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05
제304화
304화
쏟아 낸 대량의 흑염은 전방을 완전히 휩쓸고 교회 성의 벽까지 녹여 버렸다.
그것을 멍하니 보던 알피네가 중얼거린다.
“해, 해치운 건가요? 아얏?!”
“……불길한 소리 하지 마.”
부활 주문 외우니?
하긴, 저 바보 성녀의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어도 놈과 더 싸울 일은 없겠지.
알피네의 머리를 지팡이로 가볍게 두드리고는 나는 전방에 흩뿌려진 흑염을 꺼트렸다.
“흥, 살점 하나 남지 않았나.”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상관없어. 꼴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상할 것은 없지.
제아무리 단련된 인간이라도 그 정도 화염에 휩쓸렸으면 당연히 살점 하나 남지 않는다.
……딱히 남길 바란 것도 아니고.
“……일단은 이 정도면 됐어.”
나는 적당히 허공만을 대충 힐끗거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건 교회 성내에 있을 다른 사람들을 챙겨서 나가는 것뿐이야.”
거기에 붙잡혀 있을 인질들도 찾아 확보해야 하고.
“그러네요! ……그런데 어떻게 나가죠?”
“걱정 마. 그 정도는 생각해 뒀으니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교회 성 중추에 이 아공간을 유지시키는 장치가 있을 테니 그것을 건드리면 해결될 것이다.
“미셀이나 아니면 마법 계열 클래스 애들한테 시켜서 건드리게 하면 돼. ……전해 주고 와.”
“제가요?”
“난…… 귀찮거든. 자, 갔다 오면 간식이라도 줄 테니까.”
“치이……. 저도 지쳤는데요. 그리고 애 아니거든요? 간식이 뭐예요!”
“그럼? 뭘 바라는데?”
“나중에 말할래요!”
할 수 없다며 알피네는 툴툴거리면서도 시키는 대로 내 전언을 전하러 갔다.
그대로 녀석의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자, 침묵하고 있던 에밀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역시 그자와 결판이 나지 않은 거니? 뭔가 숨기고 있잖니.”
“아니, 싸움 자체는 끝났어. ……놈과 더 싸울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을 거야.”
실은 절대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도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다만…….
나만이 볼 수 있는 사실이지만, 놈과의 싸움이 끝나도 정작 승리를 판정하는 메시지는 뜨지 않았지.
《멸성검의 파편을 획득합니다.》
조금 전의 전투의 전리품으로서 박살 난 멸성검을 얻은 것뿐.
정상이다.
이렇게 될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역시 숨겨져 있지?”
“응. 위쪽에서 조금 전부터 위화감이 느껴지네. 그 괴물 같은 신성력을 가진 자가 사라지고 난 뒤부터야.”
뻥 뚫린 천장.
그 너머를 의식하며 응시하니 과연 시커먼 하늘에 순간 흐릿하게 잔상 같은 게 보였다.
교묘한 위장이다. 저 위에 또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시안. 어쩔래?”
“쳐들어갈 힘 정도는 남아 있고. ……끝장을 봐야 하니 가자.”
에밀리에게 소마룡을 불러내도록 지시한 후 소마룡에 올라탄 채 그대로 위로 상승했다.
“그대로 올라가.”
“부딪칠 텐데?”
“상관없어. 어차피 단단하지는 않을 테니까.”
지시대로 더욱 상승 속도를 높이고 그 숨겨진 무언가에 부딪치기 전에.
“흥.”
지팡이에 마기를 실어 두르고는 올려 쳤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숨겨져 있는 구조물을 부수고는 그대로 안쪽으로 쳐들어갔다.
별것 없는 장소다.
굳이 말하자면 누군가의 은신처.
“저 쓸데없이 큰 교회 성조차도 눈속임이라는 거군. ……참 허무하지 않아? 그 최강의 성기사라는 작자의 실체가 고작 이런 답답한 곳에 틀어박힌 폐인이라니.”
방 하나 정도.
대충 5~7평 정도의 공간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마치 미라와 같은 노인.
“……살아는 있네. 시체 같지만.”
에밀리가 조롱하듯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시 보네? 아니, 본체와는 처음이니 초면이라고 해야 하나? 백의 시조. 키온 말로레스.”
“네…… 이노오오오오옴…….”
분노조차도 패기가 딱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쇠약한 모습이었다.
부들거리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는 노인.
“제아무리 강한 인간도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을 리 없지.”
“과연 지금까지 싸운 그 인간 역시 꾸며낸 가짜라는 거구나.”
“놈의 분신이 활동할 때는 그 존재감에 가려서 눈치채는 게 쉽지 않지만.”
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저 노인이야말로 백의 시조, 본인이라는 걸.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늙고 초췌한 몸을 숨기고 전성기의 육체만을 재현시켜서 이용하고 있었던 것.
《백의 연명실에 침입합니다.》
정답이다.
이곳이 놈의 진짜 은신처.
“만약 알지 못하고 지나갔다면 시간이 지나고 놈은 다시 전성기의 육체를 부활시켜서 덤볐겠지.”
내가 이곳을 깜빡하지 않는 한 절대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대의도……. 도리조차도 모르는…… 방자한 애송이 따위가……. 커헉!”
놈은 조금 언성을 내려 한 것만으로도 피를 토하며 괴로워한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시체 같은 노인이다. 직접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겠지.
“하하, 비참하네. 정말로 추해.”
싸울 일이 없다고 내가 자신 있게 말한 건 이 때문이다.
끝을 내는 건 간단하다. 아마 간단히 딱밤을 때리는 정도로 타격을 가해도 저 비참한 목숨은 완전히 바스러지겠지.
“그 짜증 나는 업에 나름 걸맞은 벌을 주지.”
간단히는 안 끝낸다.
힘겹게 욕지거리라도 내뱉을 것 같은 백의 시조를 향해 나는 가볍게 지팡이를 대고는 미세하게 마기를 흘려보냈다.
비명 소리조차도 내지 못하고 점점 새카맣게 변색되더니 부서져 간다.
저 늙은 몸뚱이로는 흘러 들어가는 마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산채로 썩는 것이다.
“흐음~. 이거 복수니?”
“그런 거창한 건 아니야. 그냥 화풀이.”
천천히 그리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라. 망할 노인네. 이런 친절한 말까지 담아서.
놈이 부서지는 모습조차도 눈길에 담아 두지 않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연히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장소.
있는 것이라고는 낡아 빠진 책과 아마 놈을 연명시키던 장치일까.
《백의 비서를 획득합니다.》
《신성연명장치의 핵을 획득합니다.》
신성력과 놈의 무예의 핵심을 담은 비서.
그리고 놈을 저 꼴로라도 연명시키고 있던 아티팩트의 일부.
착실히 회수해 두자.
“신성력의 보물? 그런 게 시안한테 필요하니?”
“연구용이야. 뭐, 나한텐 필요 없지만 참고 삼아 연구만 해 두고 여신교 상대로 비싸게 팔 거야.”
이 비서는 프리스트 클래스와 오러 클래스 관련 상위 스킬의 소재가 적혀 있는 귀중한 비서거든.
금전적 가치 외에도 교회와 좋은 관계를 맺어 두기 위한 선물 정도는 되겠지.
“그 외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군.”
더 숨겨 놓은 재산 같은 것도 없으리라.
무욕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오히려 저 꼴로 연명하는 시점에서 반대로 탐욕적일지도 모르지.
짧게 둘러보는 사이, 놈의 별것 아닌 목숨도 이제 끝을 다한다.
더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지 놈은 허공을 응시하며.
“오오……. 케니실린……. 나의……. 선지자여……. 부디 이 세상에……. 진정한 강림을.”
“…….”
“실패하였지만. ……저는 누구보다 당신을 믿었습니다. ……나의 신이시여.”
마치 맹신하는 신에게 기도라도 올리듯 중얼거리는 소리는 맥없이 끊겼다.
하지만 그가 찾는 것은 교회의 여신이 아니다.
“마지막에 찾는 이름이 케니실린인가.”
시조들을 이끌고 무언가를 획책한 원흉의 이름.
《백의 시조를 토벌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74레벨을 달성합니다.》
썩어 바스러지며 무너지는 그 노인의 잔해를 완전히 불태워 없애고는 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이제 돌아가자.”
“더 신경 쓰이는 건 없니?”
“당장은 없어. ……그리고 서둘러야 할 거 같고.”
“무슨 의미니?”
“반대로 아무 일도 없어서 그래. ……함정이나 방해 한 번쯤은 할 줄 알았는데.”
어떠한 추가 개입도 일어나지 않고 토벌이 끝나 버렸다.
지나치게 과정이 순조롭다면 의심을 해 봐야 한다.
귀환을 서둘러야 한다.
* * *
은신처에서 빠져나와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딱 맞춰서 알피네가 후다다다닥! 돌아왔다.
“시안! 시안!”
“귀 안 먹었어. ……것보다 기운 넘치네. 젊음이 좋긴 좋아.”
“놀리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것보다 시안이 말하던 거 다른 아이들이 찾았어요.”
“교회 성의 공간 유지 장치인가.”
돌아가기 위한 수단.
그리고 억류된 인원들의 확보도.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른 애들이 알아서 잘 처리하고 있겠지.
거기에 미셀이 교회성의 장치의 파악이 끝난 듯 기세등등하게 안전한 귀환을 보장했다.
“나 정도 천재한테 걸리면 이 정도 아티팩트쯤이야 조작이 간단해!”
“그거 잘됐군. 그럼 믿고 맡길게. 미셀.”
어서 돌아가자. 부추기듯 내가 손짓하자, 미셀은 알겠다며 작업을 돕던 다른 애들한테 적당히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안, 돌아가는 건 좋은데 아마 이거…… 조금 귀찮은 문제가 있는데.”
“귀찮은 거? 말해봐.”
“……실은.”
미셀이 내게만 들리게 귀환 작업의 귀찮은 일 하나를 작게 속삭였다.
“아~ 뭐야 별거 아니잖아. 적당히 속행해.”
“……괜찮겠어?”
“생각 안 해 둔 건 아니야. ……해결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럼 난 책임 안 질래. 누가 뭐라고 하면 시안이 그랬다고 할래.”
“아니, 연대책임이지.”
농담처럼 말하지만, 둘 다 웃지 않는다.
“……정말로?”
“이대로 놀고 있을 수는 없잖아. 어차피 잘될 거니까 확! 저지르자고.”
“이봐. 너희 뭔가 불안한 대화가 오가고 있지 않았나?”
“괜찮아!”
미심쩍다는 듯 묻는 엘시아에게 나나 미셀은 조금 전 대화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안색을 싹 바꾸며 말했다.
딱히 별일은 없을 것이다.
내 보장대로 교회 성의 중추 아티팩트를 정지시키자.
쿠구구구궁!
일대가 뒤흔들리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동요하는 귀빈들에게는 나는 별일 아니라며 안심하라고 일러 주었다.
“아공간이 해제되기에 발생하는 소리입니다. 큰 물리적 충격은 없을 겁니다. ……이것만으로는요.”
“무슨 불안한 소릴 하는 건가.”
“아니, 실은 진짜 큰일은 지금부터거든요.”
설명은 해 둬야겠지.
나는 일단 귀환 대책의 적당한 개요를 이제야 그들에게 말해 주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곳을 구성하고 있는 아공간을 해제해서 본래의 공간. ……제도의 좌표로 자동으로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것뿐인가?”
“네! 간단하죠?”
복잡한 마법도 아니다. 단순히 장치를 끄면 자연스레 아공간이 해제되어 본래의 공간으로 편입될 뿐.
“그게 조금 귀찮은 일입니다만.”
설명해 두지 않았다가 딴소리를 듣긴 싫으니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이동하는 게 저희뿐만 아니라 이 아공간에 속해 있는 모든 사물입니다.”
“그게 어쨌단 건가?”
당연히 이렇게 말해 두면 이해하지 못할지 모르나.
“……아.”
“잠깐 기다려라! 시안? 모든 사물이라고?”
일부 눈치채기 시작한 녀석들도 있었다.
엘시아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똑바로 되묻는다.
“모든 것이라면 이 교회 성인가 하는 구조물 전체가 이동한다는 거 아닌가?”
“정답.”
“그것이 제도에?”
“……그렇겠지?”
이미 알고 있던 나나 미셀을 포함해 다른 마법 클래스의 아이들이 시선을 피한다.
“그러니까 이게 나타나고 떨어진다?”
“어떤 의미로는 로망이겠네.”
거대한 구조물 덩어리를 평화로운 도시에 낙하시킨다. 무슨 악당이나 할 법한 짓이로군.
“…….”
“괜찮아. 미쳤다고 이걸 제도에 떨어트리겠냐. ……그랬다간 테러리스트 소리나 들을 텐데.”
그럴 거면 저지르지도 않았다.
“좌표는 간섭해서 조금 옆으로 비켜 나갈 수는 있을 거야.”
“……그럼 다행이다만.”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그러니 우리가 할 말은 하나뿐.”
일단 말은 맞춰 둬야 하니까. 동의하듯 끄덕이는 모두의 앞에서 나는 이리 말하자고 먼저 입을 맞췄다.
“이건 모두 이딴 짓을 한 악당의 책임이잖아. 알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 잘못은 없다.
……아마 그걸 따질 틈도 없겠지만.
* * *
교회 성 바깥의 하늘의 색이 바뀐다.
아공간 특유의 허무한 어둠이 아니라 새파란 하늘로.
“일단은 건물째와 같이 추락하면 위험하니 탈출하자.”
“……하늘에서?”
내 말에 몇 명은 저 밖을 보며 질린 듯 말한다.
“저 건물이랑 같이 낙하하고 싶다면 두고 가겠지만.”
당연히 남을 바보는 없겠지.
인원들을 데리고 우리는 전부 교회 성 바깥으로 공중 탈출을 시도한다.
공용 마법 클래스의 학생들이 마법을 이용해 기류를 형성하여 공중에서 바람의 낙하산을 형성.
낙하 속도를 늦추니 그대로 교회 성이 빠르게 추락하는 광경이 저 아래로 멀어지듯 보인다.
“일단은 계산대로 출현 좌표를 빗나가게 하는 데 성공했네.”
제도 인근의 숲.
그 위에 정확히 떨어진다. 딱히 사람도 없는 모양이고 그럼 피해는…….
“풍요로운 숲 하나가 날아가는 거 빼고는 별 피해가 없나.”
……말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만일을 위해서 엉뚱한 불씨가 튀지 않게끔 책임 소재를 확실히 못 박아 둘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제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칫.”
“시안?”
에밀리가 뭔가 내 낌새를 눈치챈다.
조금 전까지 장난스러운 기색이 없어졌기 때문이겠지.
“그런 거군. ……굳이 방해하지 않은 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인가.”
보자마자 이해했다.
현재 제도의 하늘을 못해도 열 척은 될 법한 비행선이 차지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저런 게 하늘에 돌아다닐 행사는 없었다.
게다가 무언가 흉흉한 분위기.
제도 곳곳에서 연기와 파괴의 흔적이 보인다.
“……거기에 말도 안 되는 것까지 튀어나왔나.”
거기다.
더욱 위험한 것은 따로 있으니.
“거슬리는 느낌이 드나 했더니 아름답지도 않은 돌덩어리가 떨어지는구나.”
낯선 소녀의 목소리.
적어도 일행들의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낙하하고 있는 곳보다 아래쪽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이 교회 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악마의 날개를 가진 보랏빛의 소녀.
“……설마.”
에밀리가 무언가 깨달은 듯 중얼거리는 순간, 그 소녀 악마가 교회 성을 향해 포격을 쏘아 낸다.
보랏빛의 마기.
고밀도, 특대량의 그 에너지가 교회 성 전체를 집어삼키고 완전히 파괴하여 먼지처럼 쪼개어 흩어 버린다.
나도 그것을 본 순간, 이해했다.
“악마. ……그것도 마왕급의 에너지.”
평범한 악마 따위가 아니다.
마왕.
아마 외견과 지금 한 짓을 미루어 보면 그것밖에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