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5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57화
검신 (2)
다굴의 시작.
“…….”
백무흔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목검을 들어 올렸다.
기수식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고, 자세를 낮추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 있는 그 상태로.
후우웅!
목검을 떨쳐 올렸다.
“고작 그거인가?”
담담한 목소리.
그는 튼튼한 하체를 축으로 삼아, 다시 한번 몸을 빙글 돌려 공격을 쳐냈다.
그 단순한 움직임에.
콰아앙!
내 비기, 독섬무진(毒閃武進)이 완벽하게 튕겨 나갔고.
프스스스……!
태양창, 엘드린, 무각, 네 정령왕들의 공격도 완전히 무효화되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위력!
백무흔이 왼손을 털며, 고개 관절을 삐걱 돌렸다.
“설마, 진심으로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전생에 엄청난 힘을 지녔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성좌급이 몇인데.
그걸 목검 하나 휘둘러서 튕겨낸다고?
아니, 튕겨낸 정도가 아니었다.
백무흔의 상태를 보면 옷깃 하나 스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허허, 이거……. 제법인데?”
화르륵!
불의 정령왕 샐리온이 헛웃음을 터뜨렸고.
“합공이라 살살했건만, 저게 자존심을 건드는데요?”
엘라임도 다시금 각을 잡을 때였다.
“살살?”
백무흔의 눈썹이 기이하게 꺾였다.
“본 힘을 끌어다 쓰는 것도 아닌 주제에 살살?”
쿠과가가가!
그의 몸에서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어떠한 거력(巨力)이 뿜어져 나왔다.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그의 목검이 엘라임의 목에 근접하는 중이었다.
“……음?”
촤르륵!
엘라임이 신속하게 물줄기를 끌어올렸지만.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허무하리만치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그의 목검이 엘라임에게 닿았다.
단순한 가로 베기.
촤아아악!
그 한 방에 엘라임의 형태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유이사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른 수하들 역시 놀라서 입을 벌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
뼈일이가 대단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목검 한 방으로 정령왕을 역소환시킨다고?
그럼 여태껏 유이사 각성시킨다고 노력한 게 뭐가 돼?
“다음.”
백무흔이 담담히 목검을 들었다.
“나는 진심으로 상대하겠다 말했다. 그러하니, 너희도 진심을 보여라.”
아니.
뼈일아.
네가 그런 말 하면 섭하지.
우린 아까부터 진심으로 싸우고 있거든?
그냥 네가 오지게 센 거라고…….
‘근데.’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뼈일이가 저렇게 세다는 것.
결국, 내 수하로 왔을 때 그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말이잖아?
물론, 지금은.
뭐 빠지게 힘들겠지만.
“이 버릇없는 놈! 감히 주군께!”
으드득!
태양이가 이를 갈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래.”
백무흔이 고개를 돌렸다.
“너도 있었지. 나를 볼 때마다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는 놈.”
콰아아앙!
세로 베기.
“능력 없는 감정 분출은 꼬마의 시끄러운 울음에 불과할 뿐이다.”
백무흔이 태양이의 창을 강하게 올려 쳐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빌어먹을.”
태양이의 창이 허공으로 튕겨 날았다.
창수가 창을 놓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견뎌보려 했지만.
뿌드득!
용뼈로 이루어진 손가락이 부서질 정도의 압도적인 힘 앞에 저항할 수 없었다.
“……더럽게 강하군.”
태양창이 중얼거렸다.
백무흔의 일격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알 수 있는 광경.
“쯧.”
백무흔이 망연자실한 표정의 태양이를 보며 혀를 찼다.
“고작 성좌의 초입부에 들어서 놓고, 무얼 바랐나. 아직 부족하다.”
“웃기지 마라!”
“웃긴 적 없다.”
콰아아아앙!
백무흔의 목검이 태양이의 몸통 중간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게 끝.
고작 한 방에 태양이 역시 역소환 되었다.
“…….”
꿀꺽.
내가 침을 삼켰다.
어차피 태양이야 다시 소환시키면 되지마는.
이건 너무 강한데?
내가 태양이를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물어본다면.
절대 불가능하다.
태양이는 무려 성좌지 않은가!
“으음.”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별 감흥 없다는 듯 목검을 털어낸 그가 이제는 나를 봤다.
처억!
그리고 목검을 들어 가리켰다.
아까 카덴에게 막혔지만, 이제는 제대로 상대하려는 듯 무릎을 굽혔다.
“각오는 됐겠지?”
‘젠장.’
그러고는.
콰가가가가!
동굴 바닥을 가르며 순식간에 쇄도하기 시작했다.
어쩌지?
도망쳐?
여기 동굴 속에서 저 검격을 피해 도망칠 곳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도망쳐 봐야 죽을 게 뻔했다.
그렇게 녀석이 다가올 찰나.
쿠웅!
내 앞에 파괴룡의 방패가 박힌 것은 그때였다.
“으하압! 나를 부수지 않는 이상, 마스터에게 닿을 수 없을 거다!”
든든한 카덴의 외침!
[‘카덴’이 스킬, ‘파괴 면역’(SSS급)을 사용합니다.] [10초 동안 모든 파괴에 면역을 얻습니다.]콰가가가가가가!
세상 모든 것을 함몰시킬 것만 같았던 백무흔의 공격들이 카덴의 방패에 쏟아졌다.
“호오.”
신기하다는 듯 목검을 고쳐잡았으며.
하늘로 날아올라.
베고, 찌르고, 때렸다.
“신기하군. 그냥 절로 막히는 개념인가?”
백무흔이 고개를 갸웃했다.
비록 목검이지만, 자신의 검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막아?
무림 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
이상한 스킬들이 판을 치는 게, 과연 방대한 우주다웠다.
“하지만.”
느껴졌다.
모든 것을 막을 것만 같은 저 무적의 보호막은 곧 깨진다.
“끝내주마!”
각을 보다가, 방패에 이는 신묘한 기운이 사라졌을 때.
백무흔의 검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흡!”
내가 숨을 들이켰다.
어느덧 복부에 닿은 목검.
두쿵!
엄청난 충격이 배에서부터 머리끝, 손끝, 발끝까지 쫘아아악! 퍼졌다.
‘와.’
단언컨대.
어르신이 때린 것 이상의 고통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던가.
끝없는 단련으로 고통 내성에 금강불괴까지 가지고 있는 몸뚱이였지만.
나는 뼛속까지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마스터!”
카덴이 외쳤고.
우우웅!
다나가 힐링을 쏟아부었다.
“커헉!”
그런데도, 입가에서는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다른 수하들과 하세라가 도와주겠다며, 협공을 개시했지만.
그 와중에도.
스윽, 스윽!
백무흔은 간단히 목검을 들어 튕겨내고 막아낼 뿐이었다.
‘그래.’
입술을 씹은 내가 녀석을 노려보았다.
나랑 직접 붙어보자는 말이지?
타앗!
튕겨 나가는 몸의 중심을 다시 잡고, 힘겹게 착지했다.
화르륵!
내가 창을 잡아 빙글빙글 돌렸다.
네가 아무리 큰 성좌라 하더라도, 이 창에 제대로 맞으면 좀 많이 아플 거거든?
그러니까.
웬만하면 맞지 말아라!
쿠과가가가!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내가 바닥을 박찼다.
복부에서 토할 정도의 압박이 몰려왔지만, 무시하고 팔을 뻗었다.
찌르기.
이 찌르기 하나에 모든 만술(萬術)의 묘리가 들어있다.
스슷, 스스슷!
스텝은 그림자를 밟아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발걸음.
이 발걸음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한 어지럽게, 최대한 정신 사납게.
“뒈져!”
그대로 달려들었다.
* * *
“흠…….”
통칭 착한 백무흔.
유령 뼈일이가 전투 광경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과거의 나라지만…….’
강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모든 인간의 감정을 다 배제하고, 목표와 욕망만 남은 괴물은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건가?
‘하긴.’
그런 게 바로 성좌.
그것도 저 탐욕의 백무흔은 그냥 성좌가 아니다.
성좌 수백 개를 모아놨다는 성운보다 거대한, 거성(巨星) 중 하나.
콰가가가가!
백무흔의 본신이 목검을 떨칠 때면.
수많은 스켈레톤이 분쇄되고 갈라진다.
문제는 저 스켈레톤들도 우주를 빛내는 하나의 별이라는 점.
‘……이건.’
희망이 없나?
뼈일이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도대체 어떤 괴물을 키워왔던 건가.
아마 이대로라면.
약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모두가 전멸할 게 분명했다.
저 공포의 목검 아래, 주군의 몸뚱이가 부서져 나갈 테고.
징글징글한 스켈레톤들도 되살아나지 못하겠지.
‘참.’
황당한 일이다.
[던전]이란 게 뭔지, 모르지만.우주의 시스템이 그 밸런스를 보고 만드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 [던전]이 저들의 스승, 만술 노인과 강소소를 실체화시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같이 싸우라는 거지.’
그래야 그 난이도에 걸맞다는 건데…….
저 노인과 주군은…….
자체적으로 난이도를 높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 희망의 끈은 남아 있었다.
‘저기.’
뼈일이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부터.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중얼중얼 주문만 외우고 있는 붉은 머릿결의 소녀.
‘엘로이즈 아린.’
뭘 하려는 걸까?
그녀에게 남은 한 방이 있는 걸까?
으득!
유령 뼈일이가 입술을 씹었다.
‘제발, 주군.’
이겨 주십시오.
이겨서.
저들처럼 새로운 꿈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
뼈일이.
그가 조용히 응원했다.
* * *
– 교수님.
– 조금만 시간을 벌어주세요.
– 그다음.
– 딱 한 방, 한 방만 맞힐 수 있게 백무흔을 묶어주세요.
– 가능하시겠어요?
전투 시작 전.
아린이가 내게 남긴 귓속말이었다.
‘제길.’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서도, 뭐.
아린이가 시키면 해야지.
쿠과가가가!
백무흔의 목검이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으헙!”
스슷!
나는 카덴을 방패 삼아, 신속하게 그림자를 밟았다.
내가 지금껏 하는 일은 녀석의 검을 피함과 동시에, 스켈레톤들을 앞세우는 것.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셈인가.”
“진심으로 하라며? 난 이게 진심이야, 새꺄.”
처음엔 온 힘을 다해 맞부딪혔다.
한 방, 두 방, 세 방.
내 신살(神殺) 검과 녀석의 목검이 강하게 부딪쳤고.
‘아.’
그때 깨달았다.
더 부딪혔다간 나만 죽어 나가겠다는 걸.
한 방, 한 방이 묵직한 게 무슨 노인의 몽둥이로 수천 번 두들겨 맞는 느낌이 드는데.
그걸 어찌 버티란 말인가?
결국, 선택한 게, 도주다.
완전히 등을 돌리며 도주하는 게 아니라.
내 스켈레톤들을 이용해, 애매하게 회피하는 방법이다.
“흥, 도망치는 것에 진심인가?”
백무흔이 콧김을 뿜었다.
“검을 든 자로서 수치스럽지도 않은 건가?”
“이 친구야. 수치는 무슨. 일단 살아야 수치도 느끼는 거지.”
콰아앙!
녀석의 목검이 다시 복부를 향해 날아온다.
급격히 숨을 들이켠 내가 화르륵! 변형된 방패로 녀석의 공격을 흘림과 동시에 뒤로 빠졌다.
“어후, 무서워.”
내 너스레에 백무흔의 낯이 와락 일그러졌다.
여유 부리는 척, 놀리는 줄 아나 보다.
아닌데…….
진심으로 무서운 건데…….
“죽여주마!”
백무흔의 분노를 대변하듯 그의 몸에서 막대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쐐애애액!
이내, 그의 목검이 다시 횡(橫)을 그었다.
그 순간.
– 교수님!
머릿속에 아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 지금이에요!
– 녀석을 묶어주세요! 절대 못 피하게!
묶어라.
저 무서운 기세로.
수하들의 공격을 다 무력화시킨 채, 나를 향해 다가오는 저 코뿔소를 묶어라?
‘되려나?’
아니, 저런 걸 막으려 하다가는 골로 갈 거다.
‘하지만.’
아린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
아마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나에게 요구하는 게 틀림없었다.
본능이 말해줬다.
아니, 심장이 말해줬다.
이번 한 수.
그것에 모든 것이 끝날 거라고.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죽거나, 저놈이 죽거나.
‘그래?’
그렇다는 건.
이번 부딪힘에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지?
‘오케이, 해보자.’
무모하게 목숨 거는 것.
그거 내 전문이잖아?
씨익.
내가 검을 들며,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 자신에게 하는 결연한 선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