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2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22화
대충 알 것 같네
무릉도원에 있는 어느 험준한 산.
정상에서.
쩌저적……!
무언가 타조 알 깨지는 소리와 엇비슷한 울림이 들려왔다.
“으헙?!”
그 소리에 웬 거지꼴을 한 남자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스르릅!
그러고는 흐르는 침을 닦았다.
임시로 만들어진 야영장.
바닥에 널브러진 캠핑 도구.
가운데 깊게 파놓은 인조 흡연장 속에 꽂혀 있는 수많은 담배꽁초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버텨온 것 같은 남자의 정체는 바로.
세계 랭킹 67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였다.
‘방금, 무슨 소리였지?’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들었다.
쩌저적! 하고 알 깨지는 소리를.
‘아.’
순간, 전율이 일었다.
여기서 알 깨지는 소리라면 하나밖에 없잖아?
본인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순간!
설마! 마침내! 드디어!
용이 깨어나는 것일까?
하지만.
짜악!
제랄드는 곧바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에라, 멍청한 놈.”
짜악!
분에 풀리지 않았는지, 한 번 더 때렸다.
“이 멍청한 놈아, 정신 좀 차려라! 그렇게 당하고도 몰라? 또 개꿈이겠지, 개꿈.”
약 1년 전.
파괴룡 비나사께 용의 알을 하사받은 이후, 제랄드는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알을 품었다.
매번 공들여 기운을 불어넣었으며.
혹여나 누가 훔쳐 가기라도 할까 봐, 아예 근처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식량도 값비싼 아공간 가방을 사들여, 거의 3년 치를 비축해 둔 채, 알과 함께 생활했다.
혹자는 물을 수 있다.
알 그거.
그냥 집에 가져가서 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절대 안 되지.’
이곳 산은 용 중 용이라 불리는 파괴룡이 거주하던 곳이다.
그야말로 용족에겐 성지(聖地)라 할 수 있는 곳.
자신이 길들일 이 소중한 녀석은 최대한 성스러운 곳에서 안전하게 태어나야만 한다.
게다가.
– 그르르르릉…….
알 위에서 커다란 드레이크가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알 따듯하라고.
자신이 길들인 드레이크 품속에 알을 포개어 둔 상태.
이 녀석의 크기를 생각해 봐도, 무조건 야외에서 거주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러다 보니, 매번 꿈을 꿨다.
알이 깨지고 귀엽고 예쁘고 소중한 그 ‘초룡’이 튀어나오는 꿈을.
거짓말 안 치고, 이틀에 한 번꼴로 그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에휴우우우.”
순간, 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용은 오랜 기간을 살지.’
아마 여기에서 태어날 초룡이.
성룡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려면, 일평생이 지나도 안 될 거다.
적어도 인간의 수명으로는.
그러다 보니, 알에서 태어나는 기간도 길 확률이 높지 않을까?
아마 한평생을 품어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룡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끈기가 있었다.
랭커? 힘이 세지는 것? 돈을 버는 것?
그따위 것보다 소중한 게 바로, 이 용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거다.
물론.
이번 생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거지만.
‘원래 꿈이란 게 그렇지.’
이루기 쉽다면 그게 꿈이겠는가?
이미 이루고도 남았겠지.
그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 이 고통이 더욱 가치 있는 거다.
“후우.”
그의 입가에 굵은 연기가 뿜어져 나올 때였다.
쩌어억!
또다시 아까 들었던 것과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우욹, 쿨럭, 켁!”
연기가 목에 걸려 기관지를 자극했다.
“아 씨! 뭐야, 또?”
이번엔 꿈이 아닌데?
분명 정신 차리고 있는데?
그 순간.
쩌어어억! 쩌저적! 쩍! 쩌억!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연달아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어?”
잠깐만.
진짜 뭐지?
다급히 일어난 제랄드가 알을 향해 다가갔다.
– 크르르르?
드레이크도 당황했는지,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섰다.
“어어어?”
제랄드가 멍하니 알을 바라봤다.
신묘하면서도 매끈했던 알의 표면 위에 나 있는 실금.
쩍, 쩌억!
그 실금이 천천히 자라나, 마치 나무뿌리처럼 복잡하게 엮이기 시작했다.
“지, 진짜야? 진짜라고?”
제랄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이템 : 지수룡 ‘브키아르’의 알] [등급 : SS] [종류 : 알] [설명 : 고대 지수룡이 낳은 알입니다.] [효과1 : 일정 기운 이상 머금었을 경우, 활성화됩니다.] [효과2 : 활성화가 되면 용족, ‘브키아르’가 탄생합니다.] [효과3 : ‘브키아르’는 ‘드래곤 테이밍’ 관련 스킬이 있어야 길들일 수 있습니다.]정말.
정말로.
그 무시무시했던 지수룡의 새끼가…….
초룡이 태어나는 건가?
꿀꺽.
제랄드가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쩌억, 쩌어어어어억!
마침내 알이 완전히 반으로 쪼개진 것은 그때였다.
동시에 쫑긋 튀어나오는 갈색 머리.
– 뀨르?
[초룡, ‘브키아르’(SS급)가 모습을 드러냅니다.]“아, 아아아아!”
뭐냐, 저 귀여운 생명체는!
자신의 기운을 담은.
자신의 1년 정성이 담긴 조막만 한 생명체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을 제랄드는 맨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아아, 으아아아아!”
입을 떡 벌린 채, 짠 비명만 내지르던 제랄드가 결국.
쿠당!
뒤로 넘어가 버렸다.
극도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절해 버린 탓이었다.
* * *
그 시각.
정령계(精靈界).
“저, 정령이요?”
제아가 난감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령과의 계약은…….”
수아도 땀을 삐질 흘렸다.
방금 실피드께서 말한 건, 허투루 들은 건가?
정령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정령 친화력이 있어야 하고.
그 희귀한 기운은 한 세계에서도 오직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
그런데 정령과의 계약은 어찌하는 거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나.’
수아가 입을 오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너 따위는 능력이 안 돼서 할 수 없는데요?]라고 극딜을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조금 전 있었던 구타의 시간을 셀프로 연장하는 것뿐이 안된다.
“으으음.”
사실 정령과 계약하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냥 본능적인 거다.
정령 친화력이 있는 자는 때가 되면, 감각적으로 정령을 부르고 그들과 계약을 맺게 된다.
이는 갓난아이가 때가 되면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로 누군가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행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걸 뭐라 해야 할까…….”
제아 말끝을 흐리자,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냥 말로 설명할 필요 없고. 보여줘 봐요. 어떻게 계약했는지.”
“보여달라고요?”
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여주기만 하면 안다는 말일까?
두 자매가 눈을 껌뻑였다.
* * *
유이사 스톰트리의 한.
실피드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점쳤다.
1. 4대 정령왕과의 계약.
2. 토룡을 향한 복수.
2번.
토룡을 잡는 거라면, 차라리 쉽다.
그냥 그 중앙 구역이라는 곳에 가서 부딪쳐 보면 되는 거니까.
내가 이기든, 내가 지든.
거기서 결판이 나게 될 거다.
하지만.
1번이라면?
그건 좀 골치 아파진다.
내가 4대 정령왕과 계약을 맺어야만 하는 거니까.
스킬이 전부 봉인된 상황에서.
죽은 유이사를 불러내 정령왕과 계약을 시킬 순 없는 거잖아?
‘그리하려면.’
정령과의 계약을 어찌하는지도 알아야겠지.
‘나는.’
만술(萬術)의 전인이다.
이미 만 가지 기술을 익힌 터라, 어떠한 술(術)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여태껏 본 적 없는 정령술(精靈術)이라 할지라도.
“그냥 정령과 계약하는 걸 보여주면 된다는 건가요?”
제아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 이미 실레스틴과 계약을 한 상태인지라……. 물론, 다른 속성의 정령과 계약을 시도해 볼 순 있어요. 비록 계약에 성공하진 못했었지만.”
아아.
실피드가 말했었지.
정령사 중 일부는 다 속성 정령사라고.
이 두 자매도 분명 그것부터 확인해 봤을 거다.
말하는 것 보니까, 실패한 것 같지만.
“예, 좋아요. 시도해 보세요.”
“어떤 정령을 불러볼까요? 샐러맨더? 운디네? 노움?”
제아가 길 구석에 터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아, 바람 구역에서 노움을 부르기엔 좀 빡세겠네요.”
“그냥 다 불러보세요.”
어차피 그 과정만 보려고 하는 거니까.
“옙, 잠시만요.”
공터 위.
“후.”
짧은 호흡을 내뱉은 제아가 경건한 자세로 선 채, 살포시 눈을 감았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끓어오르는 기운.
“동시에 부르는 건 힘들긴 한데…… 잘 집중해서 해보겠습니다.”
나는 그 기운에 집중했다.
그 기운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우웅!
태청심법을 통해 관조했다.
‘정령술이나 주술이나.’
결국은 만물의 술(術)은 똑같다.
제아의 주변으로 신묘한 문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쿠드드득!
바닥에는 갈색빛의 문양이 생겼고.
화르륵! 촤르륵!
허공에는 붉은 문양과 푸른 문양이 함께 생겨났다.
휘이잉!
그곳에 부르는 바람까지.
‘아아.’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만 같았다.
불, 물, 땅, 바람.
네 속성의 정령을 부르는 방식은 다 똑같았다.
다만, 그 방식 위에 어떤 심상(心象)을 덧씌우냐에 따라, 그 정령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
화르륵!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따스한 불이었다.
귀엽고 작은 도마뱀 주변을 휘감은 붉은 불.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조우합니다.]“……흐으으읍!”
제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주 속성이 다르면 부르는 것도 힘든 걸까?
촤르르륵!
다음에 나온 것은 물이었다.
푸른 머릿결의 요정.
실프와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훨씬 더 성숙한 느낌의 요정이었다.
“응? 여긴…… 바람 구역인데? 누가 부른 거지? 설마 너야?”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를 조우합니다.]다음은.
쿠르릉, 쿠르르릉!
땅에서 솟구치는 구릿빛 피부의 수염을 가진 땅딸보.
“뭐냐! 이 빌어먹을 곳은!”
[땅의 하급 정령 ‘노움’을 조우합니다.]“네가 날 부른 거냐?”
“흐으으읏……!”
“설마 그따위 힘으로 나와 계약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 게다가 띠꺼운 바람 냄새까지 풍기는군?”
확실히 나타난 세 정령은 친절하지 않았다.
샐러맨더와 운디네는 악의는 없었지만, 좋아하는 눈치도 아니었고.
노움 같은 경우는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사라졌다.
파드드득!
신경질적으로 돌멩이를 튀기면서.
‘흠.’
바람 쪽은 최상급 정령과도 계약할 정도의 친화력이면서, 저들이 저렇게 반응하는 것 보면…….
그 친화력이라는 것도 속성을 타는 것 같았다.
‘유이사가 그래서 대단했던 거구나.’
네 정령왕과 계약을 목전에 두었던 정령사.
그야말로 정령에 관해서는 절대자가 아니던가.
나는 전생 뼈구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여기 제아랑 수아도 어디 가서 꿀릴 정령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허억, 허억!”
이윽고 불과 물의 정령도 보내버린 제아가 대(大)자로 뻗었다.
호흡을 깊게 몰아쉬는 게, 하급 정령을 소환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가 보다.
“헉헉, 말씀하신 대로 보여 드렸어요……. 그럼 이제 된 건가요?”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충 알 것 같네요.”
“……예? 알 것 같다고요?”
제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옆에 있던 수아 역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날 응시했다.
“대충은요. 한번 해볼까요?”
마법 펼치듯 하면 될 것 같은데?
제아가 서 있던 자리로 이동한 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아까 그녀가 움직였던 기운을 천천히 복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