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
숲과 바위 (1)
던전의 배경은 보통 던전의 이름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태양이를 조우했던 던전의 이름은 「고대 사막」.
그 이름에 걸맞게 후덥지근한 사막을 배경으로 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선 던전의 이름은 「숲과 바위」.
이름에 맞게, 배경 또한 정직했다.
“진짜 딱 숲과 바위. 그 자체네.”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정확히 딱 왼쪽에는 울창한 수풀림이 존재했다.
얼마나 꽉꽉 차 있는지, 한낮의 태양 빛도 저곳을 뚫진 못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른쪽엔.’
광활한 바위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고오오오.
세찬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게,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였다.
지평선 너머에는 험악한 돌산들이 보이는 게, 모종의 이유로 식물이 자라지 않는 듯했다.
“다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열었다.
던전에 들어왔으면, 안전부터 확보하는 게 일 순위다.
“등장해서 진열 펼쳐!”
뼈일이부터 뼈육이까지.
후두둑!
내 주문에 맞추어 바닥에서 등장했다.
이 여섯의 수하 중.
대장직을 맡은 자는 다름 아닌 태양이었다.
“주군.”
“그래.”
“그런데 뼈육이는 굳이 왜 소환하셨습니까?”
“…….”
뼈육이는 생활 계열.
굳이 던전에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저 돌산을 봐라.”
나는 바위 지대를 당당하게 가리켰다.
“……?”
태양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봐봐. 딱 봐도 광물 지대 같지 않냐?”
“……흠, 그렇습니까?”
“인마, 생산직들은 저런 장엄한 광경을 보면 항상 생각한다고. 아아, 저기엔 어떤 재료가 날 기다릴까. 어떤 재료가 나에게 기쁨을 줄까.”
“…….”
최근 들어 C급 던전을 다니며 생긴 습관이었다.
뼈육이는 블랙스미스답게 광물 냄새를 굉장히 잘 맡았다.
‘비록 채광 스킬은 없다지만.’
근처로 데려다주면.
뼈 곡괭이를 만들어, 마구잡이로 파내곤 했다.
‘어차피 내 뼈다귀들의 장점은 성장한다는 것.’
만술 노인의 가르침에 따라 스킬이 생성되는 것처럼.
녀석도 막무가내로 채광하다 보면, ‘채광’ 스킬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주군이 생산직이셨다니, 금시초문이군요.”
“뼈육이가 생산직이잖아.”
“……요즘 너무 뼈육이만 편애하는 거 아니십니까?”
내가 의외라는 듯 태양이를 바라봤다.
“뭐야, 설마 삐친 거야?”
요즘 던전에 혼자 다니면서.
녀석과 말동무 겸 대화를 자주 했더니, 확실히 예전보다 친밀해진 것 같았다.
이런 말도 할 줄 안다니.
“아닙니다. 주군.”
“그래, 그러시겠지.”
나는 씩 웃었다.
태양이의 과거가 어쨌든.
녀석과의 친밀도는 중요하다.
소환수, 그것도 성장할 수 있는 소환수와의 교감은 그 잠재력을 더욱 끌어내 준다고들 하니까.
“그럼 경계 후, 정찰 통제하겠습니다.”
태양이가 창을 떨치며, 묵직하게 중얼거렸다.
녀석은 든든했다.
내가 정신없을 땐, 나 대신 뼈다귀들을 통제하기도 했고.
이런 잡다하고 기본적인 것들은 녀석이 손수 하기도 했다.
삐그덕!
녀석들은 각자 자리로 위치했으며.
뼈삼이는 스킬을 통해, 주변 광경을 감각으로 전달해 줬다.
“으음.”
나는 눈을 감고 감각을 온전히 느꼈다.
울창한 숲과 썰렁한 바위 지대.
그 외에는 어떠한 것도 파악할 수 없는 던전.
이곳이 어디인지.
도대체 어떤 스테이지가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주군, 느껴지는 것만 봐도 굉장히 넓은 지대입니다. 제가 통제하던 사막 지대만큼 광활하진 않겠지만, 거의 그에 비등한 것 같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둘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깐, 기다려 봐.”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우우웅!
뼈삼이가 쏘아내는 화살을 통해, 어떻게든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다.
어떤 던전이든, 그것을 해결해 나갈 단서는 있는 법.
“음?”
그 순간이었다.
숲과 바위의 경계선.
무척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기?’
그것은 분명 격렬한 ‘기’의 파동이었다.
태청심법을 익히지 않았다면, 절대 파악할 수 없었을 ‘기’의 움직임.
“오케이.”
나는 중얼거렸다.
태양이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물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방향은 정해졌다. 저쪽으로 이동해. 서두를 필요 없고, 천천히 가는 거야.”
“명을 받들겠습니다, 주군.”
우리는 천천히 이동했다.
혹여 있을 트랩에도 신중히 대비했다.
이곳은 처음 도전하는 A급 던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군의 말대로였습니다. 저기 생명체들이 느껴집니다.”
다행히도 목적지까지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목적지에서 보이는 광경이 다행스럽지만은 않았다.
“뭐냐, 저것들은?”
입에서 뿌연 김이 새어 나왔다.
“긴 귀랑 짧은 키……?”
판타지를 읽은 적은 없지만, 영화로 몇 번 본 적은 있다.
사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헌터들을 위한 몬스터 도감에 그려져 있는 놈들이었으니까.
“허, 엘프랑 드워프야?”
숲과 바위.
그리고 종족 갈등의 뿌리.
그 종족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 * *
“빌어먹을 엘프들! 죽여라! 망치로 짓이겨 버려!”
“단단한 땅의 전사들이여! 물러서지 마라!”
“화살? 마법? 간지럽도다!”
드워프들이 포효했다.
“흥, 우습구나.”
“고작, 땅꼬마들이 험준한 숲의 정찰대를 상대할 수 있을 듯싶더냐?”
“탐욕 덩어리들이 금속만을 탐할 것이지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탐하러 왔느냐? 겁도 없구나!”
나무에 매달린 엘프들 역시, 화살을 쏘아댔다.
각 십여 명 정도의 소규모 국지전.
그들은 순수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화끈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확실히 생소한 종족입니다.”
근처에 기척을 숨긴 태양이가 그 광경을 살피며 말했다.
그는 신기한 듯, 턱을 딱딱거렸다.
“다 주군 덕입니다. 이런 진귀한 광경을 제 시야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저들. 생각보다 약합니다. 주군의 전력 정도면 양측 전부 충분히 제압 가능합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약한 전력이라.”
“으음.”
태양이가 턱을 쓰다듬었다.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곳은 이곳 세계로 따지면 A급 던전. 함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
아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보이다시피, 이곳 던전의 크기는 광활하다.
그 광활한 곳의 일부만 보고 던전의 전체 난이도를 파악하는 짓은 바보도 안 한다.
‘다만.’
[띠링!] [스테이지 : 종족 선택의 장] [‘숲의 엘프’와 ‘바위의 드워프’] [‘숲의 엘프’는 고고한 종족. 나뭇잎같이 뾰족하고 긴 귀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숲의 요정답게 활, 정령 마법을 잘 다룹니다.] [‘바위의 드워프’는 키가 작지만 매우 튼튼하고 강인한 게 특징입니다. 바위의 요정답게 금속에 관심이 많으며, 손재주가 좋습니다.] [두 종족의 혈투를 발견하셨습니다.] [두 종족 중 한 종족을 도와 갈등을 해결하세요.]“…….”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선택이란 중요하다.
특히 이런 던전에서의 ‘선택’이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박과도 같다.
“흐으으음, 태양아.”
“네, 말씀하십시오, 주군.”
“넌 저 두 종족 중에 누가 더 마음에 드냐?”
“……심오한 질문이군요.”
엥?
아니, 그렇게 심오할 것까진 없는데.
“우선 지역적으로는 둘 다 합격입니다. 무더운 사막 속에서 살았던 제 몸이 생각하기에 숲이던 바위 지대던 전부 무릉도원과 같습니다. 즐비한 나무들, 시원한 바람, 축축한 땅. 전부 다 사막에선 보기 힘든 소중한 것들이지요.”
“다음은?”
“숲의 힘을 가진 자들은 움직임이 굉장히 날렵합니다. 게다가 원거리 공격을 주 무기로 삼으니, 마치 뼈삼이를 보는 것만…… 어?”
“어?”
“음?”
태양이가 놀란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녀석의 시선은 어느새 뼈삼이에게 향해 있었다.
삐걱?
그에 맞춰 뼈삼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나도 미간을 찌푸렸다.
본래 해골엔 귀와 코가 없다.
귀는 연골이기에 보통 빨리 부식되어 없어지게 마련이다.
‘헌데.’
분명 뼈삼이의 귀에는 뼈가 있었다.
그렇게 티 나게 있는 건 아니고,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뼈였다.
“주군, 설마.”
“……허, 설마 뼈삼이. 너 엘프였냐?”
매개체 던전은 내 뼈다귀들의 살아생전을 보여준다.
고대 사막에 존재하던 뼈이의 과거가 태양창이었던 것만 봐도 안다.
“그러고 보니, 활을 쓰는 게 꼭 엘프랑 다름없네.”
거기다 지금 보니, 체형 역시 길쭉하다.
다른 뼈다귀들과 다른 점들도 몇몇 보였다.
“주군, 뼈육이도…….”
“맞아, 뼈육이는 원래 드워프인 거 알고 있었으니까.”
사실, 태양이한테 물어봤지만, 이미 마음은 바위 지대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왜냐, 단신과 망치.
딱 봐도 뼈육이의 종족이니까.
‘하지만.’
뼈삼이가 엘프라면 또 말이 달라진다.
뼈삼이도 뼈육이도 내 새끼.
두 새끼 중에 누굴 고를까의 문제는 굉장히 골이 아파지게 마련이다.
콰가가강! 콰앙!
두 종족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
빠르게 선택하지 않으면 스테이지가 지나갈 터.
둘 다 고를 순 없을까? 라고 생각할 찰나였다.
[두 종족 중 한 종족을 도와 갈등을 해결하세요.] [주의! 주의! 주의!] [시간이 흘러 ‘선택’을 못할 시, 페널티가 도착합니다.] [페널티 = 사망.]“이런 씨…….”
혹시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했었는데.
메시지가 친히 알려줬다.
그러면 뒈진다고.
‘제길.’
마음이 급해졌다.
뭐라도 선택해야 한다.
엘프를 선택하면, 뼈삼이가 성장할 거다.
엘프들과 함께 지내고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 속도를 자랑할 거다.
반대로 드워프를 선택하면?
‘이야.’
감탄이 나왔다.
만약, 진짜로.
저들이 천부적인 블랙스미스라면?
그건 진짜 큰 메리트다.
현실에선 수십억을 쏟아부어도 얻기 힘든 숙련도를.
이곳에서는 공짜로 쌓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
엘프와 드워프의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끄악!”
“끄어억!”
두 종족의 부딪힘 속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저들의 눈빛에 담긴 증오와 갈등의 감정.
“결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뼈삼이도 사랑스럽고, 뼈육이도 사랑스럽지만.
‘돈.’
두 사랑을 비교했을 때, 더 마음이 쏠리는 건 역시 ‘돈’이었다.
블랙스미스는 돈이 되니까.
‘무력은 아직 태양이로 충분해.’
“나는.”
후웅!
지팡이를 휘둘렀다.
척척!
그러자 뼈다귀들이 안광을 뿜어내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억눌렀던 기세를 바깥으로 표출했다.
“우선 바위 쪽을 선택하겠다.”
[‘바위의 드워프’를 선택하셨습니다.] [호감도가 변경됩니다.] [바위 일족 : 70] [숲의 일족 : 30] [‘바위의 드워프’를 도와 ‘숲의 엘프’를 쫓아내세요!]내 말에 맞추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호감도?’
처음 보는 개념도 있었지만.
“뭐야? 저것들은!”
“누구냐!”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힘차게 싸우던 두 종족이 나를 인식했으니까.
“후, 주군.”
옆에서 태양이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주군은 뼈육이만 편애하시는군요.”
“…….”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