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2화
아가레스와 바사고의 지역을 나누는 국경.
그곳에 펼쳐진 개활지에 어마어마한 대병력이 모였다.
총사령관은 당연히 바사고.
휘리릭, 탁!
그가 부채를 튕기며 중앙에서 모든 병력을 진두지휘했고.
그를 중심으로 바사고의 열 군단이 쫙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병력을 다 집중시키면 혹시라도 아가레스가 제국의 본진을 노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후후, 제국의 본진이요? 짐이 곧 제국의 본진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답니까?”
과연 바사고.
최상급 마왕다운 광오한 발언을 내뱉는다.
‘이번만큼은 마르바스에게 감사해야겠군.’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사고 제국의 군대를 보아하니, 스켈레톤 군단과 지구의 랭커들이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바사고 형님. 저희도 합류했습니다.”
두둥!
5사도 마르바스의 병력 역시 도착했다.
“저 마르바스의 용맹 과감한 다섯 군단이 형님을 지원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암, 기억해야지. 우리 막내.”
바사고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병력이 움직이려면, 무수한 훈련과 준비 과정이 필요할진대.
또한 그리하더라도 진열을 갖추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진대.
‘빠르구나.’
모두가 벌써 진격의 준비를 마쳤다.
“바사고 전하를 음해한 아가레스를 처단하라!”
“처단하라!”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들며, 분노의 함성을 내비치고 있다.
속도도, 사기도, 타이밍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저 전방에는 아가레스의 군대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정보 습득이 늦었는지 부랴부랴 나온 느낌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아가레스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것쯤은 알았어도, 설마 직접적인 전쟁을 선포할 줄은 몰랐겠지.
왜냐.
‘그만큼 강하니까.’
너무도 강해서 당연히 아랫것들은 숨죽이며 살 줄 알았을 거다.
그러하니.
‘유리하다 해도 방심하면 절대 안 돼.’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마계의 이인자!
마신(魔神)을 따르던 투귀(鬪鬼)!
바알을 제외한 마계 최고의 전사!
그것이 바로 최상급 마왕 2사도 아가레스였다.
“자, 때가 되었구나!”
휘리릭, 탁!
튕겨지는 부채와 함께 바사고의 입이 열렸다.
“모두들 진군하라!”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웅혼한 울림은 마치 성난 파도와도 같았다.
쓰나미처럼 전군의 귓속에 파고들었다.
북소리? 장구 소리?
기타 신호 소리?
다 필요 없었다.
모든 함성을 뚫고 고막에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엄청난 기력을 담은 목소리였다.
“저희도 가죠!”
주동훈이 외쳤다.
그와 지구의 랭커들은 좌측을 담당했다.
바사고가 중앙, 마르바스가 우측, 우리가 좌측이다.
우웅, 우우웅!
먼저, 카푸가 기운을 날려 홀로그램을 사방에 띄워댔다.
적들의 능력과 힘을 분석하는 인도자의 기술.
작금의 전쟁은 마계 내에서도 특별한 이벤트에 해당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보들을 추출할 수 있다.
카푸가 죽지 않는 이상.
이 홀로그램들이 모든 장면을 촬영해, 분석 자료로 활용하게끔 해줄 거다.
– 부우우우우!
– 부우우우!
저쪽에서도 뿔나팔이 음산하게 울려왔다.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했다는 거겠지.
이곳, 개활지가 핏물로 물들일 것임을 예감하기라도 했을까?
개활지를 둘러싼 자연의 기운도 불안에 떠는 듯 덜덜 떨었다.
“카덴.”
“예, 마스터.”
“전쟁은 익숙하지?”
“후후, 그렇습니다만……. 저도 이처럼 큰 스케일의 전쟁은 처음 봅니다.”
“우선, 방패병들 전방 배치해.”
“명 받들겠습니다.”
촤르륵!
명령과 동시에, 방패 든 스켈레톤들이 물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막힘없이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게, 마치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번엔 기운을 무한정 퍼줄 수 없을지도 몰라. 최대한 방어적으로 싸운다.”
주동훈의 명에 스켈레톤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저 멀리서 바사고의 웅혼한 외침이 들렸다.
“돌겨어어어어억!”
그 외침에 스켈레톤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뽑아 시위에 걸며 활을 들어 올린다.
정령사들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격투가와 검사 창술가들은 각자의 무기를 든 채 방패병 옆에 붙는다.
아군임에도 그 옆에서 보니,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 전해졌다.
“……과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잭 스미스가 감탄했다.
“최상급 마왕은 다르다는 건가?”
온갖 술수나 전략 따위 없는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왕들의 대결이었다.
“마왕군이여!”
쿠과가가가!
잭이 우렁차게 외치자, 차원 문이 열렸다.
그곳으로부터 잭 스미스 령에 서식하고 있는 온갖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잭의 명령으로 컨트롤 되는 소속 마물들이었다.
“가자! 아가레스의 목을 뜯으러!”
“저희도 가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가자아아아아!”
엄청난 위압감의 전쟁이었지만, 랭커들 역시 배치 고사를 통해 그리고 수많은 던전을 통해 무수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공포 따위는 집어 던지고, 무기를 들고 내달렸다.
– 부우우우우!
– 부우우우!
다시 한번 울리는 뿔피리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아가레스 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과가가가가가!
저쪽의 선두는 샌드웜이었다.
바닥을 유영하며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는 지렁이들.
“흐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동시에, 두 진영의 선두가 맞닿았고.
콰아아아아아앙!
천지를 개벽하는 소리가 고막을 뒤흔들었다.
맞부딪힘으로 생긴 반발력이 얼마나 강하면, 두껍기로 유명한 마물들의 피부가 찢겨져 공중으로 튀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멈출 수 없다.
저 앞에 부딪혀 섞이는 것보다 뒤에 달리는 아군의 질주가 더 무섭다.
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달려야 했다.
“…….”
화르륵!
주동훈 역시 창을 꽉 쥐어 잡았다.
이 엄청난 스케일의 혈투를 보고 있자니, 랭커들을 데려오는 게 맞았나 싶기도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데, 뭐.’
살아남길 바라야지.
이곳에서 경험하는 만큼, 랭커들도 분명 더 강해질 터.
스슷!
그가 그림자를 밟아 움직였다.
주동훈은 선두에 펼쳐진 잡몹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적 한복판으로 들어가 중간중간 위치한 리더들을 잡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아가레스를 만나기라도 하면?’
오히려 좋아.
피식.
주동훈이 웃었다.
이상하게, 공포보다는 설렘이 더 강했다.
긴장보다는 즐거웠다.
이미 마약이라도 한 듯 도파민이 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거다.’
주동훈은 이걸 원하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져들 수 있는 실전의 현장.
매번 가부좌 틀고 앉아 훈련하는 것 말고,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생생한 현장감을 맛보고 싶었다.
휘리릭!
주동훈의 창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서거거거걱!
지나갈 때마다 아가레스 쪽 마족들의 목에 실금이 갔고.
이내.
푸수수수숙!
피 분수를 뿜어내며 목이 뽑혔다.
커다란 골렘이나, 마수로 보이는 괴생명체를 상대할 때는?
콰아아아아앙!
필요 이상의 힘으로 그냥 때려 부숴버렸다.
잘 안 부서지면?
신살(神殺) 창으로 찔러 가른 후, 난도질해 버렸다.
– 키에에에에에에엑!
커다란 샌드웜 킹이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며 비명을 토해낸 후.
콰아아아아앙!
바닥에 떨어져 엄청난 양의 모래 먼지를 만들어낸다.
주동훈은 정체 모를 해방감을 만끽하며, 힘차게 내달렸다.
‘그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여기가 진정한 훈련장이다.’
화르륵!
화(火)의 기운이 최소화되어 실금처럼 뽑혔다.
그것이 증식하더니, 이내 거미줄처럼 펼쳐져 뭉쳐 있는 적들을 감쌌다.
‘진정한 나만의 훈련장.’
“끄, 끄아아악!”
“키아아앍!”
치이이익!
엄청난 열기에, 피부가 타올랐다.
방금 이 기운을 활용할 때는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기운을 최소화해서 부담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
주동훈이 눈을 빛냈다.
‘우선 그것부터 연습하자.’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연습해야 할 정수도 많고, 또한 활용 방안도 무궁무진하다.
주동훈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써보고 섞어보고 맛보기 시작했다.
주동훈이 적들을 섬멸하고 있는 동안.
접전지에서는 한창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전쟁 준비 기간이 적었던 아가레스군이지만, 그들의 힘만큼은 진짜였다.
콰가가가가!
화살에 관통당하고 검이나 창에 살이 꿰이면서도 악착같이 달려들어 바사고군의 목을 물거나 벤다.
누군가가 잡고 놔주지 않으면?
자신의 신체를 절단해서까지 앞으로 돌진해 적에게 피해를 주려고 애썼다.
과연 전투에 환장한 마족다운 집념이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전쟁은 원래 참혹한 거다! 적이 무서워 보이면, 이미 패배한 거다! 우리가 더 무서워 보이게끔 덤벼들어라!”
바사고군의 장수 하나가 줄기차게 독려했다.
“비명이 나올 것 같으면 기합을 내질러라! 싸우다 죽어도 좋다! 우리 바사고께서는 전쟁에서 죽은 이들에게 영생의 삶을 보장하신다!”
마계는 일종의 종교 집단이기도 하다.
최상급 마왕을 사도라 부르는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바사고 제국에서 바사고는 신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생!”
“으아아아아!”
어찌 보면, 순수한 마족들은 그것을 믿고 순교하려 했다.
“갈 때 하나라도 더 데려가라! 바사고께서 기특히 여겨 더한 보상을 내려주실 터! 현생에서는 맛보지 못한 쾌감이 죽음 너머에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장수들이 터무니없는 말로 독려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바사고 니이이이임!”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가겠나이다!”
쿠과가가가가!
그 독려에 격전 지점이 점차 아가레스 진영 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바사고군의 완전한 우세!
그들의 광기뿐만 아니라, 마르바스의 지원도 영향이 있었고.
특히나.
티이잉! 까앙!
방패로 공격을 튕겨낸 후.
푹, 푸수수숙!
콰가가가가!
뒤에서 각종 병장기와 화살, 마법, 정령술 등으로 공격하며 천천히 진군하는 스켈레톤들의 위력은 굉장했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싸웠다.
절대 흥분하지도, 공포에 빠져 패닉이 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망자.
그뿐만 아니라, 기력 한 톨만 있으면 되살아날 수 있는 무적의 전사들이다.
앞에 어떤 끔찍한 괴물이 있든, 그들의 동요를 받아낼 수는 없을 터.
“허.”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마르바스가 헛웃음을 쳤다.
‘주동훈, 그놈이 저 병사들로 쳐들어온다고 했을 때 꼬리 내리길 잘했네.’
어찌 스켈레톤 따위가 마족들보다 더 치밀하고 대단한지.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특히나.
그들의 선두에서 말도 안 되는 위력을 뿜어내는 10구의 스켈레톤들은…….
‘장난 아니군.’
마족들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그렇게 전투가 지속되는 순간이었다.
스슥, 스스스슥!
‘음?’
마르바스의 눈이 이지러졌다.
사방 천지에 들려오는 뱀 기어가는 소리.
‘……메두…?’
이내.
콰드드드드!
뱀의 꼬리를 단 엄청난 크기의 여인이 바닥에서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튀어나왔다.
돌 부스러기와 바위들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음으로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에, 마르바스가 기겁해 소리쳤다.
“다들 눈 막아!”
저 비명 소리를 시선 전방에서 보는 순간, 그보다 약한 존재는 석화(石化) 상태에 걸리게 된다.
굳어서 돌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집단 광역기이자, 전쟁 한정으로 끔찍한 위력을 발휘하는 여성의 이름은.
바로 메두사.
아가레스 쪽의 3군단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