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7화
탐욕룡들 (3)
“아아…….”
고통 속에서 배지민이 싱긋 웃었다.
‘역시.’
오실 줄 알았어.
우우웅!
그런 그녀의 몸을 성스러운 빛이 감싸 안았다.
대성녀(大聖女) 다나의 힐링.
그 빛의 샤워만으로 온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부러지고 갈라졌던 뼈와 관절이 붙었고, 찢어진 근육이 재생됐다.
“하아아…….”
그뿐이 아니었다.
흩어졌던 기력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고, 온몸에 활력이 돋아났다.
온몸을 감싸는 고결한 손길에 배지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스켈레톤이야?
그냥 이 정도면 신이라 불러야 하는 거 아냐?
‘말이 안 되잖아.’
게다가.
기력이 차오르니 더욱 생생히 느껴졌다.
길마님과 아린 님보다 더욱더 빛나는 거대한 힘!
백무흔, 태양창, 엘드린, 드미르, 다나, 무각, 유이사.
이제 웬만한 랭커들보다 유명한 그 일곱 이름의 존재를 실제로 마주한 배지민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기운이…….’
입 밖으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저기 있는 탐욕룡들이 우습게 보일 정도이지 않던가!
아마 지금 느끼는 기운도 온전히 느껴지는 건 아닐 거다.
아직 저들의 본 힘을 이해하기엔, 그녀의 실력이 너무도 미천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 쉿 이터 변승태도 입을 떡 벌렸다.
‘스켈레톤 마스터……!’
선임 심사위원인 것은 알았다.
테마2 소개 때 설명하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봤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참가자들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
주동훈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영웅이자, 지구의 인재.
‘그런 분이 이런 사고 현장, 아니, 재앙 한복판에 직접 나타난다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지금 이 현장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용이 열이다.
방금 하나 죽었으니 아홉이라 해도, 답이 없는 건 매한가지다.
특히나, 조금 전까진 서로 싸우느라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젠 그 확률조차도 사라졌다.
모든 아홉 용이 한 존재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주동훈 님이라 해도…….’
용 아홉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용이란 그만큼 끔찍한 존재들이니까.
그런데 왜일까.
– 너희도 내 거지.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서 왜 믿음이 생기는 걸까?
변승태는 순간 종교가 왜 생기는 건지 이해했다.
그냥저냥 살아가던 그의 목표가 별천지(別天地) 입단으로 바뀔 정도로.
‘제발.’
그가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저 빌어먹을 용들 좀 처리해 주세요.’
* * *
– 흐음?
파이톤을 비롯한 탐욕룡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건 인정한다.
그런데 뭐?
너희도 내 거라고?
탐욕룡들의 표정이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쿠과가가가!
분노한 듯 흉포한 기운이 온 공간을 가득 메웠다.
– 감히.
– 황당하고도 버릇없는 놈이로군.
– 내 앞에서 소유권을 주장해?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고통받고 싶은 게냐?
‘무언가’를 대고 ‘내 것’이라 칭하는 것.
그것만큼 탐욕룡을 자극하는 말이 없다.
차라리 욕설이나 패드립, 아니면 죽이겠다는 건방진 말을 했어도 이렇게까지 화나진 않았을 거다.
– 누군진 몰라도, 주제를 모르는 종족인가 보군.
– 우리 앞에서 소유권을 논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 뭐, 괜찮다. 모르면 알려주면 되는 거니까.
용의 역린(逆鱗)을 제대로 건든 자.
탐욕룡들은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 잠깐 싸움을 멈추지.
파이톤이 다른 탐욕룡들을 보며 턱을 까딱였다.
힘을 합하자는 제스처.
– 보아하니, 저자도 꽤 진귀한 보물들을 많이 두르고 있는 것 같거든. 괜히 싸워봐야 우리 손해다.
– 저 무기들을 말하는 건가? 킁킁! 호오, 파괴룡의 냄새도 나는데?
– 호오, 전설의 파괴룡 말인가? 이것 참 소유욕이 불타오르는군.
탐욕룡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용 한 마리가 뜯긴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계속 이렇게 싸우다간,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
– 절대 정체 모를 종족에게 보물을 빼앗길 수 없지.
아무리 탐욕룡이 사회성이 부족하다 해도, 보물 앞에서는 하나가 된다.
누군가 보물을 차지해도, 그건 꼭 같은 탐욕룡이여야만 했다.
그리고.
“주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무흔이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이런 겁니까?”
“뭐가?”
“냉광철인가 뭔가 하는 자도 그렇고. 저 도마뱀 괴물들도 그렇고…….”
검신 백무흔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약하면서 입만 살아 있는 겁니까?”
“……원래 세상이 그래. 그리고.”
주동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희가 힘을 갈무리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다 뭘 모르니까 저런 소릴 하는 거야.”
주동훈은 탐욕룡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화르륵!
그저 신살(神殺) 창을 만들어, 바닥으로 휘적휘적 내려갔다.
동시에.
푸욱!
용의 사체에 천천히 창을 꽂아 넣었다.
스킬,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의 발현!
우우우웅!
용의 뼈를 비롯한 사체가 서서히 뭉개지기 시작했다.
[스킬 : 본 드래곤 스켈레톤] [등급 : S] [효과1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만 획득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효과2 : 기력 100을 사용하여, 용의 뼈를 흡수합니다.] [효과3 : 소환 가능한 모든 스켈레톤의 뼈가 흡수된 용의 뼈로 치환됩니다.] [효과4 : 용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소환 가능한 스켈레톤의 수에 따라 해당 스켈레톤의 골밀도가 결정됩니다.]“흐, 맛있네.”
콰득, 콰드드득!
죽어서 시체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용.
– …….
– …….
탐욕룡들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왜 모를까.
저 사체가 가지고 있는 기운을 저 정체불명의 자들이 골고루 가지고 갔다는 걸.
–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다 있지?
무언가 상황이 이상해짐을 느낄 때.
“그럼.”
스릉!
백무흔이 칼을 뽑았다.
휘리릭!
태양창이 창을 휘둘러, 늘어뜨렸다.
그 외.
나머지 스켈레톤들도 각자의 무구를 빙글빙글 돌리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주군?”
“그래.”
주동훈은 사체 위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오만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일 뿐.
그리고 그 옆을 지키려는 듯.
쿠웅!
카덴이 방패를 내려찍은 채, 듬직하게 대기했다.
이윽고.
쿠과가가가가가!
백무흔의 몸에서 막대한 기운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성(巨星)의 힘!
그 어느 성좌보다도 거대하고, 심지어 성운마저도 능가하는 기형적인 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콰가가가!
나머지 성좌급 스켈레톤들도 자신의 온 힘을 개방했다.
유이사의 경우, 4대 정령왕 모두를 소환하기까지 했다.
– 잠깐?
– 무, 무슨?! 저딴 힘이?
탐욕룡들이 당황하기도 전에.
스읏, 스스슷!
스켈레톤들의 냉혹한 공격이 시작됐다.
* * *
먼저.
성좌가 된 태양창이 창을 번쩍였다.
그만의 고유 기술, ‘태양연격’(太陽連擊)!
파바바밧!
무기 특성에 담긴 ‘태양열’이 그 기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 피해라!
– ……심상치 않은 기운이다! 닿는 순간, 가죽이 녹을 수도 있겠어!
과연 용답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최상위급 성좌답게 상황판단 능력도 있었다.
– 몇 놈의 기운이 강하다지만, 상대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 우리도 아홉이야!
– 그것도 고룡 아홉이지!
쿠과가가가!
생전 처음 보는 가지각색의 용언 마법들이 사방에 뿌려졌다.
“으, 으아아!”
“피해!”
탐욕룡들이 각 잡고 마법을 펼치자, 참가자들은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기운이나 파편에 살짝만 스치더라도 목숨이 위태로운바.
“저, 저기로 피하자!”
“어디?”
“저기 카덴이 방패 펼친 곳!”
당연히 엄폐할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웅!
카덴의 방패는 용들의 공격만을 막는 게 아니었다.
“허가받지 않은 자는 들어갈 수 없다.”
무분별한 참가자들의 입장 역시 막았다.
들어가려다 맥없이 튕겨 나간 헌터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왜 막는 겁니까!”
“사, 살려주세요!”
주동훈은 심사위원이다.
심사위원은 시련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자.
시련에 이상이 생겼는데, 왜 우릴 쫓아낸단 말인가!
그 궁금증에 대답해 준 것은 주동훈이 아니었다.
“죄송해요.”
붉은 머리칼의 하얀 피부 소녀였다.
“우리에게 여러분들을 지켜줄 의무 따위는 없답니다.”
아린이 싱긋 웃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요!”
참가자들이 광분해, 카덴이 펼쳐놓은 투명막을 두들겼다.
“갑자기 왜 그러는 겁니까!”
“아린 님?”
“씨발, 들여보내 줘! 이 개새끼들아!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냐?”
쿠과가가가가……!
주변이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임시로 펼쳐놓은 보호막들은 전부 날아가거나 찢어졌고.
그들이 입은 방어구도 어느덧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멀쩡한 것은 카덴의 방어막뿐.
“이럴 순 없어요!”
“심사위원이잖아요! 아니,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사람이잖아!”
정확히 아린은 사람이 아닌, 스켈레톤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찌 위기를 보고 그냥 넘기십니까! 그건 강자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닙니다!”
“어서 열어! 열라고.”
눈을 표독하게 뜨며 외쳐대는 참가자들을 보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린이 침착하게 그들을 안심시켰다.
“어차피 여기서 죽어도, 지구에는 살아서 송환되니까요. 다만.”
올라갔던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왔다.
“심사위원으로서 여러분들은 전부 탈락입니다. 테마2는 협동을 중시하는바, 당신들은 용을 잡고 떨어지는 배지민 씨를 보고 어떻게 행동했죠?”
“…….”
어떻게 행동하긴.
무기를 던졌다.
전투를 포기했다.
‘협동’이라는 키워드를 떠나, 그들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자들이었다.
기연을 받을 기초 자격조차도 없는 자들.
델라일라의 유용한 재능을 저런 이들에게 기부할 순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아.”
아린의 시선이 누군가를 향했다.
유일하게 포기하지 않았던 한 남자.
“변승태 씨라고 하셨죠? 그쪽만 이쪽으로 오세요.”
“……예?”
쉿 이터, 변승태가 놀라움에 입을 오물거렸다.
가슴이 뛰었다.
“빨리요. 거기 조금 더 계시면 탈락할 텐데……?”
“아, 옙옙!”
변승태가 뛰어가자 놀랍게도 카덴의 보호막이 뚫렸다.
“허.”
그는 전율이 이는 걸 느꼈다.
잠깐의 선택.
목숨을 버릴 바, 그냥 배지민을 돕자 했던 그 간단한 선택 덕에 주동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가?
‘난 그저 당연히 도왔던 것뿐인데.’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었다.
마치 대기업 면접 날 아침.
건널목에서 걸음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도왔는데, 그게 하필 해당 기업 회장님의 모친이었단 말을 듣는 느낌?
쿠과가가가!
하늘 위에서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상계의 전투.
두쿵! 두쿠웅!
태양창의 창을 피해낸 용들에게는 엘드린의 화살이 소형 핵폭탄처럼 박혀 터졌다.
“크하하하하!”
진정한 투신(SSS급)이 되어버린 무각이 정신없이 흔들리는 용들 사이에서 신나게 뛰어놀았고.
“와우, 토룡과 비슷한 놈들인데?”
불의 정령왕 샐리온.
“빨리 움직여야겠는걸요? 다른 자들이 다 발라먹겠어요.”
물의 정령왕 엘라임.
“간만의 소환인데, 재밌는 걸 뺏길 순 없지.”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
그리고.
– 그워어어어어, 그워어어어어어어!
흥분한 땅의 정령왕 노아스까지.
유이사도 정령계의 문을 열어, 전력을 다해 용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
“…….”
그리고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둘이 있었으니…….
배지민과 변승태였다.
‘미친.’
‘저게 말이 돼?’
특히 변승태의 경우.
조금 전 주동훈이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불손한 생각을 책망했다.
아니, 책망할 게 있나?
저게 말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게다가.’
주동훈 세계 랭킹 4위 아니었어?
저게 어떻게 세계 4위야!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