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0
제159화
159화
멕젠 학과장의 강의는 문제없이 마무리되었다.
조금 전의 그 실습을 제외하면 더 이상 내게 질문이나 시키는 일도 없었고.
그렇게 수업이 끝난 뒤.
나는 공용 마법 클래스의 학과장실로 향했다.
‘진짜 용건은 지금부터일 테니까.’
도착하자마자 바로 문 너머에서 “들어오게.”라는 소리가 들린다.
거참 귀도 밝아요.
“실례하겠습니다. 멕젠 학과장님.”
“생각보다 빨리 왔군. 자네의 평판대로면 좀 더 여유롭게 올 거라고 여겼네만.”
“정말로 궁금합니다만, 교수님들 사이에서 제 평가가 대체 어떻습니까?”
“궁금한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몰라도 되는 거라면 모르는 게 낫겠지.
“차는 좋아하는 것이라도 있나?”
“차보다는 저쪽에 더 흥미가 있습니다만.”
나는 슬쩍 학과장실 한구석에 놓여 있는 장식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딱 봐도 ‘나, 귀해요!’라고 주장하는 느낌의 술병이 몇 개 놓여 있었다.
학과장의 컬렉션인가.
‘좋아 보이는 술이네.’
한창 술이 당기는 청춘이니까요.
“하하, 아직 자네에겐 이르지.”
“이르다고 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농담 말게. 학과장 잘리는 꼴 보고 싶나?”
쳇. 아깝네.
그럼 저 술병들과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래서, 어땠나?”
“강의 말씀이십니까? 글쎄요……. 멕젠 학과장님의 격에 맞는 훌륭한 강의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딱히 입발림 소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다른 공용 마법 클래스의 교수들 강의보다 수준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강의의 수준에 불만은 없었다.
그것을 말하려면 적어도 내가 그의 능력을 능가하는 시점이 돼야겠지.
“고작 그건가?”
그러나 멕젠 학과장의 반응으로 보아하니 단순히 수업의 평을 듣고자 한 것은 아니리라.
아마 그가 듣고 싶은 건…….
“더럽게 화기애애한 수업이더군요. 어느 분 덕에 강의 후반부에는 딱히 냉방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만.”
“솔직하군.”
“그게 듣고 싶으신 걸로 보여서 말이죠.”
강의의 수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강의를 듣는 녀석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리라.
“최근 들어서 노골적으로 공용 마법 클래스 애들의 분위기가 싸늘해진 거로 여기시는군요.”
“자네도 들었지 않나.”
“아……. 그 고귀한 어쩌고 말이죠. 풋! 자기가 고귀하대!”
분명 한 10년쯤 지나서 자신의 말을 떠올리곤 스스로 이불을 찰 거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그 사상이 공용 마법 클래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 중 어떤 일파들.
고위 귀족 출신 학생들의 자만.
“저로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근에는 조금 더 살벌해졌더군요.”
“착각은 아닐 걸세.”
놈들이 으스대고 시비를 거는 일은 딱히 새삼스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시비를 걸면 그만큼 뜯어먹을 게 많아지니까 나로서는 웰컴!
하지만 성가신 것은 그 뒤에 이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최근에는 그 멍청이들에 해당하지 않는 녀석들에게도 살기가 느껴지더군요.”
“살기인가…….”
“딱 그 말이 적절하거든요.”
최근에 달라진 점이라면 그 멍청이들의 반대편에 속하는 아이들.
하위 귀족이나 평민 출신의 학생들에게서도 살짝 불온한 느낌이 감돌기 시작했다.
“대립이군요.”
“역시 그런가…….”
노골적이니까.
귀족 파벌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귀함을 주장할 때, 그 반대편에 선 학생들이 적의를 보내는 게 더욱 노골적이 되었다.
심지어는.
“제 행동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니 그것에도 짜증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만.”
“역시 그렇군…….”
멕젠 학과장이 속이 쓰리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딴 것으로 파벌을 나누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지.”
본인도 느끼고는 있겠지만, 그래도 교수의 입장보다는 학생의 입장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일 테니까.
하물며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갈등이 없을 리는 없겠죠. 사람은 자신과 다른 입장에 선 자들에게 적의를 느끼는 법입니다.”
“그것도 정도가 있네. 특히 최근에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
“악화…….”
“거기에 양측이 전부 주목하는 게 바로 자네일세. 시안.”
“……칫.”
학과장 앞이라는 사실도 개의치 않고 그만 혀를 찼다.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알고 있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시안 자네가 83기 수석이라는 말이 도나 보더군. 허허.”
“발표는 아직일 텐데요?”
학년 1위에 대해서는 아직 심의 중.
“하지만 누구도 자네임을 의심치 않지.”
“……하긴.”
대놓고 내 이름이 등수에서 빠져 있으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숨길 것도 없다.
“요컨대 최근 공용 마법 클래스의 살벌한 분위기가 제 등수 때문이다?”
“그 말에는 조금 어폐가 있네만, 적어도 아이들이 자네를 의식하는 것은 사실이네.”
“으아…….”
귀찮은 일이네.
흔히 말하는 기득권에 속하는 일파는 나를 경계하고.
그곳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내게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의 언동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특히 지금의 공용 마법 클래스는 이런 풍조가 더욱 심각하네.”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하지.”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엘리트주의가 머릿속에 굳게 뿌리박혀 있고, 특히 기득권이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컸다.
“일개 학생인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니네요.”
“그런가? 지난번 말렉 교수가 왜 자네에게 이를 갈았는지 모르나?”
“아! 그렇군요. 그럼 마탑입니까?”
“오오? 거기까지 아나 보군.”
말렉 교수는 공용 마법 클래스의 교수들 중에서도 친마탑파다.
사실 살벌한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따지자면 선배들. 더 나아가서는 교수들도 이미 그렇게 파벌이 갈려 있었다.
흔히 말하는 마탑 출신의 교수들과 그렇지 않은 교수들.
“제가 수석이라도 되면 말렉 교수의 입장이 곤란해집니까?”
“자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네.”
“그럼 신경 안 쓰죠.”
뭔가가 있다는 소리군.
어쩌면 그 회의에 멕젠 학과장이 급히 돌아와 개입한 것도.
말렉 교수의 독단을 저지하기 위한 게 아니라 마탑의 개입을 신경 써서인가.
왜냐하면, 그는 마탑의 사상에 반대하는 쪽이니까.
“그걸 뻔히 아시면서 제게 학과장님 강의의 청강을 권하시고……. 하물며 실력을 과시하도록 유도하신 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뻔하죠. 그 핏줄 따위에 찌든 멍청이들한테 보여 주고 싶으신 거겠죠.”
살짝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한 것은.
멕젠 학과장이 그 가진 놈들을 자극하기 위한 용도로 나를 써먹었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기꺼이 따른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시안, 잠시 자네의 역량을 보도록 할까?”
“……네? 역량을?”
“간단한 테스트네.”
멕젠 학과장이 가볍게 손바닥을 뒤집은 순간.
학과장실 내부의 공간이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한다.
‘공간 계열의 마법…….’
그 밖에도 사물의 파손을 막기 위한 견고계 결계까지 동시에 펼친다.
마법사로서의 역량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
“한번 보여 주지 않겠나?”
“영 의욕이 생기지 않는데요.”
“하하, 그럼 이건 어떤가. 나를 놀라게 하면 자네가 눈독 들인 거 선물해 주지.”
“아하~, 그 말 무르기 없깁니다?”
내가 처음에 눈여겨본 그의 애주.
“제가 골라도 됩니까?”
“나를 감탄하게 해 주면 말일세.”
딴소리하지 마세요.
지팡이를 꺼내고 마기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반면 학과장은 맨손. 달리 별개의 장비를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실력 차이가 여실하군.’
5서클과.
8서클.
그 차이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럼 가볍게 재롱 좀 부려 볼까요?”
“호오……. 자신만만하군.”
나는 태연하게 말을 걸면서 마기를 늘어트려 그의 등 뒤에서 본 랜스를 무수히 쏘아 내도록 시켰다.
“원거리에서 발동 지점을 정하는 기예인가. 재밌는 테크닉을 익혔군. 흑마법 클래스에 이런 교본은 없을 텐데?”
“요즘의 대세는 독학과 예습이니까요.”
쏘아 낸 골창들을 멕젠 학과장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막아 낸다.
그의 마력에 막혀 골창이 허공에서 정지하고는 그대로 부서져 내린다.
마법이 아니라 순수하게 마나를 방출하여 그 압력만으로 해낸 것.
심해에서 엄청난 수압이 발생하듯이 대량의 마나를 보유하면 저런 짓도 마치 숨을 쉬듯 쉽게 해낸다.
“이것이 전부인가?”
“그럴 리가요? 전력으로 쳐도 괜찮은지 확신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하하, 안심하고 해 보게.”
오냐.
왠지 오기가 생겨서 한 방 먹여 주고 싶어졌다.
흑염멸아.
학과장의 주변을 포위하듯 생겨난 화염의 이빨 덫이 그를 향해 일제히 덮쳐든다.
당연히 간단하게 막힌다.
“그리고 이걸 쏟아부어 드리죠.”
-라이트닝 인페르노.
5서클의 마법을 정면에서 퍼붓는다.
검은 벼락과 화염으로 이루어진 파도가 그를 집어삼킨다.
“과연 5서클. 그것도 갓 접어든 것치고는 믿기지 않는 위력이군.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말렉 그 친구가 위험했겠어.”
흥미로워하는 어조와 함께 휘몰아치던 불길이 딱 멈춘다.
그대로 정지한 불길을 좌우로 밀어내며 학과장이 걸어 나온다.
“공간 마법…….”
“학생에게 이걸 보이는 것은 간만이군. 하물며 대련에서 보여 주다니.”
나를 칭찬하듯 말하며, 멕젠 학과장은 자신의 특기 마법을 자랑하듯 선보인다.
불길의 좌표를 공간째 고정해서 멈추게 한 것이다. 열량마저도 붙잡을 정도의 정확한 계산.
멕젠 학과장의 최대 특기가 바로 그 공간을 장악하는 기예라는 점.
“흠, 확실히 실력이 놀랍군. 다만…… 충분히 상정한 정도인가.”
“아하~, 그럼 이건 어떤가요?”
어떻게든 놀라게 해 주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겠어.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흑염탄을 가볍게 내팽개치듯 날렸다.
“음? 잠깐? 자네?!”
그러나 흑염탄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노리는 것은 멕젠이 아니라 그가 공간 확장으로 저 멀리 치워 놓은 애주들을 모셔 놓은 서랍장.
아무리 그래도 컬렉션은 못 참지.
“장난이 지나치군?!”
쏟아지는 흑염을 그가 급히 손을 뻗어 공간 마법으로 막아 내려던 때였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 건 학과장님이시니까요.”
잠시 멕젠이 한눈을 판 사이, 나는 마기를 끌어올려 전신을 강화하고는 단검을 뽑아 뛰어들었다.
“이런…….”
그는 눈가를 찌푸리며 나를 정지시켜 막는다.
단검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앞에서 정지하나.
그 단검에서 흘러나온 불씨가 그의 옷깃을 살짝 태운다.
“…….”
“살짝이라도 그을리게 했으니 충분하지 않습니까?”
“……다니엘 교수가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군.”
마법을 날린 후 일부러 돌진하여 나를 막아 내는 데 애먹게 한다.
거칠게 튕겨 낼 수도 있으나 학생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려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한 건방진 짓이었다.
“약속은?”
“알겠네. 가져가게.”
그가 한숨을 쉬며 손을 휘젓는다. 팽창했던 공간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마법을 난사했는데도 바닥의 양탄자 한 올도 타지 않았군.
무섭네, 8서클의 고수는.
명백하게 조금 전의 대련은 내게 몇 수나 양보하고 놀아 준 것이다.
“원하는 걸 고르게.”
“그럼 사양 않고 고르겠습니다.”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적당히 서랍장을 열고 한 병을 꺼낸다.
그러자 학과장은 조금 전 내게 한 방을 먹을 때보다 더 기겁을 하며 놀란다.
내가 고른 것은 빌로네스 240년산이라고 부르는 물건.
제국의 북부 빌로네스 영지에서 생산하는 고급품이었다.
“하필 골라도 그것인가?! 어렵게 구한 것이거늘.”
“제가 좀 눈이 높거든요.”
“자네의 평소 생활 태도가 몹시 궁금해지는군. ……아니, 학생들의 생활도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네만.”
“걱정 마시죠. 아마 이러는 건 저뿐일 테니까요.”
설마 다른 학생들이 이러려고.
이 학교에서 생활이 문란한 건 저뿐입니다!
“자랑이 아닐세.”
사양 않고 가방에 그 술병을 소중히 넣은 뒤에 나는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와 소파에 앉는다.
“일일이 제 역량까지 확인하시고 무엇을 시키고 싶으신 겁니까?”
“이렇게 된 거 사양 않고 한 가지 제안을 하겠네만.”
그는 마치 조금 전 내가 지을 법한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다른 학과장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을 부탁을 입에 담는다.
“우리 애송이들에게 호되게 현실을 가르쳐 줄 마음이 있나?”
“그거 끌리는 제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