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8화
탐욕룡들 (4)
용이다.
성좌급 중에서도 항상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유지하는 고룡.
그것도 무려 아홉이다.
하지만, 그걸 상대하는 자들 역시 무려 성좌 여덟이었다.
백무흔, 태양창, 엘드린, 카덴, 드미르, 다나, 무각, 유이사…….
‘스켈레톤 엠페러’이자, 각 세계의 절대자였던 자들.
제삼자가 보았을 땐, 제법 밸런스가 맞다고 볼 수 있었다.
성좌 9:8의 대결이었으니.
아니.
카덴같은 경우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그저 마스터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 엄밀히 말하면 9:7이었다.
하나.
그 일곱의 성좌 중 규격 외의 거성(巨星)이 있는 건 둘째 치더라도.
– 크아아아악!
– 크롸라라라라라!
상황은 절대 균형 있게 흘러가지 않았다.
“크하하핫! 쉽네, 쉬워.”
하늘 높이 솟구친 무각이 팔다리를 휘두르며 킬킬거렸다.
“그냥 아포피스 때려잡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잖아? 어이, 용가리들! 그것밖에 못 해?”
[기본 공격이 원거리로 전환됩니다.]쿠과가가가가가!
‘파괴룡의 건틀릿과 신발’(SSS급) 효과가 발현되었다.
제자리에 우뚝 서서.
아홉 마리의 가죽을 동시에 두들겨 패는 소리가 일대를 울렸다.
싸움에 미친 투귀!
투신(SSS급)의 재림!
무각의 주먹과 발이 용의 가죽을 뚫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충격만큼은 온전히 내부로 전달되었으니.
– 크아아아아아아!
탐욕룡들이 괴로운 듯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공격을 퍼붓는 이가 무각만 있는 건 아니었다.
파아아앗……!
유이사의 목걸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정령력 200% 증가.]“고작 뱀 정도밖에 안 되는 주제에 주인님 앞에서 버릇없이 군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네 정령왕.
성운급이지만, 타 세계라 10%의 힘밖에 내지 못하던 그들의 힘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사대 원소의 주인이시여! 계약자가 바라건대, 저 오만한 용들에게 겸손함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세요!”
쿠과가가가가!
독을 부수고 범람해오는 강물처럼.
가공할 만한 기운이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특히.
– 그워어어어어어어!
땅의 정령왕, 노아스.
용보다 거대한 돌덩이가 왼손으로 탐욕룡 한 마리의 목을 꽈악! 움켜쥔 채로.
– 키에에에엑?
괴성 지르는 녀석을 그대로 땅에 틀어박는 광경은…….
“어후.”
배지민과 변승태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카덴의 방어막 안에 들어 있기에 망정이지, 밖에 있었으면 그 충격만으로 이미 오장육부가 터졌을 거다.
그 증거로.
이미 다른 참가자들은 흙먼지로 화한 지 오래.
“……!”
배지민이 감탄하며 정령들의 전투 장면을 지켜봤다.
콰르르르!
이미 무너져 버린 성 아래 바닥이 완전히 다 부서져 내렸으며.
땅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고, 바위 파편들이 들썩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탐욕룡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 만만치 않은 게 아니라, 센 거다! 이대로라면 전멸이야! 뭐, 이딴 놈들이……!
– 안 되겠다. 다들 준비해라.
숨을 한껏 들이켠 파이톤이 날개를 떨쳤다.
쑤아아아!
그 육중한 몸뚱이가 하늘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몸뚱이에 엘드린의 화살과 태양창의 검격이 계속해서 박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 이제 보물이고 뭐고 없다!
용언 마법으로도 안 될 때, 용들이 쓰는 비장의 기술.
브레스.
용의 숨결.
모든 용족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 숨결에 담아 쏘아내는 방식이다.
다만, 쏘고 나면 본인도 가진 힘을 거의 다 써야 하기에, 웬만큼 사용하지 않는 기술.
– 다 날려 버려 주마!
지상을 노려보는 샛노란 눈동자가 안광을 폭사했다.
용의 입이 쩍 벌어짐과 동시에, 엄청난 기류가 그 입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쿠과가가가가!
기운의 뭉침.
하늘이 비명을 지르고, 땅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브레스를 준비하는 건 파이톤만이 아니었다.
다른 용들도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입을 쩌억 벌렸다.
그들의 입이 향하는 방향은 바로 주동훈.
꿀꺽.
배지민이 침을 삼켰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생각났다.
‘주문서…….’
그래.
그게 있었다면, 아마 지금 찢었을 거다.
그 정도로 엄청난 압박이었다.
하지만 이미 주문서는 길마님께 드린 상태.
‘그래도.’
무언가 안도가 되는 건 왜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주문서를 찢었어도, 카덴의 방패 뒤처럼 편안하고 아늑하진 않았을 것 같은 느낌?
물론.
걱정도 되긴 했다.
아무리 카덴의 방어막이 튼튼하다지만.
저 끔찍한 입 아홉 개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온몸에 털이 쭈뼛쭈뼛 서고, 숨이 턱 막혀왔다.
용을 본 피식자의 본능적인 공포.
‘……저런 걸.’
정말 막을 수 있는 걸까?
배지민은 이미 길마님과 그 수하들의 위력을 몸으로도 느끼고 눈으로도 보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 드래곤의 브레스는 살벌하다 못해 흉악하지 않던가!
꾸욱.
힘을 준 배지민의 손바닥에 땀이 차고 있을 찰나였다.
“흠, 다들. 슬슬 놀 만큼 놀지 않았어?”
길마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응?’
배지민이 움찔했다.
지금 뭐라고?
놀 만큼 놀았다고?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니…….
‘세상에!’
지루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는 길마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이어 중얼거렸다.
“백무흔.”
그러자.
“예, 주군.”
멀리서 가볍게 검만 설렁설렁 휘두르던 백무흔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이제 그만 끝내자.”
“그래도 되겠습니까?”
“사실, 나도 곧 무언가를 성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마저 훈련해야 해.”
“……!”
백무흔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이십니까?”
무인에게 있어서 깨달음을 목전에 두었다는 것은, 기연 중 기연.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걸.
저 약해빠진 용가리들이 방해하고 있었다고?
“진즉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너희들이 신나 보이길래.”
“…….”
부정할 수는 없었다.
태양창이나 무각만 봐도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특히 엘드린이나 드미르는 천성적으로 용을 싫어한다.
그런 용을 구타하는 시간이었으니, 얼마나 신났을까.
이미 저들에게 정을 주기로 한 터라.
백무흔도 대충대충 용들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
일종의 배려였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 아니, 용을 물고 뜯을 수 있게 해주는 배려.
하지만.
‘그게 주군의 시간을 빼앗는 거라면.’
제대로 상대해야지.
검신(劍神) 백무흔이 한 손에 검을 제대로 파지했다.
‘아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변승태가 황당한 눈빛을 했다.
‘이제 곧 브레스가 나오는데 여기서 검을 들면 어쩔…….’
이라고 생각할 찰나였다.
스슷!
백무흔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서걱!
무언가가 단순 명확하게 잘려 나가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일체의 변화와 잔재주를 배제한 검.
신속하면서도 묵직한 검이 용의 목을 베는 소리였다.
– 키에……. 엑?
한창 브레스를 준비하던 탐욕룡 중 하나의 목에 실금이 그어졌다.
“타앗!”
그 와중에도 백무흔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검으로 극(極)에 달한 성좌급 검수가 펼치는 강맹한 검격!
평소에도 막기 힘들 그 검격을.
용들은 브레스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방어조차 못 했다.
서걱!
두 번째 소리가 들려왔고.
서걱!
이어, 1초도 안 되어 세 번째 소리가 들려왔다.
* * *
쿠과가가가……!
열심히 브레스를 모으고 있던 탐욕룡, 파이톤.
그의 눈썹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뭐지?’
갑자기 분위기가 변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주변 공기에 용이 몸을 움츠렸다.
‘저게 뭐야?’
용들의 목에 선이 하나씩 그어지는 현상.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고룡씩이나 되는 파이톤이 모를 리 없었다.
‘고작 저딴 쇠붙이로, 우리 목을 잘라내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냥 자르는 것도 아니다.
일검일살(一劍一殺).
그저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용의 목숨을 저렇게 손쉽게 가져가고 있었다.
서걱!
네 번째.
서거걱!
그리고 다섯 번째.
그 와중에도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용은 우주 최강의 생명체다.
피라미드 꼭대기 층의 포식자다.
그런 존재가 웬 보잘것없는 종족에게 썰려 나가는 말이 안 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데.
벙찌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 다, 다들 일단 분출해라!
– 알겠다!
쿠과가가가가!
이제 별수 없다.
완전한 브레스는 아니지만, 쏘아낼 수밖에.
파이톤의 입에서 엄청난 기운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서거거거걱!
– 어?
목에 서늘한 날붙이가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시원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각.
– 어어……?
힘겹게 모았던 브레스의 기운이 허무하게 날아가고 있었고.
날개나 손에 감각이 잡히지 않았다.
‘설마 그사이에 내 쪽까지 온 거야?’
중심이 무너졌다.
세상이 뒤집혔으며, 그 시야로 목 잘린 자신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로테스크한데.
더욱 놀라운 점은, 자신 말고 다른 아홉 용의 목도 똑같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언가 현실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장면.
‘…….’
그렇다.
저 검수.
저 검수가 아홉 번 휘둘렀고, 그것 때문에 탐욕룡 아홉이 죽은 거였다.
왜?
어떻게?
궁금했지만, 파이톤은 그 해답을 영원히 찾을 수 없었다.
파즛!
이미 죽은 채, 의식이 끊겼으니까.
* * *
“……!”
“……!”
배지민과 변승태가 입을 떡 벌렸다.
진심으로 턱이 빠지라 벌린 채, 다물지도 못했다.
서걱!
용의 목에 동시에 그어지는 실선과.
푸화악!
분수처럼 튀어나오는 용혈(龍血).
중심을 잃은 채 볼품없이 떨어지는 용의 머리와.
스르륵, 텁!
어느덧 다가와 검을 넣으며 주군께 고개를 숙이는 백무흔의 모습까지.
“처리했습니다, 주군.”
“그래, 고생했다.”
토옥, 톡!
또 그런 백무흔을 향해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두들기는 주동훈은 무엇이던가!
황당했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이, 이게……!”
배지민이 무언가 말해보려 해도 말이 나오질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왜 세느냐고?
도대체 어떻게 용 아홉 마리를 동시에 벨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해도 답해주지 않을 게 뻔할뿐더러, 이미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다.
‘설마.’
이것 모두가 다 환상일까?
아니면.
시련 내부에서 나오는 용은 옛 지수룡보다 더 약한 놈들인 걸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녀도 이미 느꼈다.
저 용 한 마리의 끔찍함을. 흉포함을.
‘세상이 속았구나.’
주동훈은 세계 랭킹 4위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랭킹 따위로 담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어? 그럼 그때는?’
옛 지수룡 사태 때.
그녀도 주동훈의 활약 영상을 보았었다.
그때는 분명 이 정도까지 강하지 않았었는데.
그렇다는 건.
‘저 백무흔이라는 자.’
저자가 말도 안 되게 강한 거다.
여타 스켈레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자였다.
“…….”
배지민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음, 맛있군.”
떨어진 용의 사체로 다가가 하나둘 무기를 꽂아 넣으며 입맛을 다시는 주동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