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34
제333화
333화
제아무리 최고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 흑마법사라고 해도 기본적인 상성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흑마법사에게 신성력이라는 힘은 성가신 약점인 셈.
“너 역시 예외는 아니지.”
결국은 리치.
언데드 계열의 약점은 유효하다.
“물론, 내성은 키웠을 테니 어중간한 신성력 스킬로 처리할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
내성도 있고. 아마 그 내성의 정도가 지금의 나와 못지않겠지만.
그런 이 녀석도 가드 할 수 없는 게 있다.
우선은 성수.
게임에서는 하찮은 아이템에 지나지 않는다. 소지할 수 있는 수에 한도가 있으니.
‘하지만 게임과 다르게 이쪽은 돈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들고 올 수 있지.’
게임에서는 성수 계열의 아이템은 고작 50개밖에 들고 올 수 없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지 제한 따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마계에는 깨끗한 물은 없잖아? 어때, 물이 좀 반갑지 않냐?”
“……성수? 고작 그런 것 따위로?”
틀림없이 성수 자체의 정화 대미지는 들어갔다.
전신에서 새하얀 스파크가 튀면서 녀석의 표면이 미세하게 타들어 간다.
놈은 그것이 믿기지 않는 것인지 고통 속에서 고민해야 했다.
“후…….”
“응?”
“후하하하하핫! 성수인가! 고작 성수 따위에 손상을 입을 줄이야! ……역시 이 몸뚱인 아직은 미숙함 그 자체인가.”
의외의 반응이군.
대미지를 입었을 텐데도 녀석은 만면에 희열을 드러내며 광소를 터트린다.
“고맙다. 어린 흑마법사!”
왜? 고맙대?
“덕분에 또다시 고뇌해야 할 과제를 얻었다. 연구의 방향성을 획득했도다!”
“……미친 건가.”
“……미친 거네.”
나와 에밀리가 어이가 없어 동시에 중얼거렸다.
약점조차도 연구 의욕을 불태울 소재에 지나지 않다는 걸까.
인간의 틀을 벗어 버리면서 인격조차 엇나가 버린 건가.
“저래서 인간을 때려치우면 안 된다니까. ……그리고 누가 그깟 연구를 계속하게 해 준다고 했냐?”
역시 성수만으로 놈을 토벌하는 것은 부족한 듯했지만, 그래도 노리던 효과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탄의 거완.
두 개의 거대한 악마의 팔이 놈을 정면으로 강타하여 후려친다.
놈은 간신히 마기의 장벽을 펼쳐 막았으나 확실히 반응이 둔해졌다.
“그럼 이것도 막아 보시지?”
막기 힘든 마법을 골라 퍼부어 보자.
-플레어 스크랩.
7서클의 화염 속성의 흑마법.
펼쳐지는 것은 흑염의 손톱.
백 개의 흑염의 손톱이 펼쳐지며 할퀴며 불태우고자 덤벼든다.
하나하나가 고위력의 열기를 품고 있다.
놈은 그것을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흑염의 손톱에 연신 할퀴어지며 뒤로 직접 물러나야 했다.
“방어의 술식이…… 반응이 늦나?! 성수의 효과가 거슬리는군.”
“성수 때문에 마기의 운용이 참 거지 같지?”
전신에 들러붙은 성수는 마기의 효력을 방해하는 효력도 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채 1분도 못 넘기겠지.
“이 정도 싸움에 그 정도면 충분히 죽여 버리고도 남지.”
놈을 향해 계속해서 흑마법 공격을 퍼붓는다.
“놈이 제대로 움직이게 두지 마! 계속 공격해!”
에밀리에게 마법 공격을 떠맡기고 나는 단검을 꺼내 쥐고는 그대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흑마법 공격만으로는 결정타를 안겨 주기에 부족했다.
“마법사가 싫어하는 건 마법사가 제일 잘 아는 법.”
근접전.
놈 역시 나름 훈련은 한 것인지 지팡이를 휘두르며 나를 떼어 내려 애썼지만,
“어설퍼.”
근접전의 숙련도와 스킬의 가짓수는 내가 위다.
놈의 반격을 간단히 쳐 내고 내가 휘두른 단검이 놈의 전신을 난도질한다.
오러 유저와는 다르게 난폭하고 흉악한 검술.
간신히 방어했지만, 순식간에 놈의 전신이 좀먹듯 흉측하게 손상되어 간다.
“리치라 통각은 없겠지만, 이 정도로 파손되면 마기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겠지.”
“정론이로군…….”
리치라고 해도 육체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육신이 망가질 때의 위험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치명적일지도 모르지.
서걱.
내가 추가로 휘두른 검기가 놈의 몸통을 정면으로 가른다.
“고작 검 따위!”
“검으론 불만이야? 그럼 선물 하나 더 주마.”
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놈의 몸통에 어떤 아이템을 꺼내 찔러 넣는다.
실은 근접으로 붙은 것은 이것을 위해서였다.
“무슨 짓을……. 또 성수 따……. 크허어어억?!”
비명을 지른다.
성수를 뒤집어쓸 때보다 처절하게.
내가 찔러넣은 부위의 안쪽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온다.
강렬한 신성력. 그것도 놈에게 통할 정도의 농도의 힘.
“설마?! 이건 키온! 그놈의?!”
“정답.”
찔러넣은 것은 어떤 장치의 일부.
백의 시조를 토벌하고 얻은 신성 연명 장치의 핵이라는 아이템.
강렬한 신성력을 발하는 그 핵은…….
“네 약점이지.”
놈의 공략을 위한 전용 아티팩트인 셈이다.
실력의 차이를 메울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
“자, 이번엔 뭘 또 해줄까? 얼마든지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데? 흥미롭지?”
“……사양하고 싶군. 더 이상의 손상은 연구에 지장을 줄 테니.”
놈이라도 위기를 느끼고 있을 터.
그 목소리는 초조한 듯 떨렸지만, 아직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거겠지.
“인정하마. 어린 흑마법사여. 그 수완도 꾀도 대단하다고 평가해 주마.”
“칭찬하면서 목숨이라도 구걸하시겠다?”
“그럴 리가. 순수한 감탄이다. 마법사로서 역량의 차를 지혜와 기지로 극복하는 것은 높이 평가해주지.”
“……흥.”
참 고맙지도 않은 칭찬.
“틀림없이 일개 개인으로서의 실력은 뛰어나다. 시안.”
“그거 더럽게 안 고맙네.”
칭찬은 필요 없었다.
“인정했으면 이제 뒈져.”
내가 놈을 완전히 두 쪽 내기 위해 단검을 치켜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구차해지도록 해볼까.”
추해지겠다는 선언.
그것과 동시에 내가 휘두른 단검이 놈의 허리를 두 동강 낸다.
하지만 정말로 아쉽게도.
“……헛방인가.”
“어머? 속이 비었네.”
놈의 육체는 두 동강이 났다.
하지만 그 존재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
베이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 안이 텅 비어 버린 것이다.
허물을 벗듯 내뺀 건가?
일반적인 리치라면 도저히 해내지 못할 비상식적인 짓거리.
베이는 순간, 내부의 기운과 혼을 빼 육신을 버린 것이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놈이라도 멀리 갈 수는 없었을 터.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그리고 노릴 만한 곳이라면.
내 시선이 향한 곳은 흑철의 마왕이 제압되어 있는 곳.
악마들이 그 강력한 마왕을 간신히 누르고 있는 그곳에…….
흑철의 마왕의 머리맡에 바닥을 뚫고 스켈레톤 하나가 일어선다.
곧 스켈레톤에 근육과 살이 붙으면서 검은 시조 본인의 모습을 한 육체가 구축된다.
“설마, 이 비법을 전투 중에 시도할 줄은 몰랐군.”
“그 육체도 댁이 만든 연구 성과냐?”
“당연한 것을. 이미 내 본연의 육체는 버린 지 오래니. 낡은 거죽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
놈은 얼마든지 그 예비 육체를 숨겨 놨을 터.
“흥, 리스크 없이 육체를 갈아탈 리 없지. ……옮길 때 에너지가 꽤 손실되는 모양인데?”
“……예리하군. 속일 수는 없나.”
하지만 검은 시조는 내 지적을 듣고도 침착했다.
육체를 갈아타는 것 자체로는 처음부터 나를 처리할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미.
분명 노리는 건.
“이봐. 데스 나이트 씨? 저놈을 빨리 족치는 게 좋을 거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애송이!”
켈니오스가 순식간에 검은 시조의 뒤에 나타나 대검을 내리쳤다.
저놈이 노리는 건 흑철의 마왕인 것을 알아챈 것이다.
“고작 마왕의 측근 따위…… 그것도 고리타분한 데스 나이트 따위가.”
검은 시조는 시시하다는 듯 지팡이를 치켜들어 마기의 방출만으로 대검을 밀어낸다.
“크윽?! 이 자식이!”
“꺼져라. 뼈다귀.”
뒤이어 번개와 돌풍을 일으켜 놈을 멀리 날려 버린다.
저 데스 나이트를 일방적으로 몰아낸 시점에서 다른 악마가 그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덤비는 악마들을 가볍게 흑마법을 구사하여 몰아내는 검은 시조.
지금 저놈이 원하는 것은 마왕.
“인정해 주지. 시안. 네 역량을 웃돌려면 역시 그에 걸맞은 육체가 필요하겠지.”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고 담담하게 인정하며 놈은…….
“그러니 걸맞은 육체를 빌리지.”
마왕의 머리에 손을 쑤셔 넣는다.
“어딜!”
놈을 쫓아 내가 흑염탄을 날렸으나, 그것은 놈의 두 번째 육체를 허무하게 부술 뿐.
이미 놈의 본질은 마왕에게 스며들었다.
그 광경을 보며 에밀리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린다.
“……저거 정말 인간 같지 않네. 시안도 흑마법을 연마하면 장래에 저렇게 되는 걸까.”
“끔찍한 소리 하지 마. 그보다 놈은?”
“마왕과 완전히 기척이 뒤섞였네. ……솔직히 놀라운걸.”
에밀리는 징그러운 것이라도 봤다는 듯 눈가를 찌푸렸다.
“마왕의 기운을 일개 인간의 혼과 에너지로 부여잡아 장악할 줄이야.”
악마마저 놀라게 하는 재주.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새가 없었다.
쿠구구궁!
지면이 울린다.
검은 시조를 흡수한……. 아니, 정확히는 완전히 장악한 흑철의 마왕이 버둥거린다.
흑철의 마왕과의 융합체.
단순히 난폭하게 날뛴다고 풀 수 있는 포박은 아니었는데, 그것이 너무도 쉽게 끊어진다.
“놈이 직접 제어하면서 마왕의 방대한 힘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나.”
이성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주어진 명령대로 따르게 하는 것과 놈의 몸에 들어가 직접 조종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니.
포박을 너무도 간단히 풀고 검은 시조는 흑철 마왕과의 융합체를 조종하여 일으킨다.
“포박을 끊은 것도 힘이 아니라 마법으로 간섭해서 해제한 거 같은데.”
귀찮은 일이다.
놈은 흑철의 마왕의 몸을 빌려 쓰려는 것이다.
……악마의 능력을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마법사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강력한 육체로서.
요컨대.
“마왕급 마법사…….”
흑철의 마왕의 형상이 다소 변한다.
노골적인 투지가 줄어들고 기운이 잠잠해져 간다.
통솔되는 마왕의 에너지.
그리고 놈이 새로 손에 쥔 것은 검이나 둔기 따위가 아니라 혈마력을 엮어 실체화한 지팡이.
“오오! 나쁘지 않은 마기로군.”
놈은 만족하듯 중얼거린다.
“이런 존재를 빌려서 마를 추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나 한번 즐겨 보는 것도 괜찮겠지.”
“……흥, 본심에도 없는 말을.”
놈의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강력한 장난감을 손에 넣고 들뜬 마법사의 본능. 당연히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즐기도록 해 주겠나? 시안. ……이 막대한 마기를.”
지팡이를 겨누자, 대량의 마기가 용솟음치며 마계의 대기를 뒤흔든다.
“이것은 어떤가? 조금 잔재주를 부려 볼까?”
놈의 흑마법이 발휘된다.
엄청난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공격 마법이 아니란 것은 첫 발동 때부터 눈치챘지만.
“더 귀찮은 걸 쓰는군.”
놈은 일부러 알아채기 쉽게 그 조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놈이 만든 마법진에서 대량의 마기가 치솟고, 그것은 마계의 하늘 너머로 상승하다가 곧 여러 갈래로 나뉘어 떨어진다.
처음에는 운석이라고 생각했으나 곧 그것이 아니란 걸 알아챘다.
“뭘 소환한 건가?”
떨어지는 마기 속에서 냉기가 휘몰아치며 늑대 형상을 한 괴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빙흑랑. 그것도 댁의 작품이었지. ……양산품이었냐.”
“기존의 몸으로는 이것들을 전부 불러내기에 힘에 부쳤는데, 역시나 마왕. 이 정도는 가뿐하군.”
인간 흑마법사는 한 마리도 다루기 벅찬 괴물 같은 언데드를 놈은 한 번에 열 마리나 불러내어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때의 작품이지만, 완성도는 낮지 않다. ……네 상대로는 충분하겠지?”
“쳇. 필요 없거든!”
놈이 지팡이를 까딱이자, 불러낸 빙흑랑의 무리가 일제히 주둥이를 벌린다.
온도가 낮아진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려 주려는 것처럼 일대의 지면에 서리가 낀다.
“가라.”
빙흑랑들은 일제히 냉기의 마력을 방출한다.
노리는 것은 나 하나.
“어떻게든 피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겠군.”
“조심하렴.”
에밀리가 나를 안아 들고 날아오르며 냉기의 포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
“……맞지 않는 게 고작인가.”
“저 강아지만 위협적인 게 아니잖니.”
빙흑랑들이 끊임없이 포격을 퍼붓고, 그 틈에 섞여서 검은 시조 역시 대규모 마법을 쏘아 낸다.
“이게 무슨 마법전이야? ……망할 자식.”
가까스로 피하며 어떻게든 틈을 노려서 나와 에밀리 역시 마법으로 공격했지만, 간단히 튕겨 나갈 뿐.
그것을 되풀이한다.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마법사끼리의 대결이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평범한 싸움이라면 이길 수 있겠지만.
저렇게까지 괴물이 되면 그저 난감할 따름인가.
‘게임이었다면 진즉에 키보드를 던졌겠군.’
그리고 장문의 욕설을 게시판에 올렸겠지.
……이미 저건 게임의 밸런스와 패턴을 한참 벗어났다.
“경이롭지 않나? 고작 마계의 일각. 세 개의 힘 중 하나를 다루는 것만으로 이 정도다! 이것이야말로 흑마법의 진수!”
“더럽게 성가시긴 하네.”
“지금이라면 내 뜻을 이해하지 않나, 시안?”
“뭘? 마계와 그 힘을 손에 넣겠다는 꿈?”
모를 리가 있나.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편승하겠다면 얼마든지 그 손을 잡아 줄 용의는 있다.”
“……거참, 영광이네. 썩을.”
하지만 나는 놈의 제안을 비웃으며 욕으로 화답할 뿐.
“몰락의 길을 택하는 것이냐?”
“그러니까 몰락하는 건 넌데, 왜 내가 거기에 끼는데?”
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갯짓을 한다.
압도적인 힘.
지금의 내가 저것을 실력으로 쓰러트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명백해 보였다.
“응, 맞아. 힘은 네가 위겠지. 검은 시조.”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애초에 댁이랑 실력으로 승부를 겨룰 마음은 없어.”
정정당당은 개뿔.
노리는 건 오로지 약점과 꼼수뿐.
“그 힘 충분히 즐겼지? ……이제 울 시간이다. 망할 자식아.”
“어리석게도 허세를…….”
놈은 내 말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번에야말로 나를 끝장낼 생각으로 마법을 캐스팅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갑자기 놈이 조종하던 마왕의 무릎이 후들후들 떨리면서 그대로 무너진다.
그 순간 놈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말해 두자면.”
나는 그런 놈을 향해 씨익 웃으며.
“댁이 흑철의 마왕을 완전히 손에 넣기를 기다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