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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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9화
가치의 차이는 장소에서 결정된다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0을 사용합니다.]쿠구구구!
내 창에 꽂힌 탐욕룡의 거대한 몸뚱이가 빛을 뿜어냈다.
[띠링!] [‘탐욕룡’(貪慾龍)의 뼈를 흡수합니다.]“좋아, 좋아.”
하늘로 솟구친 빛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와 열 개로 소분된다.
내 수하들이 나눠 갖는 거다.
[스켈레톤들의 뼈가 용의 것으로 다시 이루어집니다.]“아아, 주군.”
“좋아요.”
“전보다 더 많이 튼튼해진 느낌입니다, 마스터.”
수하들이 하나둘 눈을 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해지는 것.
그것이 가져다주는 흥분은 존재에 따라 인간의 3대 욕구,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나는 천천히 탐욕룡의 뼈를 다 흡수했다.
‘많이도 먹었네.’
동시에.
지금껏 얼마나 많은 용을 흡수했나 계산해 보았다.
‘제일 처음이…….’
거대마룡(巨大魔龍) 드루건이었고.
‘그다음이.’
지수룡(地守龍) 브리아스였다.
도중에 아란발론은 화(火)의 정수로 재도 남기지 않고 태워 먹느라, 흡수도 못 했었지.
‘그다음이 여기서 얻은 열 놈.’
해서, 총 열둘의 드래곤을 먹었다.
내 스켈레톤이 열 구이니, 이제 각 1개 이상씩 먹은 셈이 된다.
수하들의 골밀도가 용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는 뜻이다.
“좋네.”
기분도 좋고, 스킬도 좋았다.
이제 용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바.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은 앞으로도 쭉 효자 노릇을 해줄 거다.
우주는 크고, 용은 많을 테니까.
“후.”
내가 호흡을 내뱉었다.
이제 다 끝인가?
델라일라와의 계약은 테마2까지다.
테마3부터는 내가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앞서 말했다시피 시간이 없다.
지금은 여태껏 배지민과 함께 훈련했던 걸 정리해야 할 단계.
그리고 때마침.
스슷!
델라일라가 현장에 나타났다.
별칭, 신기루라 불리는 여자.
“허엇!”
“헉, 이분이……?!”
그녀를 보고 배지민과 변승태가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랭킹 10위 내, 하이퍼 랭커들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실물을 마주할 수 있는 존재가 없거든.
매스컴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앞선 사고에 대해서, 참가자들께는 사죄의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델라일라가 나를 응시했다.
경직된 표정과 동그랗게 커져 있는 눈동자.
방금 전투로 얼마나 놀랐는지, 그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났다.
“…….”
할 말이 참 많아 보였지만, 델라일라는 꾹 참는 듯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런 건가?
“스켈레톤 마스터께는 정말 감사드려요. 테마1도 그렇고 테마2도 그렇고. 덕분에 그래도 무사히 끝난 것 같아요.”
“아닙니다.”
내가 웃었다.
“덕분에 저도 많이 얻어가는걸요.”
그냥 아린의 조언으로 왔던 시련이었다.
근데 얻은 것만 보면, 엄청 많다.
배지민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첫 번째고.
도플갱어 킹이라는 존재의 새로운 스킬도 얻었으며.
용의 사체도 덤으로 챙겼다.
오히려 내가 델라일라에게 감사해야 했다.
미안하지만, 이번 시련은 나를 위한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후.”
델라일라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이렇게 되네요.”
그녀가 배지민과 변승태를 돌아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사람 아무리 많이 뽑아놔 봐야, 테마3 이상으로 가는 건 극소수로군요.”
“어쩔 수 없는 거죠.”
내가 답했다.
재능 있는 사람이란, 원래부터 많지 않다.
사람 많이 뽑는다고, 랭커가 나오는 거면……. 애초에 세계인들 다 집어넣으면 되게?
‘물론.’
이번 사건은 저 육망성에 딸린 ‘기구한 운명’인가 뭔가 때문이었고.
다른 참가자들을 튕겨낸 것도, 아린의 독단적인 판단이었지만.
“좋은 판단이었어요.”
델라일라가 이번엔 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사하는 거다.
위기의 순간에 삶을 포기해 버린 헌터들을 튕겨낸 것에 대해서.
“히힛.”
아린이 살포시 무릎을 굽히며 웃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어쨌든.”
저벅.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전 심사위원 일 끝내도 되는 거죠?”
“예,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델라일라를 뒤로하고, 내가 배지민을 바라봤다.
“배지민.”
“예, 옙!”
“남은 테마 잘 끝내고 복귀해라.”
여기서 잠깐 헤어지지만, 이미 그녀는 별천지에 가입했다.
김진아의 허가가 나온 건 아니지만, 아마 찬성하겠지.
그녀는 물건이거든.
“옙! 꼭……! 좋은 결과 가지고 복귀하겠습니다!”
씩씩하게 답하는 배지민.
픽 웃은 내가 등을 돌릴 찰나.
“저, 저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변승태.
쉿 이터라 했나?
“예, 말씀하세요.”
사실,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각성했을 당시에도 쓰레기 같은 능력으로 유명했던 자인데…….
여기서 실물을 볼 줄이야.
“호, 혹시 저도 별천지에 가입할 수 있는 겁니까?”
* * *
꿀꺽!
변승태가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그는 성격이 배지민과 똑같았다.
어딘가에 속해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
어쩔 수 없었다.
그의 고유 능력을 밝히는 순간, 돌아오는 시선은 멸시 아니면 동정이었으니까.
아니면, 무언가 벌레 보는 듯한 느낌?
그래, 더러운 ‘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팔목과 손목을 접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으며.
누군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막기까지 했다.
나 보기보다 냄새 안 나는데…….
하지만.
아린은 달랐다.
변승태는 용과의 혈투 때, 카덴의 방패 뒤에서 아린이 넌지시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쉿 이터 씨?
자신을 이름이 아닌, 고유 능력으로 불러주는 자.
– 왜요, 쉿 이터가 뭐 어때서요.
그녀는 자신을 인정했다.
왜일까.
배지민을 구했을 그때부터, 관심을 보였다.
– 우리 별천지에 들어오실래요?
처음엔 거절했다.
그냥 거절한 것도 아니고, 좀 찐따 같이 거절했다.
‘저, 저를요? 아, 아니요!’
얼굴을 붉힌 채, 말도 더듬어가면서.
이게 그렇다.
맨날 멸시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아린 같이 유명한 자가 관심을 표하면 이럴 수밖에 없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단체 생활이 좀 힘들어서요.’
그래도.
나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아린이 했던 말.
– 쉿 이터 씨. 그거 아세요?
– 이건 김진아 씨가 말해준 거긴 한데.
– 교수님이 사는 세상엔 똑같은 물건이라도 장소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매겨진대요.
그게 무슨 소릴까?
김진아?
그 핫하다는 별천지의 부길마?
– 요컨대 물이 있어요.
– 이 물이 그냥 평소에는 1,000원 정도 하거든요?
– 근데 신기한 게, 이 물이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가격의 3배로 뛴대요. 고급 호텔에 가서도 마찬가지죠. 똑같은 물인데 말이에요.
– 근데 더 웃긴 건, 별마전 같이 특별한 이벤트 때 팔잖아요? 그럼 개당 10,000원에 팔아도 사람들이 산대요.
변승태는 당황스러웠다.
마법사 중 마법사.
이 시대의 진정한 대마법사가 용들 밑에서 웬 생수 가격 타령이란 말인가.
–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도 똑같다는 거예요.
– 누군가가 당신을 멸시하고 좋지 않게 봐요? 그럼 장소를 한번 바꿔보세요.
–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자가 있는 곳으로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아린.
– 한 번뿐인 인생. 인정받으면서 사는 게 좋잖아요?
‘아.’
변승태는 그때 다짐했다.
별천지에 뼈를 묻기로.
– 저, 저도 별천지에 가입할 수 있는 겁니까?
그래서 주동훈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거였다.
그리고 그 대답은.
“신청은 자유죠. 판단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서.”
“그, 그렇군요.”
살짝 아쉬운 답변.
하지만, 그게 맞다.
별천지는 애초에 랭커들 조차도 입단하기 힘들어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 랭커도 아닌 자신이, 시련 한 번 참석했다고 들어가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
‘조금 더 실력을 길러서.’
인정받은 다음에 들어가면 되는 거야.
“…….”
변승태가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일 찰나.
“그런데 아마.”
주동훈이 뒤돌아 사라지며, 중얼거렸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 * *
별천지의 모든 명단은 김진아가 관리한다.
내 소관이 아닐뿐더러, 그럴 시간도 없다.
다만.
변승태에게 그렇게 답했던 것은.
첫째.
아린이 마음에 들어 해서.
자신이 제자 삼았던 배지민을 구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얼굴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음인지.
아린은 변승태를 꽤나 괜찮게 생각했다.
둘째.
배지민을 구했던 그 광경이 나에게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시련에서.
날 구하려다 심장이 꿰뚫린 블라디미르 로디긴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좋게 말해줬다.
나머지는 김진아가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시련을 나와, 다시 무릉도원에 들어선 나는 곧바로 훈련장에 틀어박혔다.
“후우.”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전에는 뒷산 공터가 편했는데.
이제는 여기가 가장 편했다.
“…….”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가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후우웅!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건드렸다.
금강불괴에 고통 내성까지 가지고 있는 터라, 더위나 추위는 타지 않지만.
겨울바람인 걸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딱 1개월인가?”
권선지가 예고했던 종말이 이제 1개월뿐이 남지 않았다.
조급함이 화를 부른다지만, 은근슬쩍 마음이 불안했다.
‘어르신.’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배지민의 능력을 통해, 숙련도는 많이 쌓아두었다.
하지만, 그게 정리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높은 경지로 올라감에 있어, 훈련보다 명상에 힘을 써야 한다지.
몸을 쓰며 느꼈던 걸,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
내가 머리를 털어냈다.
할 수 있겠느냐니.
언제 그런 약한 마음가짐을 가졌었지?
랭킹 1위에 도달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독하게 움직였고, 빼지 않고 도전했다.
억지로 취했던 휴식 몇 번을 제외하고는 쉴새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그 결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랭킹 4위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
난 알았다.
그리고 보았다.
광활한 우주의 무서움과 잔혹함을.
막말로 지나가던 은하급 괴물이 [어?] 하고 지구를 툭 친다면?
그대로 소멸이었다.
마왕군이고 천마신교고 별천지고 없다.
그냥 다 죽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걸로 희망을 잃을 순 없다.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무기의 파편.
정수.
고대 마법이 구신(舊神)이라 부르는 존재.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힘을 키울 수 있는 거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의 호기심을 충족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
눈을 감았다.
우우웅!
기운을 끌어올려, 내부를 관조했다.
나의 무학, 만술(萬術).
여러 가지 술(術)을 통해 기초를 닦는다지만, 그 뼈대는 결국 태청심법(太靑心法)이다.
내부 기운과 자연의 기운을 구분하지 않고 다스려, 마음을 다스리는 하나의 술(術).
‘기다리십쇼, 어르신.’
저 주동훈입니다.
과정이 어떻든,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내는 남자.
‘오늘부터 여기서 저만의 만술을……. 제대로 정립하겠습니다.’
수백 년의 간극을 넘어선.
나만의 진정한 만술(萬術).
“후우.”
호흡과 함께, 나는 천천히 몰입에 들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