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87
제386화
386화
제국 남부의 국경 지대 부근.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국에 침공을 가하던 적들과 기이한 괴물들에 의해 시달리던 이곳에는 전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울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여전히 잊히지 않는군.”
“수습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일세.”
국경 지대를 감시하고 있던 병사들은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일대를 경계하며 순찰하고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으니.
하물며 이곳에서 희생된 이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전장에 남겨져 있던 상흔을 싫더라도 살피며 우울한 기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음? 저건?”
병사들이 무언가를 발견하며 동요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국경 쪽이 아니라 제국 내의 각 영지에서 기이한 빛이 치솟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예의 그 검은 탑에서 무언가 의식을 하는 모양이던데…….”
“의식이라고? ……설마 불길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는 않겠지.”
별것 아닐 거라며 애써 무시하려던 때였다.
그 치솟는 빛이 하늘로 널리 퍼지며 그 빛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악?!”
“어서 피하게!”
반응도 못 하고 움츠린 채 눈마저 질끈 감은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최후를 각오했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불만이니 뭐니 하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공포와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빛이 떨어지고 난 뒤 그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았으니까.
“……어, 어떻게?”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그 빛이 사라지며 대신 토해내듯 ‘인간’들을 차례로 뱉어낸 것이다.
하물며 그들 몇몇은 이곳의 병사들도 아는 얼굴이었다.
“넥스?!”
“풀론디! 어떻게……? 분명 그때 전투에서…….”
하나같이 지난 전장에서 희생된 병사들과 민간인들.
그런데 정작 그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른 채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헛것은 아니었다.
만일을 위해 생환한 이들을 아는 자들을 불러 심문하게 하였으나 본인이라는 확신밖에 나오지 않았다.
살아 돌아왔다.
그것을 이해하고 하나같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더욱 터무니없는 것은 그런 일이 다른 장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적이란 말인가…….”
이 기이한 현상을 불러온 것은 분명 그때 이 세상 곳곳에 떨어진 빛들…….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이들은 없었으나, 하나같이 같은 단어를 입에 담았다.
기적이라고.
* * *
술식이 제대로 성공했을까?
그 결과는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하긴, 성공했으면 지금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겠지.’
최종전을 포함하여 내가 ‘시안’이 되고 난 뒤 희생되었던 무고한 이들이 부활하였을 테니.
사전에 교회 측에 귀띔을 해 뒀기에 조금 일찍 알아채고 그 기적에 대한 대처에 들어갔을 것이다.
사실은 바로 뛰쳐나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아니, 등을 돌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이 아공간 내부를 주시하고 있었다.
방심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내 일은 끝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말이 기적이지 그렇게 편리하게 다 잘됐습니다~! 하고 쉽게 풀릴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거든.”
혼잣말.
하지만 혼잣말은 아닐 것이다.
분명 내 말을 듣고 있는 대상은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기에.
“후환이 남는다면 분명 여기에 사용한 종언의 씨앗. ……그 괴물의 잔재가 소모되었으니 끝났습니다, 하고 마무리될 리가 없지.”
그때, 최종 보스전이 끝나고 메시지를 남긴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느껴진 불안한 말투.
마치 무언가가 더 있을 거 같은 막연한 경고.
그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상하는 건 별거 없지. ……그 씨앗을 어떤 식으로든 처분하게 되면 후환이 생긴다. ……그렇지?”
단순히 그 씨앗을 처분하는 것이면 내게 맡길 필요가 없었다. 적당히 부려 먹기 좋고 말을 잘 듣는 누군가에게 시키면 되니까.
“씨앗이라는 건 당연히 심으면 싹이냐고 뭐가 자라겠지.”
하지만 그것도 기어코 내게 맡겼다.
필요한 과정이기에.
그리고 내가 아니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이제부터가 진짜 처리 과정이라는 거지?”
아공간의 구석에서 무언가 불길한 기척이 샘솟기 시작한다.
저 너머에 어둡고 붉은빛의 입자가 샘솟기 시작하더니 무언가가 생겨나려 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가 변질되는 것처럼.
“악의 어린 힘을 해방하고 이용하였기에 발생한 왜곡.”
내가 사용한 것은 그 최종 보스의 악한 본질의 에너지.
그 터무니없는 힘을 이용하여 소원을 이뤘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하고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욕심과 자만이 다시금 파멸의 욕구를 부르나니.]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원망스럽도다.] [바란다! 모든 존재의 파멸과 비명을…….]목소리가.
여러 가지 끔찍한 소리가 울린다.
악의와 원망을 곱씹는 듯한 허무한 소리가.
요컨대 저것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라는 것인가.
뭘~ 무언가가 나온다면 전부 없애버리면 해결된다.
“후딱 끝내자. 저녁은 근처에 새로 연 가게에서 먹기로 예약해 뒀거든. ……그러니 빨랑 나와라.”
지팡이를 꺼내고 도발하듯 손을 까딱이자, 그 불길한 입자가 응축되며 어떤 형상을 갖춘다.
붉은색의 해골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온다.
다만 인간의 것치고는 뒤틀린 느낌의 골격의 형상이었다.
……마치 어중간하게 부활한 것처럼.
“종언의 흉성? ……그건 아니군. 놈보다는 불완전해. ……일종의 자식뻘인가.”
적어도 놈의 본체 정도의 불길함이나 사악한 자아는 느껴지지 않는다.
“남은 잔재로 피어난 싹 같은 건가.”
그래서 후환이라고 하는 건가.
뭐, 그건 다행이군.
최악의 경우, 부활한 그 괴물의 본체와 싸울 각오까지 했는데.
“……후딱 끝내 마. 마지막 뒤처리니까.”
그 괴물이 나를 발견한 듯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내가 펼친 흑색의 마법진에서 쏟아지는 검은 번개가 놈을 휩쓴다.
“그것만으로는 안 끝내!”
번개의 격류를 강제로 헤치고 놈이 돌진해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몸을 뒤로 빼면서 바닥에 설치해 둔 마법진을 발동시켜 터트린다.
콰아아앙!
고열의 흑염이 돔의 형태로 부풀어 오르며 녀석을 불태우고 밀어낸다.
충분히 통한다.
“공격은 먹히네. 역시 그 최종 보스보다는 약하군.”
평소 때처럼만 싸워도 능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여기며, 내 마법 공격에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놈의 행동을 주시하던 순간이었다.
“음?”
눈을 깜박이는 순간에 놈의 모습이 사라진다.
“단거리 텔레포트. ……그럼?!”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경험에 의한 것.
내가 앞으로 몸을 내던지듯 구르는 것과 동시에 머리 위에서 낙하해 온 놈의 주먹이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바닥을 강타한다.
쿠웅!
아공간이기에 무언가 부서질 리는 없지만, 공간 자체의 지축이 뒤틀리는 것 같은 크나큰 충격.
“존재감이 어설퍼서 전조가 없는 게 성가시군. ……쳇!”
다시 놈이 사라진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본능적으로 겨우겨우 재차 출현한 놈의 공격을 피한다.
이건 귀찮군.
출현한다는 것은 아는데, 위치를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선견의 흑안은……. 젠장! 나 단독으로는 쓰기 어려운데.’
필요한 전투 계열 예지 스킬은 계약한 사역마의 보조가 필요했다.
당연히 그날 이후로 나는 새로운 사역마를 두지 않았으니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의외로 혼자 싸우는 건 꽤 귀찮은 일이었나.”
평소에 듣던 잔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조금은 허전한가.
“그럼 뭐! 없는 대로 적당히 요령을 부려야지! 안 그러냐!”
이번에는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전이 공격을 피하고자 한다.
몇 번 해 보면 타이밍은 자연스레 감이 잡히기 마련.
“경험의 차이를 무시하지 말라고! 이 자식아!”
최소한도로 몸을 틀어 내 몸통을 뚫어 버릴 살기와 함께 뻗어 오는 녀석의 주먹을 피한다.
그대로 마기를 방사하여 그물의 형태로 펼치고 놈의 움직임을 막고는.
“뒈져!”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이용해 놈의 늑골에 해당하는 부분을 쳐서 띄워 올린다.
공중에 치솟은 놈의 주변에 재빠르게 전개한 다섯 개의 마법진이 따라붙고.
“……터져라.”
동시에 흑염이 점화하며 잇달아 폭발하면서 놈을 집어삼킨다.
구속과 타격. 그리고 대처할 틈도 없이 마법 대미지를 주었으니 무사하지는 못하겠지.
“확실히 박살 내고 소멸할 때까지 지켜봐 주마.”
티끌 하나라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확인하면서, 라고 중얼거리며 내가 폭연을 흩날리고 놈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주시하려던 때였다.
“이런…….”
이를 악물며 다시 회피를 시도했다.
다른 곳에서 공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거대한 발톱.
그곳에는 그 발톱을 휘두른 붉은 해골 짐승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두 마리째? 또 있는 거야?!”
설마 한 마리만 출현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러나 내가 혀를 차게 된 것은 추가로 늘어나는 것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셋, 넷…….
열 단위를 넘고 이윽고 대충 짐작으로도 백 단위까지 그 수가 늘어난다.
각자 여러 짐승이나 몬스터의 것을 흉내 낸 듯한 해골들이 출현하고 있다.
흡사 원령(怨靈)의 군대처럼.
“한 마리, 한 마리가 어중간하다 싶었는데, 이런 타입이었냐.”
머릿수로 찍어 누르는 타입.
아마 놈들을 형성하는 기운의 잔재가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계속 나오는 거겠지.
……내버려 두면?
“아공간 밖으로 나가서 어딘가에 숨어 버린다는 거군.”
이해했다.
여기서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하게끔 틀어막는 거라고.
“……이거 혼자서는 귀찮은데.”
순식간에 천의 단위까지 증식한 놈들을 훑어보며 나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목표는 확실한데.”
그 증식해 있는 붉은 해골 무리의 중심에 붉은색의 말뚝 같은 것이 있었다.
저게 핵심인가?
노려서 저격을 해 보려 했지만, 내가 날린 마법은 놈들이 에워싸서 막아 버린다.
“화력을 올리려고 해도 그걸 준비할 틈은……. 쳇! 시간을 버는 것도 쉽지 않잖아!”
집중하려고 하면 몰려들어서 훼방 혹은 살기 어린 공격을 해 온다.
최종 보스전 이후의 덤 같은 이벤트치고는 꽤 귀찮은 거 아니냐고!
푸념을 해 주고 싶어도 여기서 외쳐 봐야 허무할 뿐이겠지.
……됐어.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으로 뛰어들어서 닥치는 대로 박살 내 주지.”
까짓것 죽기야 하겠냐.
어느 정도의 공격은 무시하고 뛰어들 작정을 하며 심호흡을 하려던 때였다.
(후우…… 여전하네. 하긴, 고작 1년 정도로 그런 무모한 면이 고쳐지지는 않겠지.)
“……엉?”
뛰어들려던 내가 그대로 엉거주춤 멈춘 것은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였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설마…….”
내 목소리를 끊은 것은 그다음에 들리는 소리였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폭음.
내 등 뒤에서 날아온 화염탄들이 그 해골의 무리를 향해 떨어지며 잇달아 폭발한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못해도 수십 회에 달하는 폭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한 공격은 아니었다.
하물며 계획조차 하지 않았고.
“……여기네.”
“들은 대로네요.”
“설마 이런 짓을 할 줄이야.”
“그가 따로 움직인다고 할 때 예상해야 했어요.”
포격을 날리고 있는 그 시작 지점.
어느새 내가 연 적도 없는 입구가 그곳에 열리며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대부분 내가 알고 있는 이들…….
아카데미 학생들은 물론이고, 키르실이 이끄는 다크 엘프들.
지혜의 숲과 검은 숲의 마법사와 흑마법사들.
그리고 각 제국의 기사단 인원들까지.
내가 알고 지내는 이들이 친하건 아니건 전부 이곳에 난입한 것이다.
“너희들, 어떻게…….”
“지원 요청 받고 왔어.”
정령술을 이용해 대규모의 속성 공격을 날리며 셀리디아가 지원이라고 말했다.
“지원이라고? 그런 걸 누가?”
당연히 내가 했을 리가 없다. 나는 이것을 나 홀로 처리하고자 했으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질 거예요! 시안! 저희에게도 한마디도 안 하다니!”
“어쩐지 마계의 문 계획을 추진할 때 묘하다 싶었어.”
“듣고서 너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다들 불평했었지.”
알피네도, 미셀도, 엘시아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지원 요청을 받고 온 듯 한마디씩 불평한다.
나를 도우러 온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이미 상황을 아는 듯 내게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 그 괴물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가 굳이 시키지도 끌어들이지도 않았는데도 다른 이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은.
아, 감탄할 때가 아니야.
“잠깐?! 여길 어떻게……. 그 전에 듣다니 누가…….”
달리 없겠지.
묻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답은 내려진다.
내 계획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애초에 자문하기 위해 그것을 말한 상대는 마계의 존재들.
특히 마왕들밖에 없으니.
그중에서 이런 짓을 할 만한 녀석은 아마도…….
“후후……. 시안? 우리를……. 특히나 누나를 빼놓고 이런 일을 하려 하다니 조금 섭섭하네.”
그 녀석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정답을 맞히자 녀석이 모습을 나타낸다.
“……에밀리.”
내 앞에 우아한 몸짓으로 착지하더니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여악마를 보고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