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138화
평가 3일 차의 밤.
약속대로 나는 다시 엘시아를 불러냈다.
수행의 방법을 전수하기 위해.
‘시간이 없으니 알짜배기만을 줘야 해.’
결국 부족한 건 시간이다.
늘 시험 전날에는 ‘공부 하나도 안 했어! 우에에엥!’ 하고 울기 마련.
“하지만! 걱정 마! 이미 내가 방법을 다 생각해 뒀으니까!”
“오오! 뭘 하면 되는 거지, 시안?”
묘하게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엘시아.
의심 따윈 하지 않는다.
음, 착한 아가씨라서 좋네요.
“우선 엘시아 네가 부족한 건 능력에 대한 지식과 그리고 네가 안고 있는 결점이야.”
“지적을 들으니 할 말이 없군.”
“문제는 어느 쪽이든 평범하게 노력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단시간에 터득하기는 어렵겠지.
누구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기회인 거지.’
방해하는 기척이 없다.
단기간에 가능할 거라고 여기지 않는 건가? 자신만만한 것인지, 얕잡아 보고 있는 건지.
“시안. 무엇을 가르쳐줄거지?”
“아, 그런데 딱히 내가 가르치는 건 아니야.”
“무슨 뜻이냐?”
“자, 나와 주세요. 악마 선생님.”
짝짝, 장난스레 손뼉을 치자 “네, 네~ 나왔습니다.” 하며 에밀리는 귀찮다는 얼굴로 실체화하여 모습을 드러낸다.
“시안의 사역마?”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기에 엘시아가 미심쩍은 듯 미간을 찌푸린다.
한편, 에밀리도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말하고 있고.
“흐음~, 정말로 하려나 보네?”
“왜 의욕이 바닥이야?”
“계약자 외의 아이를 건드리는 건 왠지 내키지 않거든.”
“잠깐? 무슨 소리냐?”
점점 엘시아의 미간이 좁혀지는 게 훤히 보인다.
살짝 뒷걸음질도 치고 있군.
아니, 수상한 짓 안 하거든요? 믿는다며?
그저 살짝 우리 악마 누나를 불러서~.
“악마 고유의 정신 간섭 요령을 이용해 엘시아 네게 필요한 역량을 각성할 환경을 조성해 줄 거야.”
“정신 간섭을 이용한다고?”
내가 에밀리를 통해 벼락치기를 시도하다가 획득한 요령.
지식을 직접 자신의 심상에 다이렉트로 새겨 버리는 기예를 익히게 된 것.
그것을 써먹으면 고작 몇 시간뿐이라고 해도 필요한 요령을 충분히 숙달시키고도 남으리라.
“뭣보다 이걸 이용하면 방법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만 하면 제대로 네 능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
“그런 게 가능한 거냐?”
“이 누나가 어떤 악마인지 잊은 거니?”
서큐버스.
그 특성은 단순히 에너지를 빨아들이거나 유혹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심상을 조작하여 원하는 환경을 꿈속에서 그리는 것도 할 수 있단다.”
“놀랍군. 그래, 확실히 악마라면 가능한 재주겠지. ……하지만 그걸 이용할 생각을 하나?”
“난 하는데?”
“시안은 늘 한단다.”
어쩐지 엘시아가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눈길을 보낸다.
“악마에게 정신을 맡기는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거냐?”
“그 악마보다 더 위험한 게 많은 곳이 이 미친 세상이잖아. 새삼 뭘 따져.”
“……으음.”
말로는 절대 지지 않는 나.
“걱정 마렴, 센 척하는 아가씨. 이 언니는 네게 딱히 흥미가 없으니까 괜한 장난은 안 칠 거야.”
“……전혀 안심이 안 된다. 여하튼 악마를 이용해 심상을 조작한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 거지?”
“얌전히 있으렴.”
내가 하라는 듯 고개를 까닥이자, 에밀리가 느긋하게 다가가 엘시아를 붙잡는다.
어깨를 잡고 엘시아의 볼에 손을 대고는 얌전히 있으라며 타이른다.
“……으으으.”
“후후후, 걱정 마렴. 이런 아가씨 같은 아이도 타이르는 요령을 자알 아니까.”
아니, 그게 더 불안해 보이는데.
나는 일단 들으라며 한숨을 쉬고는 멋대로 설명했다.
“말했다시피 네게 할 건 두 가지야. 하나는 네 능력에 대한 지식. 끝나게 되면 바로 알 거야.”
그리고 두 번째.
지식을 주입하는 것만으로 그것을 바로 활용하기는 어렵겠지.
특히나 이 녀석에게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알아도 써먹지 못한다.
“지식의 각인이 끝나면 네 심상을 조작하여 어떤 환경을 조성할 거야.”
“환……경이라고?”
“네 능력의 상승 조건 중 하나는 감정의 변동의 폭을 이용하는 거거든.”
어째서 리올레이트가가 끔찍한 관례를 정착시켜 가면서까지 후예에게 능력의 각성을 강요하고 있는가.
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법의 하나.
“감정의 동요와 그것을 지배하는 감각. 그것을 익혀야만 너의 스킬을 다룰 제대로 된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거야.”
“……대체 무엇을 보여 주려는 거냐?”
“악몽.”
나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단어로 일축했다.
“네 심상에서 악몽을 재현한다.”
“어째서 그런 짓을?”
“능력의 조건도 있지만 까놓고 말해서 엘시아 넌 마음이 약해.”
공작가의 환경 때문에 억지로 강하게 살아야 했지만, 결정적으로 멘탈이 약하다.
비스킷과도 같지.
이해는 한다. 성장해야 하지만 그럴 사건들은 겪지 않았으니까.
“네가 힘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건 네가 실수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운전과도 같다.
쫄면 제대로 못 밟기 마련.
“악몽을 보고 생각하고 적응하고 받아들여.”
“……알았다.”
엘시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밀리가 발휘하는 능력을 받아들인다.
대놓고 멘탈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서인가 약간 의기소침해하는 것 같다만 상관없겠지.
에밀리가 엘시아에게 정신 간섭을 걸기 시작하고 조용해진다.
한가해졌군.
“그럼 나는 하던 작업이나 마무리 지을까…….”
아마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 해야 할 일을 하자.
가져온 작업용 소재들을 펼치고 요 며칠간 하고 있던 작업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6일 차 특별 시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건 저 아가씨만이 아니다.
‘……내가 더 필요하지.’
단순히 시험 수준의 활약으로 끝내지는 않으리.
규정상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지니고 갈 수 없었다.
외부 실습과 다르게 시험의 조건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하기에 대량의 물자를 지참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규제 대상.
그러니 포션도 몸에 지닐 수 있는 것밖에 가질 수 없었고, 내가 이따금 써먹는 대량의 스크롤도 이번에는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지닐 수 있는 것들에 투자를 해야지.”
자고로 이럴 때 할 선택지는 이것뿐이다.
템을 만들고 강화해라.
“슬슬 본격적으로 마법사다운 장비도 얻어야 하니…….”
나는 흑마법 클래스 스킬을 주 관심사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내가 마법사다운 이미지냐고 묻는다면 사실 거리가 멀다.
단검을 들고, 때로는 주먹질도 한다.
이곳에서 마법사의 이미지와 내 행적은 꽤나 큰 괴리가 있을 터.
“역시 마법사라면 지팡이 정도는 있어야겠지.”
로브는 걸리적거리기만 하니 필요 없지만, 지팡이는 가끔 탐이 나더라.
그럼에도 내가 마법사의 표준 장비나 다름없는 지팡이나 완드를 쥐지 않았던 건.
‘영 써먹지 못하니까…….’
마법 클래스의 2대 전용 무기라는 느낌으로 존재하는 것이 스태프와 완드다.
이 두 가지 장비의 특성도 서로 다르다.
자신의 키만 한 크고 아름다운 지팡이인 스태프 계열은 마법의 위력을 키우는 서브 옵션이 붙어 있다.
반대로 완드는 PVP 장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캐스팅 속도를 높이는 대신 위력은 다소 떨어진다.
대신 위력과 관련이 없는 버프나 디버프 마법의 캐스팅 속도도 상승하기에 보통 전투를 보조하는 지원 역할에 유용한 템.
‘하지만 내게는 두 개 다 필요가 없었지.’
완드는 제쳐 두고 스태프도 당장 쥐기에는 걸리적거리는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장비의 단점.
‘근접이 취약하고 이속 저하 같은 옵션이 걸린 장비가 많아.’
초기에 손에 넣는 스태프는 대부분 마법 능력을 키우는 대신에 다른 부분에서 단점이 발생했다.
그걸 상쇄하기가 초반에는 녹록하지 않아서 내게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필요해…….’
화력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 장비가 생겼다.
《사멸의 스태프》
혈목의 뿌리, 데스 나이트의 갑옷 파편 등 지금까지 모은 소재들.
‘이걸 이용해서 중반까지 충분히 통할 무기를 만드는 거야.’
게임에서도 추천하는 무기이기에 레시피는 기억하고 있었다.
며칠에 걸쳐서 합성을 신중하게 진행했기에 지팡이의 완성은 이제 거의 마무리만 남아 있는 셈.
“형태는 이제 다 만들었어.”
《완성도 95%》
남은 것은 이제 어떤 소재로 마무리를 하느냐는 것일 뿐.
《사악의 쐐기》
이전 엘시아에게 참견하는 시늉을 하며 빼돌린 리올레이트가의 지배 스킬의 일부 파편.
지금은 소재 아이템으로 취급되는 이것을 굳이 빼돌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설정상 이 술식은 과거 어느 흑마법사가 리올레이트가의 의뢰로 만든 저주라지?’
그리고 이 마력의 파편을 소재로 이용해 장비를 제조하면 그만큼의 사악한 힘이 붙는다는 설정.
‘그거 좋네.’
사악함이 부여되고 저주받은 장비는 이 업계의 다른 말로는 좋은 장비라는 뜻입니다.
주저하지 않고 나는 남은 소재를 이용해 지팡이를 완성시킨다.
《사멸의 스태프》
《등급 : S랭크》
《사악함에 물든 소재를 엄선하여 만들어 낸 악의 지팡이입니다.》
《옵션 1 : 흑마의 극한》
《옵션 2 : 마법 대미지 증가 (대)》
《옵션 3 : 마법 대미지 증가 (중)》
아주 좋군.
“쓸 만한 완성도다.”
스태프 장비의 이점을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5장……. 아니,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만한 성능이다.
“특히 가장 좋은 건 부여된 스킬.”
흑마법을 증폭시키는 패시브 스킬 ‘흑마의 극한’이 붙은 게 더할 나위 없었다.
시험 삼아 스태프를 쥐고 내 마기를 가볍게 흘러 넣는다.
“어디…….”
평소 가볍게 견제용 흑마법을 쓸 때 정도의 느낌.
고오오오오오오오.
공기가 무겁고 탁해지는 느낌이 든다.
스태프의 특성은 마력의 증폭.
2의 마력을 투입하면 이를 증폭시켜서 4 혹은 그 이상의 힘을 내게 하는 것이 이 장비의 존재 의의.
주입한 마기가 스태프 내부에 순환되며 증폭 회로를 통해 더욱 강력한 마기로 끓어오른다.
기분 탓인지 지팡이가 제법 묵직해진 기분도 든다.
“제대로 시동은 걸리는군.”
비유하자면, 엔진에 불을 붙인 상태.
스태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긴, 누가 만들었는데 하자가 있을까.
조금 거만한 기분이 되자 주입되는 마력도 들뜨는 느낌이 든다.
“시험해 볼까.”
스태프를 경유하여 마법을 캐스팅해 보자.
다만 공격 마법은 함부로 펼치면 소란이 나겠군.
그러니 공격력이 없는 흑마법으로 시험해 보자.
검은 진흙의 손.
홀딩과 견제용으로 자주 써먹는 흑마법.
평소라면 대여섯 개의 진흙의 팔이 뻗어 나와 목표물에 엉겨 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팡이 끝에 펼쳐진 마법진이 지면에 파고든다.
동시에 나를 중심에 두고 50미터 반경으로 마기의 진흙이 끓어 넘치더니 그곳에서 수십 개의 팔이 꿈틀거리며 치솟는다.
“우와, 이거 누가 보면 꿈에 나오겠네.”
수십 개의 진흙의 팔이 꿈틀거리며 목표물을 찾는 이 광경은 정말 내가 빼도 박도 못하게 사악한 마법사라는 느낌을 주었다.
“……어디.”
지팡이를 겨누며 목표물을 지정하자, 그 수십 개의 팔이 뻗어 나가 그대로 표적을 단단히 붙잡는다.
“확실하게 강해졌다는 느낌이라 나쁘지는 않군.”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단순히 마력의 증폭뿐이 아니라 고유 옵션에 의해 캐스팅되는 흑마법의 레벨이 한 단계 더욱 증폭된 것이다.
아마 1서클의 단계 차를 좁힐 정도에 맞먹는 위력을 발하게 된 거겠지.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의 시험뿐인가.”
엘시아의 상태를 가늠하며 나는 다시 스태프의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그녀의 각성이 내 뜻대로 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만.’
일손 하나가 늘어나느냐 그렇지 않으냐 정도의 차이일 뿐.
내가 말없이 스태프를 다듬으며 이제 곧 있을 시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 같은데.’
아직 엘시아 쪽은 조용하다.
그녀의 심상을 건드리고 있는 에밀리도 별 반응이 없는 거 같고.
잘되고 있는 건가?
살짝 걱정된다 싶으면 꼭 무언가 일이 터지기 마련.
“……어머, 이건 좀 위험하겠네.”
난처하다는 듯이 에밀리가 중얼거리자, 이내 엘시아에게서 발하는 빛.
검은 열기를 품은 빛이 에밀리를 밀쳐낸 것이다.
“에밀리?!”
“괜찮아, 시안. 이 정도로는 별다른 타격이 없단다. 조금 에너지를 소비했지만.”
인간이었으면 중상을 입었겠지만, 에밀리는 손상을 입은 육체를 마기로 순식간에 재구축하였다.
“왜 공격을 받은 거지?”
“악몽을 꿀 때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일 때가 있잖니.”
자다가 발길질하는 느낌으로 공격을 받았다고?
“저 아가씨의 심상은 훨씬 더 위태로운가 보네.”
요컨대 유리 멘탈이 화를 불렀다는 뜻.
응, 이해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