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
첫 혼을 담은 무기 제작
“후우, 후우.”
호흡이 거칠었다.
아무리 세상 별난 일을 다 겪었던 나라 해도.
지금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뻗고 싶었다.
[완성도 100%]부들부들.
온몸이 떨렸다.
근육 마디마디가 저렸다.
뼈육이와 함께 ‘기’를 느끼며, 망치를 휘두른 지 얼마나 흘렀을까?
어림잡아도 7일은 넘겼을 거다.
“진짜…… 날밤을 새웠어!”
“일주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두들길 수 있다니…….”
주변 드워프들도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맞아, 이런 게 대장장이의 혼이었다고!”
“아무리 선조들 시대엔 흔하게 보이는 일이었다 해도…… 대단한 열정이야.”
그들은 탄성을 내지르면서도.
마치 날 신비한 동물을 바라보듯 쳐다봤다.
투욱!
뼈육이가 망치를 내려놨다.
온 기력을 다 쓴 듯, 옆 벽면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고생했다, 녀석.”
나 역시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눈앞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며 나를 반겼으니까.
‘이게…… 타이탄의 천둥 망치.’
나는 망치의 손잡이 부분을 살포시 집었다.
그러자, 나만이 볼 수 있는 메시지가 허공을 채웠다.
[축하합니다!] [제작한 무기에 ‘혼’이 담겼습니다.] [무기의 등급이 상향 조정됩니다!] [‘타이탄의 천둥 망치’(S급)를 획득합니다.]“……?”
뭐야?
나 뭐, 잘못 본 거 아니지?
망치에 손을 얹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반대쪽 손으로 눈을 비볐다.
‘S급?’
다시 확인해 봐도 똑같았다.
A급 도면으로 제작한 무기의 등급은 분명 S급이었다.
[아이템 : 특별한 타이탄의 천둥 망치] [등급 : S] [종류 : 망치] [설명 : 강철과 미스릴에 천둥의 힘이 담겼습니다. 비록 경지는 낮지만, 열정을 담아 빚낸 망치가 자태를 뽐냅니다.] [효과1 : 힘 50 증가.] [효과2 : 공격 속도 200% 증가.] [효과3 : 종족 ‘엘프’를 상대로 피해량 100% 증가.] [효과4 : 종족 ‘드워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5 : 타격 시 천둥소리가 울립니다.]“아아……!”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단 성능이 미쳤다.
뼈오가 들고 있는 ‘화룡의 지팡이’랑 거의 엇비슷할 정도의 성능!
드워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좀 걸렸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애초에 드워프에게 주려 했었으니까.
‘이런걸…….’
정말 내 손으로 만들어냈단 말인가?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온몸에 쌓인 피로를 씻겨냈다.
[‘뼈다귀6’의 상태가 조정됩니다.] [숙련도가 5 오릅니다.] [숙련도가 4 오릅니다.] [스킬, ‘중급 아이템 제작’(Lv.2)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숙련도가 11 오릅니다.]…….
[숙련도가 8 오릅니다.] [스킬, ‘중급 아이템 제작’(Lv.3)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숙련도가 7 오릅니다.] [모든 스탯이 2 증가합니다!]무기 하나를 만든 대가로 엄청난 숙련도를 쌓았다.
‘중급 아이템 제작’ 스킬의 레벨이 4로 올랐고, 각종 스탯도 성장했다.
“…….”
이는 엄청난 성과였다.
고작 레벨이 올라서?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뼈육이는 고작 중급 레벨2로 S급을 만들어냈어.’
그렇다면.
앞으로 숙련도가 더 쌓이면 어떻게 될까?
만약 스킬 레벨이 오르고 상급, 또는 최상급으로 올라간다면?
Lv·MaX를 찍는다면?
“…….”
말이 안 나왔다.
어쩌면 S급보다 더 뛰어난 성능.
10년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던 SS급이라든지, 아니면 그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아마 당분간 다시 만들라 하면 절대 못 만들겠지.’
원래 몰입이란 게 그렇다.
내가 빠지고 싶다고 의식해서 빠지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거다.
그 과정엔 욕심이나 잡념도 없어야 하고.
오직 그 ‘혼’을 향한 순수한 마음만이 존재해야 한다.
이번 일주일간의 여정은…….
그만큼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무조건 무기 제작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시도는 해봐야 하니까.
“……자네.”
토니르가 다가와 내 손을 붙잡았다.
“정말 고맙네. 내 생에 다시 집안의 가보와 똑같은 망치를 보게 될 줄이야. 자네가 만든 이 천둥 망치는 강인한 드워프의 손에 쥐어질걸세. 전선 속에서 뇌전을 튀기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겠지. 그때마다 우리는 자네를 생각할 거야. 자네는 정말…… 우리 바위 일족의 진정한 은인일세.”
[바위 일족이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호감도가 변경됩니다.] [바위 일족 : 75] [숲의 일족 : 25]‘음.’
호감도가 또 변경됐다.
바위 일족의 호감도가 5 오른 대신, 엘프들의 호감도가 5 떨어졌다.
아니, 도대체 엉뚱한 엘프 호감도는 왜 떨어지는 거야?
‘이거…….’
느낌이 싸했다.
두 종족의 호감도에 작용하는 일종의 밸런스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합이 100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럼 두 종족의 호감도를 풀로 채우는 건 불가능하단 뜻인가?
‘으음.’
난감했다.
이 던전의 최종 퀘스트는 두 종족의 갈등을 해결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상식적으로 두 종족의 호감도를 동시에 올려놓아야 했다.
‘이제 슬슬 움직이긴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산직이 좋다 해도.
주야장천 이 지역에 머무를 순 없다.
까놓고 말하면 이곳은 던전 속.
클리어하고 나가야만 하는 곳이다.
흥분했던 감정이 천천히 가라앉을 찰나.
“소집령이오! 소집령이 떨어졌소!”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든 것은 그때였다.
마을에서 올라온 새로운 드워프였다.
“의장, 볼카누스가 소집령을 선포했소! 소집 대상은 각 마을을 대표하는 의원들과 다그나르! 그리고 당신!”
드워프가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다.
“저요?”
“맞소! 그대요! 기한은 내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타이탄 중앙 회의실이오!”
“…….”
의장, 볼카누스가 날 찾는다고?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사건의 실마리 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가도록 하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자네.”
옆에서 다그나르가 눈을 깜빡였다.
“의장을 영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각이 없냐는 말일세!”
그는 소집령에 관해 얘기했다.
열변을 토했다.
“아무리 자네가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 해도, 이 정도는 알 줄 알았는데. 아니! 모르면 알아야 하네. 의장이 어떤 자인지. 또 의장이 소집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네네, 그러니까 의장이란 자가 굉장히 세고. 또 소집령을 함부로 열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 무려 50년 만일세! 50년! 원래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분인데! 그만큼 자네의 존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겠지!”
“…….”
확실히 대단하긴 했다.
물론,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는 말이다.
한 종족의 수장이란 작자가.
타 종족과 수백 년째 전쟁 중인데 모습 한 번 드러낸 적이 없다니.
이게 무슨 막장 종족이야?
내 표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까?
다그나르가 한숨을 푹 쉬었다.
“자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에 훤하구먼.”
“사실 그래요. 의장, 볼카누스가 그렇게 강하면 그렇게 강하면 직접 참여해서 전쟁을 끝내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럴 수가 없어.”
그가 고개를 저었다.
“왜요?”
“상대 하이엘프 퀸과의 약조거든.”
“네?”
그건 또 무슨 말일까.
엘프면 상대 팀인데.
상대 팀과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안 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후, 자네, 전쟁의 의미가 뭐라 생각하는가?”
“전쟁이요? 그냥 싸움이죠. 목숨 건 싸움.”
“그니까. 그 싸움을 통해 무언가 얻고자 하는 게 있으니까 전쟁을 하는 거지 않겠는가? 근데 만약 볼카누스와 하이엘프 퀸이 참전한다면……? 서로 얻을 게 없게 되어버려.”
“…….”
“둘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두 일족은커녕 세상 모든 종족이 멸족할 거란 말일세. 아니, 세상이 무너지겠지. 그들은 그만큼 강한 존재야.”
“그 정도예요?”
“당장 볼카누스만 해도 현존하는 모든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덤벼도 이기지 못할 강자라네. 하이엘프 퀸도 마찬가지고.”
“……켁.”
“그러니까 서로 약조하에 힘을 쓰지 않는 거지.”
이거.
생각보다 밸런스가 많이 망가진 세계였다.
하긴, 밸런스로 따지면 지구도 마찬가지겠지.
미국과 소련이 서로 전쟁을 벌였는데, 핵을 쓰지 않기로 한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않을까?
볼카누스 의장.
그는 바위 일족의 핵폭탄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거의 이 세계의 절대자와 같은 위치라는 건데.
문득 만술 노인과 태양창이 오버랩된다.
그들과 싸우면 누가 이길까?
‘확인해 보면 되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장을 만나는 내일.
노인을 불러보자.
* * *
타이탄 중앙에 있는 의사당은 굉장히 웅장했다.
건축물의 디자인만 봐도 선조 드워프들의 시공 능력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허어, 내 살아생전 이 땅을 밟아볼 줄이야. 이게 다 자네 덕일세.”
다그나르는 평소보다 더욱 들떠 보였다.
“마을 의원급이 아니면 절대 오지 못하는 곳인데. 허허,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구먼.”
“…….”
그가 옆에서 떠들었지만, 나는 집중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온몸이 경직된 상태였다.
‘미쳤다.’
마을에서 만났던 드워프들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나둘.
건물로 모여드는 의원들의 힘은 대충 어림짐작해도 랭커 이상.
요즘 태청심법의 수준이 올라서인지, 그들의 힘이 더욱 오싹하게 다가왔다.
‘저들의 힘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인데.’
저자들이 다 모여도 의장 하나를 못 잡는다고?
볼카누스.
그가 어떤 자일지 궁금해졌다.
“자네, 왜 그러나?”
옆에서 다그나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안색이 굉장히 창백해 보이는데.”
“아뇨, 아닙니다. 저들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
“그러겠지. 내가 자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게. 말했다시피 나도 이곳은 처음이야.”
아, 그랬지.
나는 상념을 털며,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노인을 소환했다.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흠, 이 녀석. 드디어 망치질이 끝난 게냐?”
‘어르신.’
“으음?”
문득, 만술 노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속으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여긴 또 어디냐?”
‘이곳 세계관의 대빵 격인 존재가 있는 곳이라는데. 절 찾는다고 해서요.’
“이놈아.”
‘네?’
“조심해라.”
어?
나는 놀랐다.
본래 노인은 굉장히 오만방자한 스타일이다.
본인이 최강이며, 심지어 태양창을 만났을 때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조건 이긴다 했었지.
‘근데.’
조심하라고?
“주변에 소름 끼치도록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허어, 이 정도면 전성기 때의 나랑도 비벼보겠는데…….”
“…….”
볼카누스.
그 정도의 존재라고?
그렇게 센 거 보면.
또 대장장이질보다 훈련을 더 좋아한다는 거 보면.
뼈육의 살아생전은 확실히 아닐 텐데.
‘어쨌든.’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위 일족 : 75]바위 일족과의 호감도는 높은 편이니까.
게다가 드워프는 은혜를 아는 종족이라지.
도움을 줬으면 줬지, 나를 해코지할 일은 없으리라.
저벅, 저벅.
나는 으리으리하게 지어져 있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참이나 걸었을까.
쿠궁!
커다란 공간이 나왔고.
그곳 중앙을 가득 메우는 낮은 높이의 탁자가 보였다.
드워프로서 일정 수준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올 수 있다는 곳.
성지 중의 성지.
바위 일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