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90화
대사환
잠깐의 소란이 있었다.
델라일라의 시련으로 인한 작은 소란들.
시련에 탈락한 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금세 소식이 퍼진 탓이다.
– 야야, 그거 알아?
– 뭐?
– 델라일라의 시련. 요즘 화젯거리잖아.
– 아, 시작하자마자 첫 임무가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였다며?
– 기연이라고 꼬시더니, 배틀로얄을 만들어버린 거야? 델라일라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테마1의 내용부터.
– 테마2는 또 어떻고.
– 용이 아홉 마리나 나왔다는데?
– ……용?
– 엉, 그때 지수룡이랑 비슷한 놈들. 랭커들 말에 의하면 한 마리 한 마리가 그 지수룡이랑 별 차이가 없었대.
– 대박이네.
– 게다가 웃긴 건 그게 델라일라 측의 사고였다는 거야. 누구는 충격받아서 정신 병원에 입원해 있다던데?
델라일라의 시련은 순식간에 악명을 떨쳤다.
뭐, 거기까진 괜찮다.
원래 악명이란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으니까.
향후 시련에는 좀 더 선별된 인원만 지원하겠지.
하지만.
– 아, 그리고 테마2 때부터 선임 심사위원이 바뀌었대. 근데 그게 누구였는 줄 알아?
– 누군데.
– 스켈레톤 마스터래.
– ……진짜? 그 주동훈?
– 응, 사고 났을 때 용 아홉 마리랑 맞서 싸웠다던데?
– ……그래서?
– 그다음은 몰라. 그 배지민인가? 하는 여자애랑 쉿 이터만 지켜주고 나머진 다 거기서 탈락했거든. 근데 웃긴 건, 그게 용이 탈락시킨 게 아니라 심사위원이 탈락시켰다더라고.
– 아, 그거 요즘 말 많던데.
– 맞아, 거기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이 그렇게 편파적으로 해도 되냐고 목소리 좀 내고 다니나 봐.
그 악명이 별천지에까지 미치자, 김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들 봐라?”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보면, 델라일라가 시련을 열면서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라도 받은 줄 알겠네.
뭐.
호의를 권리인 줄 착각하는 것까진 괜찮다.
근데 그 누군가의 입에서 감히 길마님의 입이 오르내린다?
김진아는 절대 참지 못했다.
그녀에게 주동훈이란 아름답게 완성된 트로피다.
추후 역사에 영웅이자 위인으로 장식될 인물.
그런 분께 흠이라도 나면 되겠는가?
“이 새끼들이 아직도 이 세상이 민주적인 줄 알아요.”
김진아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소매를 걷었다.
이미 세상은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
힘이 있는 자가 권력이 있는 세상이요, 강자만이 살아남는 야생이 된 지 오래다.
“암제 님.”
김진아가 오랜만에 기소율을 불렀다.
세계 랭킹 61위의 하이 랭커, 암제(暗帝).
직위는 김진아의 호위무사다.
“예, 부길마님.”
그리고.
기소율은 그 사실에 만족했다.
능력 있고 가치 있는 자를 지키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
“이번 시련에 참여한 헌터들 중 감히 길마님에 대한 안 좋은 소리 퍼뜨리고 다니는 놈들 말이에요.”
“죽일까요?”
“에?”
아니.
소율 씨.
죽이진 말고요.
“그냥 좀 몇 대 때려주세요. 알아서 살살~ 아시죠?”
“예, 알겠습니다.”
스슷!
별다른 말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사라지는 지상 최강의 암살자.
그 이후.
주동훈에 대한 별다른 소문이 퍼지는 일은 없었다.
* * *
무릉도원 본 도심.
약 냄새가 폴폴 풍기는 건물 안에서.
“…….”
약존(藥尊) 지도익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됐나?’
지도익 할아버지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졌다.
약 향이 풍기는 환.
진득한 약이 손가락에 천천히 젖어 들어가는 걸 느끼며, 깊게 심호흡할 찰나.
[띠링!] [축하합니다!] [대사환(大巳丸)이 완성됩니다!]아아!
지도익이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가에는 어느덧 물기가 맺혔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최고의 영약을 만들겠다고, 얼마나 많은 아포피스의 내단을 갈아 넣었던가!
아포피스가 가진 독성을 몰아내기 위해, 각종 던전에서 나온다는 수많은 약초를 구해다 합쳐보았다.
잘게 소분해서 비율대로 배합해 보며 공식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여기 있는 작고 둥글게 빚은 영약이다.
“으…….”
청아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향기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쿵쿵쿵!
심장은 아프도록 뛰었으며.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그, 그래.”
아직이었다.
아직 너무 기뻐하기엔 일렀다.
능력치부터 봐야 하니까.
기껏 만들어 놓은 영약이, 길마님이나 별천지 멤버들에게 효용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후우우.”
다시 한번 호흡을 뱉어낸 지도익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아이템 : 대사환(大巳丸)] [등급 : SS] [종류 : 영약] [설명 : 약존(藥尊) 지도익이 찾아낸 약.] [효과1 : 기력 1,000 영구적 증가.] [효과2 : 상태 이상 해제.] [효과3 : 기운의 폭주를 잠재운다.] [효과4 : 단, 중복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커헉?”
무얼 먹지 않았는데도, 목에 사레가 들었다.
“기, 기력이 영구적으로 증가한다고?”
그것도 1,000씩이나?
미친.
비록 중복 적용이 안 된다는 제한이 있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기다.
대다수 헌터가 가진 기력은 100.
지도익이 알기로.
랭커가 아닌 이상, 기력 500을 넘는 헌터가 드물었다.
그만큼 기력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기연인데, 그걸 1,000씩이나 아무런 부작용 없이 올려준다고?
“하, 하하…….”
떡 벌어진 그의 입가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아마 상품화해서 가져다 팔아도 별천지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여기 지어진 집값 정도는 충분히 때우고도 남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
게다가.
이걸 별천지 멤버들에게 무상으로 먹인다면?
또 그게 소문이 난다면?
별천지의 브랜드 가치가 지금보다 더 폭등하지 않을까?
“으핫핫핫핫핫!
그간 고생했던 것과 어깨를 짓눌렀던 심리적 부담이 사라지면서 나오는 찐으로 행복한 웃음.
“내가 만들었네! 내가 만들었다고!”
지도익이 양팔을 하늘로 쭉 뻗었다.
“대사환이다! 그래, 대사환! 크하하하핫!”
* * *
“헐……. 헐? 허어얼…….”
김진아의 입에서 자꾸만 김빠진 소리가 나왔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환약을 매만지는 그녀.
그런 그녀의 앞에는 흐뭇한 표정의 지도익이 앉아 있었다.
“허허허, 만족스러운가?”
“만족……. 스럽다마다요.”
기력이 무엇이던가.
헌터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며, 일반인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힘이다.
기력만 충분하면, 뒷방 할아버지도 청년처럼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기력’의 힘.
그런 기력을 영구적으로 늘려준다고?
이건 무가지보(無價之寶)다.
너무 소중해서 값을 매길 수가 없는 보배다.
그런 보물을 이제는 별천지에서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거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영약 관련 하이 랭커, 지도익의 손에서 말이다.
‘이건.’
김진아가 머리를 굴렸다.
‘함부로 외부에 유출하지 말자.’
길드 자금은 충분하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상품화해서 팔았을 텐데.
누군가를 강해지게 만드는 영약은 살짝 위험한 감이 있다.
힘이 없는 자가 가지고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할 수도 있는 게 당금 세상이다.
“허허, 비록 내 지금껏 많은 내단과 재료를 소모했다만, 그래도 결과를 내서 다행이야.”
“정말 고생하셨어요.”
“우선 여기 가져온 하나는 길마님께 드릴 걸세. 그래도 괜찮겠지?”
“아무렴요. 제가 잘 전해줄게요.”
고개를 끄덕인 김진아가 조심스럽게 환약을 따로 빼두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응?”
“이거. 몇 개나 더 만들 수 있어요?”
“허허허.”
지도익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계산적이다 못해 냉혹하다고까지 알려진 여자, 김진아.
그녀가 자신을 저런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이 집단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니까.
흐뭇했다.
“아포피스 내단 한 개, 천년 하수오 반 개, 인삼 몇 뿌리, 감초 뿌리 하나랑 대추 몇 개면 만들 수 있다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와, 재료가 그게 다예요?”
김진아가 멍한 눈으로 지도익을 바라봤다.
“천년 하수오를 빼고는 껌값에 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천년 하수오도 간혹가다 던전 보상으로 나오지.”
“……당장 그것부터 사재기해야겠네요.”
앞으로 천년 하수오(S급)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다.
나오는 즉시 별천지가 사들일 테니까.
“지금 남은 내단은요?”
“……연구하느라 많이 써먹어서 10개 정도밖에 없네.”
“고생스럽겠지만, 그거부터 좀 신경 써주세요.”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김진아는 누구한테 팔기 전에, 별천지 멤버들 것들부터 빨리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시 아포피스 사냥을 시작해야겠지.
아직도 저 밖에는 훈련하는 멤버들의 기합 소리가 가득했다.
길마 못지않게, 강해지기 위한 열성을 다하는 그들.
김진아는 그들이 별천지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보람차게 만들고 싶었다.
그 마음이 지도익에게도 전달이 되었을까.
“허허허, 알겠네. 재료만 충분히 보충해 주게나.”
* * *
지도익을 보낸 김진아.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다시 대사환을 쥐었다.
‘이걸 바로 줘? 말아?’
아무리 좋은 건 단체의 수장인 길마부터 준다지만…….
“흐으음.”
김진아의 입이 뾰로통하게 튀어나왔다.
최근 꽤나 불만이 쌓였기 때문.
‘세상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시련에 복귀하자마자 인사도 안 하고 훈련장에 틀어박히는 건 좀 너무하긴 했다.
자신은 이렇게 좋은 거 생기자마자, 가져다줄 생각밖에 하지 않는데.
픽.
김진아가 웃었다.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미 발은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웃겨서.
‘그래.’
길마님이 강해져야지, 우리 별천지가 건재하지.
별천지는 곧 주동훈이다.
주동훈이 없으면 별천지도 없는 거다.
만약 이 환약이 중복 복용이 가능했다면?
김진아는 다른 멤버들에게 먹이거나, 팔 생각 자체를 안 했을 거다.
만들 수 있을 만큼 만들어서 모조리 주동훈을 먹였지.
‘그게 별천지를 위한 거거든.’
김진아가 터벅터벅 훈련장으로 향했다.
주동훈의 수하들과 별천지 멤버들 말고는 출입 자체가 제한된 곳.
그중에서도 길마님이 위치한 뼈십이의 훈련장 주위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우리 멤버들.’
길마님 훈련하시는 데 방해될까 봐, 훈련장도 가장 멀리 위치한 곳을 쓰는 거다.
저벅저벅.
뼈십이의 훈련장에 들어가도 막아서는 이 하나 없었다.
원래는 백무흔이나 아린이 지켰는데.
지켜봐야 어차피 오는 자도 없고 해서, 그냥 호위를 두지 않은 탓이다.
스켈레톤들도 훈련 시간이 필요하니까.
‘게다가, 뭐.’
있어도 상관없다.
주동훈이 유일하게 출입할 수 있게 풀어놓은 이가 바로 김진아였으니까.
‘여기 계시나?’
훈련장에 거의 근접할 때부터 김진아는 살금살금 움직였다.
혹여나 방해될까 봐.
그리고.
‘으음?’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들어온 시선의 끝에 걸린 주동훈의 모습이 무언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공중 부양?’
마치 부처처럼.
가부좌를 튼 채로, 허공에 솟아 있는 길마님의 모습이 무언가 성스러워 보이는 건 왜일까.
그런데.
좀 이상했다.
‘뭐지?’
꾸르르…….
길마님의 입에 거품이 일고 있다.
미간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며, 자세히 보니 코에서도 피가 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옷 앞섶이 다 적셔져 있을 정도.
“기, 길마님?”
당황한 김진아가 말을 더듬었다.
이건 누가 봐도 명상을 하는 게 아니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길마님! 정신 차리세요!”
이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린!’
일단 그녀를 데려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