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6화
탐욕룡들 (2)
“……끄으으.”
“크흣, 버텨요!”
연신 비명을 내지르며 견디던 참가자들.
“와.”
“저, 저길 봐요!”
그들 중 몇 명이 이내 탄성을 터뜨렸다.
용을 향해 날아가다시피 돌진하는 한 여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슨, 저런 무모한!”
여럿이 뭉쳤기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건데.
혼자 저렇게 달려가서 뭐 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용의 무서움을 안다.
여기서 ‘지수룡 사태’의 참혹한 전투 장면을 열 번 이상 돌려보지 않은 자가 없을 거다.
‘어찌.’
참가자 중 하나.
쉿 이터, 변승태도 똑같이 경악했다.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저 여자.
누군지 안다.
22세, 어린 나이에 S급을 단 헌터.
수려한 외모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이면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웬만큼 알 수밖에 없다.
커뮤니티에 짤로 자주 등장하거든.
“…….”
사실, 배지민에게 묘한 경쟁심리를 느끼고 있었던 변승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려 열 마리의 용이 포효를 내지르는 상황이었다.
드래곤 피어.
피식자에게 본능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 그 울림에 어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듣기만 해도 온 세포가 꽁꽁 얼어붙는 느낌일 텐데.
‘어쨌든.’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저 어린 여자애도 이 황당한 사태에서 뭔가 하려고 하는데.
다 큰 우리들이 방어만 하면서 지켜볼 순 없지.
몸이 안 움직여도.
억지로 움직이려 하다 보면, 움직여진다.
저기 참가자들도, 방어 활동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던가!
“다들 정신 차려요!”
변승태가 외쳤다.
“저기!”
그러고는 배지민이 달려간 그 용을 타겟팅했다.
“저 용을 칩시다!”
“지금요?”
그의 말을 듣던 누군가가 외쳤다.
“버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공격을 하자고요?”
“어차피 막고만 있어도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으득!
결연한 표정으로 이를 간 변승태가 달릴 준비를 했다.
“싫으면 말든가요. 저는 도와야겠습니다.”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워도 한번 해보는 거다.
‘방향은 용의 뒷구멍.’
변승태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남이 보든 말든.
이 기회에 제대로 성장해 보자고.
* * *
탐욕룡, 아슬론.
그 거대한 존재가 눈살을 찌푸렸다.
– 뭐냐!
가뜩이나 전투 중이라 힘들어 죽겠는데, 자신의 내부에 무언가 침투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 망할 벌레들이……!
아슬론은 짜증이 가득했다.
주변에 저렇게 많은 탐욕룡이 있는데, 왜 하필 자신이란 말인가.
한낱 미물의 공격일지라도, 이렇게 많은 용 사이에서 당하면 꽤 타격이 클 수 있다.
그렇기에 경시할 순 없었다.
– 죽어라!
쿠과가가가!
결국, 하늘 높이 날아오른 아슬론이 몸을 뒤틀었다.
동시에.
우우웅!
용언 마법의 종주로 불리는 용족답게.
자신의 내부를 향해 각종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 *
콰아아아앙!
“크흡……!”
막대한 압력에 배지민이 신음을 내질렀다.
아마 둘러놓은 보호막이 없었더라면, 몸이 폭발했을 거다.
또한 독연(毒煙)으로 늘려 놓은 기력이 아니었어도, 즉사했겠지.
“어디 더 해봐!”
악을 지른 배지민이 내달렸다.
엄청난 풍압은 천근추(千斤錘)의 수법으로 버텼고, 보호막이 달면 지속적으로 보충했다.
거기에.
우우웅!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댄 배지민의 손에서 하얀빛이 쏟아져 나왔다.
힐링의 술(術).
거기에 더하여.
우우웅!
이번엔 파란빛이 솟구쳤다.
기력 회복의 술(術).
주술이라는 게 참 편했다.
그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데로, 기운을 운용하면 그대로 현실화한다.
– 모르는 소리예요.
– 그쪽은 그 누구보다 강대한 마법사가 될 잠재력이 있어요.
– 다만, 이끌어주는 자가 없어서 몰랐을 뿐.
갑자기 아린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왜일까.
‘마법이라…….’
거친 폭발에도 배지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주술도 이러할진대, 마법은 또 얼마나 편할 것인가!
‘빨리 끝내자. 이놈의 시련.’
배지민은 느꼈다.
이번 시련도 엄청난 성장을 하겠지만, 그 이후 별천지(別天地)에 가입하는 순간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걸.
“간다.”
그렇기에 아파도 힘을 낼 수 있었다.
힘들어도 발을 뻗을 수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뜨거운 용의 내부.
‘제발.’
배지민은 기력이 다해가는 걸 느꼈다.
용언 마법은 제법 거셌고, 그걸 계속 막아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좀만 더 버텨줘. 내 몸아.’
배지민은 믿었다.
조금만 버티면.
딱 한 마리만 상대하고 있으면.
‘그가 올 거야.’
이 시련에서 심사위원의 이미지란 그런 존재였다.
심사 대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존재.
이 시련의 감시자이자 구조요원.
콰가가가가!
정체 모를 기파가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흐읍!”
배지민은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쳐냈다.
콰아앙!
커다란 망치로 몸을 때리듯 내부가 울렸지만, 참아냈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하나.
용의 중심부에 은하군급 검을 찔러 넣는 것.
발을 계속 뻗었다.
피부가 뜯겨도 멈추지 않았고.
뼈가 부러져도 장애물을 휘저었으며.
고통에 흐르는 눈물조차 닦지 않았다.
쿵쿵!
용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긴장한 듯 요동치는 진동이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
“나는 오늘.”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용을 잡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욱!
목적지에 도달해 칼을 꽂았다.
온 힘을 다해서.
* * *
–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탐욕룡, 아슬론이 날개를 활짝 편 채 비명을 내질렀다.
심장에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순간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 호오.
– 당했나?
– 멍청한 놈.
– 지금 벌레한테 당한 거야?
그걸 놓칠 탐욕룡들이 아니다.
– 죽어라.
– 멍청한 놈은 죽어야지.
먹잇감을 발견한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탐욕룡들.
1:1로 싸우고 있던 것도, 보물을 주워 담던 것도 멈췄다.
죽일 수 있을 때 확실히 끝내놓는 것이 그들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콰득, 콰드드득!
– 크아아아아아아악!
아슬론의 날개가 찢어졌다.
배에 구멍이 뚫렸고, 앞다리와 허벅지 살이 뜯겼다.
푸화아악!
살점이 떨어진 자리에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해체된 아슬론 사이로, 두 존재가 떨어지고 있었다.
모든 기력을 다 쓴 채, 힘없이 나풀거리며 추락하는 배지민.
무언가를 오물거리고 있는 쉿 이터, 변승태.
– 호오?
용 중 하나가 호기심을 가졌다.
그러자, 하나둘.
그녀를 알아보는 자들이 생겼다.
– 인간 따위한테 당해서 멍청한 놈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는걸?
– 으음, 소름 돋을 만큼 대단한 무기로군.
– 저건 내 거다.
– 닥쳐라, 내 거니까 아무도 건들지 마라.
– 크롸라라라라라!
과연 탐욕룡들.
이 세상에 보물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아보는 용다웠다.
다만, 이는 배지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금껏 그나마 비벼볼 수 있었던 게,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였는데.
모든 용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으니.
“하아.”
힘없이 추락하는 배지민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뿌듯함과 절망감이 공존하는 이 복잡한 마음.
각오했던 대로 용을 잡아냈기에 기뻤지만, 이젠 진짜 어쩔 수 없었다.
혹여나 반항이 될까 싶어, 보호막을 끌어모아 봤지만.
파즉! 파지직!
만드는 즉시 무력화되었다.
통할 리가 없었다.
남은 아홉 용이 한 번에 마법을 써대는데, 어찌 버틸까.
‘이제.’
배지민이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저는 할 만큼 했어요.’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나.
속으로 기도하는 것.
‘길마님…….’
저보고 반경 10m 밖으로 떨어지지 말라면서요.
이대로 당하는 꼴, 보실 거예요?
예?
* * *
참가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제기랄…….”
“저 여자가 그래도 뭔가 해줄 줄 알았더만.”
“이제 끝났어. 그냥 다 죽는 거야.”
처음.
표적으로 삼았던 용이 비명을 내지르고 찢겼을 때는 일말의 희망을 맛보았다.
미친 듯이 싸우는 탐욕룡들 사이에서.
사각지대에만 잘 버티고 있으면, 저런 식으로 한 마리씩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저걸 할 수 있는 존재가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게 흠이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이제 곧 죽으려 한다.
눈 몇 번 깜짝이는 순간에, 아홉 용의 집중포화를 받고 온몸이 분해되겠지.
그러면 진짜 끝이다.
그들에게 희망이란 없다.
“씨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냥 원래 죽을 운명이었나 보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임무이긴 했어. 사람을 죽여 포인트를 쌓으라니.”
“희대의 낚시극이었던 거지. 여긴 그냥 지옥이야. 재수도 없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쩡그렁!
누군가가 무기를 내던졌다.
이러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극소수의 사람은 끝없이 생존을 모색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포기를 한다.
살고자 하는 의욕이 꺾인 것이다.
그리고.
감정은 전염이란 말이 있듯이, 누군가의 마음이 꺾이면, 줄줄이 사기가 꺾이게 된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저도 할 만큼 했어요. 죽이든지, 말든지.”
“뒈질 거면, 그냥 고통 없이 깔끔하게 가자고.”
생존해 있던 대다수 팀이 무기를 던졌다.
쏟아지는 돌 파편에 그냥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잠깐만요!”
변승태가 황당하게 바라봤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생존은 동물의 기본적인 본능과도 같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
아무리 드래곤 피어가 정신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게다가.
“일단 구해야지요!”
절망에 빠진 우릴 위해 혼자 사지로 뛰어갔던 그녀.
배지민이 위기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긴커녕 무기를 던지다니!
그건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었다.
“구한다고? 저걸? 우리가? 어떻게? 무슨 수로?”
가장 먼저 무기를 던졌던 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떡하고 나발이고. 그냥 구하는 거지, 씨발!”
별 병신같은 능력으로도, S급 헌터에 올랐던 그다.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포기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그다.
쿠과가가가!
변승태가 온 힘을 끌어모았다.
용의 변을 통해 획득한 막강한 기력이 그의 손에 담겼다.
그리고.
냅다 바닥을 향해 기공파를 쏘았다.
그 반탄력으로 배지민에게 뛰어오르기 위함이었다.
“포기하지 말고, 잡아요!”
하늘로 솟구친 쉿 이터가 배지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응답 없는 배지민.
그를 못 봐서가 아니다.
잡아봐야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외였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자신을 구해주겠다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인간은 다 쓰레긴 줄 알았는데.’
내가 만났던 사람들만 유난히 쓰레기였던 건가?
배지민은 왠지 차가웠던 가슴에 온기가 도는 걸 느꼈다.
– 뭐냐, 저놈은?
용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용들도 변승태를 인식했다.
– 특이한 능력인 것 같은데.
– 재미있는 놈이네?
– 수집 가치는 있겠군.
랭커도 아닌 두 헌터의 발악 따위.
용들에겐 아무런 감흥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저.
꾸우욱!
마법을 이용해 꽉 쥔 채로, 무력화할 뿐.
“크으읏……!”
“끄아아악!”
순간적으로 솟아나는 압통에 배지민이 입술을 씹었고, 변승태가 비명을 내질렀다.
– 건들지 말라니까?
– 이리 내어라!
– 조심히 다루지 못할까? 상품 가치가 손상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리고 그 둘을 차지하기 위해 기 싸움하는 용들.
그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파앗!
배지민과 변승태를 감싸던 용의 기운이 단숨에 잘렸다.
– 음?
– 이건 또 뭔……?
갑작스러운 거력(巨力)의 개입에, 용들이 고개를 갸웃할 찰나.
“미안하지만, 얘는 내 거다. 건들지 마라.”
용들 사이로 나타난 하나의 인형.
그리고.
스슷, 스스슷!
그 뒤에 차례대로 등장하는 아홉의 스켈레톤.
– 뭐냐? 넌 또.
– 너는 누구…….
말을 하던 용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존재들 하나하나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
“그리고.”
나타난 존재, 주동훈이 용을 쓱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쿠과가가가!
그의 몸 주변으로는 엄청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너희들도 내 거지.”
주동훈이 당당하게 용의 소유권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