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그가 황성에 드나들었나?”
“아닙니다.”
“그러면 황성 안에 그와 내통하는 자가 있었나?”
“아닙니다.”
“하하. 다 아니라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자꾸 아니라고 하면서 그대는 왜 그자가 첩자라고 하는가?”
“식자재 때문입니다. 폐하께서는 드시는 양이 일반인에 비해 많지 않습니까?”
“어? 마, 많기는 하지.”
하루에 먹는 양을 다 따지면 거의 20인이 먹을 정도였다.
“폐하께서 쓰러졌는데도 식자재 납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납품은 매일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달 간격 정도인데 20인 분으로 한 달의 양이면 상당한 숫자일 수밖에 없었다.
“황성에 드나드는 자가 딱히 늘어난 것도 아니었죠. 오히려 경계하는 바람에 줄었죠. 그러니 첩자 입장에서는 폐하께서 살아 계시다고 밖에 여길 수 없었을 겁니다.”
“크으. 그렇구나.”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막지 못한 건 분명 잘못이었다.
어찌 되었든 첩자로 인해 내가 무사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남북 알비온 제국과의 전쟁은…
없었다.
저들이 군대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급히 해산한 탓이었다.
암살에 대해 추궁을 하려고 해도 저들 짓이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저들을 먼저 쳐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번 기회에 똑똑히 알았다. 저놈들과 평화는 한시적이라는 거. 절대 공존은 없어!’
때문에 휴전 후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샤이아도 죽었고, 이제 앞을 막을 건 없었다.
압도적인 전력차로 밀어버려 남북 알비온 제국이든, 누구든 베르게르 제국을 넘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내 생애에 깔끔하게 정리해야 후손들도 안전할 테고.
30대에 대륙 통일.
40대에 제국 개발.
50대에 제국 안정.
60대에 은퇴 및 세 아들에게 제국을 셋으로 나눠 상속.
70대부터는 죽음을 준비하며 세 아내와 은퇴 생활 즐기기.
이게 내 생의 마스터 플랜이었다.
‘어? 잠깐!’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에, 엔딩… 엔딩…’
갑자기 남북 알비온 제국을 점령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워졌다.
‘후우, 그냥 하자. 대륙을 통일도 못하고 엔딩을 맞으면 그게 더 큰 문제잖아.’
다투더라도 세 아들끼리 다퉈야 한다.
남북 알비온 제국은 세 아들이 정리하기엔 너무 큰 적이었다.
설사 내가 엔딩을 맞아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남은 세 아들이 안정되게 살려면 남북 알비온 제국은 반드시 없애야 했다.
‘남북 알비온 제국과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인화기다.’
대포는 이제 타국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었다.
오히려 남북 알비온 제국에서는 우리보다 더 크고, 더 강한 걸 만들고 있었다.
50여 마리의 소가 끌어야 할 정도로 엄청난 놈까지 있었는데 사거리가 무려 1.5킬로미터에 달할 정도였다.
이 대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피스토를 비롯해 지휘관들 모두 걱정했다.
하지만 난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폐, 폐하?”
“하하. 왜?”
“적들이 굉장한 대포를 만들었는데 걱정도 되지 않으십니까? 어떻게 웃으실 수 있습니까? 저들의 대포라면 저희 황성의 성벽은 금방 무너질 것입니다.”
“성에서 수비를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가 공격을 하면 된다.”
“네?”
“공격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저런 대포를 끌고 나왔는데 어떻게 야전에서 싸움을 합니까?”
“흐흐. 저들의 대포는 겉만 번지르르 할 뿐이다.”
“네?”
피스토는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물론 대포는 강력하다. 하지만 한 번 쏘고 나면 다시 쏠 때까지 대포를 식혀야 한다. 이게 굉장히 오래 걸리지.”
만일 바로 발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포가 깨진다.
“대포는 클수록 화약도 많이 필요하며, 정확도도 떨어진다. 아마 저들의 대포는 한 번 쓰고 다시 써보지도 못한 채로 우리에게 노획될 거다.”
때문에 대포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면 남은 답은 총!
“폐하. 저희 총기가 저들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거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총에 강선을 파자. 이것만 해도 사거리가 확 늘어난다. 압도적이 되지.”
“정말요?”
“그럼!”
사거리가 1.5배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라.
상대의 사거리는 200미터.
우리의 사거리는 300미터.
100미터를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10초 이상은 걸린다.
아니, 20초.
울퉁불퉁하고, 흙과 자갈 또는 곳곳에 웅덩이까지 있는 땅을 달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총도 들고 있고, 불편한 군복에다, 다른 장비를 착용하거나 들고 있을 수도 있고.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100미터를 10초에 뛰겠나?
여하튼 20초라 계산할 때에 퍼커션 캡을 쓰는 총으로 충분히 한 발을 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300미터 밖에서도 적은 우리가 쏜 총을 맞고 죽거나 다칠 수 있다.
적 대포의 사거리를 아주 크게 잡아 2킬로미터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잘 해야 두 번 밖에 쏘지 못한다.
12시간이란 간격이라면 충분히 진격해서 격퇴할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저들에겐 공군이 없잖아?’
누가 공군이냐고?
바로 나!
굳이 화약 같은 거 없어도 된다.
아공간 주머니에 바위를 수십 개 넣은 후에 높은 하늘에서 떨어뜨리면 된다.
이걸 막을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까?
아무리 7서클이나 8서클 마법사라 하더라도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바위라면 막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전쟁은 앞으로 5년 후. 휴전이 끝났을 때다. 시기를 이때로 잡고 총력전을 준비하라!”
“병력은 어떻게 할까요?”
“원정군 5만, 수비군 5만을 준비한다. 식량은 원정군 2년 치. 수비군 2년 치.”
“네!”
“훈련을 시켜야 하니 3년 안에 준비를 끝낸다. 다음에 1년 동안 훈련하고 원정을 나가겠다.”
휴전하고 꽤 시간이 지났기에 실제로 남은 휴전기간은 5년이 아니라 4년이 조금 넘었다.
“저희가 전쟁 준비하는 걸 적들도 알 텐데 괜찮겠죠?”
“저들도 준비하라고 해라. 차라리 한 곳에 결집해 있는 게 훨씬 나으니까.”
정복에 있어서 제일 힘든 게 흩어져서 게릴라로 저항하는 거다.
차라리 뭉쳐 있으면 그것만 때려 부수면 된다.
***
비밀로 했던 내 생존이 사실로 드러나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가 몇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체르니아 왕국의 게오르.
‘진짜 죽은 게 아니었어. 스타크는 역시 괴물이야.’
남북 알비온 제국에서 보낸 암살자들이 힘을 합쳐서 저격했고, 최소 10발 이상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흑마법사의 저주 마법까지.
스타크가 쓰러졌고, 죽었을 거 같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에 게오르는 흔들렸다.
‘이 기회에 베르게르 제국을 쳐야 하는 거 아닐까?’
물론 혼자가 아니라 남북 알비온 제국과 함께.
두 형님 쪽에서 비밀리에 연락을 해와 체르니아 왕국도 함께 하면 베르게르 제국의 상당한 땅을 얻을 거란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게오르는 주저하며 나서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준 스타크의 믿기 힘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명 학습효과.
전에 스타크가 쓰러졌을 때에 간을 보려고 갔다가 무안을 당하며 돌아온 기억도 쉽게 움직이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당시에 스타크 밑에 있는 자들이 게오르에게 보낸 적대감의 기억은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냥 죽을 때까지 체르니아 왕국에서 만족하며 살자.’
3황자로서 알비온 제국을 욕심내던 때도 있기는 했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를 때도 있었고.
하지만 이제 나이도 먹었고, 뜻을 펼치고 싶어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아닌데 어찌 하겠나.
‘스타크가 내 밑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제국의 위협에서 피하고자 스타크를 공국으로 독립시킨 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당시에 어떻게든 스타크를 끌어안으며 끝까지 버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도리도리.
‘아니지. 스타크가 계속 누구 밑에 있을 인물은 아니지.’
만일 계속 밑에 두려고 했다면?
‘결국 날 죽였을 수도 있어. 남의 밑에 있기에 스타크는 너무 큰 인물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한편 내 소식은 남북 알비온 제국에도 전해졌다.
부르르르.
유제프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몸을 떨었다.
무엇보다 그를 화나게 한 건 샤이아의 죽음.
“다리우스? 이건 심하잖아. 그치? 그치?”
심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뭘 말하는지…
‘후우~, 힘드네.’
다리우스는 한숨이 나왔지만 겉으로 표현을 못하고 속으로만 한탄했다.
“남의 땅에 들어왔잖아. 이거 불법침입이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저희는 암살을 시도한 입장이라…”
“증거가 없잖아! 증거!”
“증거는 저희도 없는데요?”
“그, 그래?”
유제프가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화를 냈다.
“스타크는 불사신이야? 그 새끼는 어떻게 우리 땅에까지 와서 샤이아를 죽일 수 있지?”
심하다는 게 이거였나?
‘불사신? 아니면 우리 땅에 들어온 거?’
아직도 헷갈리긴 했다.
“그 새끼는 나도 죽일 수 있는 거지?”
아마도…
이 생각도 겉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런데 왜 내가 아니라 샤이아였을까?”
“그를 더 위협적이라 여긴 탓이겠죠.”
“그러니까 왜? 어차피 저주의 마법을 걸어도 죽지도 않았잖아. 두 번이나.”
“쓰러지긴 했습니다. 정신도 잃었고요. 어떻게 깨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후우, 이제 어쩌지?”
“네?”
뭘 어쩌라는 건지…
“다음 목표는 분명 내가 될 거잖아.”
“일단 표면적으로는 휴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이제 4년 남았잖아.”
“그렇죠.”
“4년 후에는?”
“…..”
다리우스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유제프보다 더 속이 타는 건 다리우스였다.
이미 편을 두 번이나 바꾸기도 했었고.
***
암살까지 당했지만 남은 휴전기간은 지키기로 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한다면…
‘할 일도 많은데 짐덩어리를 얹고 싶지 않아서.’
할 일이란 또 다른 몬스터 웨이브였다.
짐덩어리는 남북 알비온 제국이였고.
저들은 이전에 내가 알던 제국이 아니었다.
현재 저들은 내전으로 많이 피폐해진 상태.
저들을 정복하면 베르게르 제국으로선 가난뱅이 2천만 명이 생겨나는 거였다.
남북 알비온 제국의 인구가 대략 2천만 명이니까.
극히 일부의 귀족들은 잘 살겠지만 나머지는 죄다 빈곤에 찌든 이들이었다.
‘휴전기간 동안 베르게르 제국을 살뜰하게 잘 키우는 게 당장 남북 알비온 제국을 정복하는 것보다 나아.’
일단은 암살 사건이 일어난 게 얼마 안 되었기에 적들도 나대지 않으리란 판단이었다.
‘우선 대륙 남쪽으로 가서 비틀 크랩의 껍데기를 구해오자.’
다음 몬스터 웨이브의 방향을 알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에는 세 아들을 빼고 세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움직였다.
하인리히는 신혼이니 데리고 가지 않은 거다.
뒤므리에와 에이츠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냥 두었고.
남쪽에 도착해 전에 아리아가 발견한 섬으로 가서 비틀 크랩의 껍질을 아공간이 꽉꽉 찰 정도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