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85
제185화
사냥은 없었으므로 시간 여유는 충분했기에 해변에서 세 딸과 놀아주는 데에 주력했다.
황성에 돌아온 후에 며칠 쉬고서 다시 드워프 왕국으로 갔다.
껍질을 장비로 바꾸는 건 그들에게 맡겨야 해서였다.
드워프 왕국에 오니 아시모프가 눈물을 흘리며 반겼다.
“흑흑. 다시는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소린가?”
“폐하께서 절 여기에 버리신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증기기관은 확실하게 고쳤나?”
“네. 다시 고장이 난다면 그건 수명이 다한 거라 새로 제작해야 합니다. 중간에 고장 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아시모프가 확신에 차서 말하는 걸 보니 다시 고장 나진 않을 거 같았다.
드워프 왕을 만나 엘프 왕국에서의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비틀 크랩의 껍질을 꺼내놓았다.
“이걸로 장비를 만들어 주십시오.”
“이번에는 만들어서 어디에 쓸 겁니까?”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그건 이미 끝나지 않았습니까?”
“엘프 왕국 쪽은 끝났지만 대륙의 북쪽이든, 서쪽이든, 남쪽이든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미리 대비하는 겁니다.”
“아! 그렇다면야…”
“이번에도 빠른 제작을 부탁드리고 싶지만 바쁘실 테니 1년이면 되겠죠?”
“으음. 그렇게 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6개월 만에 끝냈다.
왜냐하면 다음 몬스터 웨이브의 장소는 대륙 북쪽이었다.
바로 드워프 왕국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라는 게 아무 징조도 없이 일어나진 않는다.
엘프 왕국에서도 미리 감지했었고, 내가 드워프 왕국에 비틀 크랩의 껍질을 맡기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에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통해 연락이 왔다.
내용은 북쪽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거.
“아무래도 다음 몬스터 웨이브는 우리인가 봅니다.”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전에 맡긴 비틀 크랩의 껍질 말입니다. 그거… 저희가 써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다음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대가는 지불하겠습니다.”
“으음. 대가는 앞으로 있을 두 번의 몬스터 웨이브를 위한 장비 제작으로 해도 될까요? 물론 드워프 왕국의 위기가 지난 후에요.”
앞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두 번이나 남았는데 장비제작은 드워프가 해주어야 한다.
지금 대가를 받는 것보다 미래의 장비제작을 부탁하는 게 훨씬 더 나았다.
“그렇게 해준다면 저희는 고맙죠.”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연락을 하기로 했다.
또 드워프 왕국은 엘프 왕국과 달리 돕는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불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는 건 문제가 있었다.
가장 첫째가 보급.
둘째는 긴 행군.
셋째는 북쪽의 추위.
모든 걸 우리가 부담해야 하기에 더 문제였다.
‘그냥 나와 세 아내, 세 아들만 가자.’
7명이면 밍구를 타고 가면 되고, 보급도 드워프 왕국이 설마 7명 먹을 것도 안 줄까!
추위는 잘 껴입으면 되고.
대신에 화약은 많이 준비하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제작해둔 대포도 모두 가져가기로 했다.
대포는 드워프들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고 사용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드워프들이 총이나 대포를 본 적이 있나?’
내가 보여준 적이 없었던 거 같았다.
‘저들에겐 신세계겠구나. 저들이 궁금해 하면서 알려달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인간들에겐 널리 퍼진 상태이긴 하지만 이종족에게 총, 대포 그리고 화약에 대해 알려준 적은 없었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 알게 되긴 할 텐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엘프의 경우는 총을 쓰는 걸 보았음에도 새로운 무기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지 않았다.
‘그 당시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서 저들이 왜 궁금해 하지 않는지 물어보질 못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물어보고 싶었다.
이 바람은 몇 달이 지나 드워프 왕국의 연락을 받고 세 아내, 세 아들과 함께 갔을 때에 풀 수 있었다.
“아, 아비나?”
“루, 루이자?”
뒤므리에와 에이츠가 크게 당황했다.
왜냐하면 엘프 왕국에 있어야 할 두 공주가 드워프 왕국에 있었으니까.
드워프 왕국의 위기를 알게 된 엘프 왕국에서는 두 공주와 천 명의 전사를 보내 돕기로 했다.
두 공주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면서 틸리는 왜 안 왔는지 궁금해 했다.
“틸리는 아기를 가진 거 같아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요.”
대답은 하인리히가 했다.
“오호, 축하해요.”
“벌써요? 틸리에게 축하한다고 해주세요.”
“아직 확실하진 않아요. 하지만 틸리는 확신하더군요.”
하인리히가 겸연쩍어 했다.
“그럼 아기가 생긴 게 맞죠.”
“엘프의 감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답니다.”
나는 두 공주와 간단하게 인사했다.
그 후에 뒤므리에, 에이츠를 두 공주에게 남기고 세 아내, 하인리히와 함께 드워프 왕을 만나러 갔다.
***
북쪽에서 몰려오는 몬스터의 종류는 설인, 트롤, 오우거, 자이언트 등이었다.
트롤과 오우거는 밀림부터 시작해 추운 설원지역까지 넓게 퍼져서 살기에 추위와 무관했다.
다만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의 트롤과 오우거는 털이 하얀색이었다.
마치 곰이 넓은 지역에 살지만 북극에는 북극곰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이언트는 내가 예전에 상대했던 바로 그 몬스터였다.
‘아마 북쪽 지역 몬스터 웨이브의 보스는 빅자이언트일 거야.’
전에 죽인 놈보다 훨씬 더 강한 놈.
‘하지만 숨겨진 보스는 드래곤이겠지.’
이 지역의 드래곤은 실버 드래곤일 테고.
이번에는 아라가 경고를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블랙 드래곤만큼은 아닐지라도 실버 드래곤도 인간에 우호적이진 않으니까.
때문에 이번에도 실버 드래곤이 나타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튈 생각이었다.
드워프 왕에게 총과 대포를 꺼내 보여주었다.
총은 우리만 쓸 거고 드워프에게 사용법을 알려줄 거는 대포였지만 총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기에 꺼낸 것.
먼저 무기를 보여주고, 시연까지 하고 난 후에 반응은 뜨거웠다.
“오호, 대단하다! 어떻게 이 작은 것에서…”
드워프 왕을 시작으로 시연까지 본 드워프들 대부분이 달려들어 총과 대포를 만져보며 질문을 쏟아냈다.
엘프 왕국에서와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였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총과 대포를 꺼내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걸 진짜 저들에게 알려줘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태였다.
특히나 핵심이라 할 화약 제조.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드워프 왕이 나섰다.
“이건 알려줄 수 없는 비밀입니까?”
“으음. 사실 그렇습니다. 몬스터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대포를 가져왔고, 이걸 쓰는 방법도 알려드리긴 하겠지만 제조법은 비밀입니다. 특히 화약이 핵심인데 이것도 비밀이지요.”
“그럼 더 묻지 않겠습니다.”
드워프 왕이 결정을 내리자 더 질문하는 드워프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 포기할 줄 몰랐기에 오히려 내가 당혹스러웠다.
“으음. 총과 대포는 지금 인간 종족에게 널리 퍼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이 비밀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대를 힘들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요. 이 무기가 없으면 앞으로 저희가 아닌 다른 인간들을 만났을 때에 일방적으로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럼 좋은 쪽으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드워프 왕과의 대화가 끝나고 두 명의 엘프 공주를 불러서 궁금한 걸 물었다.
“총에 대해 알고 있죠?”
“네.”
“이 무기에 대한 질문은 없던데요. 엘프 종족은 총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입니까?”
“당연히 관심이 있죠.”
“그런데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습니다. 왜죠?”
“그건…”
둘 중에 아비나가 나서서 대답을 해주었다.
들어보니 상대가 먼저 말을 하지 않는데 묻는 건 실례라고 여겨서라는 이유였다.
‘하! 실례라서…’
하루 정도 고민한 후에 결정을 내렸다.
엘프 종족도, 드워프 종족에게도 화약, 총, 대포의 제작비법을 알려주기로.
특히 대포는 강철이 필요하기에 제련법도 알려주어야 했다.
내 결심을 듣고 드워프 왕은 무척 기뻐했으며, 엘프 공주 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부터 막아야 하니 지금 바로 전수해주는 건 힘들고요.”
“그럼 언제…”
“저희 제국으로 기술을 배울 기술자들을 파견해서 배우는 걸로 하죠.”
“아! 그러면 되겠군요.”
“저희 제국까지 오시는 길이 무척 힘드니 밍구를 시켜 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원은 넷으로 제한하고요.”
4명 이상은 밍구도 힘드니까.
드워프가 보기엔 인간보다 작아도 덩치는 성인 남자의 1.5배?
당연히 몸무게가 무겁다.
때문에 실제로는 인간 남자 6명 이상을 태우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엘프의 경우엔 8명도 괜찮을 거 같았다.
하지만 드워프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에 숫자를 늘려서 말하지 않았다.
“넷으로… 배우는 데 부족하지 않을까요?”
걱정하며 질문한 건 아비나였다.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족하게 여겨져서 따로 인원을 보내고 싶으시면 보내셔도 되는데 밍구를 이용하실 수는 없고요.”
“이동은 저희가 알아서 해볼게요.”
“걸어서 오시게요? 그러기엔 진짜 먼데… 인간의 땅을 이동해오시면 분명 말썽도 생길 테고요.”
아름다운 엘프에게 눈이 뒤집힌 놈들이 나올 게 뻔했다.
하찮은 놈들이라면 무력으로 진압하면 되는데 영주나 왕 같은 자가 눈이 뒤집히면 문제가 된다.
“날아서 갈게요. 아르켄타비스를 타고요.”
아르켄타비스는 거대한 새로 크기가 8~10미터에 달한다.
익룡 수준.
인류 역사 이전에 살던 새인데 개발자들이 게임에 등장시켰다.
이미지는 쉽게 생각해서 거대한 독수리.
“아! 아르켄타비스도 키우고 계십니까? 하지만 저는 엘프 왕국에서 못 봤는데…”
“아니요. 그 친구들에게 부탁해야죠.”
“아! 부탁…”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럼 드워프 분들도 똑같이 아르켄타비스를 타고 오시면 어떻습니까?”
내 제안에 드워프 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드워프는 땅을 벗어나 하늘로 올라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질색하는 걸 보니 고소공포증인가?
“차라리 그대 제국과 이쪽과 연결되는 포탈 마법진을 세우면 어떨까요?”
“그것도 좋기는 한데 마법진에 들어가는 마석이나 재료들이 워낙 귀하고 비싸서요.”
거리가 거리다보니 들어가는 게 꽤 많았다.
돈이 많지만 앞으로 남북 알비온 제국을 정복한 후에 재건 사업 등으로 써야 하기에 아낄 필요가 있었다.
‘진짜 두 종족과 연결되는 마법진을 만드는 건 남북 알비온 제국을 점령한 후에 하자.’
솔직히 당장 만들어서 써먹을 게 거의 없었다.
1년에 한두 번 오가는 드워프 왕국 때문에 만드는 건 가성비가 최악이었다.
혹시나 드워프나 엘프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려나 하고 유심히 지켜봤는데 두 쪽 모두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쳇, 지들이 대신 해줄 것도 아니면서…’
마법진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드워프들에게 대포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찰하던 드워프로부터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는 보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