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150화
엘시아와 밀리안의 전투.
그 전투에서 쌍방에게 붙은 전제 조건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다.
스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검은빛을 두른 창과 재를 흩날리는 팔이 몇 번이고 부딪친다.
“하아앗!”
“하하핫! 어설퍼! 엘시아!”
벌써 수십 합을 겨루는 동안, 그 여파로 두 소녀의 주변은 마치 전쟁터의 참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풀과 나무는 사라져 잿더미만 남았고, 심지어 흙마저 검은빛의 여파가 닿아 타들어 가고 있었다.
고유 스킬인 종언의 피의 효력인 원소 단계에서의 파괴.
그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는 대인전.
단, 한 방을 찌르기만 해도 결판이 나는 흉악한 무기를 두고 싸우는 꼴이다.
“이해할 수 없어. 엘시아 리올레이트. 이런 재능을 지니고 어째서 그렇게까지 겁을 먹는 거야?”
“몰라서 묻는 거냐!”
“너무나 잘 아니까 네 재능을 탐내는 거야!”
밀리안이 잿더미의 팔을 쥐고는 주먹을 내지른다.
그것을 엘시아는 힘이 깃든 자신의 창을 휘둘러 막아 내었다.
“어리석어! 너무나 멍청해! 이런 걸 가지고 나는 타락하지 않겠다니? 그렇게 말하는 게 진짜 가소롭잖아.”
“……알기 때문에 타락하지 않겠다는 거다! 밀리안!”
“그럼 이번에야말로 나를 죽여 봐!”
밀리안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같은 종언의 피를 구사하고 있지만, 밀리안의 것은 모종의 수작으로 그 몸에 억지로 깃들게 한 형태.
당연히 엘시아의 그것보다 약하기에 그녀는 자신의 기교로 약점을 메워서 밀어붙인다.
그런 밀리안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무슨 짓을.”
엘시아는 반사적으로 창을 내질렀다.
어차피 피할 것이다. 혹은 저 팔로 받아 내서 흘리든가.
당연히 지금의 돌진도 그저 속이기 위한 패턴일 뿐.
그러나.
“너무 물러. 엘시아.”
밀리안은 엘시아가 내뻗은 창을 막지 않고 오히려 더욱 뛰어들었다.
창날이 그녀의 안면 안쪽에 깊숙이 파고든다.
“……?!”
반사적으로 엘시아의 움직임이 멎는다.
그러나 그게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잠시.
“역시 어설퍼. 마음 약한 엘시아.”
창날이 파고든 안면의 반쪽. 그곳은 밀리안의 재만 남은 얼굴.
창에서 전해지는 감촉도 사람을 찌른 것이 아니라 마치 마른 모래를 찌른 것 같았다.
안쪽에 아무것도 없다고?!
“이런!”
실수했다는 판단에 엘시아가 창을 거두려 했지만, 약간의 동요 덕에 그 반응이 늦어졌다.
그 무름을 비웃으며 밀리안은 그대로 팔을 뻗으려 한다.
할 수 없이 엘시아가 창을 포기하고 뒤로 뛰어서 피하자 아슬아슬하게 그 팔이 엘시아의 어깻죽지에 스친다.
“아까워라. 그거 알아? 엘시아. 이것에 태워지면 그 무엇보다 아프거든.”
“……알 거 같군. 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엘시아는 찡그린 채 단검을 뽑아 빠르게 자신의 피부를 베어 낸다.
달라붙은 검은 재를 같이 털어 낸다.
“아프겠네.”
놀리듯 히죽이는 밀리안.
이미 상대가 동요하는 시점에서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상처도 얕지 않다.
스킬의 효과를 받지 않기 위해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저렇게 피를 흘리면 체력도 떨어지겠지.
그렇지 않아도 엘시아는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 데 익숙지 않다.
“그 흑마법사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몰라도 이 짧은 시간 안에 전부 다뤄 내는 건 어려울 거야.”
“…….”
“정곡이지?”
말이 없는 것을 두고 밀리안은 쾌재를 불렀다.
엘시아의 행동은 계획과 달랐다. 아니, 그녀로서는 그편이 더 좋았지만.
덕분에 엘시아를 각성시킬 필요 없이 그녀의 힘을 가져갈 명분을 얻었으니까.
“내가 이겼어.”
“한 가지 물어보마, 밀리안. 너는 아버님…… 리올레이트가의 가주에게 무엇을 들었지?”
단순히 잡담으로 시간이라도 끌어 볼 생각인가? 밀리안은 어이없다고 여기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아니면 궁금해?”
“딱히 나도 궁금하지는 않다. ……그것보다 이 얘긴 아마 그조차도 한 적이 없는 것일 테니.”
무슨 말이지?
“네가 원하는 리올레이트가의 능력에 대해서 말인데, 어째서 종언의 피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이 붙었는지 들었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엘시아. 지금 헛소리라도 하자는 거야?”
“그건 아니다. 우습지만 당연히 알아야 했던 게 아닌가.”
엘시아는 자신을 비웃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정작 그 얘길 가문의 기록이나 아버님으로부터 아닌 전혀 상관없는 녀석에게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참으로 묘하더군.”
“……그런 얘기 들을 마음 없어.”
밀리안은 묘한 초조함을 느꼈다.
단순한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꺼낸 것 같지는 않았다.
결심.
어째서인지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은 엘시아를 앞에 두고 기이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뭐야.”
그 말이 흘러나온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이 입힌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어째서인지 그것이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흘러 내려간 바닥은 검은 재로 부서지고 있었고.
“어떤 신에게서 받은 피라더군.”
그것은 리올레이트가의 직계 후손인 그녀조차 몰랐던 설화.
리올레이트가가 지금의 가문을 세우기 전.
한 사내가 어떤 바람을 담은 기도 끝에 어느 신에게서 내려받은 피를 마시고 얻게 된 권능이라고 한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헤쳐 나갈 권능을 바라고 그것을 허락받아 얻은 힘이라더군.”
“흐음……. 잘났네. 그래서 위대한 가문의 역사라고 말해 주려는 거야?”
“그럴 리가. 우습게도 이 이야기는 내가 리올레이트가에서 자라는 동안 단 한 번도 들은 적도 기록을 읽은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처음 그 가주의 이름조차도 모른다.”
유실되었으니까.
기이하게도 리올레이트 공작가는 그 공작가의 기틀이 되는 가문을 세운 자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모종의 사고로 유실되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제국의 황제조차도 방관했다.
“더욱 기이한 것은 나는 그것을 시안에게서 들었다.”
리올레이트가의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그 처음의 시작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것이다.
“그 말을 믿는 거야?”
“신기하게도 부정할 수가 없더군.”
믿지 못할 헛소리라고 부정하기엔 시안이 자신의 행적으로 증명했다.
“무엇보다…… 이것을 직접 해내고 나니 더욱 부정할 수가 없었다.”
“너, 무슨 짓을?”
엘시아가 자신에게서 흐르는 검은 피를 움켜쥔다.
“피를 바치나니……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태울 허가를 청하니라.”
주문.
하지만 마법이 아니다.
애초에 엘시아는 어지간한 수준의 마법은 굳이 거창하게 주문을 외지 않아도 빠르게 발동시킬 수 있었다.
“……뭐야?”
밀리안은 아연실색한 채 중얼거린다.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적어도 리올레이트 공작과 작당할 때는 이것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다는 증거.
피가 모여든다.
흘러내린 피가 움켜쥐고 있는 엘시아의 손아귀에 모여들고 어떤 형상을 이룬다.
삼지창.
“종언의 창…… 이라고 하더군.”
엘시아 리올레이트 고유의 전용 스킬.
종언의 피의 이용법을 깨우치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쥐고 휘두르는 형상.
능력을 가장 확실하게 무기로서 제어하는 법.
“리올레이트가에 흐르는 피 그 자체가 부여받은 권능이라더군.”
“그래? 참고…… 해 둘게! 기억하지는 않을거지만!”
밀리안은 문답 무용이라는 듯 달려들었다.
한편으로 냉정하게 생각했다.
저 창은 뭐지?
엘시아가 말한 능력의 유래?
리올레이트 공작에게서 들은 것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그녀가 들은, 엘시아가 리올레이트의 방식대로 각성했을 때의 활용법하고는 달랐다.
‘아니면 허세를 부리는 건가?’
처음부터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왜 지금껏 쓰지 않았던 건가.
역시 기만이 틀림없다!
‘어느 쪽이든 먼저 제압하고 들으면 될 뿐.’
결국, 힘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파괴하는 힘.
닿지만 않으면 된다.
‘역시 별것 아니야.’
오히려 알기 쉬운 창의 형태인 게 더 나빠진 거 아닌가? 그냥 방출하는 편이 훨씬 피하기 어려웠을 텐데.
‘실수한 거야, 엘시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밀리안은 재의 팔을 치켜들어 덤벼들려던 때였다.
엘시아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안타깝게 여기는 것 같은 얼굴.
“……충고하마. 무조건 피해라.”
“뭐?”
무슨 헛소리냐고 되묻기도 전에.
엘시아는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은 창을.
“흐읍!”
던졌다.
순간, 밀리안은 그녀가 제정신인가 의심했다.
기습도 아니거니와 피하라고 말한 후 대놓고 던지면 그걸 자신이 맞기라도 할까?
밀리안은 엘시아가 던진 검은 창을 흘리기 위해 재의 팔을 사용했다.
별것 없다.
같은 힘끼리는 반발하기에 가볍게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창의 궤도는 바뀔 것이다.
그러니까…….
“……어?”
무심코 흘러나온 멍청한 목소리.
그러나 그런 자신의 꼴을 자각할 새도 없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이 창은……. 설마?!”
황급히 그녀가 멀쩡한 반신을 옆으로 내빼듯 본능적으로 주춤한 순간.
파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창이 밀리안의 재의 팔을 허무하게 꿰뚫는다.
조금 전까지의 공방이 대체 뭐였는지 싶을 만큼 허무하게.
검으로 종이를 뚫는 것처럼 간단히 뚫어 버린다.
‘그뿐이 아니야?!’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발이 끌려 들어간다.
창이 지나간 허공에 검은 재가 흩날린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태우듯.
그 정체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흐윽?!”
밀리안의 비명도 삼킬 정도로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일대를 뒤흔드는 강풍이 불어오고 밀리안은 그대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허무하게 바닥을 굴렀다.
조금 전 엘시아가 던진 창은 종언의 피와 똑같은 파괴 효과를 지녔다.
그것을 허공에 던지더라도 그 효과를 발휘시킬 대상이 있었다.
공기. 그 안에 들어 있는 원초적인 마나 요소.
그것을 강제로 없애고 그렇게 발생한 공기 중 결락의 차이에 의해 한순간 폭풍이 일어난다.
말 그대로 창 한 자루를 던져서 강력한 폭풍을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
“허억…… 헉……. 엘시아…… 이건…….”
“항복해라. 밀리안.”
엘시아는 두 번째 창을 자신의 피에서 뽑아내 만들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저 능력을 사용하는 데 당사자의 혈액이 필요하겠지.
그 한도는 존재할 테니 무한히 뽑을 순 없겠지만.
아마 그것이면 충분할 것이리라.
엘시아가 두 번째로 창을 던질 일은 없다.
“그 꼴로 더는 싸우지 못할 것이다.”
창을 겨누며 끝을 고한다.
그녀의 말대로 밀리안은 더는 엘시아와 맞설 수 없었다.
조금 전 비껴간 그 일격만으로 밀리안의 오른팔.
재의 팔이 완전히 힘을 잃고 흩어졌다.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이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그것은 리올레이트가의 능력의 잔재를 긁어다 붙인 것이겠지.”
“그래, 맞아. 데올킨 리올레이트가 만들어 낸 힘의 편린에 불과해.”
고작 그의 힘의 아주 일부분을 흉내 낸 것에 불과할 뿐.
그 말을 들은 엘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잃었으니 더는 싸울 수 없을 것이다. 항복해라. 밀리안.”
“그 말대로네. 설사 이 팔이 건재했다고 해도 아마 그것과 맞서지는 못했을 거야.”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과연, 그가 네 각성을 바라는 마음이 이해가 가. ……그게 그가 바라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밀리안.”
“축하해. 엘시아, 힘을 얻었구나. 정말 부러울 정도로 말이야.”
그러나 말과는 달리 밀리안의 표정에는 시기가 담겨 있었다.
단념한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훨씬 지독한 것을 결심한 듯 보였다.
“멈춰라.”
“멈출 리가 없잖아. 엘시아. 축복받은 너나 아카데미의 철부지들과 달리 나 같은 것에겐 이것밖에 없으니까.”
무언가를 하려 한다.
그것을 확신한 엘시아가 어떻게든 밀리안을 막으려 했다.
마법으로 공격해 기절이라도 시키고자 했지만.
“정말로 무르구나, 엘시아. 그대로 그 창으로 나를 지워 버렸으면 됐을걸. ……하지만 그 덕에 결심이 섰어.”
밀리안이 꺼낸 것은 수정구.
그녀의 손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수정구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일렁이는 검은빛이었다.
“……멈춰!”
그 정체를 물을 것도 없었다.
아마 리올레이트 공작의 것일 터. 저것을 어떻게 사용할진 몰라도 아마 최악의 방식임은 분명했으니.
“엘시아, 네가 보여 줬으니 이젠 내 차례야.”
검은빛이 밀리안을 집어삼킨다.
“계획이 풀리지 않을 때 이것을 사용하라고 했지.”
“대체 그건 뭐냐! 뭘 할 셈이냐!”
“그 사내는 이리 말하더라. ……불완전한 각성.”
밀리안의 말이 거기서 끊어졌다.
그 소녀의 몸을 집어삼켜 불태우고는 그 혼과 잔재를 이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괴인.
인간이 결코 손대서는 안 될 것에 엮이어 치닫는 말로.
괴인으로 변한 밀리안은 숨을 고른다.
변모한 자신의 감각을 새로이 확인하듯.
그러곤 만족스레 웃으며 그 괴인은 경악하는 엘시아를 내려다보면서 손짓한다.
밀리안.
아니, 파멸의 괴인으로 전락한 모습을 과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