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65
제364화
364화
종언의 흉성이 대량으로 소환한 괴물들.
그것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성가시다.
……물론 내게만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이런 게 바글바글하단 말이지.”
나는 창살 아래에 가둬 둔 몇 마리의 괴물들을 관찰하며 혀를 찼다.
전장에 출현한 그 괴물들 중 몇 마리를 잽싸게 포획했다.
우선은 파악해야 하기에.
이놈들의 힘을 알고 대처 방안을 확정 지어야 하기에.
“……이거야?”
노려보고 있자니 신경 쓰인다는 듯 셀리디아가 내 등 뒤에서 물어본다.
“그래, 이게 저 너머에 바글바글하거든.”
“……뭔가 꺼림칙해.”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기척이 느껴진다.
“어떻게 하게?”
“우선은 파악해야지. ……한 마리만 꺼내 볼까.”
내가 손짓하자, 창살이 일부 투명해지며 그대로 괴물을 한 마리 끄집어낸다.
셀리디아가 그걸 보고 놀란다.
“그거 위험해.”
“안 위험해. ……적어도 나한테는.”
세세하게 관찰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힘의 크기는 가늠할 수 있으니까.
괴물은 나를 보자마자 겁도 없이 덤벼든다.
“이성은 없군.”
뻗어 오는 팔을, 날카롭게 손톱을 세운 그것을 나는 마기를 펼쳐 조작하여 휘감아 막는다.
“근력은 상당해. ……평범한 녀석들은 당해 내지 못하겠군.”
일반적인 병사나 용병들 수준이라면 대처도 못 하고 끔살. 혹은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하고 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몹시 위협적이다.
내게는 별거 아니라도 이것들이 전장에서 가지는 의미는 꽤 성가셨다.
“마지막으로 내구성…….”
맷집.
나는 마력을 써서 녀석을 그대로 상공으로 떠밀어 던졌다.
그렇게 높게 뜬 녀석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며 맞췄다.
콰아아아앙!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소멸하는 녀석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최소 5서클 정도의 대미지를 주지 않으면 소멸시키는 게 어렵나.”
무엇보다 귀찮은 것은 물량.
당장 이곳만 해도 족히 30만 마리는 넘었다.
아직은 눈에 띄는 공격을 하지 않고 있으나, 아마 언제든 밀고 들어오겠지.
“그 정도 수는 나도 감당하기 어렵겠어.”
“넌 괜찮아, 시안?”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어.”
분명 상식적인 인간이면 절망적인 저 괴물의 능력을 확인한 후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저 괴물들이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피바람이 불지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은 없으리라.
그런데도 나는 괜찮다고 단언한 것이다.
“저것보다 더 강했다면 위험했지만, 이 정도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어.”
“……진짜?”
“진짜지.”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셀리디아에게 나는 문제없다며 장담했다.
“방법은 간단해. ……저 괴물과 다른 인간들이 싸우지 않게 하면 되니까.”
평범한 병사들은 당해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저것들을 그들이 감당하게 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대신 맞아 줄 놈들을 부르면 되니까.”
슬슬 쓸 때가 왔다.
악마 찬스를…….
* * *
내가 마계에 가서 얻은 것 중 하나.
그것은 각 마왕의 휘하 악마들을 무제한으로 빌리는 것.
요컨대 악마의 군대를 소환하는 것이다.
“흑마법사로서는 이만한 위업은 없겠군.”
“누나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딱히 계약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악마의 입장에서는 다른 악마를 소환하는 것도 불쾌한 걸까. 내 어깨 위에 팔을 두르고 체중을 걸치듯 붙어 있는 에밀리가 내가 들고 있는 악마의 소환 아이템을 보며 묻는다.
“쓸 수 있는 거니?”
“조건은 갖춰졌어.”
마왕의 허가를 받았으니 악마들은 기꺼이 따를 것이다.
마계의 문의 통행 권리는 내게 있으니 소환에도 문제는 없다.
“소환할 수 있는 규모나 악마의 등급은 사용자의 역량에 달렸으니. ……뭐, 내가 쓰면 어지간한 녀석은 불려 나오겠지.”
마왕까지는 불가능.
하지만 그 아래라면 대부분 불러낼 수 있다.
“문제는 수량.”
나는 아이템을 툭툭 두드리며.
“내가 평범하게 써 봐야 이곳 하나밖에 커버가 되지 않을 거야.”
원래는 그럴 용도였다.
종언의 흉성의 본진을 공격할 때 사용하려고.
뭐, 이럴 때를 대비하여 받은 것이기도 하고.
결국, 전쟁은 물량.
그 물량의 대처법으로 받아 낸 것이니.
“하지만 평범하게 써서는 저 괴물을 전부 막을 수는 없지.”
그렇다면 평범하게 쓰지 않는다.
“슬슬 키르실과 다크 엘프들도 준비를 끝낸 거 같고……. 써먹어 볼까.”
이미 허락을 받아 두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것은 이미 제국 황실과 그 밖에 몇몇 높으신 분들의 허가를 받은 것이기에 누구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소환을 시작하자.”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이 아이템을 이용한 대규모 소환이다.
악마의 소환 아이템에 연동할 마법진을 펼친다.
악마의 특대 규모 소환.
“그것도 이번 한 번밖에 못 할,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악마 소환.”
“즐거운 모양이네.”
“아마 이걸 하면 이 세상의 역사에 내 이름이 길이 남겠지.”
딱히 그런 것에 흥미가 없다고 말은 하고 다녔지만, 내심 싫지는 않았다.
나름의 로망이거든.
“자, 전설로 길이 남길 일을 해 보자.”
소환진을 가동한다.
소환진은 이것 하나뿐이 아니었다.
이것은 저 멀리서도 연동하게끔 꾸며 둔 것.
그리고 마법진은 제국의 각 전장에 연동해 두었다.
마법진을 그린 것은 키르실을 포함하여 제국 여기저기에 파견해 둔 다크 엘프들.
그들은 마법사는 아니어도 마기를 다루는 데 익숙했기에 내가 미리 그려 둔 마법진을 고스란히 흉내 내는 작업 정도는 훌륭히 해낼 수 있었다.
“좋아. 문제없어.”
“잘되고 있네.”
소환을 보조하는 에밀리도 제국의 각 전장에 비치된 소환진이 정상적으로 발동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소환을 시작하자.”
아이템을 사용한다.
그것을 쥐자, 쉽게 깨지며 그 안에서 흩어지는 검은빛이 내게 스며든다.
《악마의 군대 소환을 습득합니다.》
《해당 소환은 1회 사용 후 자연 소멸되는 스킬입니다.》
특별한 소환.
마왕의 허가 아래 능력이 허용하는 한 얼마든지 퍼 나를 수 있는 스킬.
“이용한 건 연동한 마법진에…… 다크 엘프들과 흑마법사들의 보조까지 합한 대규모 소환.”
그야말로 한 번밖에 못 할 기적 같은 소환 스킬이겠지.
《특정 조건을 충족합니다.》
《악마 소환의 규모가 증폭됩니다.》
《30만의 악마의 소환에 성공합니다.》
“대박이군!”
나 혼자라면 모든 힘을 다 짜내도 2만이 한계였을 거다.
그것을 증폭시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려서 30만까지 수를 늘린다.
충분한 조건을 갖췄기에 어지간한 악마 이상의 힘을 가진 상태로.
“……나와라. 약속대로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열심히 일해 달라고.”
그 악마들에게 시킬 것은 오직 하나.
싸워라.
그것뿐.
그것을 정확하게 명령으로 넣으며, 나는 소환을 발동시켰다.
악마를 소환하여 인간과 세상을 지킨다.
보통은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
그리고 마치 그것을 알아챈 듯.
저 멀리 포진해 있는 괴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 *
제국의 어느 전장.
그곳의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전장에 뛰어든 모든 이들은 장렬한 최후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여기까지인 모양이군.”
어떻게든 싸웠다.
적군을 어떻게든 무찌르고 간신히 제국의 영토와 제국민을 지켰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마치 그들의 각오를 비웃듯 튀어나온 무수한 괴물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했던 적병들을 더 이상 필요도 없다는 듯 간단히 찢어발겨 짓밟고는 그들 대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괴성을 질렀다.
그 꼴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실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공포에 질려서 간신히 서 있는 게 고작인 병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망치지 않은 것은. ……그러지 못한 것은.
“물러나 봐야 저것들이 봐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결국, 여기까지겠죠.”
이기지 못한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
부질없지만, 원군을 요청하는 전령은 이미 보내 두었다.
그러니 여기에서 죽더라도 하루라도 더 저 괴물들의 발을 묶어 두어야 한다.
이미 그 사실은 최후를 각오한 사령관이 전했고, 병사들도 각오를 마쳤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는 듯 괴물들이 진군을 해 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급히 오지 않아도 그들을 몰살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큭! 제국의 의지를 보여 줘라!”
그들도 마지막을 각오하고 막 뛰어들려던 참이었다.
파지지짓.
소름 끼치는 기척.
그것은 누구 하나만 느낀 착각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뒤돌아보게 만드는 섬뜩하면서도 불길한 존재감.
“……저, 저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무심코 그 말을 중얼거릴 만한 일이 일어났다.
제국군의 머리 위로 다수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다만 검은색의 마법진.
그것이 발산하는 것이 섬뜩한 마기라는 것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그것도 곧 알게 되었다.
마법진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수히 쏟아지듯 출현했다.
“……약조대로.”
“……마왕님과의 약조대로.”
“……주어진 바람을 실행하도록 하겠다.”
출현한 것은 이형의 괴물들.
짙은 마기를 노골적으로 발산하며 나타난 그 괴물들의 정체를 알아보고 누군가가 외쳤다.
“악, 악마아아아?!”
악마라니, 누군가가 탄식한다.
저 앞에는 정체불명의 괴물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악마의 대군까지 출현한단 말인가.
이미 각오를 다진 이들이라고 해도 눈앞의 상황에 크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체념한 채 무기를 떨어트릴 뻔할 때.
“……비켜라.”
“방해되니.”
“명령에 따라야 하니 저리 물러나 있어라.”
출현한 악마들이 제국군의 병사들을 무시하고 나아간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다치면 곤란하다는 듯 어떤 악마는 무작정 돌진하려는 병사를 붙잡아 뒤로 밀치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마치 그들의 편이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무슨 일이…….”
말을 잇지 못했다.
악마들은 그대로 괴물들의 대군에게 돌격해 대신 싸우기 시작하였다.
“꿈인가…….”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리는 지휘관에게 뒤늦게 다가온 것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흑마법사.
“죄송합니다. 먼저 통보해야 하는데. ……절차 때문에 늦어져서.”
“자네는…….”
“검은 탑에 속한 흑마법사입니다.”
신분을 증명하는 표식을 보여 주고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지휘관에게 추가로 어떤 것을 넘겨주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공식적인 허가를 증명하는 서류.
“황실의 허가?! 저 악마의 대군이 말인가!”
“예. 자세한 사정은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허가 아래 악마의 대군을 불러내어 싸우게 하였습니다. 혹시 곤란한 점이라도…….”
“없네! 없고말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저 악마들이 아군이라는 것. 그리고 대신 싸워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거부할 리가 없었다.
불과 조금 전만 해도 처절한 최후를 각오한 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구원자가 악마가 됐든 뭐든 알 게 뭐냐.
“그저 감사할 뿐이지! 혹시 자네가 한 건가?”
“아, 아뇨. 저는 시키는 대로 거들었을 뿐입니다. 이 일을 주관한 것은.”
그것을 말해도 되겠지.
“시안 알케우스 님입니다.”
그들을 구한 소년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그 흑마법사는 솔직히 말했다.
* * *
악마의 군대 소환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것도 모든 전장을 어느 정도 커버할 정도의 수량을 불러내었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악마들을 불러낸 건 대단하지만, 얼마나 버티려나.”
“버틸 만큼 버텨 보라지.”
약조대로 소환된 악마들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는 날뛰어 줄 것이다.
충분히 막겠지.
단, 영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거면 충분해. ……시간을 번 사이에 남은 공략을 끝내자.”
다음에는 새빨간 꼰대를 없앨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