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28
@28. 당신이 없으면 안 돼요
달짝지근한 양념의 냄새가 올라왔다. 침샘이 저절로 자극되기 시작했다.
팜바에서 이 오븐에 구운 양념치킨을 처음 봤을 땐 얼마나 반가웠던지.
후작가의 식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리였다. 하지만 시샤의 기억 한 조각에서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어, 리나에게 혹시 이런 요리가 있느냐 물었더니 그녀가 말해 준 곳이 바로 팜바였지.
잡내를 가리기 위해 조미료와 양념을 더한 모양인데, 그 맛이 양념치킨을 닮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메뉴는 역시….
나는 어딘가에 시선을 옮겼다. 치킨의 친구, 동반자,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이 자리한 곳으로.
그것은 바로 맥주였다.
혹시 이아페가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쩌지? 내 것만 시켜야 하나?
맥주 통을 빤히 바라보며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는데, 이아페가 말을 던졌다.
“괜찮다면 맥주를 주문해도 되겠습니까?”
“네! 네!”
뭐야, 너두? 야, 나두! 이아페가 배운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역시 치킨에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급속도로 환해진 얼굴로 대답하자, 이아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주문한 맥주는 금방 나왔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잔을 들어 이아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유리가 서로 마주치며 둔탁하면서도 청량한 소리가 났다. 그 위로 내 목소리가 얹혔다.
「건배!」
눈앞의 치맥에 들뜬 마음이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이아페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아페는 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의 표정을 포착했다.
“뭐야, 왜 웃어요?”
“안 웃었습니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이아페를 흘겨보았다.
“왜 발뺌해요?”
“이런 때에 쓰는 용어도 있습니까?”
“음… 「오리발 내민다」? 닭을 잡아먹고 누가 잡아먹었어? 하니까 나는 아니라며 오리의 발을 내민다, 라는 뜻이에요. 자기가 해 놓고 아닌 척 시치미를 뗀다는 거죠.”
“만약 정말 안 웃었는데 당신이 웃었다고 주장하는 거라면요?”
“「도끼병」? 에이, 이건 아니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다른 사람들이 전부 저를 의식해서 뭔가를 한다고 착각하는 거죠. 의미를 말하고 보니 더 아니네요.”
“그 의미가 맞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이아페가 또다시 미소 지으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맥주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시원한 목 넘김에 집중하는 척하며 그를 곁눈질했다.
소설 속 캐릭터들에 대해서라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보면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아페가 치킨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입은 살짝 움직이는데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가 음식을 삼켰다.
“처음 맛보는 음식인데….”
“어… 어때요?”
“자극적이면서도 달콤하군요. 맛있어요.”
“그렇죠? 맛있죠? 이거 말고도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한번 오면 단골이 안 될 수가 없다니까요. 여기 스튜도 토마토 스튜인데 이상하게 칼칼한 맛이 나는 게 있어요. 그건 꼬냑 한잔이랑 같이 먹으면 은근히 잘 어울리거든요. 그리고 혹시 쑥 알아요? 여기는 그걸로 만든 것도 파는데….”
문득 내가 거의 속사포 랩 수준으로 말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맛있다는 말에 신이 나서 이것저것 다 자랑을 해 버렸잖아.
하지만 이아페는 말이 흐려지며 찾아온 정적이 허공에 맴돌기 전에,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것들은 다음에 같이 먹어 보도록 하죠.”
“다음에요…?”
“이렇게 좋은 곳에 계속 혼자만 오실 생각이셨습니까?”
“그건 아니고….”
단골이 되겠다는 선언까지 할 정도라니! 이아페도 진짜 여기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외부에서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본인의 생활 패턴을 깨고 이곳에 올 만큼 배가 고팠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신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나저나 이아페. 혼자 익혀 보니까 어때요? 코레아리아어.”
오늘 보니 여차하면 나는 빠지고 이아페가 이 언어를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하는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이아페도 막상 해석을 해 보니 본인이 잘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 테고.
그럼, 어쩌면 칼린느의 앞에서 내가 코레아리아어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조금은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그런 속내를 드러낸다면 밀어주자. 그게 엑스트라의 미덕이니.
하지만 내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샤 님 없이 이 언어를 다 해석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겸손한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마 예의상 하는 입에 발린 소리가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게 원작에서는 나 없이도 혼자 다 해석했잖아? 게다가 오늘만 해도….
“오늘 해석을 그렇게나 잘했잖아요?”
“그건….”
“도서관을 찾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그 정도라면 100일… 아니 100일이 뭐야. 50일이면 완전 정복 할 것 같은데요.”
이건 그의 능력치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원작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원작에서 그는 도서관을 발견하고 100일 만에 언어를 완벽히 해석해 냈다고 했으니.
하지만 이아페는 내 말에 반박했다.
“아무리 책에 있는 것들을 해석하고 외운다고 해도, 당신이 알고 있는 그 구어적 요소를 익힐 순 없죠. 「낄끼빠빠」나 「도끼병」 같은. 지역에 따른 변형도 많다고 했지 않습니까?”
으음, 내 입으로 내 무덤을 팠군.
그래, 뭐… 그것도 빨리 전수해 주면 되겠지.
“좋아요. 꼭! 그것들도 전부 이아페한테 전수해 줄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있으니까.”
“음, 그래도 누군가는 함께 알고 있는 게 좋으니까요!”
이아페의 눈이 가늘어졌다. 제발 의심하지 말고 말 좀 들어라! 이 역할은 너한테 주고 나는 내려와야 하니까 다 전수받으란 말이야.
“그것도 다른 이들에게 함께 전수하실 겁니까?”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
이아페가 좋은 의견을 냈다. 도서관을 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신조어는 물론이고 방언에 대한 서적도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기왕 이 자리에 있는 거, 내려오기 전에 조금 정리를 해 놓고 가는 게 낫겠지? 아니, 근데 이걸 정리한다고 해서 후대에 쓸모가 있긴 한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툭 던지듯 말소리가 들렸다.
“전수는 1명한테 하는 게 원칙이라던 건 역시 그냥 하는 소리셨군요.”
테이블에 한쪽 턱을 괸 이아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뭐랄까… 새초롬해 보였다.
“아, 그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훌륭한 제자 4명을 받으셨으니, 제가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메인이야, 이 서브 남주 놈아!
“므어…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없으면 안 되죠. 하하.”
“제가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절대! 절대, 절대 안 돼요!”
내가 거의 거품을 물 정도로 소리치자, 이아페가 흠칫 놀라 눈이 커다래졌다.
그가 이렇게까지 놀란 건 처음 보는 듯했다. 어찌나 놀랐으면 뺨이 조금 붉어진 채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성적인 이유를 찾기로 했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이미 이 언어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은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야근… 오늘 한 야근이 문제인가? 본인의 미래가 야근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발을 빼려는 건가?
“아마 초반에 빡시게… 아니, 집중해서 연구하면, 곧 쉽게 익힐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만둔다는 소리는 하지 마요. 이아페가 같이 찾은 언어잖아요. 연구도 같이 하기로 했잖아요.”
이아페는 여전히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너무 강요하는 말투였나 싶어, 나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당신이 없으면 안 돼요, 이아페.”
너는 이 소설에 중요한, 없어서는 안 될 서브 남주잖아. 내 진실된 눈을 보고 제발 내 마음을 알아줘라!
내 마음을 어필하기 위해 이아페와 시선을 맞추고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는 그대로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아예 돌려 버렸다.
내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지금 두 가지 감정 중 하나를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너무 부담스럽다, 혹은 외면하고 싶다. 전자라면 내가 오늘 밤 이불킥 좀 하면 되겠지만, 후자라면 큰일이다.
나는 허리를 펴고 다른 말로 그를 설득하기로 했다.
“당신 같은 최적의, 아니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이 일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거시적으로 보나 미시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너무 커다란 손실이 분명하며….”
“당신에게도?”
그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해 왔다. 하지만 답은 명확했다.
나에게도 손해냐고?
“당연하죠!”
너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내가 마음 편히 이 삶을 즐길 거 아냐?
그제야 이아페가 내 진실된 눈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계속 당신의 곁에서 일하겠습니다.”
10년째 소화불량이던 속이 한 번에 풀어진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무슨 뜻입니까?”
“약속이요. 계속 이 언어 연구하는 거.”
“남부에선 그렇게 하나 보군요.”
아, 이 세계에서는 약속을 다르게 하나? 시샤의 기억을 돌아보며 손을 거두려 할 때.
“수도에선.”
이아페의 손이 내가 내민 손에 스르르 겹쳐졌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의 손가락은 내 접힌 손가락들을 부드럽게 펴, 그 사이에 깍지를 꼈다.
“이렇게 약속을 합니다.”
그의 긴 손가락이 내 손등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