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끄덕끄덕.
“괜찮네요.”
“말리오… 그자가 반발하지 않게 잘 말하라.”
“알겠습니다.”
다리우스는 떠나려는 말리오를 만나 유제프의 말을 전했다.
“서운하십니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서운한 감정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위대했던 알비온 제국이 왜 이리 불쌍하게 되었는가 말이다.”
“어떤 제국도 흥망성쇠가 있는 법이죠. 그보다 진짜 문제는 아롱드 가문입니다.”
이 순간에도 다리우스의 걱정은 가문이었다.
“우리 가문이 왜?”
“만일 스타크가 북 알비온 제국을 정복한다면 저희 가문을 가만둘 리가 없으니까요. 멸문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멸문의 가장 큰 원인은 배신한 자신 때문이란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렇군… 사정 이야기는 잘 들었다. 그럼 아예 나는 새로운 신분으로 적을 치는 게 낫겠구나.”
“새로운 신분이요?”
“그래. 남 알비온 제국으로 가겠다.”
“네에?”
갑자기 여기서 왜 남 알비온 제국이 나오는지 다리우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서운하지 않다면서 사실은 서운했구나. 이건 진짜 아닌데.’
“내가 남 알비온 제국의 사람이라면 여기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거 아니냐. 안 그래?”
“그렇지만 남 알비온 제국은 저희의 적국입니다. 나중에 저희랑 싸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상황이 그렇게 되면 난 그쪽을 배신하고 돌아오겠다.”
“…..”
진짜요? 하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봤자 말리오는 물론이지 하고 답할 게 뻔했다.
“왜? 날 못 믿겠나?”
“아, 아니요.”
“크크. 내가 여기에 있더라도 믿지 못하면 결국 적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죠.”
피식.
“이제 난 떠나겠다. 새 신분으로 알비온 제국으로 가서 스타크를 죽여야지. 앞으로 할 일이 아주 많구나.”
말리오는 가볍게 웃은 후에 짐을 챙겨서 떠났다.
***
남 알비온 제국에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바로 소드 마스터 용병.
등장한 건 고작 몇 달에 불과했고, 의뢰를 받고 활동한 건 10건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번 뛰어난 실력과 수 미터에 달하는 오러로 적과 아군까지 압도하며 혁혁한 전과를 남겼기에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인재에 목이 말라 있던 버나드는 소문의 용병을 수소문하여 황성으로 불러들였다.
“이름이 뭐라고?”
“그레이입니다.”
말리오의 새 이름이 그레이였다.
“그레이… 가문은 어떻게 되나?”
“평민이라 가문은 없습니다.”
“아! 그래? 그런데 어떻게 소드 마스터까지 되었나? 평민으로 소드 마스터가 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죠.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50년 가까이 검을 익혔더니 자연스레 되더군요.”
껌벅껌벅.
“어, 얼마? 지금 150년이라고 했나?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젊은 모습인 건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육체가 재구성되어 새롭게 젊어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왜 난 그대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지? 150년이나 검을 익힐 정도면 소문이 대륙에 아주 자자하게 퍼졌어야 하는데?”
“그건 남쪽 밀림의 다크 엘프 족의 땅에서 검을 익혀서 그렇습니다.”
그레이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다크 엘프? 혹시 흑마법?”
“폐하. 전 마법이 아니라 검을 익혔습니다만…”
“아! 그렇지.”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버나드였다.
마법은 흑과 백이 있어도, 검은 그런 게 없었다.
“그런데 다크 엘프의 땅에는 어떻게 가게 된 건가?”
“평민이란 이유로 절 무시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멀리 떠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밀림으로 들어갔고요. 여기서 죽을 뻔 했는데 다크 엘프가 구해주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검을 알려준 건 아닙니다만 제 정성과 노력에 감동하여 검을 전수해주었죠.”
진실과 거짓을 적절하게 섞은 이야기였다.
“오호, 아주 감동적인데?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구랑 아주 비슷한데?”
뜨끔.
그레이는 거짓이 들킨 건가 속으로 마음이 덜컥했다.
“그렇지 않나?”
버나드는 이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지그먼트 대마법사와 비슷하네요. 그는 서쪽으로 갔고, 놈 종족을 만나 마법을 배울 수 있었죠.”
이때 그레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마법사요?”
“그렇다. 8서클의 대마법사지.”
“오호, 그런 인물이 있었습니까?”
“그렇다. 대마법사의 이름은 지그먼트다. 그도 그대처럼 최근에 나타났다.”
“호승심이 마구 일어나는데요? 한 번 대결해보고 싶네요.”
“진짜? 그럼 진짜로 대결을 해보자!”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버나드가 크게 반기며 말했다.
이지크는 사색이 되어 급해 반대했다.
“폐하! 그건 극히 위험합니다. 대결 중에 혹시나 누구라도 상하는 일이 발생하면 저희 제국에 큰 손해입니다.”
“위험하기 전까지만 겨루면 됩니다. 솔직히 저 정도 되는 이라면 대충만 겨뤄도 누가 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 진짜?”
“지그먼트라는 마법사를 불러서 물어보십시오.”
“그러자!”
버나드는 호위하는 기사를 시켜서 지그먼트를 불러오게 했다.
얼마 후 나타난 지그먼트는 그레이를 보자마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오오, 마력이… 아주 대단한 검사시군요. 혹시… 소드 마스터십니까?”
“오오,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가 있나?”
놀라워하는 건 버나드였다.
“으음. 그대도 아주 놀랍군. 놈 종족에게 마법을 배웠다고?”
“그렇습니다만… 그쪽은 나이가… 2백살?”
“거의 비슷하네.”
“오호, 그렇군요.”
“그쪽은?”
그레이의 질문에 지그먼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거의 그쯤.”
“그럼… 친구네!”
“하하. 그런 가요?”
“이 나이에 몇 살 가지고 따질 것도 아니지 않나? 그냥 친구하지?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좋아. 친구하자.”
“내가 너랑 붙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혹시 거절은 아니지?”
“내가 배운 마법이 상생을 위한 거라 솔직히 대인전에 적합하지는 않아. 하지만 나도 대결을 통해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고 싶다.”
상생이란 말에 그레이가 눈을 반짝였다.
“아! 그래? 상생을 위한 마법이라… 어떤 건지 궁금하군.”
“내가 익힌 건 땅 속성의 마법이야.”
“하하. 그렇다면 골램을 다루겠구나?”
“오~, 잘 아는데?”
“내가 있었던 다크 엘프의 땅에 땅 마법을 다루는 다크 엘프들이 있었지. 그들이 골렘을 다뤘었다고.”
“오호, 다크 엘프라… 만나고 싶은데?”
지그먼크가 반색하며 좋아했다.
“나도 놈 종족을 만나고 싶다.”
“놈 종족에도 검을 다루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지. 소드 마스터는 거의 없고.”
“거의라고 하는 걸 보니 있기는 한가 보다?”
“흐흐. 있지. 다크 엘프보다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인간에 비하면 꽤 오래 사니까. 2백에서 3백 살이 수명이니까.”
“혹시 땅 마법 외에 다른 것도 가능해? 검사의 능력을 올려주는 것 말이야.”
끄덕끄덕.
“그럼. 물론이지.”
“하하. 그러면 대결을 할 게 아니라 함께 사냥을 해볼까?”
“사냥?”
“남쪽으로 가면 밀림에 아주 별별 놈들이 다 나오지. 트롤, 오우거는 물론이고, 트윈 헤드도 있고, 와이번도 나오지. 그리고 밀림에는 가끔 거대한 독충들이 사는 곳도 있는데 거기서 살아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으음. 밀림은 너무 먼데?”
“그럼 가까운 곳으로 사냥에 나설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글쎄. 잘 모르긴 하지만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숨겨진 고대의 유적 같은 곳 말이야.”
고대의 유적은 바로 던전이었다.
“찾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게 찾아지는 게 아니잖아.”
“수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대 유적이 있는 거 같던데. 땅의 정령이 알려주었어.”
원래 고대 유적, 그러니까 던전은 플레이어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등장하는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에게는 이벤트로 주어지는 고대 유적이 있었다.
지금 지그먼트가 말하는 게 바로 그것.
“오호, 마법만 아니라 정령도 다루냐?”
“다루는 건 아니고 그냥 친숙한 정도지.”
“좋아. 그럼 바로 가보자!”
두 사람은 곧바로 지그먼트가 찾은 던전으로 갔다.
그리고…
휘이익~ 서걱, 서걱, 서걱.
“히야, 손맛 죽인다!”
흥이 난 그레이가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지그먼트의 버프를 받고 사냥에 나서니 확실히 칼질이 달랐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그레이였기에 조금만 변화에도 더욱 민감했다.
‘이 정도면 효율이 30%? 어쩌면 그 이상이야.’
게다가 몇 시간째 사냥을 하는데 전혀 지치지가 않았다.
마치 힐링 포션을 물처럼 마시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네.’
던전을 클리어하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까지 같은 건 아니었다.
“내 목표는 대륙 최강이라는 베르게르 제국의 스타크 황제와 겨뤄서 이기는 거야.”
“일대일?”
“널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둘이 함께 힘을 합해서 싸우자!”
“우리가 힘을 합치면 스타크 황제가 대결을 받아줄 리도 없겠지만 일대일이 아니기 때문에 베르게르 제국에서 전력으로 우리를 막을 텐데?”
“후후. 그래서 두려워? 나는 아무리 많은 적이 몰려와도 겁이 안 나는데?”
“흠흠. 난 두려워.”
“내가 앞에서 다 막아줄게.”
“후우, 그만 하자. 정 가려면 혼자 가고.”
“…정 그러면 참아야지.”
결국 그레이는 지그먼트를 따라 황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두 사람의 보고를 들은 버나드는 흥분했다.
“스타크 황제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네!”
대답은 그레이가 했는데 버나드는 지그먼트를 바라보며 대답을 요구했다.
“흠흠. 둘이서 던전에서 합을 맞춰봤는데요. 솔직히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9서클 마법사가 아니고서는 저희를 이기기 힘들 거라 봅니다.”
“오호, 그래?”
“다만 스타크 황제가 혼자 싸울 리는 없잖습니까?”
“그치.”
“상대가 수만 병의 병사를 데리고 나온다면 이기기 힘들겠죠. 특히나 총이라는 무기. 볼수록 무섭습니다.”
“맞아. 맞아.”
버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표정을 보니 아까와 달리 실망한 게 역력했다.
분위기를 보다가 안 되겠다 여긴 그레이가 나섰다.
“저희도 병사를 데리고 가면 되잖습니까?”
“응?”
“남북 알비온 제국이 힘을 합친다면 아무려면 베르게르 제국보다 병사가 적겠습니까? 저희 둘은 스타크를 전담하고, 병사들은 병사들끼리 싸우면 되죠.”
“글쎄…”
버나드는 그리 혹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왜 주저하십니까?”
“그동안 여러 번의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전쟁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만 했지.”
실패의 대가는 무척이나 쓰라졌다.
말이 좋아 전쟁이지, 역사적으로 보아도 수십만 명을 동원하는 전쟁 두 번에 쓰러진 나라가 있지 않나.
바로 고구려를 친 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