.
거기에 유이사 스톰트리의 한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미친놈이?!”
내가 연달아 유이사를 외치자, 수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시에.
쿠구구구구……!
등 뒤에 있는 실레스틴들이 엄청난 기운들을 줄줄 뽑아냈다.
어마어마한 힘이 세상을 진동시킨다.
“끄이익!”
“시, 실레스틴 님 화났다!”
“피하자! 피해!”
실프들이 사방으로 도주했고.
정령사인 수아마저 움찔하며 몸을 굳혔다.
제아는 당황한 나머지, 딸꾹질까지 했다.
나 역시 숨이 턱 막혀왔다.
‘미쳤네.’
단언컨대, 이곳 정령계에서만큼은…….
용족보다 저 최상급 정령이 더 위험해 보였다.
– 계약자를 위해 참고 있었더니, 도가 지나치구나!
– 더 볼 필요도 없겠다!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저 바람 폭포 속에 던져 버리겠다!
어이쿠, 무서워라.
정령이 무슨 대 악당 같네.
화르륵!
어쩔 수 없이, 나는 신살(神殺) 창을 꺼내 들었다.
진짜 어쩔 수 없이 드는 거다.
어차피 도망가려 해도, 수아라는 여자애가 보내주지 않았을 거였고.
그렇다고 저들을 납득 시킬 방법도 없잖아?
무엇보다.
나는 저들이 왜 ‘유이사’라는 말을 꺼리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실레스틴!”
제아가 외쳤다.
정령사와 계약자의 관계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의사가 합치해야 공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제아 언니, 난 이제 몰라! 날 탓하지 말고 저 남자를 탓해! 방금은 좀 심했어!”
수아 쪽 실레스틴의 기세가 나에게 집중됐다.
– 죽어라!
엄청난 바람의 기운이 나에게 쏟아졌다.
콰가가가가……!
내가 이를 악물었다.
좋아, 할 수 있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천마는 입마(入魔)의 경지에 오름과 동시에 성좌급으로 올라섰지.’
그리고 나는.
그러한 천마를 눈앞에서 봤을 때, 분명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비록 등급은 SS급이지만.
내가 쌓아온 기초는 분명 평범한 성좌급을 상회했다.
“흐아압!”
쏟아지는 바람을 견디며, 실레스틴이 있는 방향에 창을 내질렀다.
만술(萬術)에 담겨 있는 한 가지의 술, ‘자(刺)’.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통해 날아가는 찌르기.
그곳에 나의 생을 담는다.
쐐애애액!
창이 날아갔다.
쏘아지는 화살처럼, 던지는 표창처럼, 또는 내지르는 정권처럼!
그 한 가지 수에 내가 쌓아온 수천 가지 술(術)의 기초가 들어갔다.
그렇게 날아간 창이 실레스틴의 기세와 닿는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게 바로.”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고작 실레스틴의 기세 하나를 쳐냈을 뿐.
저 정령은 고작 찌르기 한 방에 털려 나갈 존재가 아니다.
“만술이다, 새끼야!”
콰가가가가가!
나는 창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엄청난 기운이 내 피부를 가르고, 바위처럼 두들기고, 바늘처럼 찔러도.
눈에 독기를 담은 채, 물러서지 않았다.
‘제길.’
강하긴 강했다.
정령계에서 최상급 정령이란 이 정도의 위치라는 건가?
근데 왜.
그게 기분이 좋을까?
결국, 뼈구만 얻어낼 수 있다면.
뼈구의 진정한 각성을 이뤄낼 수 있다면.
얘네들이 다 내 거인 거 아냐?
– 제법이야.
– 왜 이리 오만한가 했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콰가가가가가!
나도 실레스틴도.
본격적으로 부딪쳤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력이 동난다.
게다가 혹여라도 제아네 실레스틴이 참전하는 순간?
‘끝이겠지.’
뭐, 그땐 최후의 수를 쓰는 수밖에 없다.
‘정수님들?’
쟤가 원소의 끝판왕이신 우리 정수님들께 원소로 깝치는데요?
혼내주세요!
하면서 정수를 부를 수밖에…….
[수(水)의 정수가 코웃음 칩니다.] [수(水)의 정수가 쟤들이 깝치는 건 맞지만, 그건 너님도 마찬가지라 합니다.]어?
어어엉?
잠깐만!
이분들.
지금껏 잠잠하더니, 이제 대화가 되는 거야?
내가 눈을 반짝였다.
* * *
“…….”
“…….”
제아와 수아는 입을 떡 벌린 채, 눈을 비볐다.
“언니…….”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수아는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맨몸으로 최상급 정령과 맞붙을 수 있다고?
그것도 정령계에서?
「세페우스」 세계에도 강한 자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 중 정령계에서 실레스틴과 싸워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
정령계는.
특히 본인 속성의 구역에서는.
해당 정령이 가진 힘을 뻥튀기시켜 주는 효과가 있으니까.
“이게 말이 돼?”
경악한 수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했다.
“느껴져. 실레스틴이 꽤나 버거워하고 있다고. 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 이건……! 언니의 도움이 필요해!”
“……으음.”
제아는 고민했다.
괜히 멋모르는 생명이 정령계에 들어와 고난을 치르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렇게 강한 자라면?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인간이 아니었네.’
사람이 아니다.
보통은 저런 걸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다.
괴물이라 부르지.
“수아야.”
“응, 언니.”
“나도…… 참전할게.”
결국, 제아는 결심했다.
저 결투에 뛰어들기로.
“대신.”
그녀는 저 남자가 궁금했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또한 어떻게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건지.
정령계에 모이는 정령사의 출신은 모두 제각각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계에는 각각 정령사들이 있고, 그곳에서 날고 기는 자들만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 정령계.
제아는 저 남자가 어떤 세계에서 왔는지도 궁금했다.
또한, 그녀는 느꼈다.
저 남자가 수상하긴 해도, 괴물이어도.
나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죽이진 말고 제압만 하는 거야. 오케이?”
“…….”
수아가 제아의 눈을 바라봤다.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참전하지 않을 눈빛.
이윽고, 수아가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